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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퓨전?/장편] 아래대 표류기(雅騋垈 漂流記) - CH.15

프소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12 22: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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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15


직사각형 테이블에는 바위트롤 패비, 옐레이나, 안나, 크리스토프, 엘사, 그리고 진우가 앉아 있었다.

당연하게도 다들 표정은 썩 좋지 않았지만, 옐레이나는 특히나 죽을상이었다.


“축제 전 두 분께 잠깐 말씀 드렸었지만, 이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볼까요?”

안나가 먼저 운을 띄었다.


그러고는 엘사와 같이 그 때 일어난 일을 조금 더 자세히 얘기했다. 듣고 있던 옐레이나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 책은 대대로 정령들을 통해 내려온 책이야. 내가 가지고 있다가 이두나가 조금 컸을 때 줬었지. 그 보호마법은 책의 방어기제이고.”

마치 그녀의 눈앞에는 어린 이두나가 책을 받고 신기해하며 환하게 미소 짓는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둘의 이야기가 마무리 되기도 전에 옐레이나가 일어나더니 안나와 엘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안쓰러움과 깊은 미안함이 담겨져 있었다.

“미안하구나. 다 내 불찰이야. 내가 자연 수호의 임무에 실패했어.”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에요?” 엘사는 당황스러운 듯 그녀를 쳐다봤다.

“요르뭉간드에 대한 얘기는 정령들도 스스로 잊게 만들 정도로 금기사항이야.

거기에다가 사실 엘사 이전에는 거의 수 백년 동안 그것이 반응할 정도로 강한 정령이 나오지 않아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

그 분이 나올 때까지는.”

“그 분이 설마?”


옐레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림에 나온 정령이네. 이름은 난나(Nanna). 그런데 사실 이 이야기도 나도 내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여서 가물가물해.”

옐레이나는 그 당시가 생각났는지 표정이 아련해졌다. 대신 패비가 입을 열었다.

“그 분도 정령들과 대화할 수도 있었지만 쓰던 마법은 엘사와 달리 땅이었네.

그 덕분에 땅도 갈고 건물들도 훨씬 빨리 지을 수 있으니 노덜드라의 치세는 날이 갈수록 높아져 갔었고.

부족민들은 그런 그녀를 여왕에 추켜세우거나 최소한 당시 부족장이 난나를 아내로 맞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었네.

하지만, 당연히 그걸 시기했던 원래 기득권층들도 있었다네. 그래서 그들은 옛 선인들이 만들어놨던 지도를 찾았었다네. 그 때는 지금처럼 이중이 아니여서 그들은 흑마법으로 문을 개방시켜 버렸고, 그 이후는 자네들이 본 대로일세. 그나마 다행인 건 그 분이 그것 안에 삼켜가는 동안 자신을 희생해 약해진 괴물을 다시 봉인시키는데 성공했지.”


“그러면 지도는 어떻게 되었나요?” 크리스토프는 심각해져서 물어봤다.

“그 직후에 전부 다 태웠어. 하지만 그 위치의 정보는 부족장의 직계들한테만 이어져 오고 있었어. 만약을 대비해서 말이지.”

“그러면 그 직계한테 물어보면…”

옐레이나는 올 것이 왔다는 듯 눈을 감으며 침을 한 번 삼켰다.


“그 아이가 안개가 걷힌 이후 줄곧 보이지가 않아.”

“그게 무슨 소리에요?”


다들 인상이 심각해졌다. 최근 험한 일을 겪을 대로 겪은 그들이라 이제는 말만 들어도 대략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도 몇 달 동안 찾아봤지만 없었어.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그녀가 그들과 같이 괴물을 깨우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되네.”

“왜냐하면 그 책이 펴졌다는 건 그것이 깨어난다는 경고, 즉 곧 문이 열린다는 신호이기 때문일세.”


다시 막사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


“그런데 봉인을 다시 했다 하지 않았나요?”

진우가 손을 들고 말했다. 그의 심장인 더 뛰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그의 발견이 이렇게 커져갈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지. 그것도 2중으로. 그래서 이제 흑마법으로도 소용 없을 거고, 안에서부터 나오지 못할걸세.”

“하지만 밖에서 열면 얘기가 달라지지.” 옐레이나가 옆에서 거들었다.

“그럼 누가 그딴 걸 꺼내고 있다는 거에요?” 안나가 인상을 찌그리며 물었다. 그녀의 골치는 더더욱 아파지는 것만 같았다.


“지금 상황으로만 봤을 때는 그렇다고 볼 수 밖에 없어. 게다가 이번에는 과연 정령들이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만약에 엘사까지 삼켜버리면, 지금 엘사의 힘으로 봤을 때 전처럼 막을 수도 없을 거다.”


“봉인이 풀린 거는 어떻게 아나요?” 안나가 옐레이나와 패비를 바라봤다.

“아마 열릴 때 현 정령인 엘사, 심지어 안나에게도 영향이 있을걸세.”

“직접적으로요?”

패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나도 그것이 나왔을 때 실신하고 난리도 아니었다지.”


안나는 머리가 더더욱 아파지는 것을 느끼면서 양손을 관자놀이에 댔다.

