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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릴레이 소설 [FROZEN: ETERNAL WINTER] 3화

ISeektheTruth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25 23:48:03
조회 645 추천 43 댓글 46

2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4019129&search_pos=-3891863&s_type=search_all&s_keyword=%EB%A6%B4%EB%A0%88%EC%9D%B4&page=1




2020 릴레이 소설






FROZEN: ETERNAL WINTER





3





안나는 집무실 책상에 앉아 커다란 서류더미와 씨름하고 있었다. 여왕의 자리에 오른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무역협정은 언제나 그녀의 골머리를 썪였다.

아렌델은 주변 국가 중 손꼽히는 무역국이었다. 서쪽제도부터 위즐튼까지, 모든 수출품은 아렌델을 거쳐갔다. 아렌델 국민들은 대부분 무역업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다시 말하면, 무역협정의 성공여부는 그녀의 백성들의 생존여부와 같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같은 서류를 세번째로 검토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서류더미에서 고개를 들었을 때, 카이가 그녀의 책상 옆에 서 있었다. 그는 늘 그렇듯 근엄한 표정으로 찻잔과 찻주전자가 놓인 쟁반을 들고 있었다. 안나는 밝게 웃으며 깃펜을 내려놓았다.



"카이! 갑옷처럼 서있지 말고 부르지 그랬어요?" 안나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여러 번 의견을 여쭈었습니다만, 폐하. 어찌나 깊이 집중하시던지 듣지 못하시더군요."


카이가 한쪽 눈썹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카이는 안나에게 가족과 같았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도 카이는 그녀와 언니를 충직하게 돌봐주었다.


"미안해요. 무역 협정은 여러 번 경험해도 익숙해지질 않네요. 언니는 훨씬 잘했을텐데."



안나는 한숨을 쉬며 턱을 괴었다. 카이는 쟁반위에 있는 잔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차를 따랐다. 안나는 잔 위로 손부채질을 하며 숨을 크게 들이마쉬었다. 은은한 민트향이 콧속을 가득 채웠다. 카이는 찻잔을 그녀의 앞에 놓아주었다.


"그건 누구나 그렇습니다, 폐하. 상왕 폐하께서도 똑같으셨지요. 익숙해지는게 아니라 좀 더 대범해지는 것 뿐입니다."


"대범해진다고요?" 안나가 찻잔을 들어올리며 물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상대방의 수를 파악하고 압도하는거죠."


"와, 카이. 당신이 저보다 잘하시겠는데요?" 안나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카이는 그런 안나의 모습을 모여 미소를 지었다.


"아그나르 전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아버지께서요?" 안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카이는 흐트러진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


"아버님께서도 폐하처럼 갓 즉위하셨던 시절이 있었지요. 어린 나이에 홀로 아렌델을 이끌어가시던 때, 폐하께서도 무역협정을 아주 어려워하셨습니다. 백성들의 생존이 달려있는 문제였을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강대국에서 불합리한 조건을 제시해왔습니다. 십수명의 신하들이 매달려 고민했지만 어느 누가 봐도 불공정한, 그러나 받아드릴 수 밖에 없는 제안이었죠. 다들 아렌델의 미래를 걱정하며 탄식했습니다. 하지만 폐하께서는 당당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셨죠. 그 모습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을 안심시켰습니다. 한 용감한 이가 나서 물었지요. '감히 여쭙습니다만, 폐하. 두렵지 않으십니까?'“


“아빠는 뭐라고 대답하셨나요?”


“‘두렵다네.’”


“그게 다예요?”


“‘하지만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한 이상, 우리는 상황을 압도할 수 있지.’”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폐하께서 아시다시피, 아직도 아렌델은 건제합니다.”



안나는 그에게 미소지었다. 카이는 웃으며 말했다.



"폐하께서도 훌륭하게 해 내실겁니다. 상왕 전하께서 그러셨듯이 말이죠. 폐하께서도 아버님의 따님이시니까요."



창밖에서 울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안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조그만 울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가슴에 난 노란 털을 부리로 고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 모습을 보며 미소지었다. 시선을 느낀 새는 주변을 재빠르게 두리번거리다 바쁘게 자리를 떠났다. 안나는 카이를 올려다보았다.



안나가 카이에게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그녀는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방금 흔들리지 않았어요?”


“예?”


“방금 땅이,”



안나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집무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카이는 허둥지둥 그녀를 의자에 앉히고 책상에 놓인 서류더미를 붙잡았다. 안나는 의자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거센 진동에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그때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안나! 괜찮아요?”


“크리스토프!”



크리스토프는 몇 번씩 넘어질 뻔하면서 안나에게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다. 포마드를 발라 단정하게 넘긴 머리는 엉망진창이 되어있었다. 그의 이마는 식은땀으로 번들거렸다.



“무슨 일이예요?”


“여길 나가야 해요.”


“무슨 일이냐고요!”


“안나, 제발 나가서 얘기해요.”


“크리스토프!”



안나는 불안한 눈으로 그녀의 약혼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 입을 열었다.



“마을 한 가운데 구멍이 생겼어요.”


“뭐라고요?” 그의 말은 그녀에게 한 낮에 꾸는 꿈처럼 들렸다.


“마을 중앙 지면이 가라앉았어요. 구멍이 뚫린 것처럼.” 크리스토프가 힘겹게 말했다. 안나는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말도 안되요. 마을 중앙이라면 시장이 있는 곳이잖아요. 분수대랑, 그리고 빵집도,”


“전부 사라졌어요. 마치 파도에 가라앉은 것처럼. 이제 그 자리엔...”


“안 돼, 안 돼, 안 돼!”


“안나!”



안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무실을 뛰쳐나갔다. 그녀는 마을을 향해 달렸다. 안나는 성의 높은 곳에 위치한 집무실이 원망스러웠다. 커다란 성을 만든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수많은 계단을 만든 높은 성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성을 만든 선조들이 원망스러웠다.


사람들이 시장 입구를 겹겹이 애워싸고 있었다. 그녀가 달려가자 사람들은 자리를 비켜 길을 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시장 입구에 다다랐을 때 안나는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언제나 활기찬 분위기를 풍기던 시장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곳에는 붉은 불꽃이 일렁이는 깊고 커다란 구덩이 밖에 없었다.




2020 릴레이소설 'FROZEN: ETERNAL WINTER' 3화입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ㅜㅜ 열심히 써보려고 했는데 이런 장르는 처음이라 어중간하게 됐네요...


​다음 차례는 '병풍과노루'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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