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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크로스오버] 얼티밋 스파이더맨-프로즌 웹 17화

차빙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7 19: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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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델 왕국 근방, 어두운 숲 속]


촤악. 촤악. 촤악.


자, 당신이 어두컴컴한 숲 속을 걷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온갖 위험하고 으스스한 것들로 가득 찬 숲 속에는 늑대나 곰 같은 무서운 맹수들도 즐비하지만, 겉보기에는 보잘것없어 보이면서도 순식간에 당신의 숨통을 끊어버릴 수 있는 무기를 가진 생물들도 살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강력한 독을 가진 거미라던가. 숲 속에 거주하는 거미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거미가 그냥 나무에 매달려있는 모습이 떠오르는가, 아니면 거미줄에 올라있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가? 십중팔구의 경우에는 다들 거미줄로 만든 집 한가운데에 앉아있는 거미를 떠올릴 것이다.

스스로 먹잇감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배회성 거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거미는 배에서 만들어낸 실을 이용해 거미집을 짓고 먹잇감이 자연스럽게 날아들어와 걸리기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앉아있는 사냥법을 선호한다. 이렇게 한 곳에 정착하여 삶을 이어가는 거미를 정주성 거미, 또는 조망성 거미라고 부른다. 이런 거미들은 숲 속은 물론 캄캄한 동굴 안이나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인 폐가, 심지어는 항시 활발하게 움직이는 대도시의 한구석에서까지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매우 흔한 종류의 거미들이다.


촤악. 촤악. 촤악.


스파이더맨을 한 마리의 거미라고 가정한다면 결코 정주성 거미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스파이더맨의 전투 스타일은 한 자리에 진득하니 앉아서 적이 함정에 걸릴 때까지 기다리는 종류의 스타일이 아니었으니까. 스파이더맨은 가장 마지막에 나오지는 못할지라도 언제나 누구보다 먼저 전선에 뛰어들어 온갖 지형지물과 뛰어난 민첩성, 의외로 강한 힘 그리고 번뜩이는 재치를 활용해 어떻게든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트릭스터 겸 무투파이니, 정주성이라기보다는 직접 발로 뛰는 배회성 거미라고 해야 걸맞을 터였다.

히어로 활동 초중반기에는 주위에 지형지물이 없으면 곤란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었지만 지금의 경험 많은 스파이더맨에게는 그런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이언 피스트에게서 무술도 배웠고, 어벤져스의 지도 하에 특훈도 진행했으며, 무엇보다도 매일같이 악당을 상대하며 실전을 거듭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렇듯 피터 파커의 전투력은 계속해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촤악. 촤악. 촤악.


또한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사용하는 방식은 여타 거미들과는 차별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스파이더맨은 결코 거미집을 치는 일이 없었고 대부분의 경우 거미줄을 직접적인 공격 용도나 자신의 작전을 실행하기 위한 보조 도구,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명 구조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스파이더맨이 시도 때도 없이 거미줄을 써대는 통에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거의 항상 2~3시간 가량은 지속되는 희고 끈적끈적한 거미줄이 잔뜩 남을 수 밖에 없었고 한때는 이것이 뉴욕 시의 골칫거리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사람들은 스파이더맨이 남긴 거미줄의 흔적을 더 이상 불편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보는 것 만으로 안심하고는 했다. 스파이더맨의 영역에 들어왔다는 것은 거의 모든 종류의 상해로부터 무사할 것이라는 증표나 다름없었으니까.

이미 자신의 거미줄이 수많은 악당들을 교도소에 잡아넣고 또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있음에도 스파이더맨은 매일같이 거미줄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576가지가 넘는 다양한 형태의 거미줄 사출법은 물론 거미줄을 활용한 전투 보조 장치들, 또 각기 다른 효과를 내는 여러 종류의 거미줄 용액을 지속적으로 조합하고 실험해보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살의를 가진 악당들의 손에서 단 한 사람의 시민이라도 더 많이 구하기 위해서는 연구가 필수적이었다.


