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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릴레이 소설 [FROZEN: ETERNAL WINTER] 13화

ㄱㅁㅅs(112.166) 2020.03.27 17:00:36
조회 528 추천 43 댓글 21

릴레이 소설 순서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4200903


다음 차례는 안나 예쁘네 입니다~


릴레이 소설 공지 및 프롤로그~7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4175040


릴레이 소설 8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4198458


릴레이 소설 9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4216747


릴레이 소설 10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4247261


릴레이 소설 11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4284163


릴레이 소설 전화(12화)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429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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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문과 노인(거울세계의 한스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한스밖에 없었다)을 뒤로 하자 시야를 방해하는 눈보라가 일행 사이를 휘저었다. 넓고 경사진 눈길을 걸을 때마다 내는 뽀드득 소리는 눈보라의 바람 소리와 섞이니 차갑던 몸이 더 시려워진 것 같았다.


드디어 문이 열렸구나


“여기, 북쪽산이에요.” 침묵을 깬 건 올라프였다.


모두들 알고 있었다. 아렌델에서 마차를 타고 온 방향, 거리, 지금의 경사진 눈길을 고려했을 때 북쪽산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음에 보이는 것은 얼음성일 줄 알았건만, 아직 그 위치에 도달하지도 않았는데 가까이서 희미한 태양빛을 반사하는 투명한 얼음들이 보였다. 다가가 정체를 확인하자 일행은 모두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사람들이잖아...”


아렌델 주민들이 일행을 향해 뛰어오는 자세로 모두 얼어있었다.


“얼음 마녀가 모두 얼려버렸나봐요...”


모두 나 때문이야...


잠시 굳어버린 일행은 이대로 걸음을 멈출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당상들 사이로 걸음을 비집고 들어갔다. 동상들 때문에 일행은 좌우가 아니라 앞뒤로 줄을 이어 불규칙하게 걸음을 옮겨야 했다.


“저거 크리스토프 아니에요?”


올라프가 가리킨 곳에는 동상들 사이에 우뚝 선 동상이 하나 일행들의 시선을 강탈했다. 정말 크리스토프가 올라프가 가리킨 곳에 그대로 굳어있었다.


“괜찮아요 크리스토프?”

“하하, 전 괜찮아요”


안나가 묻자 크리스토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저 허허 웃고 말았다. 크리스토프도 올라프처럼 낙천적인 성격이란 게 이럴 땐 천만다행이었다.


동상들을 모두 지나치자 그제서야 얼음성이 시야에 띄었다.


그래, 이곳이야


계단을 올라서자 일행은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 얼음성 정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깔끔하게 없는 게 아니라, 유리가 깨진 듯 불규칙하게 삼각 송곳들을 드러내어 문이 압력에 의해 깨졌단느 걸 드러냈다. 안으로 들어와보니 엘사의 얼음성과는 달리 정육면체가 아니라 기다란 직육면체의 바닥은 일행이 더 안쪽으로 걷도록 만들었다. 벽면마다 튀어나온 얼음 송곳들과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곳곳의 거대한 눈덩이들이 조성하는 분위기는 이전의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시무시하네요”

“안 계세요?”


불안한 분위기를 무마하려는 듯 안나가 얼음성에 메아리를 퍼뜨렸다. 엘사의 얼음성이었다면 들어오자마자 보였을 발코니였겠지만, 이번엔 꽤나 걸어 도달한 발코니에 그녀가 있었다. 엘사와 안나는 서로가 얼음성에서 마주보던 때를 잠시 회상했다. 이제 자매는 같이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고, 엘사가 안나를 내려다보던 발코니에는 얼음마녀가 표정없이 일행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크리스토프를 본 일행은 내심 이곳 여왕도 엘사와 똑같이 생기지 않았을까 예상했었다.


그러나, 얼음마녀는 체형을 제외하고 많은 외형이 엘사와 달랐다. 의상은 엘사가 한번도 입어보지 않은 검디검은 망토로 온몸을 둘러싸고 있었고, 피부는 사람의 색깔이 아니라 손목의 파란 핏줄처럼 옅은 푸른 빛을 내고있었다. 마지막으로, 머리카락은 높은 왕관이나 불타오르는 횃불처럼 위로 솟아올라 있었다.


“아직도 얼어붙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니?”


저기 있구나, 드디어...


처음 내뱉은 얼음마녀의 언행은 차가운 목소리와 섬뜩한 적의로 가득찼다. 그리고 착각이 분명했다. 얼음마녀는 일행 중 누구도 알아보지 못해서 저런 말을 할 수 있다고 일행은 생각했다.


“저희는 다른 세상에서 왔어요.”


엘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일행은 어찌된 영문인지 설명을 했다. 그러나, 아렌델에서 구덩이 얘기도 끝내기 전에 얼음 마녀가 말을 끊었다.


“아 그래? 그건 관심없고, 내가 어떤 존재인지 확인부터 시켜주지.”


