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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릴레이 소설 [FROZEN: ETERNAL WINTER] 7화

ㅇㅇ(118.34) 2020.03.03 00:26:28
조회 649 추천 38 댓글 26


공지 및 순서: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4078074&s_type=search_all&s_keyword=eternal&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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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동상이라고요?"


한스의 말에 구덩이를 바라본 안나는 동상의 정체를 알아보고 비명을 질렀다.


"세상에, 허니마린!"

"뭐?"


동생의 외침을 들은 엘사가 곧바로 구덩이로 시선을 돌렸다.

비록 하얗게 얼어붙긴 했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엘사는 즉시 마법을 보내 그를 꺼내려 했지만 구덩이 속으로 들어간 마법은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내 마법이 닿지 않아... 어째서지?"

"게일! 도와줘!"


당황한 엘사가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사이 안나가 바람의 정령을 불렀다.

그러나 바람의 정령은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그 주변을 계속해서 맴돌았다.


"설마, 정령들도 들어갈 수 없는 거야?"


그때, 누군가 구덩이 아래로 밧줄을 던졌다.

엘사와 안나가 시선을 돌리자 두꺼운 나무줄기에 밧줄을 묶는 라이더의 모습이 보였다.


"라이더, 설마 내려가려고요?"

"네."


안나의 질문에 라이더는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엘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내려갔을 때 무사하리란 보장이 없잖아요."

"제 누나예요."


라이더는 자신의 몸에 밧줄을 두르며 대답했다.

그의 표정은 그 어떤 때보다도 진지해 보였다.

그때, 한스가 라이더에게 다가갔다.


"잠깐만요. 제가 내려갈게요."

"한스?"


라이더는 처음 보는 남자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한스 웨스터가드. 서던 제도의 왕자...였습니다. 그리고, 안나와 아는 사이기도 하고요."

"당신이 왜 나서는 거죠?"


자신을 소개하는 한스를 향해 엘사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말은 질문이라기보단 시비에 가까웠으나, 한스는 별로 개의치 않고 말했다.


"혼자서는 저 얼음 동상을 가지고 올라올 수 없어요. 가장 좋은 방법은 동상에 밧줄을 묶고, 위에서 잡아당기는 거죠. 그렇다고 무작정 끌어올리면 부서질 수도 있으니 누군가는 내려가야 하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힘도 있고 가벼운 사람이 내려가는 게 맞아요."

"그럼, 제가 내려가겠어요."


안나가 나서려 했으나 엘사가 그녀를 막았다.


"안나. 넌 여왕이잖아.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 통치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더욱 큰일이 날 거야."

"안나가 여왕이라고요? 하지만, 분명 엘사가..."


한스가 깜짝 놀라 되묻다가 입을 다물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누가 왕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당장은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더 중요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겠죠. 아무튼, 다방면으로 생각해 봤을 때 제가 내려가는 게 맞아요."


한스는 그렇게 말하며 라이더에게 밧줄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라이더는 처음 보는 이방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허리에 둘렀던 밧줄을 풀어 그의 몸에 직접 묶어주었다.

풀리지 않도록 단단하게 밧줄을 묶어준 라이더는 한스에게 말했다.


"부탁할게요."


한스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구덩이 앞에 선 한스에게 엘사가 다른 밧줄을 건네주었다.

안나는 그 밧줄의 끝을 나무줄기에 감고 있었다.


"다 됐어요!"


안나의 외침에 한스는 크게 심호흡하고 구덩이를 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구덩이를 내려가던 한스는 어느 순간 살이 찢어질 것 같은 추위를 느꼈다.


"큭!"


갑작스러운 추위와 고통에 한스는 신음을 흘렸다.

그러나 곧 그 고통을 받아들이며 계속해서 얼음 동상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칼로 도려내는 듯한 통증은 그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맞던 채찍질과 형제들의 폭행은 그의 맺집을 강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몸을 칼로 긋는 습관이 있는 한스에게 이런 고통은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자신의 몸에 날카로운 고통이 느껴지고 붉은 피가 스며 나와 하얀 피부 위에 맺히는 순간.

언제나 허무함과 불안감에 휩싸인 한스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자신의 몸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얼음 동상에 다다른 한스는 밧줄을 묶으려는 순간 그것이 동상이 아님을 깨달았다.

단순히 추위 때문에 손의 감각이 무뎌진 것으로 생각했으나 그의 손끝이 동상과 같이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한스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식하고 재빨리 동상을 묶기 시작했다.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한기에 떨리는 손으로 밧줄을 묶은 한스는 곧바로 위를 바라보았다.


"당겨요!"


그의 외침과 함께 사람들이 밧줄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구덩이 위의 사람들은 두 패로 나뉘어 한쪽은 한스를, 한쪽은 허니마린을 끌어올렸다.

