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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크로스오버] 얼티밋 스파이더맨-프로즌 웹 19화

차빙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17 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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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아!! 엄마야아아아아아아!!!"


두려움. 거미줄을 여기저기 쏘아대며 숲 속을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에게 매달려 있는 엘사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감정은 두려움 단 하나 뿐이었다. 여왕이 자신의 결정을 후회한 경험이야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겨울왕국을 본 독자라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빠른 시간 안에 즉각적으로 깊은 후회를 하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스파이더맨에게 웹스윙을 부탁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무서울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역시 단순한 흥미에서 발현된 호기심은 이성적으로 접근해서 검토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거였어. 이렇게 막무가내로 하고 싶다고 해서 막 시도해보기 전에! 그런 건 안나같은 애들만 하는 거니까! 물론 안나는 그런 점이 귀엽긴 하지만... 난 왜 갑자기 머릿속으로 혼자 자문자답을 하는 거지? 피터한테 옮은 건가? 그보다 무서워!! 무섭잖아 이거!!

마치 누가 장대를 가져와서 뇌를 마구 뒤섞어놓은 듯 온 정신이 잔뜩 헤집어져 혼란스러워진 엘사는 두 눈을 꼭 감은 채로 스파이더맨의 탄탄한 등짝에 의지한 채로 평생 안 지르다가 노래할 때나 주로 사용하던 고성까지 써가며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안 그래도 성량이 풍부한데다 공포심으로 목소리의 톤이 급격히 올라가니 온 숲 속에 엘사의 비명이 마치 핵폭탄 터진 소리마냥 쩌렁쩌렁 울려퍼졌고, 그 비명 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듣는 스파이더맨은 고막이 터질 지경이었다. 여왕의 목소리는 언제나 허스키하면서도 감미로웠지만,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여왕님!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귀를 틀어막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스파이더맨이 소리쳤다. "100퍼센트 안전하다니까요! 거미줄로 허리도 묶었잖아요!"


"그치만 무서운걸! 넌 대체 어떻게 이렇게 높은 곳을 겁없이 날아다닐 수 있는 거니??" 엘사가 비명을 지르다시피 목에서 소리를 쥐어짜내며 말했다.


"이 정도는 저한테 높은 곳도 아니예요. 뉴욕 시의 고층 빌딩은 이 숲의 나무들보다 수 배는 더 높은걸요!" 스파이더맨이 습관적으로 어깨를 으쓱하자 엘사는 깜짝 놀라 더욱 그의 어깨에 강하게 매달렸다. "여왕님, 진정하시라니까 그러네, 하 이거 참... 먼저 웹스윙하고 싶다고 말했던 건 여왕님이었잖아요?"


"나도 어이가 없긴 한데 진짜로-꺄아악!!" 엘사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떠 스파이더맨을 쳐다보려다 바로 눈앞에 날아든 나뭇가지를 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 스파이더맨은 나뭇가지가 엘사에게 닿기 바로 직전에 손을 뻗어 가지를 뚝 부러뜨렸다.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요, 나랑 있으면 100퍼센트 안전하다고." 스파이더맨이 부러뜨린 가지를 멀리 휙 던져버리며 말했다. "그렇게 무서우시면 좀 쉬었다 갈까요? 아직 왕국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으응. 그, 그러자." 엘사는 차마 스파이더맨을 보지는 못하고 겨우 고개만 끄덕였다. "조금 맘이 정리되면 다시 출발하는 게 좋겠어..."


스파이더맨은 쉴 곳을 찾으려 주위를 둘러보다 어딘가를 발견하고 마스크 너머로 미소를 지었다. "저기 쉬기에 딱 좋은 곳이 있네요! 여왕님, 꽉 잡으세요!"


