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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릴레이소설 [FROZEN:ETERNAL WINTER] 20화앱에서 작성

이두나팬클럽회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24 22: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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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한 세상 속, 아렌델의 성벽은 힘차게 타오르고 있음에도 고고한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자신이 딛고 있는 발 밑에서 화염이 악다구니를 쓰는 또 다른 아렌델, 자신이 죽음으로써 속죄할 곳, 비극적 여정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곳. 이곳에 자신이 알지 못하는...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 할 최후의 비밀이 숨겨져 있으리라. 아렌델의 대역죄인은 마른침을 한 번 삼켰다. 그리곤 어쩌면 모든 것들의 근원이자 종말의 단서가 있을 문을 힘차게 열어젖혔다.



문을 열자마자 시야에 들어온 세상은 방금까지 지나온 광경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성채로 향하는 길목 양옆으로, 조각상들은 찌를 듯이 솟아있는 성벽처럼 고고하게 그 품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평화로운 풍경에 문득 이질감으로 소름이 잔뜩 돋아올랐다. 전부 얼어붙어 형체를 제대로 알기 힘들었던 얼음세계와는 다른 섬뜩함이었다. 한스는 시커멓게 재로 뒤덮인 칼을 쥔 양손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적막이다. 그의 숨소리만이 유일하게 그의 귓가를 때린다. 사방의 이 평온함마저도 언제든 손쉽게 자신의 목을 가져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는 정신을 집중한다.


한스는 어릴 적 자신을 '그나마' 가장 인간적으로 대했던 아홉 번째 형의 이름을 문득 떠올렸다. 고통스러운 유년기를 보냈던 그에게 사무치는 외로움을 죽일 수 있었던 유일한 취미는 검술 수련이었다. 가끔 친히 대련 상대가 되어주었던 형제. 대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렌델로 떠나기 전 형에게 유일하게 속내를 털어놓은 일을 생각했다. 자신은 이제 새로운 세상에서 이곳에서의 모든 기억을 잊고 새롭게 살아갈 것이라고. 아홉 번째 형은 아무 말 없이 한스를 힘껏 끌어안아주었다. 마치 자신의 최후를 짐작이라도 했던 것 마냥. 그것은 서던에서 인내한 세월에 대한 그의 경의, 어쩌면 위로이기도 했다. 한스 역시 항구에 도착할 적 어렴풋이 죽음에 비견할 미래의 사건을 예상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까지 말이다. 그리고 얼어붙은 세상이 녹은 후 돌아오는 배 안에서 한스는 불과 몇 시간 전의 일들을 반추하며, 자시은 자기 합리화로 스스로를 속인 추한 겁쟁이에 불과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되돌아온 서던의 마구간은 자신의 죄를 씻기엔 너무나 메마르고 좁은 공간이었다.


그래, 지금은 다가올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아니었다. 단서의 단서의 단서조차 찾지 못한 지금, 허무한 개죽음은 그에게 있어 또 다른 죄를 짓는 것이었다. 초주검이 되더라도, 아니 어쩌면 영영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이 비극을 끝내야 한다. 주위를 경계하며 느리게 걷던 한스의 발걸음이 사뭇 빨라진다. 붉은 죽음이 숱하게 내린 땅 위 듬성듬성 피어있는 크로커스와 그 위를 평화롭게 날아다니는 날벌레들, 그리고 반쯤 시야를 돌린 그의 앞에 우뚝 서있는 묘령의 여인.



"어서 오세요. 서던 제도의 왕자님."



한스는 간신히 손에서 떨어질 뻔한 칼을 붙잡았다. 차분한 목소리로 외마디 인사를 건넨 그녀가 천천히 한스에게 다가왔다.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어딘가 낯익은 듯한 외양의 여인이었다. 이곳에서 마주한 살아있는 첫 사람인데도, 이상하게 적개심이 생기진 않았다. 순백색 드레스 자락을 땅에 길게 늘어뜨린 여인은 손에 아무것도 쥐지 않은 채로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스가 정체를 물으려 입술을 떼려던 순간 여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면의 지옥에 온 걸 환영합니다."



------



"이게 무슨 소리지?"



옐레나가 날이 바짝 선 목소리로 고개를 높이 쳐들었다. 노덜드라를 가장 오래 이끌고 있는 그녀 외엔 아무도 듣지 못한 듯 얌전히 잠을 청하고 있었다. 반면 야영지 중앙에 생긴 싱크홀 주위로 옹기종기 모여 쪽잠을 청하던 순록들은 눈을 번쩍 뜨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연신 울어댔다. 마법의 숲의 울창한 나무들 저편에서 사뭇 다른 공기가 불어왔다. 옐레나는 천천히 일어나 텐트의 문을 열었다. 스산한 바람이 그녀의 온몸을 감쌌다. 확실하진 않지만, 분명 '그 날'의 기억이 문득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아주 어릴 적, 아렌델 군에 의해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은 날. 거대한 바람이 그들을 덮치고, 모든 것이 불타고, 물이 메마르고, 지축이 붕괴하고, 마침내 하늘마저 닫혀버린 날. 과거의 아픔을 가만히 품고 있던 노덜드라를 다시 그때 그 불안이 소리 없이 엄습하고 있었다.