한순간이었다. 얼음마녀가 허공에서 얼음창을 만들더니 일행을 향해 던졌다. 고 생각했다. 그러나 창을 일행 위로 날아가더니 뒤에 오던 노인의 오른쪽 가슴을 관통했다.


“아저씨!”

쓰러지는 노인에게 합류하려 뒤돌아 뛰어가는 나머지와 달리, 엘사는 날아오는 바로 다음 창을 막아야만 했다. 실내에 있던 거대한 눈덩이들은 가만히 형태를 유지하지 않았다. 마시멜로보다 두 세배는 거대한 눈골렘들이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너희가 누군지는 상관없다. 저 인간이 너희와 같이 왔다는 건 너희도 나를 없애려 온 것이겠지? 너희 모두 얼어붙어 이곳에 묻히리라!”


찰나의 순간, 형태를 갖춘 눈골렘 하나가 자신의 체중을 실으며 앞으로 넘어지자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갈라져야만 했다. 먼저 노인을 들고 뒤로 달려가던 한스와 올라프 쪽으로 분리된 안나는 둘을 뒤따랐고, 안나에게서 떨어진 크리스토프는 안나를 따라가려다 눈골렘의 방해로 우선 거대한 주먹을 피하면서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수없이 많은 반응을 예상하며 예행연습도 골백번씩 해봤다.

가혹한 운명은 날 백년동안 가둔 것도 모자라 내가 얼음마녀에게 전할 말 딱 한마디도 전하지 못하게 하는구나.

내가 얼마나, 얼마나 많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 지 말이야


피가 철철 흐르는 노인을 어떻게든 얼음성 바깥으로 데리고 나온 안나와 한스, 올라프는 굉음이 들리는 얼음성 안쪽을 뒤로하고 고민했다. 노인이 뚫린 상처는 너무나도 컸다.


“어떻게 해야...” 피가 철철나는 비릿한 냄새는 안나가 결정을 어떻게 할지 방해했다.


“안나, 올라프, 아저씨를 돌보고 있어요. 일단..”

“안돼! 한스! 넌 내 말을 들어야 해! 안나 공주님도요! 둘 다 제 말을 들으셔야 합니다. 제가 온 이유가 있습니다!”


다 죽어가는 노인은 폐의 힘을 쥐어짜 속사포처럼 말을 비장하게 꺼냈다. 동시에, 안에서는 엘사와 크리스토프가 눈골렘들을 상대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쪽으로 기대어 눕혀진 거울세계의 한스는 옆구리에 걸쳐 있던 검집을 꺼내 뽑았다. 그러자 부러진 장검이 튀어나왔다. 노인은 한스에게 반쯤 부러진 장검을 내밀었다.


“이 검으로 눈골렘들을 베면 다시 부활하지 못할 거야. 그리고 만약, 최악의 상황에 도달한다면 이 검으로 마녀를 찔러. 그러면 얼음마녀를 죽이고 저주는 풀릴거야. 사람들은 다시 녹겠지.”

“전에도 심장을 뚫지 못했다면서요.”


한스는 일부로 노인의 정체를 숨기면서 대답했다.


“아니 할 수 있어. 저번엔 찌른 사람이 찰나의 순간 망설였던거야.”


그 말을 마치고 노인은 토혈섞인 기침을 내뱉었다. 한스 눈에는 아무리 봐도 노인(거울세계의 자신)은 곧 죽을 것이 자명했다.


안나를 믿었어야 했어. 괜히 내가 나서지 말았어야 했어.

엘사를 찌를 때 안나의 비명소리에 순간 힘이 빠질 줄 알았으면 끝까지 그녀를 믿고 진정한 사랑을 이루도록 그저 옆에 서있어야만 했었어


“온 힘을 다하면 할 수 있어. 한스 난 알아.”


자책하는 생각을 뒤로 하고 노인은 짤막하게 요약한 뒤 한스를 끌어당겨 귀로 속삭였다. 한스는 표정을 살짝 굳히더니 다시 결연한 표정을 지은 채 늙은이에게서 머리를 치웠다.


“가. 어서, 저들을 도와”


한스는 거울세계의 자신을 훑고는 부러진 장검과 함께 시야에서 사려졌다.


“안나 공주님”


이제 거울세계의 한스는 대화의 대상을 바꾸었다.


“지금 제 말을 반드시 잘 들으셔야 합니다. 우리가 서로의 거울 세계인 이상 얼음여왕과 당신의 언니는 힘이 비등할겁니다. 그러나 이곳의 특성에 익숙하지 않은 당신의 언니는 당신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죠?”


안나는 어서 안으로 돌아가 언니를 도와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방법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얼음여왕을 죽이는 것 죽이는 것은 아까 들으신 대로 한스에게 설명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얼음여왕이 진정한 사랑을 이루게 하는 것.

“진정한 사랑이요?”


