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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퓨전?/장편] 아래대 표류기(雅騋垈 漂流記) - CH.11

프소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4 22: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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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1


“이제 진정이 좀 되었소?”


진우는 엘사에게 손수건을 넘겨주며 말했다. 눈이 조금 부은 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야밤에 이런 얘기로 울려서 미안하오. 그걸 듣고 나서 정말로 말하고 싶었는데, 계속 미루면 영영 하지 못할까봐 말한거요.”

“아니, 괜찮아. 나도 슬퍼서 운 건 아니니까.”


엘사는 잠시 진우를 바라봤다. 그녀는 이래서 경계가 이 사람을 들여보냈나? 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약간 홀가분해진 듯 그녀는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해 줘서 나도 고마워.”


엘사의 미소에 진우는 안심이 되는 듯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말을 하다 보니 그래도 잠이 좀 오는구려. 낭자는 안 자도 괜찮겠소?”

“나는 아직 괜찮아.”


그 때 서고 문이 살짝 열렸다. 진우와 엘사는 동시에 입구를 쳐다봤고, 거기서는 연두색 잠옷을 입고 있던 안나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다들 잠이 안 오나 보네.”

“그러게.”


셋은 조용히 웃었고, 진우는 하품을 한 번 한 뒤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난 누워나 있어 봐야겠다. 둘 다 더 늦게 있지는 말고.”

“응 알겠어! 잘 자.”


진우는 나가려던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아, 엘사, 혹시 루테피스크가 여기서는 유명한가?”


엘사의 눈이 바로 반짝이면서 표정도 훨씬 밝아지더니, 벌떡 일어나,

“물론이지! 루테피스크는 북유럽의 유구한 전통식이며, 생선, 야채, 고기까지 들어간 아주 좋은 영양시ㄱ…”

흥분한 엘사의 입을 안나가 한 손으로 막으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왜? 야식이라도 먹고 싶어서 그래?”

“아니, 먼지가 많은 책이 있어서 보니까 상당히 이상해 보이더라고. 그런데 주제가 루테피스크여서. 저기 올려 놨으니 한 번 봐 봐.”


진우는 다시 인사를 한 뒤 서고 문을 닫고 나갔다. 엘사와 안나가 서고쪽에다가 손을 흔들다가 엘사가 먼저 선수를 쳤다.


“혹시 들었니?”


안나는 화들짝 놀라며 엘사를 바라봤다.


“응? 잠깐, 뭐? 그..그게 무슨 말이야?”

“들었구나. 그래서 어디서부터 들었어?”


엘사는 장난스럽게 웃었고, 안나는 못 이기겠다는 듯 눈을 굴렸다.


“조선의 신분차별부터?”

“그냥 다 들은 거잖아! 왜 안 들어 왔어?”

“그렇게 진지한 얘기를 하는데다가 언니도 막 울고 있던 분위기였는데 어떻게 중간에 들어와? 그리고 나도 잠깐 추스려야 했고.”

“뭐?”

그제서야 엘사는 안나의 눈도 빨갛게 부은 것을 발견했다.

뭔가 뭉클한 엘사는 안나를 안아주고 책을 가져가려다 뭔가 생각난 듯 다시 안나를 봤다.


“그러고 보니 조선 얘기는 어떻게 알았어? 진우가 조선어로 말했을 텐데?”

“게일한테 통역해달라 했지 뭐.”

“아...”


둘은 책이 있는 책상에 앉았다. 안나는 앉고 잠깐 고개를 돌려 서고 문을 바라봤다.


“그런데 엘사 언니, 우리 그런 말은 거의 처음 들어보지 않아?”

“무슨 말?”

“고맙다는 말. 그것도 이렇게 바로 우리 앞에서.”


엘사는 그녀의 말에 잠시 기억을 되돌려봤다.

그러고는 정말로 그녀가 그런 감사를 받은 것은 거의 손에 꼽히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없다시피 한 것을 깨달았다. 대부분 그녀 앞에서는 공포나 경멸적인 시선이 첫인상이었고, 후에 나아지기는 했어도, 대부분 자신의 잘못이나 정령으로서의 의무 때문에 일어난 일이어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에게서 이렇게 진지한 감사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정말 그러네.”

“그치?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도 울컥하더라. 뭔가 보상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그래도 그냥, 흠...어쨋든 그런 말을 들으니좋기는 좋았어. 물론 그게 여기 처음 온 외지인이 될 줄은 몰랐지만.”


엘사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둘은 동시에 책을 봤다.


“????”

“????”


많이 아스트랄한 <아렌델식 망한 루테피스크 부활법>은 둘을 거의 30초 가까이 멍하니 책 표지만 보게 하기에 충분했고,

뒤집어 뒷면 역시 또 다른 30초동안 보게 만들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안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이 서고를 한 두 번 훑어 봐서 아는데 이런 책은 내 기억에 없어.”

“나도…있었다면 내가 백 번은 보고도 남았지.”

“?”


아무 말 없이 안나는 책의 표지를 열어보려 했지만 책은 통째로 넘어가 버렸다.

안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두 손으로 온 힘을 다해 열려고 했지만 소용이 전혀 없었다.


“뭐야 이거!!!”


안나의 분노는 폭발했고, 엘사가 뒤이어 시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엘사가 책을 얼음창 꼬치로 만들려고 하던 것을 안나가 겨우 말린 뒤 다시 책을 책상 위에 올려놨다.


“애초에 이게 책이 맞아? 또 뭔 놈의 요리 비법이 그렇게 비밀스러운 거야?”

“책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아렌델이 영웅이라잖아. 그 정도로 대단한 건가 봐.”

“한 번 이번에는 둘이서 해보자.”


그래서 뒷 표지는 안나가, 앞 표지는 엘사가 잡고 당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책에서 뚜두둑 소리와 함께 페이지가 아주 조금씩 벌려졌다.

“어, 아까보다 뭔가 열리는 느낌이 드는데?”

“?! 잠깐!”


둘은 당기는 것을 멈추고 다시 책을 책상 위에 올려놨다.


“왜 그래 언니?”

“이거 설마..”


엘사는 안나에게 손을 달라고 했고, 안나가 손을 내밀자, 그 손 옆에 엘사가 자신의 손을 책 위에 동시에 올려놨다.

그러자 아까 보였던 표지는 타 들어가듯 사라지고, 진녹색의 표지와 고대 노덜드라 글자가 나타났다.

안나는 그런 과정을 보며 신기하고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보고 이런걸 알아낸 자신의 언니 역시 엄청나다는 듯이 봤다.


“이건 또 어떻게 알았어?”

“뭔가 정령과 관련된 것 같기도 하고, 우리가 다리니까 우리 둘 다 만져야 될 것 같아서.”

“이야, 역시 언니는 정말 똑똑하다.”


엘사는 뿌듯하다는 듯 양손을 허리춤에 차고 목을 세웠다.

그 동안 책은 다 변했고, 엘사와 안나는 표지 오른쪽 밑 끄트머리에 적혀진 한 단어에 표정이 굳어졌다.



‘Id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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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붙이자니 너무 길어지고 떼어놓자니 짧아져서 그나마 읽기 편한 후자를 택했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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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2.15) - 다음 회차, 통합링크 추가 및 이전 회차 삭제

CH12: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855537

통합링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942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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