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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퓨전?/장편] 아래대 표류기(雅騋垈 漂流記) - CH.13

프소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8 19: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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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13


1843. 5. 20(土)


노덜드라식(式) 막사 안에서 차를 마시며 정치론 책들을 읽던 에릭 발렌 대령은 갑작스러운 땅의 흔들림에 막사 문을 잠깐 흘겨봤다.

아니나 다를까 병사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고, 거기에 대령은 다시 책을 봤다.


“드디어 반응이 왔나 보군?”

“그..그걸 어떻게..?”


에릭 대령은 사복에서 군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간부들 다 소집시켜. 이제부터는 계획에 대해 얘기를 나눌 때가 됐다.”


병사는 경례를 한 뒤 바로 나갔다.

환복을 마친 그는 의자에 앉아 멍하니 막사 천장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자신의 일생일대의 꿈이 이루어진다.


루나드 국왕폐하의 야망에 감탄해 군대에 들어 왔지만, 그 망할 놈의 마법과 정령 때문에 계획은 너무나도 멀리 밀려났다.

하지만 오히려 잘됐다.

지금의 엘사는 강하고, 그 덕분에 경계 안은 물론 경계 밖의 외지인들도 자신의 종(從)이 될 수 있다.

이제 자신은 그 분도 결국엔 이기지 못한 그것들의 발 위에 설 것이다.

대령은 심적 환희를 못 참고 실실 웃기 시작하였고, 그것은 병사가 다 모였다는 전갈을 할 때까지 그의 입꼬리는 계속 올라가 있었다.


///


동굴감옥 윗 층, 인위적으로 횃불을 켜지 않으면 빛도 들어오지 않아 아무도 몰랐을 곳에 대낮마냥 불들이 켜진 채로 사람들이 훈련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안에도 막사가 있었는데, 에릭 대령이 들어가자, 젊은 장교들은 일제히 일어나 사열했다.


안에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귀족들 3명에 노덜드라 출신으로 보이는 젊은 여인 1명, 그리고 아렌델 군인들로 보이는 젊은이 2명이 있었다.

가운데 자리를 기준으로 여인이 바로 왼쪽에 앉아 있었으며, 3명의 귀족들 중 제일 나이가 들어 보이던 노인이 오른쪽에 앉아 수염을 쓰다듬고 있었다. 왼쪽에는 젊은 군인들, 오른쪽에는 나머지 귀족들이 있었다. 에릭 대령이 중앙석에 앉아 나머지 군인들 역시 앉았다.


“당신은 알겠지만 나머지는 모를 것 같아 말하는데, 이제 저들도 알게 됐어.”


여인은 자신의 염주 같이 생긴 팔찌를 한 손으로 돌리면서 말했다.

그녀의 옷차림은 전형적인 노덜드라식 경무장 이었고, 머리는 어깨를 겨우 스쳤다.

특히나 그녀의 차가운 눈매는 상주하는 병사들도 긴장하게 만들 정도였다.


여인의 말에 노인들은 인상이 약간 찌푸려졌지만, 젊은이들의 인상은 그것보다 더 구겨지거나 예상을 못했다는 듯 눈썹들이 올라갔다.

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탁자의 분위기는 웅성웅성 해졌고, 대령은 그들이 이어가기를 조금만 기다리다가 탁자를 손바닥으로 두 번 쳐 그들의 주위를 이끌었다.


“아이드나(Áidná)가 말한 그대로 입니다. 저들이 원본을 찾았고, 이제 ‘이것’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단지 아직은 원본만 보고서는 여기의 위치를 바로 알지는 못할 겁니다.”


“저들에게는 정령들이 붙어 있는데 그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나?”


오른쪽의 노인이 대령을 노려보며 물었다. 노인의 눈길에는 자동적으로 에릭 대령을 깔보는 느낌이 강했다.


“정령들 스스로도 그 위치에 대한 기억은 지웠어.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 막을 수 있다 생각했겠지. 하지만 그들이 놓친 게

첫째, 위치가 어쨌든 본도(本島)안에 있으니 오랜 시간을 들여 뒤지다 보면 언젠가는 나온다는 것,

그리고 둘째, 그들은 자신들이 비호하는 후예들을 너무 믿었다는 것.”


피식 웃은 아이드나 바로 옆의 군인이 손을 들었다.

키는 크리스토프보다 약간 작았지만 제복 넘어 보이는 근육은 거의 제복을 뚫고 나올 듯 했다.


“그런데 확실히 이런 괴물을 저희가 통제할 수 있지 말입니까?”

“그건 확실하네. 그건 내가 보장하지.


듣고 있던 에릭 대령이 말했다. 그는 말하면서 아이드나를 봤고, 그녀 역시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 군인은 목례로 질문을 마쳤다.


“그래서 현재 진행 중인 1차 개방식의 일정을 조금 앞당길 것이고, 다시 한 번 더 저희의 진군 계획을 검토해 볼 겁니다.”


