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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퓨전?/장편] 아래대 표류기(雅騋垈 漂流記) - CH.6

프소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25 13:30:12
조회 419 추천 18 댓글 20

CH5: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724789

(나머지 링크는 밑에 있었는데 아예 통합링크로 바꿨어요!)


CH6.


1843.05.07()


서던아일랜드의 칼럽 웨스터가드(Caleb Westergaard)는 자신 앞에 있던 책상을 엎어버렸다.

넘어가는 책상 소리에 같이 있던 시종들의 어깨는 움찔했고, 거기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칼럽의 분노에 찬 숨소리뿐이었다.

한스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한스보다 덩치는 크면서 진한 눈썹과 흑발은 마치 한 마리의 곰을 보는 듯했다.


“한스 이 모자란 새끼는 계획을 짰으면 성공이라도 시킬 것이지 이딴씩으로 망쳐놔?”


그의 사나운 눈빛은 시종들에게 향했다.


“내가 직접 얘기를 해줘야 말을 듣겠나? 빨리 와서 치워!!”


시종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달려와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분노의 제일 큰 이유는 작년에 나온 수치들이었다.

한스의 추방 명령 후, 당연하게도 아렌델은 서던아일랜드제 생선과 흑석(黑石)제품들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함과 동시에 수년간 진행해 온 무역협상 역시 파기했다.

몇몇 국가들은 한스의 행동을 보고 서던아일랜드를 신용할 수 없다 판단, 아예 수입을 통째로 막아버렸다.

거기에다가 항구 요충지인 아렌델 관리들도 비록 회항을 시키지는 않으나, 유난히 서던아일랜드 국적 배들만 늦게 통과 시켜버리는 판국에 자연스럽게 그들의 경제는 하락하면서 재정적자는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이 때문에 자신의 아버지는 병으로 누워서 어쩔 수 없이 칼럽이 국정을 맡아 버리니, 그로서는 미치고 뛸 노릇이었다.


“예전부터 그 새끼가 대(對)아렌델 특사로 가겠다고 별 지X을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지금 한스는 뭐하고 있어?”


옆에 있던 시종장은 일지를 꺼냈다.


“오전 6시반에 기상해 7시까지 조식,

7시부터 12시까지 마구간 청소,

12시부터 1시까지 중식,

1시부터 5시 반까지 말들 용변정리 및 목욕시키기,

5시 반부터 6시 반까지 석식,

6시부터 10시 반까지 자기계발 및 신변정리 뒤 취침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마구간 청소를 하고 있을 겁니다.”

“이제부터 중식시간을 30분으로 줄이고 저녁시간에도 왕실 목장에 가서 우유를 짜게 하던가 왕실 농장에서 사과나 까라 그래!!

이렇게 나라를 망친 놈한테 쉬는 시간은 무슨 쉬는 시간!”

“알겠습니다.”


시종장은 허리를 숙인 뒤 밖으로 나갔고, 멀리서 한스의 욕이 나지막이 들려왔다.


“? 저 새끼가 지금 감히 욕을 해? 곤장 5대 추가.”

경비병 옆에 있던 곤장병 넷이 곤장과 밧줄을 든 손을 앞으로 내민 채 밖으로 뛰어갔다.

“어? 잠깐 뭐야? 왜 이래? 어? 어? 어어어어어어어어!!!! 끼야아아아악!!!!”

하는 소리가 한스의 곤장 맞는 소리와 함께 울려 퍼졌다.


기분이 조금 나아진 칼럽은 다시 심호흡을 하며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세금을 올려? 아니야, 여기서 더 올리면 XX 나 같아도 반란을 일으키겠다.

왕실 소유 영지 팔아? 가뜩이나 영토도 작은데 팔 곳이 어디 있다고? 또 팔아봤자 적자의 반의 반도 안 채워져.

…차라리 기왕 이런 김에 아렌델을 공격해?

아니야. 예전이라면 모르는데 지금은 엘사가 저렇게 정령이 돼서 떡 하니 버티고 있으니 공격했다가는 섬 전체가 얼음 조각상이 되겠지.’


