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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퓨전?/장편] 아래대 표류기(雅騋垈 漂流記) - CH.18

프소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18 23: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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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7: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962641


CH. 18


1843.5.23(火) 오전 11시


진우는 걸어가면서 이런 신성한 장소에다 대고 토를 하면 자신이 어떤 벌을 받을지 내심 궁금해졌다. 가뜩이나 과거에 대한 생각 때문에 밤을 샌데다가, 아토할란에 오면서는 흔들리는 물 위에서 말 타기, 아토할란 안에서는 급경사 얼음 미끄럼틀 타고 나니 그의 머리는 어지러우면서 약간 헛구역질이 나기 시작했다. 그나마 초콜릿 같은 간식만 조금 먹고 온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우욱!"

“진우야, 너 정말로 괜찮아? 안색이 상당히 안 좋아 보이는데.”


엘사는 그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올라프 역시 그의 등을 두드려주려 했지만, 그는 올라프를 필사적으로 막았다.

진심으로 이렇게 깨끗하고 맑은 얼음바닥 위에서 자신이 손수 만든 초콜릿 피자(?)를 보기 싫은 그였다.

“크흠! 괜찮소. 어제 그냥 많은 일들이 지나가다 보니 잠을 좀 설쳤구려.”


그녀는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때마침 그들은 방 앞에 도착했다. 셋은 서로를 한 번 본 뒤 바로 들어갔다.

마치 수 십 개의 거울이 막무가내로 붙어 있는 것처럼 진우는 자신의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내부는 따뜻했다.

하지만 이 넓이에 아무것도 없다보니 거대한 정적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집어 삼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여기에 그냥 서있으면 되는 거요?”

“그렇지. 내가 찾고 싶은 과거를 계속 생각하면 그게 나오더라고.”


그렇게 셋은 방의 중간에 앉아 주위를 계속 살펴봤다. 갑자기 여러 장면들이 난립하면서 빠르게 지나가기 시작했고, 눈 앞에 펼쳐진 엄청난 양의 정보에 진우는 우왕좌왕하다가 한 곳에 시선이 꽂혔다. 처음에 그것이 그저 오랜 과거를 지나면서 나오는 장면인줄 알고 무시하려 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그 풍경들이 너무나도 익숙했다. 그는 그쪽 벽을 빤히 바라봤고, 장면들이 그의 시선에 맞춰 조금 천천히 흘러가자, 진우는 고개를 고정한 채 천천히 걸어갔다.


“왜 그래?”


엘사는 갑자기 일어난 진우를 의아하게 보다가 그가 바라보던 화면을 보고 말을 멈췄다. 거기서는 조선의 마을 사람들이 도륙되면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사람들 시체 위에서 해적들이 집들을 태우고 있었다. 우리에서 빠져 나가는 가축들 역시 고기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말들은 길목을 휘젓고 다니면서 보이는 사람들을 다 베고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노약자였기에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었다.

엘사는 그 끔찍한 광경에 잠깐 세게 눈을 감았다 다른 곳을 향해 떴고, 올라프는 엘사가 본 곳을 같이 보다가 도저히 안되겠다는 듯 스스로 머리를 반대로 돌려 다른 것을 찾으려 했다. 엘사는 그것을 계속 바라보고 있는 진우를 말릴까도 생각했지만, 지금 그가 겪고 있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잘 알기에 그녀는 다른 말 없이 어깨를 두드렸다.

“우리가 먼저 찾고 있을게.”

엘사는 조용히 말했고, 진우는 시선은 고정한 채 고개만 끄덕였다.


///


어머니는 마룻바닥에 파 놓은 작은 공간에 들어가 있다 나가는 문소리가 들리자 다시 나왔는데, 이미 집 안은 불길에 삼켜지고 있었다. 그걸 본 그녀는 공간에서 나와 바닥에서 일어나 서둘러 주위를 둘러봤다. 불이 집안으로 들어오고 있어 그녀는 뛰쳐나가려고 문을 향해 갔지만, 사람들의 비명과 칼들과 창이 그림자가 보이자, 칼에 찔려 죽느니 건물에 깔려 죽는게 낫다고 생각했는지 남아 있던 벽에 몸을 기대 앉았다. 그 옆모습에서는 강한 체념이 느껴졌다.

“진우야.”


그녀가 약하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살짝 올렸는데, 그 시선이 진우의 눈과 바로 마주쳤다.

그의 몸은 더더욱 떨렸고, 한 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다.


“아까 약과도 다 만들어 놔서 서찰(書札)이라도 보내려 했는데 너무 늦었구나. 지금 여기가 이럴 정도면 거기는 한창 힘들겠네. 네 무술실력은 내 잘 알지만 그래도 항상 몸 조심 해야 한다. 어미가 없어도 밥도 잘 챙겨먹고...관직도 오르고...나중에 참한 처자도 만나서 자식도 낳고...”


