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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퓨전?/장편] 아래대 표류기(雅騋垈 漂流記) - CH.3

프소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19 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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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3.

1843.05.04(木)


네 달이 지나 얼어 있기만 했던 아렌델에도 짧은 봄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 동안 채진우는 계속 침대에 있으면서 제일 많이 한 것은 엘사를 통해 아렌델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었다.

다른 문화권 사람이라면 1년은 족히 넘었을 과정을 진우는

이미 유럽어 지식이 있었다는 점,

하루일과가 앉아서 아렌델의 책을 보던가 여기 집사들과 얘기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는 점,

무엇보다 엘사가 적극적으로 도왔던 점 등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움직임 역시 다치기 전보다 약간 느리기는 해도 웬만한 것은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돌아왔다.


///


“왜 이리 소인에게 환대를 베푸시오?”


엘사가 찾아오고 한두달이 지났을 때 진우는 물었다.

전에 대략적인 이유를 듣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의 머릿 속에서는 그 이유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다.

호의를 받고나면 항상 대가가 따르는 것을 봐왔던 그였기에 더더욱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항상 떠다니고 있었다.

잠시 동안 어색한 침묵이 흐르면서 그녀는 그를 잠깐 빤히 보았는데, 마치 자신에게는 당연한 것을 어떻게 그에게 설명할지 생각하는 듯 했다.


“흠…간단히 말하자면 애초에 웬만한 외지인은 저기를 넘지 못하거든요.


그리고는 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리면서,


"그리고 처음에는 자연을 믿었지만, 이제는 당신을 믿어보려고요.”

"...그게 끝인거요?"

"예."


정말로 그것 때문이라고? 안개와 그런 알량한 느낌 하나로?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유를 어떻게 이리 당연히 말하는 건지 생각하던 그는 그녀의 손을 바라봤는데, 전과 달리 온기가 냉기에 섞여있었다.

하지만 몇 번을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자연과 소통한다 하더라도 그것 하나만으로 이렇게 친절 할 수가 있다니...

또 이런 식으로 사람을 믿을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 확신을 이렇게 굳게 믿고 있다니...

하지만 찾으려 해도 악의가 보이지 않는 저 순수한 바닷빛 눈에 진우는 다른 대답은 못하고 그저 감사하다는 인사밖에 할 수 없었다.


그 이후로 진우는 엘사에게 다시는 같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


자신이 구하기는 했지만 외지인, 그것도 대륙 반대에 살다 온 외지인은 처음 보기에 엘사에게 진우는 정말로 신기한 사람이었다.

그 날은 눈이 심하게 내려 난로르 최대로 튼 채 둘은 엘사가 고른 교육용 책을 같이 읽고 있었다.

엘사는 그 때 진우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는 여기서 받은 은테 돋보기 안경에 은체인, 그리고 길게 풀어진 머리를 하고 있었다. 잠옷은 전에 그녀가 줬던 자주색 잠옷을 입고 있었다.

코와 눈이 아렌델 사람들보다 작았지만 얼굴 역시 작았기에 균형은 맞았다.

처음 발견 했을 때 그의 키는 안나만했고, 그를 처음 들었을 때 생각보다 무거워 놀랐던 기억도 잠시 지나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가 봤던 노덜드라 사람들은 책보다는 무술이나 순록타기를 더 좋아하기에 그들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더 작은 진우가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보니 뭔가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책을 보던 진우도 자신에게 집중 되어 있는 시선이 의식 되었는지, 엘사를 살짝 흘겨보고 다시 책을 읽으면서 말했다.


“소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을 보아하니 확실히 조선인은 처음인가 보오.”


엘사는 들켰다는 사실에 흠칫했지만 반박 역시 하지 못하겠기에 별 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노덜드라 사람들이랑 비슷하게 생기면서도 다르네요. 어... 특히나 옷이나 분위기가요!

그들은 힘이 넘치고 활기찬데 진우씨는 뭔가 조용하면서 진중해 보여요.”


그 말에 진우는 크게 웃으면서 안경을 벗었다.

과거 불란서 신부들이 조선에 처음 왔을 때도 신기해 했지만, 유독 그녀의 반응은 그를 탐구하는 것 같았다.

“확실히 여기랑 조선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사실이오.

소인 같은 경우, 독서를 싫어하지도 않을 뿐 더러, 과거시험 준비를 하느라 책을 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그렇소.

하오나, 모든 조선인이 이렇지는 않소. 게다가 소인은 오랜 시간 동안 침대에만 있었던 환자인데 어떻게 그들보다 더 활기찰 수 있겠소?

노덜드라인들은 만나보지 못해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너무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하오.”


///


침대에 머무는 동안 진우는 왕국과 엘사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었는데, 현재 왕국의 군주는 그녀의 여동생이며,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평화라는 것, 알고 보니 그녀의 말은 물의 정령이어서 바다 위를 달릴 수 있는 것, 또 그녀가 생명을 창조 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이 정도면 외지인 한 명이 와서 난리를 피우더라도 눈 깜짝 안하고 바로 즈려밟을 수 있다는 것을 그는 한 번 더 체감했다.


“다시 봐도 정말로 신기하오.”


진우는 소파에 앉아 있던 엘사와 그 옆의 올라프를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뭐가요?”

“올라프 말이오.”