결국 그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예정 돼 있던 도로 공사를 취소하고 군비 역시 삭감하는 방안에 서명하는 것과,

조용히 중얼거리는 욕뿐이었다.

“폐하, 라스(Lars)왕자님과 루디(Rudi)/루노(Runo) 왕자님들이 알현을 요청했습니다.”

시종장이 문 앞에 있다가 다가와서 말했다.

“다 한 번에 오라 그래.”


이윽고 셋이 들어왔는데 다섯 째인 갈색머리의 라스는 나름 잘생기고 갸름한 얼굴에 큰 원형 은테 안경을 쓰고 있었고,

일곱/여덟 번째인 루디와 루노는 삐죽삐죽한 주황색/금발 머리에 얼굴에는 악질적인 웃음을 띄고 있었다.

특히나 루노의 얼굴을 본 칼렙은 순간 못 볼 걸 본 듯 눈을 잠깐 감았다가 라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여기에는 왜 왔니, 내 사랑스러운 동생들아?”


칼렙은 비꼬는 듯 두 팔을 벌리며 말했지만 셋은 서로 보다가 우선 라스가 안경을 만지며 말했다.


“폐하, 아무리 한스가 잘 못했다지만 지금보다 더 시키는 건 너무 무리하는 것 같습니다.”


칼렙의 인상은 다시 찌그러졌다. 라스가 왔을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막상 직접 들어 보니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만약에 라스 너가 직접 코로나 왕국이나 아렌델에 가서 수입금지 해제시키고 무역협상까지 이끌어 내면 생각해보지.”


라스는 기가 막히는 듯 반박하려 했지만 옆에 있던 루노가 끼어들었다.

“형, 혹시 한스 괴롭혀도 돼?”

“아니 진짜 얘가 아직도 이래?” 라스는 말하면서 루노를 쏘아봤다.

하지만 루디와 루노는 웃으며 그에게 손가락을 내밀었고, 칼렙은 지겹다는 듯이 눈을 굴렸다.

“맘대로 해. 단지 죽이거나 너무 다치게 하지는 말아. 나중에 내가 직접 단두대 줄을 놔 버릴 거니까.”

“예! 분부대로 합쇼!”

루디와 루노는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한 뒤 뛰어 나갔고, 얼마 있지 않아 한스의 고함은 처절한 울음소리로 바뀌었다.


이제 남아 있는 건 칼렙과 라스 뿐이었다.


“형, 정말로 그 정도로 답이 없는 거야?” 라스는 옆의 계단에 앉았다.

칼렙은 그런 라스를 내려다 보았다.

비록 한스를 감싸도는건 마음에 안 들어도 책벌레 라스만큼 생각이 깊은 형제는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얘기를 거의 꺼내지도 않았는데 칼렙의 고민이 대략 뭔지 알고 있지 않은가?

칼렙은 짧은 한숨을 쉬며 왕좌에 등을 기댔다.


“그래. 지금 주요 무역 통로들이 막힌 건 물론이고, 외교적으로도 고립됐어.

그렇다고 경계 밖을 벗어나자니 그 쪽 나라들은 바로 우리를 노예로 삼으려 들거다.

솔직히 그 놈들이 여기를 알아 버려서 작정하고 밀어붙이면 저 전투민족 아렌델 놈들도 힘들걸?”


라스도 대략적으로 안개 바깥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 더더욱 밖은 전쟁터가 되고 있었고, 그에 따라 발전하는 저들의 무기는 더 이상 장난이 아니게 되었다.


“형이 고생이네...”

칼렙은 헛웃음이 나왔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 위안이었다.

“야, 그래도 그런 소리를 해주는 건 너밖에 없다.”


그 때, 경비병이 급한 듯이 문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폐하. 하지만 지금 성문 앞에 아렌델 사절단이 와 있는 소식을 전해드려야 될 것 같아 바로 왔습니다.”

칼렙과 라스 둘 다 경비병을 쳐다봤다.

“아렌델 사절단? 그 쪽에서 보내겠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는데?”

“예, 사절단 측에서도 극비로 온 것이라고 합니다.”

칼렙은 의심이 들었지만 그에게 다른 답이 없다는 것을 곧바로 깨닫고 그들을 불러들였다.