스파이더맨이 갑자기 큰 동작을 취하자 여왕은 스파이더맨을 꼭 붙들고 그의 목 뒤에 자신의 얼굴을 밀착시켰다. 특수소재로 이루어진 옷 사이로 흘러나오는 기분 좋게 산뜻한 탈취제 냄새 사이로 흐릿하고 짭짤한 땀냄새가 번져나왔다.

스파이더맨은 초창기 철없던 초보 히어로 시기에는 슈트를 몇 달 동안이나 세탁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서서히 철이 들면서 위생이 자신에게나 자신이 구하는 사람들에게나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 이후로는 항상 주기적으로 자신의 슈트를 깨끗하게 세탁하고는 했다. 물론 히어로 활동은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활동이었고 스파이더맨의 전투 스타일은 모두가 알다시피 온몸을 사용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전법이었기에 몸에서 흐르는 땀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스파이더맨에게 있어서도 불가능한 과제였다. 때문에 스파이더맨은 항상 베이비 파우더와 탈취제를 가지고 다니며 몸에 뿌리고는 했다.

때문에 엘사는 매일같이 땀으로 범벅이 된 스파이더맨을 마주하면서도 별다른 악취를 느끼지 못했다. 위생 관념이 철저하다는 사실은 그러한 점들을 매우 중요시 여기는 엘사에게 있어서는 스파이더맨에 대한 또 다른 플러스 요소였다. 차마 안나의 눈치가 보여서 말하지는 못했지만 크리스토프가 악취나는 옷을 입고 올 때마다 얼마나 지적하고 싶었는지.


스파이더맨은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하며 언덕 위에 사뿐히 착지했다. "여기서 잠깐 쉬어가죠. 이제 눈 뜨셔도 괜찮아요."


스파이더맨이 엘사를 땅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자 엘사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마침내 꼭 감았던 눈을 떴다. 두 사람은 주위를 둘러싼 높은 산봉우리들에 비교하면 그다지 높지 않은 언덕 위에 올라서 있었다. 겹겹이 쌓인 언덕 너머로 아렌델의 친숙한 풍경이 보였다. 내가 눈을 감고 있는 사이에 이렇게나 가까이 왔나 싶었지만 여전히 걸어가기에는 먼 거리였다. 아이스 몬스터가 자신들을 정말 멀리까지 끌고간 모양이었다.


스파이더맨은 마스크를 벗고 한숨을 내쉬며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쳐냈다. 엘사는 스파이더맨의 땀으로 떡진 머리를 발견하고 재빨리 얼음 손수건을 만들어내 스파이더맨의 땀을 몸소 닦아주었다.


"땀이 많이 났구나. 피터, 나 때문에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니?" 엘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난 그냥 걸어가도 괜찮아. 웹스윙은 다음에 하고..."


"제가 해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여왕님.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하겠어요. 그리고 이 땀은 아까전에 아이스 몬스터랑 싸우다 난 거예요." 스파이더맨이 동산 위에 쌓인 눈 위로 조심스럽게 다리를 굽히고 앉으며 말했다. "아, 혹시 땀냄새 때문에 불쾌하신가요? 슈트를 좀 더 자주 빨걸 그랬네."


"아,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네가 힘들어하진 않을까 걱정이 돼서 그래. 내가 여간 무거워야지." 엘사는 부끄러운 듯 우물쭈물하며 시선을 피했다.


"여왕님이 무겁다고요?" 스파이더맨은 코웃음을 쳤다. "여왕님, 전 맨몸으로 자동차도 들어서 집어던지는 사람이예요. 여왕님이 아무리 무거워봤자 저한테는 거기서 거기라구요. 그리고 여왕님처럼 날씬하신 분이 무거울 리가 있겠어요?"


"그래도 사람한테는 체중이라는 게 있잖니. 아무리 마른 사람이라도 기본적으로 다들 50킬로 이상은 나가는데..."