그리고 대령은 지도를 폈는데, 진군 계획은 사실 너무나도 간단할 수 밖에 없었다. 해군이 없는 그들이 최북단 산맥 근처에서 육로로 아렌델을 치려면 세가지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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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산맥이 드문 쪽으로 빠진 뒤 얇은 해안가를 따라 가다가 공격.

둘, 북쪽 산과 아렌델 숲 사이 계곡을 통한 공격.

셋, 아렌델 숲을 뚫고 공격.


여기서 그들의 선택지는 세 번째가 사실상 유일할 수 밖에 없었는데, 첫 번째는 아무리 산맥이 드물다고는 해도 산이고, 해안가를 따라가다 보면 바위트롤들의 본거지도 있을 뿐만 아니라 아렌델 해군의 함포공격에도 취약하기 때문에 힘들었다.

두 번째는 제일 빠르겠지만 댐 사태 이후 엘사가 마시멜로랑 스노기들을 다시 북쪽 산으로 옮겨놨기 때문에,

그들이 옆에서 눈으로 밀어붙이면 불리하니 폐기되었다.

세번째 같은 경우 그들이 숲을 먼저 점령하면 그 이후로의 공격은 수월해지나, 그 반대이면 오히려 더 골치가 아플 수 있다.

하지만 가능성이 제일 큰 방법이기에 계획자체에 수정은 없었다.

단지 일정들을 조금씩 더 당겨 먼저 숲을 선점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을 재확인 했다.


“이것이 통하려면 정령들의 모든 정신이 요르뭉간드에 가있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나?”

오른쪽 두 번째에 앉아있던 또 다른 노인이 말했다.


대령은 자신의 옆에 있던 노인들을 쳐다봤다.

그의 시선에는 불쾌감이 새어나왔는데, 루나드왕 때 그의 노덜드라 토벌에도 찬성을 한 귀족들이었지만,

그들은 사실 루나드왕의 아렌델 확장 정책보다는 노덜드라의 자연과 자원을 노리고 온 귀족들이었기에 에릭은 전부터 그들이 탐탁치 않았다.

하지만, 그 역시 이 정도 군대를 조성하기 위해 이들의 사병과 돈이 필요했고,

정계에서도 영향력 있는 원로들이기도 해 에릭 대령은 겨우 미소를 지으며 참았다.


“어차피 그것의 힘은 정령들의 힘 전체를 상쇄할 수준이라 특별한 수단이 없다면 엘사와 정령들은 그것만 신경 쓰기도 바쁠 겁니다.

그리고 나머지들이야 평화에 찌든 놈들일 것이 뻔하니 저희가 훨씬 더 유리할거고요.”

마지막 말에 노인은 내심 뿌듯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그럼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또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모두들 심적 준비를 해주십시오. 더 큰 아렌델을 위해 말이죠.”

그리고 에릭 대령은 물잔을 들며 “대(大)아렌델을 위해!” 라며 소리치자 나머지들 역시 잔을 들며 같은 구호를 외쳤다.

물론 아이드나는 물만 홀짝일 뿐 제창하지는 않았다.


///


다들 나가기 시작하고, 아이드나가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에릭 대령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


“그래도 아직까지 저 낯짝들을 보면서도 잘 참네?”


아이드나는 그를 노려봤다. 그녀의 인상만 보면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대령의 목을 닭마냥 비틀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거야. 이런 말을 들으면서도 계속 잘 참아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안그랬으면 나도 골치가 아팠을 텐데 말이지.”

아이드나는 눈을 굴렸다. 이런 에릭의 칭찬은 흔치가 않았기에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기 때문이리라. 그녀는 다시 앉아 팔짱을 꼈다.


“어차피 곧 죽을 노친네들이고, 실질적인 핏줄이 둘이나 멀쩡히 살아 돌아다니는데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지.”

“처음에 나도 확실히 당황스러웠어. 부족장의 손녀라는 여자가 다짜고짜 껴달라고 하니. 특히나 여기에 ‘그 사건’에 관련 됐던 사람들이 몇 명인데.”


아이드나는 에릭의 단어 선택이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혀를 찼고, 에릭은 사과의 의미로 목례를 했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분노가 담긴 눈길은 허공에 가 있었다. 아이드나는 이를 갈았다.


“어쨋든 나는 그 놈의 손녀들 목만 가져가면 되니까.”


그리고 그녀는 나가면서 조용히,


“그래, 그것만으로 충분해.”


라는 말과 함께 막사 문을 내렸고, 에릭 대령은 그런 그녀를 뒤돌아본 뒤 혼자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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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도의 원본은 여기에 있습니다!
https://www.deviantart.com/heyitsthattgirl/art/Map-of-Arendelle-529348973
원본의 지도를 다 쓰기에는 크기가 커서 위에 올린 지도 부분만을 아렌델이라고 상정하고 썼어요!
(서던 아일랜드는 원본과 달리 섬 동남쪽에, 아토할란은 섬 북서쪽에 있다는 가정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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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2.15) - 다음 회차, 통합링크 추가 및 이전 회차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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