촤악. 촤악. 촤악.


한낮임에도 빽빽한 침엽수들에 가려 빛이 거의 들지 않는 어둑어둑한 숲 속, 나무에서 나무 사이로 재빠르게 뛰어다니던 스파이더맨의 양 손목에 달려있는 웹 슈터가 드디어 거미줄을 뿜는 것을 멈추었다. 거의 1톤 가량의 거미줄을 뿜어댔음에도 거미줄 용액은 마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좋았어, 이 정도면 되려나?"


스파이더맨은 마침내 땅 위로 가뿐히 착지해 양 손을 털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방금 전까지 오로지 새하얀 눈과 나무들밖에 없었던 숲 속에는 엄청난 규모의 거미집이 만들어져 있었다. 스파이더맨의 머리 위에서 그 위용을 뽐내는, 가늘지만 극도로 튼튼한 피터 파커 특제 거미줄 용액으로 만들어진 수백 가닥의 거미줄들은 이 거대한 숲의 깊은 곳까지 뻗어나가 아렌델로 향하는 모든 길목에 세워진 나무들 하나하나에 단단히 붙어서 스파이더맨이 서 있는 숲 중앙에 모여 한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잘 볼 수 있도록 형광물질을 사용했기 때문일까, 거미줄은 희미한 빛을 내뿜으며 그림자가 드리운 숲 안을 비추어주고 있었다.

지난 2주 동안의 경험으로 분석해보자면 아이스 몬스터들은 주로 아렌델 성의 북동쪽 길목에 자주 출몰했고, 그 뜻은 몬스터들이 아렌델의 영토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렌델 북동쪽의 이 소나무 숲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험준한 산의 지형지물을 전부 넘어오는 데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렇다고 몸이 얼음으로 이루어진 녀석들이 강이나 바다에 뛰어들었다가는 삽시간에 녹아버리기 십상일 테니, 가장 안전한 경로는 바로 이 숲일 터였다.

이러한 결론에 도달한 스파이더맨은 오늘 하루만큼은 본능을 억누르고 정주성 거미로서의 삶을 살아보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접근 탐지 겸 새로운 거미줄 용액 테스트의 일환으로 무려 2시간에 걸쳐서 숲의 거의 모든 부분에 거미줄이 설치되었다. 이 거미줄을 이루는 용액은 최소 열흘은 녹아내리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데다가 미세한 진동에도 흔들리게끔 조합되어 있으니 혹여나 숲 속에서 자그마한 움직임이라도 일어난다면 곧바로 줄이 흔들려 움직임이 일어나는 곳이 어디인지 표시해 줄 것이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격렬한 진동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게 된다면 즉시 줄을 끊어 거미줄의 탄성을 이용해 그곳으로 날아가기만 하면 끝이었다. 거미줄을 다시 설치해야 한다는 점은 조금 번거로웠지만, 이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도 없었다. 항상 이 숲을 주시하며 마스크 렌즈에 달린 동작 감지 센서를 켜둘 수는 없는 일일 테니까.


"그럼 지금부터 아이스 몬스터 사냥을 시작하겠습니다." 스파이더맨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자, 과연 어떤 몬스터가 먼저 튀어나올까요? 채널 고정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또 혼잣말을 하는구나. 혼자서 뭐가 그렇게 재미있니?"


스파이더맨의 뒤에는 얼음으로 만들어낸 의자에 앉아 그를 쳐다보고 있는 엘사가 있었다. 요즘 들어 스파이더맨이 민원을 처리하는 역할을 맡아준 덕에 업무량이 평소의 반으로 뚝 줄어든 엘사는 급증한 휴식시간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려고 들었고, 이에 집사 카이는 여왕을 강제로라도 휴식시키기 위해 스파이더맨에게 여왕의 호위 임무를 떠넘긴 상태였다. 여왕과 마음을 터놓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람들 중 그녀의 탁월한 언변을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스파이더맨이었으니 스파이더맨이 여왕의 곁에 있어 준다면 그녀가 쉬어야 할 논리적인 이유를 찾아줄 거라는 기대감에서였다.