"...."



소리가 또렷해진다.



"...와..."


옐레나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옆에 꽂혀 있던 검집을 빼내었다. 그녀의 발걸음이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았던 곳으로 빠르게 향한다.



"....와아!!"



수풀 사이로 익숙한 실루엣이 밀려왔다. 그들이다. 35년하고도 열흘이 더 지나고, 노덜드라의 전투 나팔이 다시 힘차게 울렸다.



----



한스는 안뜰을 지나고, 문을 지나 응접실에 다다랐다. 이곳은 다른 세계에서 얼음여왕과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곳이기도 했다. 일단은 아무말 덧붙이지 않고 여인의 뒤를 따라온 것이기 한데, 내면의 지옥이라니. 대체 무슨 뜻인 건지 도통 종잡을 수 없었다. 묵묵히 앞서가던 여인이 우뚝 멈추자 한스도 따라서 멈췄다.



"앉으세요. "



그녀의 앞엔 투명한 얼음으로 만들어진 의자와 테이블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한스는 조심스럽게 의자를 빼고 여인을 마주 보며 앉았다. 한스는 기다릴 겨를 없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에겐 지금 이곳에서 시시덕거리며 농담 따먹기 할 시간이 없었다.



"당신은 누구지?"

"이곳의 주인이죠."

"주인...? 여왕은 엘사가 아니었나?"

"아까도 말씀드렸을 텐데요. 여긴 왕자께서 생각하는 아렌델이 아닙니다."



한스는 자신 앞에서 알 수 없는 미소를 띠고 있는 여인이 내뱉은 말을 떠올렸다. 내면의 지옥... 설마 여기가 자신의 마음 속이라는 개소리를 하는 건 아닐 테지,라고 생각하자마자 여인은 빙긋 웃어 보였다. 한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자신의 마음을 읽히는 것으로, 모든 것이 증명되는 듯했다.



"내 심장은 이미 차갑게 얼어붙은 줄 알았는데."



여인이 피식 웃었다. 머리를 한 차례 귀 뒤로 넘긴 여인은 지그시 한스를 응시했다.



"거울은 항상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죠."

"... 그럼 당신은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겠군.  조금 더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지 않겠어?"



한스는 한없이 느릿느릿한 여인의 말을 채근했다.



"여긴... 당신의 황폐한 내면이 거울처럼 투영된 공간입니다."

"...?"

"얼음세계가 모든 이들의 자아를 비추었다면 이 곳은 오로지 당신의 자아를 비추는 곳, 당신에게만 허락된 곳입니다. 당신이 온 건 필연적이었죠. 이제 당신이 여기까지 온 이유를 입증해야 할 때입니다."



입증...? 한스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려왔다. 여인은 잠깐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한스 웨스터가드, 서던 제도의 왕자. 여왕이 자신의 마법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돕고 끝내 행복한 결말을 만드는 데 일조한... 결국 모든 것이 비극으로 끝났어야 할 아렌델과 두 자매의 운명에 개입하셨으니, 그 대가를 이젠 톡톡히 치르셔야겠어요."



여전히 차분한 여인의 목소리와는 달리, 한스의 숨은 가빠왔다. 넘실거리는 불안이 그의 몸을 감쌌다. 그는 본능적으로 이곳의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아렌델이 위험에 처하고, 우리가 이곳에 와있고... 지금 이 모든 상황이 당신이 벌인 일이라고 터놓는 건가? 그 운명을 돌려놓기 위해?"



여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빙긋 웃고 있을 뿐이었다.



"... 내가 아렌델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게, 결국 그런 뜻이었나? 비극으로 끝날 아렌델의 운명을 뒤틀었으니, 이곳에서의 죽음으로 속죄하라고?... 그런 거라면, 이미 감수하고 있다." 



한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인은 풉, 웃음을 터뜨렸다. 흐흐흐... 하하하... 웃음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소름이 쫙 돋을 만큼 커진 끝을 모를 웃음이 텅 빈 응접실을 가득 메웠다. 얼마간의 시간이 더 흐르고, 여인의 웃음소리는 잦아들었다.


"아니, 절대 아니지. 누구 마음대로... 겨우 죽음 갖고 되겠어?"



그 순간, 여인의 얼굴이 점점 흉측하게 일그러지며 녹아내렸다. 살덩이인지 핏자국인지 모를 것들이 바닥 아래로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 기괴한 모습에, 섬짓 놀란 한스가 뒷걸음질 쳤다. 



"구원 같은 건 없다. 우리의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린 아렌델은 제 운명을 따라 망해야 해. 안 그래?"


한껏 거칠어진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지금 한스가 마주하고 있는 상대는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어서 와라, 영원한 운명의 지옥에."



---


저는 분명 발암물로 알고 있었는데 갈수록 해피엔딩 전개가 되는 것 같아서 좀 힘들게 만들어봤습니다^^

다음 차례는 아토할란자속냉동빔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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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탈갤한다면서요
A: 릴레이소설 약속 의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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