///


“아렌델 왕국 해군 대령 에릭 발렌(Erik Valen), 대(大)서던아일랜드 국왕폐하를 뵙니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회색머리를 가진 사내를 필두로 다른 두 명의 젊은 사내들이 양쪽으로 서서 인사했다.

군 제복을 입은 대령을 제외한 나머지 둘은 외교관에 걸 맞는 진녹색의 정장을 입고 있었다.


“본론으로 바로 넘어가지. 사전통보도 없이 갑자기 극비 사절단을 보낸 이유가 뭔가?”

“예, 저희 측에서 한스 웨스터가드 왕자를 급히 다시 소환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칼렙과 라스는 인상을 찌그렸다.

이 새끼가 또 뭔 짓을 했나 라는 생각이 둘의 머리에 스쳤지만, 그것도 이제는 2-3년 전이라서 굳이 꺼낼 이유가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칼렙은 에릭과 그의 일행을 찬찬히 보면서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그들의 무표정은 더 헷갈리게 만들 뿐이었다.


“아렌델 국세청과 재무성 합동조사 결과, 한스 왕자님이 임시로 재위하고 있는 동안 국고를 횡령한 혐의를 찾아냈습니다.”

“이제서야?” 옆에 있던 라스가 끼어들었다.

“워낙 짧은 시간이었고, 노덜드라의 행정정리가 밀려서 당시 기록정리도 늦여졌을 뿐입니다.”

“증거는? 따로 증거가 없지 않고서야 이렇게 갑자기 오진 않았겠죠?”

에릭이 옆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 있던 수행원이 문서 몇 장을 라스에게 건내 줬다.

라스는 잠시 보더니 그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구겨졌고, 바로 칼렙에게 문서를 넘겨줬다.


“보시다시피 그 찰나의 기간 동안 계시면서 많이도 가져가셨더군요.”


에릭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옆의 수행원이 한스의 횡령 행적과 아렌델 국세청이 환수한 부분까지 말을 해주는데,

이미 칼렙은 이마를 짚으면서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만약 그 자산들을 다시 못 찾으면 어떻게 되지?” 칼렙이 물었다.


“우선 저희 측에서 한스 왕자의 개인 재산목록을 서던아일랜드 정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뒤 압류 요청을 보낼 것이고,

거기서 부족한 것은 본가(本家)인 서던아일랜드 왕실에게 물을 예정입니다.”


응접실은 그 말을 끝으로 정적이 흘렀다.

칼렙은 생각이 많아 보였고 라스는 계산을 하는 듯 뭔가를 계속 종이에 적고 있었다.

“알겠어요. 데려가세요.”

라스가 입을 열기도 전에 칼렙은 조용히 중얼거리며 손으로 나가라는 듯이 휘적거렸고, 에릭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뒤 방을 나갔다. 라스는 그들이 나간 것을 확인한 뒤 바로 그의 옆으로 갔다.


“형, 한스가 이렇게 가져갔다는 게 말이 돼? 무슨 그 짧은 시간에 거의 한 마을이나 도시의 1년치 예산을 가져가?”

“나도 몰라! 예전 같았으면 아무리 X같아도 형제고 자국민이니 뭐라도 반박을 하든, 데려와서 뭐 재판이라도 시키든 하겠지.

근데 지금의 우리한테 선택지가 있기나 하니? 저 대~~~단 하신 아렌델놈들한테?”


그 질문에 라스 역시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칼렙 말마따나 지금의 경제/군사적 차이로는 이의제기 같은 것은 꿈에도 꾸지 못하고 그저 수긍하는 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라스는 다시 한 번 더 칼렙의 위로 차 어깨를 두드려줬지만 칼렙은 분을 이기지 못해 옆의 잔을 바닥에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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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래는 늦은 오후나 저녁에 올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때 컴퓨터로 작업을 못할것 같아 지금 올려요ㅠㅠ

한스의 형제설정은 프로즌하트 정리글을 보고 살을 조금 붙였습니다.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2894831)


설날인데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설날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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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2.15) - 다음화 링크 등록

CH7: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760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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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2.15) - 통합링크 추가 및 이전화 이전의 회차 삭제

통합링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942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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