스파이더맨은 이에 난색을 표했지만 기뻐하는 엘사의 얼굴을 보니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일을 맡았고, 여왕은 그 날 이후부터 업무가 끝나고 안나와 놀 때를 제외하면 항상 스파이더맨의 뒤를 따라다니며 그의 행동에서 배울 점을 찾고 계속해서 수첩에 무언가를 메모하거나 어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스파이더맨의 의견을 듣는 등, 휴식과는 조금 거리가 먼 활동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었다.

맨 처음 스파이더맨은 한 나라의 황제씩이나 되시는 분이 자신을 아기 병아리마냥 졸졸졸 따라다니면서 계속해서 무언가를 물어보니 부담스러워 미칠 노릇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신과 여왕의 지적 수준이 서로 거의 동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다른 너드 친구를 만났다는 기쁨에 스파이더맨은 할 수 있는 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여왕과 나누었고, 두 사람의 대화 수준은 날이 갈수록 깊어져 나름대로 책을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는 안나마저도 난색을 표할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안나는 두 사람이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중간에 끼어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주위만 맴도는 일이 잦아졌고, 그런 안나를 안쓰럽게 여긴 스파이더맨은 일부러 이야기의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 안나를 자연스럽게 대화에 참여시키고는 했다. 안나가 가장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언니일 테니까.


"에이, 여왕님. 이건 혼잣말이 아니라 음성 기록이라니까요. 저번에 설명드렸잖아요?" 스파이더맨이 엘사가 만들어놓은 또 하나의 얼음 의자 위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여왕이 걸어준 마법 덕분에 전혀 차갑지 않고 오히려 시원했다. "제가 말하는 걸 마스크 안에 있는 마이크가 캐치해서 제 손목의 쉴드 스마트워치에 녹음하는 거예요. 나중에 다 들어볼 수 있게요."


"맞아, 그랬었지. 사람의 목소리를 그렇게 쉽게 녹음할 수 있다니, 오큰 씨가 보면 깜짝 놀라겠어." 엘사는 얼음으로 된 찻잔을 만들어 손에 들고 있던 물병에 들어있는 붉은빛 액체를 가득 따랐다. "수고했어. 힘들지? 아이스티 마시고 하렴."


스파이더맨은 마스크를 완전히 벗고 살짝 웃으며 잔을 받아들었다. "여왕님은 요새 어디를 가나 아이스티를 가지고 다니시네요. 저번에 제가 말씀드린 제조법이 그렇게 맘에 드셨어요?"


"평범한 아이스티가 냉침이라는 제조법으로 맛이 확 살아나다니, 정말 기발해. 이렇게 홍차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아이스티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야." 엘사는 자신 몫의 아이스티를 두세 모금 마시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음... 맛있어. 미래의 사람들은 정말 특이하고 획기적인 생각을 해내는구나."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렇죠. 아직 개발이 되지 않았던 것 뿐이예요." 스파이더맨이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1904년이 되면 미국 세인트루이스 박람회장에서 나타날 음료를 우리가 좀 더 일찍 마시는 것 뿐이죠."


"그 때까지 살아있으면 다행이게?" 엘사가 입을 가리고 수줍게 웃었다. "어차피 영국에 갈 일도 없을 테니 이렇게라도 마셔줘야지. 타임 패러독스가 아무리 무서워도 이렇게 맛있는 음료를 포기할 수는 없잖아. 물론 이렇게 되면 나비효과로 세계의 역사가 뒤바뀌어서 우리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말야."