"여왕님, 전 사람 들 때 체중이고 뭐고 그런 거 전혀 신경 안 써요. 그러니까 너무 미안해하지 마세요. 제가 100킬로 넘는 사람을 들고 다녔던 게 한두 번이 아니라니까요?" 스파이더맨이 말했다. "다 꾸준한 훈련과 노력 덕분이죠."


엘사는 항상 스파이더맨이 시도때도 없이 파쿠르를 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높은 곳을 한번에 넘어다니고, 심지어는 공중제비를 하루에도 수십 번은 더 돌면서도 어떻게 체력을 유지하는지가 궁금했다. 스파이더맨은 꾸준한 훈련과 노력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며 몬스터의 습격이 없는 평소에도 일반인보다 더욱 높은 강도의 훈련을 거리낌없이 수행해내고는 했다. 가령 성벽에 거꾸로 매달려서 양 팔에 무게추를 매달고 윗몸일으키기를 한다던지.

노장 라그나르는 그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지지 않겠다며 스파이더맨을 따라 똑같은 강도의 훈련을 하려 했지만, 도리어 허리를 삐끗해 며칠을 침대에 드러누워야 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 사건이 있은 후 다른 병사들은 스파이더맨의 훈련을 따라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오로지 기초체력이 탄탄한 크리스토프만이 비슷하게 흉내라도 낼 수 있었지만, 이런 훈련이 익숙한 스파이더맨과 달리 크리스토프는 훈련이 끝날 때마다 항상 기진맥진해서 돌아오고는 했다.

엘사는 가끔씩 안나와 함께 스파이더맨의 훈련을 참관하며 그의 뛰어난 운동신경에 감탄하는 한편, 이 정도로 거칠게 훈련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슈퍼히어로의 삶이란 어떤 것일지, 그리고 스파이더맨은 대체 얼마나 큰 노력을 거듭했기에 이토록 완벽한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었는지 묻고 싶었다. 엘사는 동시에 강력한 마법을 가지고도 아렌델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 한심해보였고, 스파이더맨처럼 되고 싶으면서도 싸움을 극도로 꺼리는 자신의 모순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고민들은 스파이더맨과 함께 어울려다닐때면 눈 녹듯이 사라져버리고는 했다.


"나도 훈련을 거듭하면 너처럼 용감해질 수 있을까?" 엘사가 스파이더맨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처럼 엄청나게 세지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사람들을 지킬 수 있을 정도만큼은 강해지고 싶어."


"굳이 그렇게까지 강해지려 하실 필요는 없어요, 여왕님. 여왕님의 능력은 누구에게 상처를 입히기 위해 있는 능력이 아니니까요." 스파이더맨이 다정하게 말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라지만, 여왕님은 이미 많은 책임을 짊어지고 계시잖아요. 아이스 몬스터들이 전부 퇴치되면 여왕님이 굳이 싸울 필요도 없어질 테고요."


"하지만 이렇게 큰 힘을 가지고 있는데 이걸 좋은 일에 쓰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잖아. 또 가만히 있으면 왠지 태만해진 것 같고." 엘사가 말했다. "이 힘으로 우리 나라의 국민들을 위해 더 훌륭한 일을 해내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혀. 차라리 너처럼 강해져서 국민들을 지킬수 있기라도 하다면 또 몰라."


"여왕님, 농담하시는 거죠? 여왕님이 얼마나 굉장한 일을 하고 계시는데요. 나라 곳곳에서 여왕님을 칭송하는 소리가 밥 먹듯이 들려오는 걸 보면 모르시겠어요?" 스파이더맨이 쿡쿡 웃었다. "전 와칸다나 아틸란같은 수많은 왕정국가들을 다녀봤지만, 그 중에서도 이렇게 국민들이 진심으로 군주를 믿고 따르는 나라는 손에 꼽을 정도로 찾아보기 힘들어요. 여왕님은 자신의 책임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계세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엘사가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요. 그니까 저랑 있을 때만큼은 모든 짐을 다 내려놓으셔도 돼요. 굳이 전선에 나가서 싸우려 하지 않아도 여왕님은 이미 정말로 훌륭한 여왕님이니까요."