그녀는 지금 그것이 무서운 괴물인 것을 알겠고 배경을 많이 들은 것 같았지만, 막사 그것에 대해 아는게 없는것 같았다.

그것 때문인지, 그녀의 호기심이 순간적으로 발동되어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애초에 요르뭉간드가 뭔가요? 그냥 본능적으로 세계를 없애버리고 싶어하는 건가요?

그러면 아예 정령들이랑 협력을 하는게 낫지 않나요?”

옐레이나는 옆에서 고개를 저었다.

“거기서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세계를 삼키는 것이 그것의 본능은 맞는데 그걸 이루려는 방법이 제 5 정령의 흡수와 완전한 대체,

그리고 그에 따른 나머지 정령들의 굴복 및 통제다. 정령들을 설득하는 것보다 그게 더 빠르고 효과적이니까.”


다들 거기서 무엇을 더 말해야 할지 몰라 보였다.

특히나 엘사와 안나는 자신들이 노덜드라를 해방만 시키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가면 갈수록 태산이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것을 왜 엄마는 말을 안 해준 거지?”


안나와 엘사는 서로를 쳐다봤다. 둘 다 기억을 찾으려 했지만 그녀가 얘기해 준준 것 아토할란에 관련된 것 밖에 없었다.

“이런 사실이 더 퍼지는 것보다 아무것도 모르게 묻는 것이 나았으니까.

무엇보다 이두나도 우리 쪽에서 협력자가 생기는 것도, 엘사의 힘이 이렇게 세지는 것도 상상하지 못했을 거다."

대화 내용뿐만 아니라, 계속 언급되는 그녀의 이름에 분위기는 더더욱 숙연해져 갔다.


한참 있다 엘사가 겨우 먼저 입을 열었다.

“어쨌든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은 봉인이 풀리는 걸 막는거네요.”

“그런데 위치를 여기 그 누구도 모르지 않아?”

크리스토프는 말하면서 엘사를 보다가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입을 크게 벌렸고, 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토할란에 가봐야지. 그것도 최대한 빨리.”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내일 일어나자마자 바로 같이 가보자.”

안나의 말에 엘사가 어쩔 수 없이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크리스토프의 표정은 영 좋지가 않았다.

안나는 그런 그를 어이가 없다는 듯 봤지만, 크리스토프의 귓속말에 안나의 얼굴은 천천히 망연자실한 절망이 가득해졌다.

“국정 일이 있나 봐?"

“응. 특히나 내일은 물릴 수도 없어서.”

안나는 대답을 그녀의 찌푸려진 인상과 깊은 한숨으로 대신했다.


“그러면 내일 진우랑 같이 가볼게.”

갑자기 나온 자신의 이름에 진우는 화들짝 놀랬다. 그 때, 패비의 얼굴도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래도 되겠어? 거기가 신성한 장소인줄 알았는데.”

“나랑 같이 가니까 괜찮아. 무엇보다 내용을 나만 알면 힘들 수 있으니까.”

“그럼 나도 갈래!”

심심해서 졸고 있던 올라프가 언제부터 들었는지 갑자기 손을 들었고, 엘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언니.” 안나는 곧 울 것 마냥 아랫입술을 내밀었지만 엘사는 그녀를 꼭 안아주는 것으로 화답했다.


///


다들 나가던 중, 패비가 진우를 톡톡 치며 불렀다.


“진우군. 잠깐만 남아줄 수 있겠나? 따로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렇네.”

“예, 물론이죠.”


진우는 무슨 일일까 궁금했다. 그는 그저 패비가 내일 가는 아토할란에 관해서 얘기해주나 하는 추측만 있을 뿐이었다.

그 때, 그 역시 자신의 손등이 생각났고, 그것도 물어보기로 생각했다.


“엘사한테 들었다네. 책을 제일 먼저 발견했다고?”

“네.”

“어떻게 그걸 찾았나?”

“그냥 왕궁 서고에서 책이 보였고, 제목이 워낙 독특해서 꺼내 봤습니다. 그런데 그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요.”

진우는 이마를 쓸었다. 아까 들은 것들을 바로 받아들이기가 힘든 것 같았다.


“확실히 이상하구만. 자네가 그걸 제일 처음 발견한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자네의 인생도 그렇고.”

패비의 눈빛에서 살기가 나왔고, 진우는 이 난데없는 반응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예?”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진우는 도망 갈려고 발을 떼려했지만, 전에 패비의 목걸이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고,

갑자기 땅으로 만들어진 가시가 솟아올라 거의 진우의 목까지 다가왔다. 만약에 진우가 거기서 한 걸음만 더 걸었으면 바로 목이 뚫릴 거리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트롤들도 재빨리 굴러들어와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냈고, 거기서 무기를 든 채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래서 너는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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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엌ㅋㅋㅋㅋㅋ분명히 쓸 때까지만 해도 대화가 많아보여서 '와! 이번 화는 많이썼네!' 라고 생각했었는데 긁고보니 아니네요(...)
그래도 다음화는 이것보다 조금 더 길겁니다!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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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2.15) - 다음회차, 통합링크 추가 및 이전 링크들 삭제

CH16: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941288

통합링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942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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