"어디까지나 '있지만'에 한정되지만요. 오차 범위가 커지는 것 뿐이지 반드시 일어난다는 얘기는 아니잖아요. 그래도 벌써 그 이론을 외우시다니 굉장하네요. 역시 여왕님이예요." 스파이더맨이 감탄하듯 말했다. "그나저나 근위병도 없이 이렇게 어두운 숲속을 막 돌아다니셔도 돼요? 아무리 여왕님이 마법을 쓰실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이스 몬스터들을 상대로는 효과가 없잖아요. 아 물론 여왕님을 비하하려거나 하는 건 아니고...."


"신경쓰지 않아도 돼. 네가 안 좋은 의도로 그런 말을 할 리는 없잖니." 엘사는 아이스티를 조금 홀짝였다. "우리 왕국 사람들은 외출할 때 굳이 근위병을 대동하는 습관은 없어. 근위병이 옆에 있으면 자유롭게 뭘 할 수가 없잖아."


"엄청 부주의하고 위험한 습관 같은데요 그거."


"그런....가?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네." 여왕은 어깨를 으쓱했다. "여튼 지금 당장은 괜찮아. 내 옆에는 네가 있잖니. 우리 왕국 최고의 전사가 날 지켜주고 있는데 두려울 건 하나도 없어."


"나 참, 너무 비행기 띄워주셔도 곤란해요." 스파이더맨이 부끄러운 듯 여왕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제가 있어도 여왕님이 위험한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기쁘네요."


엘사는 아이스티를 스파이더맨의 잔에 조금 더 따라주고 그가 만들어낸 거대한 거미집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철저히 실용성에 집중하다 보니 미적 감각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디자인이었지만, 수없이 많은 실가닥이 서로 완벽하게 맞물린 상태로 하얗고 희미한 빛을 내며 어두운 숲 속에 가만히 떠 있는 거미줄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예술적이었다. 이 거미집을 만든 것이 거대하고 징그러운 거미가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건 그렇고 굉장히 큰 거미집이구나. 정말 이게 아이스 몬스터들을 추적하는 데 효과가 있을까?" 엘사가 스파이더맨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에헤이 여왕님. 제가 요새 한 번이라도 여왕님을 실망시켜 드렸던 적 있어요?" 스파이더맨이 말했다. "피터 파커 특제 거미줄로 만든 피터 파커 특제 거미집이라니까요. 아무리 작은 진동도 확실하게 감지할 테니까 걱정 마세요."


"널 못 믿는 건 아니야. 그냥..." 여왕은 거미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렇게 복잡하고 거대한 규모의 구조물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만든 게 놀라워서 그래."


"제가 놀랍다고요??" 스파이더맨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엘사를 바라보았다. "저기 여왕님, 저어기 저 북쪽 산에 세워진 얼음성을 만든 사람이 누구신지 까먹으신 건 아니죠? 제 거미집은 여왕님에 비하면 애들 장난 수준이예요.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즉석에서 프랙탈 도형을 이리저리 짜맞춰서 저렇게 웅장하고 아름다운 얼음성을 짓겠어요? 이게 다 여왕님이 가진 지능이 엄청나게 뛰어나서 그런 거라니까요?"


"너야말로 날 너무 비행기 띄워주는 거 아니니?" 엘사는 조금 얼굴을 붉혔다. 스파이더맨이 쓰는 말투는 역시 적응이 되지 않았다. "비, 비행기 띄워준다라는 말 이런 때 쓰는 거 맞지? 헷갈려서..."


"네 맞아요. 잘 쓰셨어요." 스파이더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올라프한테 들었는데 저거 다 짓는데 1분도 채 안 걸렸다면서요? 제가 늑장만 안 부렸으면 저도 뭐 1시간 안에 거미집을 다 지었겠지만, 그래도 격이 다르잖아요."


"늑장을 부렸다고? 네가? 왜?" 여왕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였는데 늑장을 부린 거란 말이야?"


"네, 실은 제가 이 숲에 온 이유가 거미줄 때문만은 아니걸랑요."


