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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퓨전?/장편] 아래대 표류기(雅騋垈 漂流記) - CH.7

프소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27 22: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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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 7.


1843.05.07(日)


채진우는 광장에서 돌아와 마을에서 받은 안경을 쓴 채 깃펜으로 글을 쓰고 있었다.

글을 쓰는 와중에 그는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는 듯 뭔가를 그으면서 지우고 쓰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똑똑똑)


진우가 다가가 문을 열자, 연보라색 나이트가운을 입은 엘사가 겸연쩍게 웃으면서 들어왔다.


“제가 방해했나요?”

“그럴 리가 있겠소? 어서 들어오시오.”


엘사는 침대 발치 쪽에 앉았고, 진우는 의자를 돌려 엘사 쪽으로 향하게 한 뒤 앉았다.


“올라프가 잘 구경시켜 줬어요?”

“마을 사람들의 환대가 감개무량하게도 엄청났소. 소인이 이 정도로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소.”


진우는 동상 얘기까지 할까 했지만, 엘사가 말을 꺼내려고 우물쭈물하는 것이 보여 입을 닫았다.

하지만 그녀는 대신 그의 옆에 다가가 그의 글을 보았다.


“아래대 표류기(雅騋垈 漂流記)?”

“그렇소. 아무래도 여기 일들이 너무나도 신기해서 말이오. 직접 여행했다고 얘기해봤자 도움도 안 될 거고,

무엇보다 낭자의 비밀도 보장 되어야 하니, 그냥 여기서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소설이나 쓰는 중이오.

이름들도 그냥 불란서 식으로 지을 것 같소.”


“맑을 아(雅) 큰말 래(騋) 집터 대(垈)면, 맑고 큰 말들이 사는 곳 이라는 건가요?”


진우는 어이가 없어 잠시 엘사를 쳐다봤다.

“... 그 자연의 능력이 점점 더 부러워 지고 있소이다.”

“잠깐 봐도 될까요?”


진우는 그녀에게 소고를 넘겨줬고, 몇 분 동안 읽던 그녀는 책을 건네주면서 미소를 지었다.


“아기자기하게 잘 쓰시네요.”

“이래 봬도 군서기관이었소. 글이 습관인 것은 당연한 거요.”


진우가 책을 건네 받을 때 둘은 서로 마주보게 되었는데 그때서야 진우는 둘 사이의 거리가 오묘하게 가까운 것을 인식했다.

특히나 그가 회복하고 나서 둘이 이렇게 길게 마주 본 적은 처음이었다.

거기에 저녁 특유의 따스한 분위기와 정적도 한 몫했다.

머쓱해진 진우는 헛기침을 하며 책상에 책을 놓고 다시 그녀를 바라 봤다.


“혹시 더 얘기할 것이 있소?” 진우가 먼저 물었다.

“아, 다른 게 아니라...”


그 순간, 다섯 번의 노크소리가 들렸고 진우는 다시 문을 열었다.

안나와 크리스토프가 같은 연노란색 잠옷을 입고 해맑게 손을 흔들었다.

예상 못한 진우는 문을 열고 공식적인 인사를 하려고 하자,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그를 잡으면서 말렸다.


“지금 저희는 국왕부부의 입장으로 온 것이 아니라 친구로서의 안나, 크리스토프로 온 거에요. 그러니까 그렇게 대해주지 않아도 돼.”

“말도 편히 해주고.”


진우는 예전에 안나가 했던 말이 정말일 줄은 생각 못했기에 감동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둘 다 무슨 일이옵...입니..야?”

진우는 바로 아렌델어로 바꿔 말했다.

하지만 갑자기 편해진 말투에 적응 하는 것 어려워 말투가 어눌해져 버렸다.


“혹시 엘사 언니가 여기 있나 해서.” 그 말과 동시에 안나는 등을 돌린 채 침대에 다소곳이 앉아있던 엘사를 발견했다.


“언니! 사람 하나 초대하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어..그게…”

“무슨 초대?”

“엥? 언니! 아직 말도 못 꺼낸거야?”


엘사는 다른 곳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얕게 끄덕였고,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동시에 이마를 쳤다.

안나는 뾰루퉁한 표정으로 엘사와 진우를 번갈아 보다가 포기한 듯 눈을 한 번 굴리며 한숨을 크게 한번 쉬더니,


“그냥 언니가 말해! 우리는 내려가서 간식 준비해 놓고 있을게. 진우는 조금 있다 봐!”


둘은 복도를 폴짝폴짝 뛰면서 걸어갔고 그런 그들을 진우는 웃으며 보다가 다시 시선을 엘사로 돌렸다.

엘사는 난감하다는 듯이 눈을 감은 채 이마를 짚고 있었다.