어머니는 잠시 눈을 깔고 바닥을 내려봤는데, 불에 집이 타들어가는 그 순간에도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지나는 듯 보였다. 그녀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며 ‘아이고 어떡하나..’라는 말을 작게 했지만, 코를 훔치고 고개를 몇 번 젓더니 다시 고개를 진우 쪽으로 돌렸다.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를 띄고 있었다.


“항상 씩씩해야 된다, 내 새끼.”


집이 무너졌다.


///


엘사는 진우가 무너지자 아무 말 없이 그의 어깨를 잠시 토닥여 줬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조금 지나도 추스리지 못하는 듯 했고, 엘사는 조금 더 기다리는 동안 제일 큰 벽을 바라봤다. 많은 장면들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그 정보 자체가 너무 오래 전이어서 난항을 겪고 있었다. 순간 전에 옐레이나가 말해준 아이드나가 생각나 그녀의 행적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그녀가 에릭 대령과 같이 그 장소에 간 것을 발견햇다.

그 곳은 본도(本島) 최북단의 호수 근처였다.


“찾았다.”


장소가 생각보다 가까운 것에 기쁘기 보다는 화가나 약간 울컥했다. 저런 곳에서 그딴 계획을 세우다니!

엘사는 진우에게 말을 해주려고 몸을 돌렸는데, 갑자기 올라프가 그녀를 소리없이 톡톡 쳤다. 올라프 역시 시선이 한쪽에 고정되어 있었다.

“올라프, 지금은 다른 거 볼 시간 없어.”

“아니, 엘사, 이거는 정말로 봐야 될 것 같아.”


올라프의 이런 명령적인 톤은 흔치 않았기에 엘사는 의아했고, 그녀는 쭈그려 앉아 올라프가 보던 것을 같이 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어제였고, 장소 안에는 패비 할아버지와 진우 밖에 없었다.


‘우리가 나가고 바로 뒤인가 보네.’

“올라프, 이건 그냥 둘이 얘기한 거잖아. 다른 거나 찾아보자.”


“아니, 계속 봐 봐.”


단호한 올라프의 말에 엘사는 그렇게 계속 보게 되었고, 그녀의 눈은 점점 더 충격에 쌓여가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분노와 죄책감이 뒤섞여 얼굴이 일그러져갔다. 올라프 역시 다시 봐도 충격이 컸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양 가지로 입을 막았다. 올라프가 옆을 봤지만, 그녀의 표정을 봤을 때 최소한 지금은 자신이 안아주기 보다는 둘이서 얘기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진우는 다짐을 한 듯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곧바로 엘사가 그를 부르려는 것이 생각이나 뒤를 돌아봤다.


“낭자, 기다려줘서 정말로 고맙소.”


엘사가 대답이 없자 혼자서 다시 주위를 보다가 아이드나와 에릭 대령이 들어가는 장소가 화면 크게 반복 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 찾았구려! 그래도 빨리 찾았소.”

진우는 아무 일이 없다는 듯 말했지만 엘사와 올라프는 구석에서 계속 쭈그려 앉아 있자, 그는,

“다른 거라도 발견했소?”

라고 물으면서 다가갔고, 엘사는 그때서야 일어나 진우를 돌아봤다.

엘사의 절망스러운 분노에 찬 눈은 빨개져 있었고, 그런 엘사에 진우는 자신이 운 것 때문에 그런 줄 알고 당황해 했다.

“어...정보를 먼저 찾았어야 했는데, 내 사적인 것만 계속 봐서 정말로 미안하오.”

“누가 그것 때문이래!”


엘사는 격앙된 목소리로 진우의 한쪽 팔을 낚아챈 다음, 그가 끼고 있던 장갑을 벗겼다. 손을 바라만 보면 바로 보이기도 했고, 얼음천국인 곳을 간다기에 끼고 있던 장갑들이었다. 전에는 빛에 비춰야 겨우 보였던 프랙탈이 이제는 선명히 드러나고 있었다. 올라프는 숨을 들이키며 놀랬고, 엘사는 미간을 더 찌푸리며 그를 노려봤다. 당연히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막상 그 결과를 눈 앞에서 마주하니 그녀는 눈물이 한 두 방울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제서야 진우는 그녀의 감정변화의 이유를 알아차리면서 표정을 폈다.


“아...설마..”

“그래! 다 봤어. 그리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진우는 엘사가 말을 안 한 것에 화난 줄 알고 사실을 섞어가며 말을 얼버무렸다.


“소인도 어제 안 사실이었고, 지금 더 급한 문제가 있어서 이 문제가 해결 되면 얘기를 해주려 했었...”

“그게 아니라, 어떻게 그렇게 평온하게 있을 수 있냐고? 정령들이랑 나한테 화도 안나? 차라리 그걸 알자마자 나한테 찾아와서 화풀이나 한풀이라도 하던지, 그런데 어떻게 나를 이렇게 똑같이 대해 줄 수 가 있어? 지금 네가 네 운명대로 흐르지 못하게 된 것도 다 나 때문인데!!”