이렇게 말한 스파이더맨은 등에 부착된 쉴드 가방에서 빳빳한 종이쪼가리 몇 개를 꺼냈다. 여왕은 스파이더맨의 손에 들려있는 형형색색의 종이쪼가리들이 요새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종이인형의 옷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종이인형은 제과점 주인이 인쇄소 주인과 함께 머리를 맞대 어린이 손님들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낸 획기적인 상품으로, 초콜릿으로 되어 있는 속이 텅 빈 달걀 안에 다양한 종류의 인형들과 인형에 갈아압힐 수 있는 옷가지들을 랜덤으로 집어넣어 먹는 재미와 가지고 노는 재미를 동시에 살린 아이템이었다. 종이인형은 여러 나라의 공주들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는데, 가장 인기가 있는 인형은 엘사와 안나를 꼭 닮은 종이인형이었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사실은 엘사도 이 종이인형들을 모으고 있었다. 생긴 게 귀엽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인쇄소에서 쓴 고급 종이의 색감과 옷의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눈독만 들이다가 여왕으로서의 체면이 있어 미처 사서 모으지는 못하고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었는데, 안나가 이를 눈치채고 일부러 한 개씩 사다주기 시작한 것이다. 엘사는 지금까지 인형 6종에 의상 14종을 모은 상태였는데, 이 중에서 엘사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었지만- 안나의 인형이었다.


"그거 초코에그에 들어있는 종이인형 아니니?" 엘사가 자신도 모르게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초코.... 뭐요?" 이 상품에 대해 잘 모르는 스파이더맨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들 장난감이야. 초콜릿으로 된 달걀 안에 종이인형과 종이옷들이 들어있어." 여왕은 일부러 관심없는 척 말했지만 목소리에 가득 찬 흥분은 숨길 수가 없었다. "14종의 인형에 56종의 의상으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숨겨진 의상이 2개가 있다고 하더구나. 종이인형인데도 물에 젖지 않고 관절까지 움직이는 데다가 디자인이 워낙에 좋아서 요새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스파이더맨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흥미로운 눈초리로 엘사를 쳐다보았다. 엘사는 마치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 같은 스파이더맨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우물쭈물하며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라고 안나가 그랬어." 엘사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안나가 그거 좋아하거든. 엄청. 나한테도 몇 개 재미로 사주길래 가지고 있었어. 초콜릿이 차, 참 맛있더라."


"아, 네. 안나 공주님이 좋아하신다고요? 그렇구나아." 스파이더맨은 이미 다 안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유난히 반짝거리는 금색 종이옷을 꺼내들었다. "여튼, 바로 이 종이옷이 제가 여기 온 또다른 이유예요."


"황금 드레스잖아!! 세상에, 제일 구하기 힘든 건ㄷ-아." 무심코 흥분해서 소리를 지른 엘사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아, 아니, 그, 그게 아니라 그...."


"하하하하. 여왕님, 부끄러워하실 필요 전혀 없어요.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예요. 그걸 비웃는 사람들이 잘못된 거죠." 스파이더맨이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저만 해도 닌텐도 DS를 처음 얻었을 땐 하루 종일 포켓몬 게임을 하곤 했는걸요. 아, 포켓몬이 뭔지 모르시려나? 귀여운 동물들을 모으는 게임인데, 좀 복잡하니까 나중에 설명드릴게요."


엘사는 스파이더맨이 자신의 취향을 비웃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여전히 부끄러움은 감출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다행이구나... 그런데 그 황금 드레스가 왜?"


"공구 파는 노른 아저씨네 딸 밀시아 아시죠? 그 애가 이 옷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짖궂은 동네 남자애들이 와서 밀시아가 갖고 놀던 종이 인형이랑 옷을 뺏어다가 종이비행기에 놓고 아렌델 성 바깥으로 날려버렸대요." 스파이더맨이 구겨진 종이비행기 몇 장을 가방에서 꺼내보였다. "대부분의 종이비행기들은 금방 찾았는데, 제일 중요한 이 황금 종이옷이 엄청 멀리 날아가버려서 한참을 찾아 헤맸거든요. 북동쪽 숲으로 뭔가가 날아갔다는 얘기를 듣고 수색해볼 겸 해서 이 주변에 거미줄을 설치해본 거예요."