올라프는 그들의 교육시간이 지겨웠는지 소파에 대(大)자로 누워 자고 있었다.


“조선의 설화에도 물건에 영혼이 깃들어 살아 있는 것마냥 얘기를 하는 도깨비라던지 아니면 자신을 죽인 사람에게 저주를 내리는 시니(귀신)들이 있다 들었소만, 실제로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설인(雪人)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소.”


엘사는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돌아눕다 떨어진 올라프의 머릿가지를 다시 꽂아 줬다.

그리고 둘은 다시 책에 집중했는데, 이번에는 진우가 엘사를 눈을 돌려 보기 시작했다.

지난번과는 다르게 그녀는 크고 동그란 금테안경을 쓰고 있었고, 고정을 위한 얇은 사슬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녀의 옅은 남색 캐주얼 드레스 때문인지 그녀에서 나오는 지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더 차분해 보였다.

확실히 설화에 영감이 있었더라면 엘사는 선녀의 영감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성직자가 아닌 구라파인과 오래 대화해 본적은 처음이었기에 그 역시도 그녀가 신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자연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니…

지금 당장 그가 한양 거리에 나가 증거를 들이밀며 말해도 미친놈 취급 받기 딱 좋을 것이다.

물어보고 싶은 것으로만 따지면 그가 훨씬 많았지만 지금 이 분위기를 망치기 싫었기에 그는 억지로 눈을 책에다가 고정시켰다.


잔잔한 고요가 흐르고 있던 와중에 열려있는 창문으로 초록색 잎 몇 개가 날라오더니 엘사 머리 주위를 몇 번 뱅뱅 돌다가 진우의 뒷머리를 확 들어올리고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머리가 들어 올려질 때 그는 순간 새의 노랫소리와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지나간 것만 같았다.

“게일! 환자에게 그러면 안 돼!”


엘사는 창문을 향해 소리쳤지만 이미 바람은 멀리 나간 뒤였다.

창문을 좀 더 지켜보고 돈 그녀의 표정에는 생각이 더해진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소?”

“아, 별거 아니에요.”


그리고 나서 엘사는 책과 안경을 옆에 놓고 조금 생각하더니 침대 옆에 있는 밧줄을 당겼다.

얼마 있지 않아 게르다가 들어왔고, 엘사는 그녀와 몇 마디 나눈 뒤 게르다는 다시 나갔다.


“흠… 기왕 이러는 김에 같이 할까?”

“무엇을 말이오?”

“진우씨, 혹시 지금 움직일 수 있나요?”

“전보다는 많이 호전이 되었으니 물론이오.”


엘사는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네요. 그러면 오늘 안나를 보러 가죠.”


진우는 예상을 못했다는 듯이 화들짝 놀랬다.


“이렇게 갑자기 여왕폐하를 만날 수 있단 말이오?”

“곧 주말이기도 하고, 아직은 사절단들이 오는 시기 전이니 괜찮을 거에요.”


그 때, 게르다가 노크를 한 뒤 들어와 가능하다 했고, 엘사는 올라프를 깨운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우 역시 침대에서 일어났지만 그는 전과 같은 잠옷을 입은 채로 어쩔 줄 몰라 하며 주위를 살폈다.


“허나 지금 내 복장 상태가 이런데 알현이 가능할지..?”


막 깬 올라프는 나뭇가지 팔을 높게 들어올리며 기지개를 폈다.

그러고는 그를 한 번 훑어보더니 옆에 와서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생각해 보니 안나도 외지인은 처음이라서 너가 그냥 가도 '어머! 혹시 거기도 순록을 기르나요?' 하며 반가워 할걸?”

“?”

“걱정말아요.”


엘사는 그의 앞에 서더니, 한 팔을 다른 팔 위에 올린 채 손가락을 휘적휘적 젓기 시작했다.


“낭자, 지금 무엇을 하고 있…”

“이 옷차림이 맞았나?”


갑자기 밝은 빛들이 다가와 그를 감싸더니 없던 밝은 하늘색 비단 도포가 생겼고, 상투가 묶이면서 갓 역시 씌여졌다.

진우는 이런 고급 옷차림이 무(無)에서 나오는 것이 자신의 눈 앞에서 펼쳐지자, 헛웃음 밖에 칠 수 가 없었다.

옆에서 올라프는 신난다는 듯이 박수를 쳤다.


“이런 것도 가능하단 말이오?”


엘사는 만족스러운 듯 그의 옷을 바라보았다.


“처음 발견했을 때 입었던 옷이랑 최대한 비슷하게 했는데 어때요?”

“ㅇ…‘어때요?’ 고 자시고 소인이 여태까지 입었던 옷 중 제일 좋은 색깔과 재질이오. 정말로 고맙소.”


생각보다도 더 많이 기뻐하는 진우를 보고 엘사는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그 모습을 보니 뿌듯해 같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럼 여왕님을 만나러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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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명히 처음에 썼을 때는 괜찮은가 싶은데 올리기 직전에 보면 깜짝깜짝 놀라네요ㅋㅋㅋㅋ

예전화들 같은 경우 많아지면 바로 전 화 제외하고 다 밑에다가 해놓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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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1.25) - 다음화 링크 등록

CH4: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708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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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2.15) - 통합링크 추가 및 이전화 이전의 회차 삭제

통합링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942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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