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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크로스오버] 얼티밋 스파이더맨-프로즌 웹 13화

차빙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19 20: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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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여왕의 집무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찾아온 평화로운 아렌델의 오후.

따뜻한 햇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환하게 밝아진 집무실 안에서 엘사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 오늘의 마지막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집무실 안은 극도로 고요해 엘사의 깃털펜이 종이 위를 가르며 내는 사각사각 소리와 벽에 걸린 화려한 시계가 똑딱거리는 소리 말고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엘사가 원하는 그대로였다. 그녀는 자신이 집무를 보는 와중에는 사랑하는 동생을 포함한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어하지 않았고, 실제로 방 안에는 시중을 들기 위해 모인 시종들과 집사 카이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엘사는 서류를 검토하고 또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카이가 가져온 애프터눈 티 세트에 손을 뻗어 찻잔을 들어 뜨거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허브의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코끝과 온 입 속에 감돌며 복잡해진 정신을 맑게 정돈해주었다. 역시 카이의 허브 배합 솜씨는 어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허브차와 함께 약간의 초콜릿을 즐기며 여왕은 마지막 서류를 책상 옆에 놓인 남산만한 크기의 서류 더미 위로 올려놓았다.


"오늘의 마지막 서류로군요." 카이가 웃으며 작은 밀차에 서류 더미를 옮겨담았다. "노고에 감사를 표합니다, 여왕 폐하."


"고마워요, 카이. 오랜만에 일이 일찍 끝나니 홀가분하네요."


엘사는 마치 속에 있던 고민거리들을 모조리 다 뱉어내듯이 행복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거의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이 쌓인 서류 더미들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지난 반년 동안 아렌델은 수없이 많은 위기를 겪었고, 그에 따라 올라오는 보고서의 양도 날이 갈수록 늘어났었더랬다. 실제로 이 산더미같은 서류의 4분의 3은 라그나르와 시민들이 올린 피해 보고서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항소서였다. 광기의 바다가 되살아나 아무런 교역도 할 수 없는 이 시기에 이렇게 많은 서류를 검토해야 했던 왕은 아마 자신이 유일할 터였다.

자신이 서류를 검토하는 것으로 대책이 마련된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아이스 몬스터들에 관해서는 여왕 본인도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아니, 뭘 해도 소용없었겠지. 몇 개월동안 겁에 질려서 안 나오고 버티다가 겨우 나왔는데 오히려 도움은 못 될 망정 적에게 힘을 실어주다니. 여왕은 아렌델의 국민들이 온갖 고난에 신음하면서도 어째서 항상 자신을 믿고 따라주는지 의문이 생길 지경이었다.

이렇게 충성스럽고 선한 국민들을 위해서라면 해도 달도 다 따다줄 수 있다는 심정으로 엘사는 과로에 지친 몸을 억지로 이끌고 일을 계속해오고 있었다. 평범한 궁정 업무에 더불어 국민들의 아무리 사소한 민원이라도 일일이 직접 해결해주려다 보니 여왕은 항상 피곤에 찌들어있었다. 기본적으로 8시간의 수면이 보장되어있음에도 여왕은 언제나 한 숨도 못 잔 사람처럼 쓰러지듯 잠에 들곤 했다.


"아 맞다 카이, 혹시 민원이 접수된 게 있나요?" 엘사가 고개를 들었다. "일이 끝났으니 이제 국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봐야죠."


카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폐하, 국민들을 생각하시는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몇 번이나 말씀드렸다시피 민원을 꼭 여왕님께서 직접 해결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들 선에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한 일이 태반입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쓸모없는 여왕이 이거라도 해야지 어쩌겠어요." 이 말을 듣고 카이가 화들짝 놀라자 엘사는 입을 가리고 쿡쿡 웃었다. "농담이예요. 오늘은 진짜 민원 한 두개만 해결하고 끝낼게요. 네? 제발요."