"그럼 그렇게 나무 사이를 바쁘게 뛰어다녔던 게 거미줄을 놓을 자리를 찾으려고 한 게 아니라 황금 드레스를 찾기 위해서였던 거니?" 엘사는 놀란 듯 스파이더맨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그 아이의 장난감을 찾아주려고 했던 거야?"


"그게 제 일이잖아요.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에게서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빼면 뭐가 남겠어요?" 스파이더맨은 종이쪼가리들을 다시 가방에 넣고 덮개를 닫았다. "아이스 몬스터를 추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아렌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겠죠."


"....세상에. 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렌델 사람들에게 정말 많은 걸 해주고 있구나." 엘사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역시 내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해. 네게 아렌델 민원 처리 전담을 맡기기를 잘했어."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인원 충원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 힘들어서 죽을 지경이거든요." 스파이더맨이 일부러 과하게 힘든 척 하며 장난스럽게 얘기하자 엘사는 입을 가리고 평소보다 조금 크게 웃었다. "농담이예요. 하나도 안 힘들어요."


스파이더맨은 아이스티를 홀짝이면서도 거미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한동안 어깨를 들썩이며 웃던 여왕은 장난스럽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스파이더맨의 옆모습을 푸르고 깊은 눈동자로 가만히 바라보았다. 트롤들의 서식지에서 돌아온 이후부터 스파이더맨은 아이스 몬스터들의 출현과 격퇴에 더욱 신경을 쏟았고, 순찰을 하거나 민원을 해결할 때에도 엘사가 신경쓰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들까지 모두 검토하고 보완하는 등 더욱 강도높게 일에 매달렸다. 일할 때도 연구할 때도 하릴없이 노닥거릴 때도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엘사에게는 마냥 믿음직스럽게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잡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모든 일에 심하게 열중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피터," 엘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패비 할아버지께서 뭐라고 하셨길래 그러니?"


아이스티를 들이키던 스파이더맨의 동작이 갑자기 멈췄다. "무슨 말을 하셨긴요? 그냥 뭐... 이것저것 얘기했어요. 알고 보니까 제 시간대로 정말 쉽게 돌아갈 수가 있더라고요! 그냥 처음부터 거기 찾아갈걸 왜 나 혼자 한동안 고민하고 있었는지, 나도 참 답답하다니까요. 그나저나 갑자기 왜 그 얘기를-"


"정말 그렇게 얘기하셨어?" 엘사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 "그렇게 빨리 21세기의 뉴욕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아냈다는 말이야?"


"ㄴ, 네 그럼요! 하하. 이제 여왕님도 저한테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어요." 스파이더맨이 어색한 목소리로 웃어보였다. 딱 봐도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엘사는 짐짓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너한테 그만 신경써주길 바라는 거니?"


"네??" 스파이더맨은 당황한 듯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티 잔을 거의 놓칠 뻔했다. "아니 전 그 뜻이 아니라..."


"안나도 크리스토프도 네가 그곳에서 무슨 대답을 들었는지 말하려고 하지 않고 있어. 올라프도 마찬가지고. 날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 맘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넌 내 친구잖아. 친구끼리는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함께 나눠야지." 엘사가 크고 맑은 눈망울로 스파이더맨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뭔가 안 좋은 소식을 들은 거지?"


그래 뭐,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내가 거짓말에 능통한 것도 아니고 속일 사람을 속여야지. 아무리 거짓말을 해봤자 엘사 여왕님의 진실을 보는 눈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걸 왜 까먹고 있었을까. 스파이더맨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사실은...."