엘사는 선채로 숨을 몰아쉬다 그대로 다시 주저앉아버렸다.

정말로 자신의 마법이 축복인지 모르게 되었다.

최소한 어머니를 만나며 이제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당당해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당당함 때문에 피해자가 또 생겨버렸다.

게다가 이번에는 자신이 고치지도 못할 정도의 상처를 남겨버렸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진우는 그런 엘사를 내려다 봤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해야할까? 욕? 한탄? 위로?

그리고 어떻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속된 말로 정령 이 XX새끼들이 자기네 영구적인 노비가 필요해서 자신을 살린 건데.

다만 만약에 그녀도 알고 있었다면 이 분노가 가시지 않았겠지만, 지금 그의 심장을 통해 느껴지는 그녀의 죄책감과 절망은 진심이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에게 미안해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그에게는 고마웠다.

만약에 그런 것도 없었다면 너무나도 공허하고 슬펐을테니까.


“그만 우시오. 지금 울고 싶은 건 소인인데 그렇게 있으면 소인이 어떻게 울고 있겠소?”


진우는 쪼그려 앉아 울고 있던 엘사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엘사는 진우를 올려다 보았지만 다시 감정이 요동치는 듯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진우는 이런 분위기를 못 참고 다시 고개를 숙이려는 엘사의 양볼을 잡고 꾹 누르면서 머리를 들어올리게 했다.


“!?”


진우는 그렇게 눌려진 엘사가 귀엽고 웃기기는 했지만 갑작스럽게 웃으면 그것도 이상할 테니 한번 꾹 참은 채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이 아니라, 저것의 위치를 알고 대비를 하는 것이오.

그리고 으쯔듰든 그것 덕분에 이렇게 세상을 더 볼 수 있지 않겠소? 그러니 너무 심려치 마시고 지금은 요르뭉간드에 신경 씁시다.”


진우는 다시 일어섰다. 그래. 최소한 지금은 이거로도 됐다.

하지만 최소한 이말은 꼭 해야 될것 같았다.


“...물론 나중에 그 땅 새끼를 돌판 삼아 브루니도 구워 먹을거요. 그러니 그 때는 말리지 마시오.”


그 말에 그녀는 아주 조금 웃기 시작했고, 올라프는 그제서야 앉아있던 그들을 한 번에 꼭 껴안았다.

올라프가 차갑기는 해도 어차피 감정이 요동쳐 열이 났기 때문에 오히려 올라프의 포옹이 편안했다.

진우의 말에 힘입어 엘사는 다시 일어났다. 그 때, 바닥에 빨간 피가 보였다.


“? 소인 피는 아닌데?”

“엘사, 갑자기 왜 코피를 흘려?”


엘사는 손가락으로 인중을 훑자 거기에는 새빨간 피가 닦였다.


"?"


순간 그녀의 주변은 암흑 밖에 남지 않았다. 갑자기 닥친 어둠에 엘사는 손에 마법을 든 채 주위를 경계했다.

어떠한 형체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 형체는 자신의 모습과 일치했다. 단지 그것의 눈은 보이지 않은 채 날카로운 이빨의 입만 보였을 뿐.

엘사는 그것을 향해 얼음을 난사했지만, 그것은 그걸 다 뚫고, 결국에는 엘사의 코 앞에 다가왔다.

호랑이앞에 있는 사슴마냥 그 압도감은 엘사의 몸 전체를 짓눌렀다.


“아, 불쌍한 아이야. 너는 항상 죄책감에 둘러싸여있었지. 하지만 곧 괜찮을거야.”


엘사의 눈 앞에 있던 그것은 입이 찢어지게 웃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같이 가서 축제 전야(前夜)를 즐기고 있자!


그리고 어둠이 그대로 둘을 덮어버렸다.


///


“엘사, 엘사! 정신 좀 차려!”


진우가 그녀를 무릎에 눕힌 채 계속 흔들었다.

방금 일어나던 그녀는 피를 보자마자 무언가에 갑자기 얻어맞은 듯 그대로 쓰러지려 했고, 그것을 그는 겨우 받아냈다.

지금 진우 역시 머리가 쪼개질 듯 아프면서 코피를 약간 흘리고 있었고, 올라프도 휘청거리는 걸 보니 엘사가 쓰러진 것의 후폭풍인 것 같았다.


그러고는 그녀는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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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항상 올리기 직전에 생각나는 것들이 상당하네요ㅋㅋㅋㅋㅋㅋㅋ

벼락치기의 효과인가 봅니다?

그래도 추가 된게 어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수정 20.02.18 - 추가 문구)

[

그리고 아까 알림글 쓰면서 생각이 언뜻 났는데, 다음 화는 두 화로 나눠놓은 것을 한번 붙여볼게요!

조금 길겠지만 진도는 더 빨리 나가지 않을까 희망해봅니다.

]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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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9: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4002263

통합링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942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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