한스는 얼음 동상을 껴안고 자신의 등을 벽 쪽으로 향했다.

그들을 묶은 밧줄이 흔들릴 때마다 한스의 등에 둔탁한 충격이 전해졌다.

그리고 한스의 손을 덮었던 하얀 얼음은 이제 그의 목까지 차올라 있었다.

사람들도 한스의 몸이 얼어붙어 가는 걸 보았는지 서두르라고 소리치며 더욱 빠르게 줄을 당기기 시작했다.


"한스! 손잡아요!"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안나와 라이더가 무릎 꿇고 손을 내밀었다.


"이쪽부터 받아요."


한스는 자신보다 먼저 허니마린을 위로 밀어 올렸다.

둘은 얼어붙은 허니마린을 먼저 잡아 위로 끌고 올라갔다.

이어 다른 사람들이 한스에게 손을 뻗는 순간, 한스의 눈동자가 하얗게 얼어붙었다.

그의 몸을 뒤덮던 얼음이 마침내 그의 두 눈까지 도달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스는 여전히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온 세상에 얼음이 가득했다.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추위가 그의 몸을 꿰뚫었다.

한스는 입을 열고 누군가 있는지 물어보려 했으나,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공기가 얼마나 차가운지, 그의 입속마저 얼어붙어 입김조차 나오지 못했던 것이다.

그의 얼어붙어 가는 폐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뜨거움을 호소했다.

고통과 추위 속에서 한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주변에 얼어붙은 순록과 사람들, 그리고 노덜드라의 천막 따위가 보였다.

조금 더 시선을 옮기자 얼어붙은 황량한 들판 저 너머 멀리 높은 산이 시야에 들어왔다.

물론, 그 산도 오직 눈과 얼음, 그리고 바위뿐인 산이었다.

그러나 조금 더 시선을 집중하자 그 산의 끝부분이 바위가 아니라 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검은 바위를 조각해서 만든 것 같은 그 성은 이 먼 거리에서도 성문이 보일 정도로 엄청나게 거대했다.


"끼에엑!"


어디선가 괴물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한스는 소름이 돋아나는 걸 느끼며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보려 했다.

한스가 고개를 들어 올리려는 순간, 갑자기 시야가 확 밝아졌다.


"한스! 정신이 들어요?"


시야가 되돌아왔을 때 한스는 몸이 흔들거리는 것을 느끼며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청록색 눈동자를 보았다.

한스는 자신도 모르게 붉은 머리카락을 향하여 손을 뻗으려다가 정신을 차렸다.

그는 시선을 돌려 자연스럽게 엘사에게 손을 뻗었고, 그녀는 한스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었다.

엘사의 도움으로 상체를 일으킨 한스는 작게 감사 인사를 하며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어지럽던 정신이 조금 맑아진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고, 자신이 천장이 없는 마차에 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스가 안나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디죠? 얼마나 시간이 흘렀고요?"

"여전히 노덜드라에요. 시간도 얼마 안 흘렀고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구덩이에서 당신을 꺼내려던 순간, 허니마린처럼 당신도 얼어붙었고 우린 급하게 당신을 빼냈죠. 그러자 천천히 원래대로 돌아오더라고요. 하지만, 허니마린은 아직 얼어있는 상태에요."


안나의 설명이 끝나자 엘사가 말을 덧붙였다.


"일단은 싱크홀을 피해 다들 움직이기로 했어요. 언제 더 넓어질지 모르니까요. 그래도 당신 덕분에 분위기는 조금 나아졌네요."

"네?"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구했잖아요. 좀 더 지켜봐야 확실해지겠지만."


엘사의 말에 한스가 자신의 턱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한스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쩌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잠깐, 뭐라고요?"


한스의 말에 안나가 놀라 물었다.


"얼어있는 동안, 어떤 장소를 봤어요. 끔찍한 추위 속에 모든 것이 얼어붙어 있는 장소를. 그 장소에 사람을 포함해서 여러 물건들이 얼어붙은 채로 있는 걸 봤어요."

"좀 더 자세히 말해봐요."


엘사의 요구에 한스는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전부 말해주었다.

그의 설명을 들은 엘사가 혼잣말을 했다.


"어쩌면, 아토할란과 연관이 있을까?"

"아토... 뭐요?"

"아토할란이요. 모든 기억을 간직한 강이 있어요."

"제가 본 장소엔 강 비슷한 것도 없었어요."

"빙하도요?"

"네. 오직 얼어붙은 황야와 산뿐이었죠."


한스의 말을 들은 엘사가 생각에 잠기려는 찰나, 안나가 제안했다.


"패비를 만나러 가자. 패비라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몰라."