파르르르-


순간 스파이더맨의 육감이 미세한 거미줄의 떨림을 체크했다. 수백 가닥의 거미줄 중 하나가 매우 조용하게, 소리없이 떨리고 있었다. 미세한 진동이었지만 점점 떨림이 커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한번 울리고 끝이 아니야. 지속적으로 떨리고 있어. 이 숲에 늑대같은 동물들이 살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이 진동의 근원이 되는 존재는 바로...


파르르르르르르르-


이 때 어디선가 불어온 강한 바람과 함께 수백 가닥의 거미줄 전체가 소나무들과 함께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엘사의 길게 땋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져 풀어헤쳐지자 여왕은 바람을 막으려 양 팔로 얼굴을 가렸다. 스파이더맨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동작 감지 센서를 작동시켜 주위의 숲을 살폈지만, 나무들 사이에서 움직이는 물체라곤 숲속으로 떨어지는 나뭇잎들 뿐이었다. 더군다나 숲 전체를 감싸며 불어오는 바람은 전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피터! 이 바람 뭔가 이상해!!" 휭휭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엘사의 목소리가 파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마치... 뭐라고 해야 하지? 마치 커다란 새가 날갯짓을 하면서 내는 바람같아!"


커다란 새라고?!


"안 돼."


스파이더맨은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근처에 서 있는 나무 위로 급하게 뛰어올랐다. 엘사는 깜짝 놀라 스파이더맨을 막으려 했지만, 나무 뿌리를 뽑아버릴 듯 강하게 불어닥치는 바람에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스파이더맨은 엘사가 움찔하는 사이에 이미 높은 소나무 위로 올라가 나뭇잎들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엘사는 스파이더맨을 찾기 위해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뭇잎들 사이로 간간히 비치는 햇살이 그녀의 눈을 계속 찔러댔다.


"피터! 뭐가 보이니?!" 엘사는 크게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피터?! 피-"


"CAAAAAWWWWW!!!!"


어디선가 귀청을 찢을 정도로 커다랗고 날카로운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검고 반투명한 그림자가 햇빛을 가리며 엘사의 몸을 덮었고, 더욱 거세진 바람이 엘사를 땅바닥으로 힘껏 밀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놀라 눈바닥에 주저앉지 않으려 버티던 엘사는 입술을 깨물며 자신의 발 아래에 얼음 기둥을 만들어 발을 단단히 고정시킨 뒤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피터, 피터에게 가야 해. 여왕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은 오로지 그것 하나뿐이었다.

높은 곳에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올라왔다는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도 엘사는 세찬 바람을 온몸으로 견디며 높디높기로 유명한 아렌델 북동쪽 숲의 나무들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엘사는 매서운 강풍에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으로 스파이더맨이 방금 전에 올라간 나무의 꼭대기를 응시했다. 그곳에 스파이더맨은 없었다. 분명히 스파이더맨이 매달려있었어야 할 소나무의 꼭대기는 무언가에 잡혀서 강하게 뜯겨져나간 듯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여왕은 그제서야 자신을 덮고 있는 반투명한 그림자로 시선을 돌렸다. 엘사의 머리 위에 떠올라있는 물체는 날개를 퍼덕이고 있는 거대한 새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아이스 몬스터였다. 온몸이 반투명한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날개를 가진 얼음 독수리는 지금까지 여왕이 본 다른 어떤 조류들보다 더욱 커다란 몸집을 지니고 있었고, 날개의 길이만 해도 몸통의 2배 정도는 되어 보였다. 얼음 독수리는 커다란 날개를 연신 퍼덕이며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무언가와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상대를 잘못 만났어, 너! 몸집이 내 2배는 된다고 해서 내가 겁먹을 줄 알아?!" 스파이더맨은 거미줄로 얼음 독수리의 등에 몸을 단단히 고정시킨 채로 독수리의 머리에 연신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어디 한 번 해보자, 이 얼음 닭둘기야!!"


"CAAAAAAAAWWWWWWWWWWW!!!!"


ULTIMATE SPIDER-MAN

FROZEN WEB

챕터 17 - 거미 대 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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