엘사는 조심스레 얼굴을 붉혔다. 스파이더맨은 언제나 자신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을 골라서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버지는 언제나 아첨하는 자들을 조심하라는 말씀을 남기셨지만, 스파이더맨의 그것은 아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스파이더맨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을 은근히 짚어주면서 자신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말하기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살아계셨더라면 스파이더맨을 최고의 신하상으로 꼽았을 터였다. 물론 엘사에게 있어 스파이더맨은 신하라기보다는 좋은 친구에 가까웠지만.


"너무 오래 쉰 것 같네. 그렇지?" 엘사가 스파이더맨을 올려ㅏ보며 말했다. "이제 집에 갈까?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어."


"그러죠 뭐. 저도 슬슬 배가 고프네요." 스파이더맨은 그제서야 제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절 꽉 잡으세요, 여왕님. 전속력으로 날아가죠!"


"또 웹스윙으로 가는 거지?" 엘사가 조금 망설이는 표정으로 스파이더맨을 붙들며 물었다. "내가 잘 버틸 수 있을까 모르겠네.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려."


"아직도 그렇게 무서우세요? 그럼 이번엔 좀 다른 방식으로 가죠 뭐. 좀 더 수동적인 방법으로요. 패러글라이딩이라고 들어 보셨나 모르겠네?" 스파이더맨이 웹슈터를 이리저리 조작하며 말했다. "여왕님 고소공포증은 없으시죠?"


"제발 그 패러글라이딩인가 뭔가는 웹스윙처럼 빠르지 않다고 말해줘." 엘사가 스파이더맨의 등에 매달린 채로 반신반의하는 눈빛을 보냈다.


스파이더맨은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엘사의 허리를 거미줄로 단단히 고정시켰다. "걱정 마세요. 100퍼센트 안전하다니까요."


"방금 전에도 100퍼센트 안전하다며어어어어어!!!"


갑자기 스파이더맨이 공중으로 뛰어오르자 엘사는 고성을 지르며 눈을 꼭 감고 스파이더맨에게 강하게 매달렸다. 그러나 바이킹 놀이기구처럼 심하게 흔들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스파이더맨은 언덕에서 뛰어내린 후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자세를 잡고 있었다. 무언가가 펄럭 소리를 내며 펼쳐지는 소리가 들리자 엘사 여왕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하고 게슴츠레 눈을 떴다.

엘사는 자신의 발 아래로 방금 전까지 자신들이 서 있던 언덕이 멀어져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만세하듯 양손을 위로 뻗어올린 스파이더맨의 웹슈터에서 엄청난 양의 거미줄이 뿜어져나와 머리 위에 길고 거대한 낙하산을 형성하고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낙하산이 한껏 부풀려진 모습이 마치 큼직한 크로와상을 보는 기분이었다. 스파이더맨은 거미줄로 만든 패러글라이딩용 낙하산의 줄을 때로는 당기고 때로는 풀어가며 아렌델의 높은 하늘을 미끄러지듯 날아가고 있었다.


"우와... 우리가 날고 있어!" 방금 전까지 두려움에 빠져있던 표정은 어디로 가고 엘사는 어느새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스파이디, 우리가 날고 있어!"


"이건 나는 게 아니예요, 그냥 멋있게 떨어지는 거죠!" 스파이더맨이 엘사를 돌아보며 마스크 너머로 씩 웃어보였다. "재밌지 않아요? 하나도 안 무섭죠?"


"응! 전혀 안 무서워! 재밌어!" 엘사는 발 아래로 지나가는 풍경에 정신을 잃고 마치 놀이공원에 놀러온 어린아이와 같은 눈빛으로 이곳저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낙하산은 아래로밖에 안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나는 듯이 떨어질 수도 있다니... 정말 환상적이야! 이거 이름이 뭐라고?"