“이 야밤에 무슨 잔치라도 있는 겁니까? 신나 보이기는 해도 여왕폐하, 아니 안나나 크리스토프 둘 다 연회복이 아닌 잠옷이었다만...”

“그게 아니라, 우리가 금요일 밤마다 모여서 놀거든요.

예전에는 진우씨가 환자고 계속 누워 있어야 하다 보니 얘기를 못했는데 이제는 건강도 회복했으니까 같이 하면 어떨까 싶어서요.”


엘사는 아까 못한 말을 지금 쏟아내듯 후다닥 말해 버렸고, 진우는 알겠다는 듯 입을 벌렸다.


“가끔 들려왔던 소란이 그것이었소?”

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소인이 끼어도 되는 것이오? 뭔가 가족 전통 같아 보였다만.”

“항상 우리끼리만 해왔던 터라 가끔은 조금 심심하던 차였어요.”

엘사는 일어나 진우의 어깨를 한 두 번 토닥인 뒤 문 밖으로 나왔다.


“아, 그리고 낭자.”

진우는 먼저 나가 있던 엘사를 불렀다.


“낭자 역시 소인에게 편한 말로 해주시오. 소인도 아렌델어로 할 때는 그리 노력할테니.”

“흐흠…알겠어.” 엘사는 아직은 어색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조선어로 할 때는?”

“소인은 계속 이리 말할 터이니 낭자는 조선어로도 평어를 해주시오. 최소한 조선어에서라도 은인의 예의를 지키고는 싶소.”

진우는 말을 하면서 약간 능글맞은 표정으로 그녀를 봤고, 엘사는 그런 그가 재밌다는 듯 웃으며 둘은 그렇게 난로방으로 내려갔다.


///


안나가 소파 앞 중앙에 서서 팔을 크게 벌리며 시작을 알렸다.


“그!래!서! 오랜만에 사람 수도 꽤 되고 하니까 <몸으로 말해요>를 해볼게!”

진우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박수를 쳤고 진우 역시 어색하게 따라 치기 시작했다.


“한동안 안 했었나 봐?” 진우가 아렌델어로 말했다.

“그..그렇지. 또 하더라도 보드게임 위주로 해서.”


옆에서 엘사가 조용히 말해줬고, 그가 수긍하려던 차, ‘그럼 스벤은 어떻게 참가했었지?’ 라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하지만 설인(雪人)도 인문학 책을 읽는 마당에 뭔들 안되겠나 싶어 스스로 마음속에 묻어두었다.


“우선 진우가 처음이니 남자+올라프 대 여자로 해보고 후에는 다르게 팀을 짜보죠.

아, 그리고 이번에는 올라프는 막 분리해서 변신하면 안돼!”

신나게 박수 치던 올라프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실망한 듯 입을 삐죽이며 먼저 나와서 종이를 꺼냈다.

“그래도 이번 건 쉽네.”


스벤이 종을 치자마자 올라프는 검지와 엄지로 무엇을 마시면서 시작했다.

“뭘 마시나?”

진우는 말하며 크리스토프를 보았고, 크리스토프는 바로 캐치해냈다.

“차?”

올라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손을 가리켰고, 크리스토프는 바로 대답했다.

“주전자!”

그리고 다른 단어들이 나오는데 올라프와 크리스토프의 티키타카에 진우는 그 사이에서 어리버리하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고양이, 나무, 바위, 트롤, 코? 당근! 그리고 노덜드라!”


“도대체 어떻게 저걸로 노덜드라를 맞춰!?”


진우는 팔을 앞으로 뻗은 채 입모양으로 ‘나 나’ 거리는 올라프를 보며 얘기했지만 웃고 있는 엘사와 안나에게 들리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우리의 조합이 너무 센 것 같은데?”

크리스토프와 올라프는 서로 위 아래로 하이파이브를 치며 다시 소파에 앉았다.


“그러면 우선 팀 대결 대신 진우가 나가서 문제를 해볼래?”


엘사가 제안을 했고, 진우는 좋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살짝 심호흡을 하며 종이를 몇 개 집었다.

첫 단어는 ‘얼음’이었는데 그의 머릿속에서 바로 지나간 것은 *석빙고였고, 당연히 저들을 알 리가 없기에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스벤은 그런 진우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듯이 바로 모래시계를 돌려버렸다.


“어…어…”


“말하면 안 돼!” 올라프가 귓속말로 크게 말했다.


진우는 시계와 소파를 번갈아 보다가 엘사가 자신에게 보여준 마법이 생각났다.

그래서 그는 엘사를 가리킨 뒤 바닥을 가리키고 계속 바닥에 넘어지는 동작과 화채를 먹는 동작을 반복했다.

“엘사?”

“바닥? 땅?”

“인생 최대의 실수?”

“? 아! 흑역사?”

다들 감을 못 잡아 보이자 그는 다 아니라는 듯 손을 내 젓고 다시 퍼먹는 동작을 보였다.