"지금으로선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겠네."


안나의 제안을 받아들인 엘사는 움직이는 마차에서 내려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걷고있던 옐레나에게 다가갔다.


"옐레나, 어쩌면 구덩이에 빠진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녀의 말에 부족장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게 정말인가요?"

"확실하진 않지만요. 그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잠시 노덜드라를 떠나야겠어요."

"알겠습니다. 다른 부족원들에겐 제가 말해두지요."


옐레나에게 말을 마친 엘사가 돌아오는 것을 보며 안나와 한스도 마차에서 내렸다.


"바로 가자. 여기서 길을 벗어나면 근처에 강이 있어. 그곳이라면 녹크를 불러낼 수 있을 거야."

"녹크?"

"당신을 태우고 왔던 물로 된 말이요."


그 말을 들은 한스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말 하나에 셋이 타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녹크는 단순한 말이 아니에요."


엘사가 한스의 질문을 일축했다.


"정령이죠."






"나도 많이 변했군."


한스는 눈앞의 상황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전 같았으면 살아 움직이는 돌덩이들을 보자마자 기겁을 했을 터였다.

그러나 이제는 뭐가 나타나도 놀랍지 않았다.

오히려 눈앞의 트롤들을 보면서 이 정도면 평범한 축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스는 그들보다 안나의 옆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금발 남자에게 더 신경이 쓰였다.

그는 한스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하면 그때처럼 턱을 날려버리겠다고 엄포까지 놓은 상태였다.


"패비, 도움이 필요해요."


엘사의 말에 패비가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엘사, 저는 더이상 마법을 쓸 수 없습니다."

"알아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여전히 많은 걸 알고 계시잖아요. 여기 한스가 본 것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요."

"무엇을 보셨죠?"

"얼어붙은 세상을 보았습니다."


한스는 자신이 본 것을 다시 설명했다.

그의 말을 들은 패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겠군요."


패비는 그렇게 말하며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들어 올렸다.

한스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패비의 손짓을 따라 허공을 향했다.

그러나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고, 패비가 멋쩍게 손을 거두었다.


"습관이란 건 참으로 무섭군요. 아무튼, 당신이 본 장소는 아마도 저승일 겁니다."

"저승이요?"


트롤의 말에 크리스토프가 되물었다.


"네. 정확히 말하자면, 저승 중에서도 얼음의 땅이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불의 땅과 얼음의 땅 사이에 있습니다. 그 둘이 균형을 이루는 장소가 바로 이곳인 셈이지요."

"그럼, 갑자기 생긴 구멍은..."

"네. 각각 저승과 연결된 겁니다."

"하지만, 왜죠? 왜 갑자기 아렌델과 노덜드라에 구멍이 생겨난 걸까요?"


안나가 물어보자 패비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균형이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마도 댐과 관련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하나는 아렌델에, 하나는 노덜드라에 생겨난 것이지요."

"균형을 회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여왕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던 패비가 말했다.


"저도 정확한 방법은 모릅니다. 하지만, 각각의 저승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은 얼음의 땅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성으로 가십시오."

"하지만, 거기에 도착하기도 전에 얼어붙을 겁니다."


한스의 말에 패비가 자신의 몸에서 수정을 꺼내 일행들에게 하나씩 건네주었다.


"이 수정이 추위와 열기에서 당신들을 지켜줄 겁니다. 하지만, 조심하십시오.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보호일 뿐, 오랜 시간을 지켜주지는 못할 겁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죠?"

"아마도 삼일 정도... 더 짧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할 거예요."


안나가 자신의 가방에 수정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조심하십시오. 저승은 이곳과 전혀 다른 세상입니다. 정령들은 여러분을 도울 수 없을 겁니다."

"우린 언제나 서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했어요."


크리스토프가 당당하게 말하자 그의 가족들이 미소 지었다.

그들의 유대감이 얼마나 강한지를 느끼며, 한스는 씁쓸함을 느꼈다.

자신은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저런 유대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모든 대화가 끝나자 엘사가 녹크를 불렀고, 곧 물로 된 말이 이끄는 마차가 솟아올랐다.

엘사를 시작으로 안나, 올라프, 스벤, 한스가 타자 마지막으로 크리스토프가 자리 잡았다.

안나가 고개를 살짝 내밀어 트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럼, 우린 가볼게요, 패비. 아렌델을 잘 부탁해요."

"행운을 빕니다."

"가자, 녹크."


엘사의 말을 들은 녹크가 물 위를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가벼운 분위기의 소설이 아니라 많이 당황했습니다.


이번 화로 어느 정도 플롯 정리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다음 순서는 '문학닉' 님입니다.


기한은 3일 뒤까지 입니다.


다들 건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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