"패러글라이딩이예요! 제가 온 시대에서는 꽤 유명한 스포츠예요."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이리저리 당기며 말했다. "아직 아무한테도 안 시켜준 거예요. 여왕님이니까 특별히 하게 해 드리는 거예요, 알았죠?"


"고마워, 피터."


엘사의 눈앞에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졌다. 침엽수로 빽빽이 채워진 거대한 숲과 그 사이로 매끈하게 닦인 길, 본디 푸르렀어야 할 들판과 높이 솟은 산봉우리들로 가득 찬 지형 위로 조용히 내린 눈이 소복이 쌓여 온 세상을 새하얗게 물들이고 있었다.

나름대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아렌델 성도 마치 어린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처럼 작아보였다. 엘사는 이미 여러 번 내려다본 경치임에도 어느새 넋을 잃고 아렌델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빠져들어 있었다.


"정말.... 아름다워." 엘사가 입가에 미소를 가득 담고 말했다. "아렌델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어떻게 이렇게 멋진 생각을 해냈니?"


"처음부터 계획했던 건 아니예요. 굳이 힘들여서 올라가지 않고도 아렌델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을만한 데가 여기 말고는 없으니까 올라가자고 했단 건데 지형를 보니까 딱 패러글라이딩이 생각나더라고요." 스파이더맨이 말했다. "경치도 감상할 수 있고 좋잖아요. 물론 여왕님은 여러번 보신 경치라 새로울 건 없겠지만요. 히히."


"아니야. 내가 아렌델의 경치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정말 멋져." 엘사는 스파이더맨을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입가에 손이 올라가는 일은 없었다. 엘사는 평소의 습관과는 반대로 미소를 전혀 숨기지 않고 그대로 스파이더맨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러고 았으니까 모든 근심이 날아가는 기분이야. 정말 기분 좋다."


"그렇다니 다행이네요. 여왕님이 기뻐하시니까 저도 기뻐요."


엘사는 미소를 그대로 유지한 채 아렌델로 시선을 돌렸다. 아렌델에서부터 불어온 차가운 바람이 엘사의 얼굴에 정면으로 불어닥치자 엘사의 드레스와 땋은 머리가 바람에 흩날렸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추위에 떨며 바람을 피할 곳을 찾아다녔겠지만, 추위를 전혀 꺼리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엘사에게 있어서 이 바람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엘사는 눈을 감고 하늘을 가득 채운 찬 공기를 있는 힘껏 들이마셨다. 신선한 산소가 혈관을 통해 빠르게 순환하는 것이 느껴졌다. 온몸의 감각이 일제히 곤두섰지만, 그와는 반대로 마음은 한없이 편안해졌다.

스파이더맨은 낙하산을 이리저리 조작하며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는 엘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강한 바람에 엘사의 땋은 머리가 풀어 헤쳐지며 길고 아름다운 백금발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엘사가 여신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저 하늘에서부터 인간 세상으로 내려온 아름다운 겨울의 여신.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따뜻하고 커다란 심장을 가진, 외모 뿐만 아니라 마음씨까지 아름다운 여신.

슬슬 해가 저물어가며 붉은 석양이 두 사람의 위로 쏟아지자, 엘사는 두 팔을 내려놓고 힘껏 들이마신 숨을 뱉었다.



BGM: Frozen 2 (Idina Menzel) - "Small World/Vuelie II” (FANMADE but Disney should hire me)

https://www.youtube.com/watch?v=ohVwssAJ9hY



어딘가에서 나지막히 음악 소리가 들려오자 스파이더맨은 눈을 꿈뻑였다. 또 노래인가? 이 나라 사람들은 대체 얼마나 노래를 좋아하는지 의문에 휩싸이는 스파이더맨이었지만, 한편으로 그렇게 아름답다고 소문난 엘사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의문을 억누르고 입을 꾹 다물었다.