“그래. 뭘 퍼먹고 있어.”


안나가 본 것을 정리하는 듯 말하자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먹는 속도를 늘리다가 머리가 아픈 듯 머리를 쥐었다.

셋은 대략 알겠다는 듯 입이 커졌다.

“아이스크림!”

진우는 더 말하라는 듯 손을 돌리다가 엘사를 한 번 더 가리켰다. 안나는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 손뼉을 쳤다.


“얼음!!!”


그 소리와 함께 스벤이 벨을 울렸다.


“고마워!” 진우는 감격에 복받쳐 처음으로 작게 고함을 질렀다.

“아! 바닥에 넘어진 게 얼어서 미끄러진 거야?”

엘사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다들 수긍하는 듯 서로를 쳐다봤다.

“이게 생각보다 어렵네. 도대체 저 둘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맞추는 건지.”

진우는 지친 듯 원래 자리에 돌아가 드러눕다시피 앉았고, 엘사는 그런 진우를 고생했다는 듯 웃으며 어깨를 토닥였다.


“다음은 내가 해볼게!”


안나가 일어났다. 그렇게 그들은 한 명씩 맞추기를 반복하다가 팀으로 나누면서도 해봤고,

그런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진우 역시 그 안에 녹아 내려갔다.


///


“와아아아, 이제는 도저히 못하겠다.” 안나가 엘사에게 안기면서 말했다. 시간은 두 시간 가까이 지나고 있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뭐.”

엘사의 말에 공감하듯 다들 일어나 정리를 한 뒤 방 밖으로 나왔다. 이미 올라프는 스벤 위에 올라탄 채로 졸고 있었고,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나머지 둘에게 인사를 한 뒤 팔짱을 낀 채 같이 걸어갔다.


진우는 그런 둘을 푸근히 쳐다보다가 작은 한숨을 쉬었다.


엘사 역시 들어가려 했으나 진우의 묘한 표정을 보고 멈췄다.

“혹시 너무 부담스러웠어?”


조심스럽게 묻는 엘사를 보고 진우는 화들짝 놀란 채 손을 내저었다.

“그럴리가 있겠소이까? 소인이 이런 환대를 해준 것에 감사는 못 할 망정 부담이라니, 당치도 않소.”

그는 팔을 내린 뒤 엘사에게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보였다.

“정말로 오랜만에 가족과 친구가 뭔지를 소인은 느껴봤소.

이렇게까지 소인을 대해주는 것에 대해 감개무량 밖에 남아있지 않으니 너무 심려치 마시오.”


엘사는 진우의 말을 듣고 약간 당황했지만 이해는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한 뒤 자신의 방으로 갔다.

진우는 방으로 돌아와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바깥은 아렌델 수도 특유의 해안가와 밤바다, 그리고 입구를 만드는 큰 절벽이 보였고, 그 뒤로는 아기자기한 집들이 성 밑까지 펼쳐져 있었다. 그는 다시 글을 쓰려고 펜을 들다가 내려놓고 방금 그가 겪었던 일들을 곱씹어 봤다.

진우 역시 어린아이마냥 웃으며 논 것은 거의 처음이었고, 그가 서자(庶子)라는 눈총과 멸시를 받지 않은 채로 시간을 보냈던 적이 있나 생각해보면 그런 적이 존재하지 않았다. 항상 그는 주변에서 알아차리면 자신을 깔보거나 경멸하는 눈빛을 견뎌야 했기에 숨어들었고, 결론적으로 신부의 제안을 그 자리에서 받아들이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여기는 달랐다.


여기는 그에게는 사실상 천국이나 다름이 없었다.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마을 사람들, 정말로 그를 가족처럼 대해주는 안나, 크리스토프, 올라프, 그리고 이런 것을 다 있게 해준 엘사까지…

이런 친절함을 진우는 처음 만났기에 그의 머릿속에는 그들의 미소와 웃음이 아직까지도 남아있었고, 그 엄청난 온기에 눈물이 맺힐 정도였다.


하지만, 이렇게 찬란하게 반짝이는 빛이 그에게는 후에 그가 여기를 떠나야 할 때 묶여질 커다란 족쇄가 될 것 같았고,

복잡해지는 생각에 그는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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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빙고: 겨울에 얼음을 채취, 저장하였다가 여름에 사용하기 때문에 얼음이 녹지 않게 하기 위하여 지하에 설치하는 창고

출처: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28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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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뭔가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은 짧고 빠르고 아기자기한데 그걸 글로 표현하려니 어렵네요;;;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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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2.15):다음화 링크

CH8: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77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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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2.15) - 통합링크 추가 및 이전화 이전의 회차 삭제

통합링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942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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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3.13) - 오타 수정

: 올라프의 크리스토프의 => 올라프와 크리스토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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