안나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얼음마법을 해빙하려면 방법은 그것뿐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당신에 상응하는 이곳의 안나 공주님은 얼어붙은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따로 방을 두어 보관된 상태일겁니다. 이 긴박한 상황에 그녀를 찾는 것은 둘째치고, 그녀를 녹이는 방법을 저는 모릅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둘, 하나는 저는 모르는 당신의 방법으로 이곳의 당신을 녹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신과 당신 언니가 직접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겁니다.”

“저와 언니가요?”


안나는 원래 이곳의 안나를 어떻게 빨리 찾을지만 생각하던 차였기에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예, 생각해보십시오. 13년동안의 기억을, 당신은 해냈습니다. 저희가 하지 못한 그 위대한 행동을! 당신, 아니면 당신의 언니도 충분히 저 얼음마녀를 녹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러나 방심하지 마십시오. 백년동안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제가 아니라 저 얼음마녀입니다. 함부로 당신의 언니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심장이 얼어붙은 이후, 당신의 언니와는 천양지차가 되어버린 여자입니다.”

“알겠어요”


안나의 결연한 표정에 거울세계의 한스는 고통을 물리치고 미소를 지울 수 있었다.


백년, 미치도록 긴 세월동안 날 건실하게 해주었던 건 알량한 희망 따위가 아니라 단 하나의 추억이었다.

안나, 의상은 좀 달랐지만 틀림없이 내가 한평생 사랑했던 사람이 용감한 사람이 맞구나.


“마지막으로” 거울세계의 한스는 안나의 팔을 꽉 움켜쥐어서 안나는 순간 얼굴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반드시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그 마음은 절대 잊지 마시고 과소평가하지도 마십시오. 꼭... 끝까지 이겨내시고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 사시길... (쿵!) 이제 가셔야 합니다.”


“잠깐 저도 질문이 있는데, 당신은 누ㄱ...”


“가세요! 어서! 시간이 없습니다!”


울부짖으려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남자는 안나의 시선과 걸음걸이를 그녀의 언니로 돌렸다. 안나는 한 번 고개를 돌려보고 올라프에게 노인을 돌보라는 말을 남기고 앞을 향해 나아갔다.


내가 걸리지만 않았으면 당신을 찾아 녹여줬을텐데... 안나, 어느쪽이든 당신은 살겠지...

결국 당신은 살아서... 어떻게든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서... 행복하게... 살거야...


안나의 뒷 모습이 눈보라에 막혀 차단되자, 그제서야 거울세계의 한스는 화롯불처럼 뜨거워진 눈과 꽉 묶어두었던 목에 힘을 풀고 눈물이 뺨에 흘러내리고 신음과 울음소리가 나도록 내버려두었다.


“눈사람” 울먹임을 멈추고 있는 힘을 쥐어짜 한스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올라프에요” 쾌할한 올라프도 이 상황에서는 밝고 높은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안나 공주님이 어떻게 진정한 사랑을 이루고 또 그 이후에는 어떻게 사셨는지 말해줘.”


“기꺼이”


처음에 진중하게 시작하더니, 올라프는 점차 자신의 이야기에 빠져 표정과 목소리를 이리저리 바꾸며 재밌게 이야기를 떠들어댔다.


“그렇게 공주님이 여왕님이 되고 우린 모두 살아난거에요!”


올라프는 환희에 찬 박수를 기대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한참을 기다리던 올라프는 노인에게 다가가 낌새를 확인하고는 자신의 팔을 움직여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눈동자를 감겨주었다. 늙은 장한의 입꼬리를 보니 가혹한 운명은 마지막에나마 웃음을 허락해주며 그를 거둬갔다.


향년 124세, 그 중 백 년을 혼자 살던 외로운 왕자는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다 떠났다.


한편, 한스는 마시멜로보다 두세 배는 더 크고 흉악하게 생긴 마시멜로들을 베면서 나아갔다. 한 대만 맞아도 죽을 것 같은 육중한 주먹이었지만, 한스는 그것보다 더 날쌘 마시멜로의 주먹과 발길질도 피해봤기 때문에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엘사에게 나아가면서 거울 세계의 자신이 내뱉은 마지막 말을 곱씹어봤다.


일행들이 이곳 얼음지옥과 불꽃지옥을 통과하고 너희들의 세계로 돌아가겠지만,

일행이 모두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며, 그 중 하나는 매우 높은 확률로 너가 될 것이다.


한스가 터놓은 길을 따라 뒤따라온 안나는 크리스토프와 엘사에게 합류할 수 있었다. 죽이느냐, 녹이느냐, 어느 쪽을 선택하건 가혹한 운명은 쉽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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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한스나이트’만 기억하시는데 저는 릴레이 소설 주제를 처음 읽었을 때(지금은 삭제되었지만) ‘한스나이트’보다도 ‘발암’이 더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발암 쪽으로 안 가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캐릭터 하나 끝장내고 플래그 하나 세웠습니다 ㅎㅎ. 과연 일행과 얼음 마녀는 어떤 운명을 맞이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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