엘사는 그런 스파이더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을 감은 채로 마음 속에 차오르는 기쁨에 몸을 맡기며 나지막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Elsa]

I'm standing in the field

난 들판 위에 서 있어

My feet lift off the ground

내 발이 땅에서 들어올려져

No one here will see me

그 누구도 날 볼 수 없을 테고

No one will hurt me now

이제 아무도 날 아프게 할 수 없겠지


I'm brushing off the rain

난 빗방울을 털어내고 있어

While climbing through the clouds

구름 위로 기어오르면서

Nobody can see me

그 누구도 날 보지 못하고

No one can hurt me now

이제 아무도 날 아프게 할 수 없어♬



천사다. 천사가 내 등에 매달려서 노래를 부르고 있어!

스파이더맨은 엘사가 첫 소절을 내뱉자마자 아메리칸 갓 탤런트의 심사위원들처럼 입을 쩌억 벌렸다. 아니 이건 그냥 좋은 수준이 아니잖아. 뭐 전문 노래 교습이라도 받으신 건가? 이렇게 아름다운 목소리가 사람한테서 나온다고? 이게 가능한 일인가?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처럼 생생한 사운드가 스파이더맨의 귀를 휘감았다. 스파이더맨은 어느 새 넋을 잃고 엘사의 노래에 심취해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Elsa]

Goodbye, gravity

잘 있거라, 중력이여

Goodbye, enemies

잘 있거라, 적들이여

I'm going up to a place where the world is small

난 온 세상이 작아보이는 곳으로 올라갈 거야

Where I can fly above it all

그 모든 것 위로 날아다닐 수 있는 곳으로


If I don't make it, sing my song

혹시 내가 닿지 못한대도 나를 기억해줘

From here I'm weightless

이곳에서는 중력은 사라지고

No stars are famous

어떤 별도 유달리 빛나보이지 않고

And the world is small

온 세상이 작아보여


And the world is small

온 세상이 작아보여♬



마치 바람이 자신을 원하는 곳으로 옮겨다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중력을 거스르고 하늘에 떠올라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사실에 엘사의 마음이 북받쳐올랐다. 이 위에서 엘사는 자유로웠고, 그 어떤 것도 엘사를 괴롭힐 수 없었다.

자신을 괴롭히던 마음의 짐이 자신을 떠나 저 멀리 날아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내가 무슨 마음의 짐을 지고 있었더라?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Elsa]

Still rising towards the dark

계속 어둠을 향해 비상하는 나

Don't care what's down below

저 아래에 뭐가 있던 신경 안 써

'Cause no one can see me

왜냐면 그 누구도 날 보지 못하고

And no one has to know

아무도 알아서는 안되니까


The atmosphere is lonely and beautiful

이곳의 공기는 고독하면서도 아름다워

I don't miss a thing I used to know

내가 기억하는 그 무엇도 그립지 않아

I used to know

그립지 않아♬



고독을 즐기면서도 동시에 외로움을 느끼는 엘사는 자신의 심정이 모순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으면서도 혼자 있고싶어하다니. 그야말로 이기적이고 바보같은 마음가짐이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과 함께 있을 때면 도무지 홀로 있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스파이더맨이 자신을 잘 이해해주기 때문일까? 마음이 잘 맞기 때문일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지금 스파이더맨이 자신에게 아주 큰 해방감을 가져다주었다는 사실이었다. 세상의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진 기분을 누군가와 함께 느낀다는 것은 엘사에게 있어서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Elsa]


Goodbye, gravity

잘 있거라, 중력이여

Goodbye, enemies

잘 있거라, 적들이여

I'm going up to a place where the world is small

난 온 세상이 작아보이는 곳으로 올라갈 거야

Where I can fly above it all

그 모든 것 위로 날아다닐 수 있는 곳으로


If I don't make it, sing my song

혹시 내가 닿지 못한대도 나를 기억해줘

From here I'm weightless

이곳에서는 중력은 사라지고

No stars are famous

어떤 별도 유달리 빛나보이지 않고

And the world is small

온 세상이 작아보여


I feel so tall

아주 커진 느낌이야♬



엘사는 스파이더맨의 어깨 위로 고개를 내밀어 붉게 타오르는 해넘이를 바라보며 목청을 높여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엘사의 목소리가 마음 속에 꽉꽉 들어찬 감정을 화산이 폭발하듯 분출해내자 사자의 포효와도 같은, 그러나 감미롭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온 하늘을 가득 채웠다.

한없이 자유로워진 엘사의 마음은 저 높은 하늘을 뛰어넘어 우주를 향해 끝없이 비상하고 있었다. 비록 몸은 떨어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마음만큼은!



[Elsa]

If there's nothing to break my fall

나의 추락을 막아줄 것이 없다 해도

It's okay, I've seen it all

괜찮아, 이미 다 이루었으니까

And maybe I was always small

어쩌면 난 항상 작았는지도 몰라

But I could fly before I crawled

하지만 난 기어다니기 전부터 날 수 있었어


If I don't make it, sing my song

혹시 내가 닿지 못한대도 나를 기억해줘

From here I'm weightless

이곳에서는 중력은 사라지고

No stars are famous

어떤 별도 유달리 빛나보이지 않고

And the world is small

온 세상이 작아보여


And the world is small

온 세상이 작아보여♬



".......와우. 우와아아아아우!! 오 마이 갓!!" 음악 소리가 잦아들고 해가 완전히 넘어가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스파이더맨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참아왔던 환호를 터뜨렸다. "세상에, 진짜 환상적이었어요! 이거는 거의 그 뭐시냐, 신의 경지예요 신의 경지!!"


엘사는 조심스레 얼굴을 붉혔다. "대단하기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부른 것 뿐이야. 갑자기 불러서 놀랐지? 미안해."


"미안하실 거 진짜 하~나도 없어요! 우와우. 이제서야 여왕님의 노래를 듣게 되다니. 안나 공주님이 그렇게 칭찬하셨던 이유를 알겠어요! 박수칠 손이 없다는 게 지금처럼 아쉬웠던 적이 없었는데!" 스파이더맨은 마치 아이돌을 만난 팬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밉소사, 진짜 천사가 내려와서 노래부르는 줄 알았다니까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요!"


엘사는 스파이더맨의 큰 리액션에 몸 둘 바를 모르고 부끄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 스파이더맨이 이토록 자신의 노래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기뻐 새빨개진 얼굴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정말 고마워, 피터. 그 칭찬도 그렇고, 이렇게 멋진 경험을 하게 해준 것도 그렇고, 전부 다."


"에이, 제가 뭐 한게 있다고요. 전 그냥 여왕님이 진심으로 웃어주기를 바랬던 것 뿐이예요." 스파이더맨이 능청스럽게 웃었다. "이제 아렌델 성에 거의 다 왔네요."


엘사는 마지막까지 낙하산의 줄을 놓지 않고 안전하게 착륙하려는 스파이더맨의 어깨를 가볍게 끌어안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스파이더맨의 탄탄한 등이 한없이 든든해보였다.

그가 자신에게 가져다준 것이 진심어린 미소 이상이라는 것을 스파이더맨은 알 턱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괜찮았다. 모른다면 언젠가 알려주면 될 일이니까. 큰 감사의 표시와 함께 말이지.




그리고 여왕 역시 알 턱이 없었다.

자신의 등 뒤로 계절에 맞지 않는 붉은 단풍잎을 실어나르는 가느다란 바람 한 줄기가 지나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ULTIMATE SPIDER-MAN

FROZEN WEB

챕터 19 - 두 번째 노래, 두 번째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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