사실 민원함에 민원을 넣는 것은 한 주의 시작인 매주 월요일로 한정되어 있었지만, 내놓기만 하면 수십 통씩 민원이 쌓이고는 했다. 아이스 몬스터에게 당한 피해를 복구해달라는 글부터 상인들끼리의 분쟁을 해결해달라는 글, 어느 집의 어느 수도관이 고장났으니 고쳐달라는 글 등, 국민들은 언제나 중대한 문제부터 아주 사소한 문제까지 여왕의 조언을 듣고 도움을 구하고자 했다.

좋게 보면 여왕을 그만큼 의지한다는 표현이었지만, 엘사는 굳이 자신이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손을 뻗어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일이 잦았기에 카이는 왕명을 거역하는 것을 감수하고 여왕의 옥체를 보존하기 위해 하루에 받을 수 있는 민원의 양을 제한해두고 있었다. 엘사는 나름대로 수긍하고 카이의 결정을 받아들였지만, 이따끔씩 여왕이 토끼같은 애원의 눈빛으로 부탁해오면 카이는 도무지 거절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딱 두 개만입니다." 카이는 민원함 관리를 맡고 있는 젊은 남시종에게 고개를 돌렸다. "민원함에서 두 개만 뽑아다 가져다주게."


"어, 그, 저기..." 남시종은 곤란한 표정으로 엘사 여왕과 카이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페하, 매우 송구스러운 말씀입니다만..."


엘사가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 괜찮으니 말해보거라."


"그.... 저기...." 한참을 우물쭈물하던 남시종은 손에 들고 있던 나무 상자를 활짝 열어젖히고 엘사가 잘 볼 수 있게 들어보였다. 상자 안은 텅텅 비어있었다. "이번 주 민원함에 들어온 민원이.... 1건도 없습니다."


".........."


"............."


"................."


"..................."


"...............뭐라고???"


여왕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오므렸다.



~~~~~~~~~



[아렌델 왕국, 성문 앞 다리]


"여왕 폐하! 기다리십시오! 어디를 가십니까!"


"잠깐 확인해 볼 게 있어서 그런다니까요! 신경쓰지 말래두!"


여왕은 굽 높은 하이힐을 신고 잘도 또각또각 빠른 걸음으로 광장을 향했다. 집사 카이와 시종들이 그 뒤를 허둥지둥 따랐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온 두뇌의 뇌세포를 동원해봐도, 성 안의 수많은 사람들을 붙잡고 일일이 물어봐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1건도 없다니? 단 1건도?? 지난 습격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가 났는지 아는데 단 1건의 민원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뭔가 문제가 생겨도 단단히 문제가 생긴 게 분명했다.

그래. 어쩌면 이 모든 건 누군가의 계략일 수도 있었다! 왜 지난번에도 라그나르가 아이스 몬스터의 생태에 관해서 올린 중요한 보고서가 눈 깜짝할 새 자취를 감춰버렸지 않은가.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런 거라면? 누구지? 위즐튼의 공작이 앙심을 품고 사람을 보냈나? 아니면 구질구질한 괴물 한스놈이? 하지만 광기의 바다가 되살아난 지금 그들이 이 미친 바다를 뚫고 이쪽으로 사람을 보냈을 확률은 없었다. 또 아렌델은 코로나 왕국처럼 수도가 엄청나게 크지 않아서 외부인이 들어오면 곧바로 티가 날 터였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그리고 왜 하필 다른 곳도 아니고 민원함을 노린 걸까?

의문은 많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자신이 나서서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로 결정한 여왕은 오랜만에 찾아온 평일의 휴식을 뒤로 한 채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여왕 폐하! 자, 잠깐만요!" 카이가 숨을 헥헥대며 뒤뚱뒤뚱 뛰어와 엘사의 앞을 막고 섰다. "헥. 헥. 아이고 숨차라. 폐하. 너무 무리해서 알아보려고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런 날도 있는 게지요. 어쩌면 국민들도 매일같이 여왕님께 도움을 구하기보다는 스스로 무언가를 해결해보려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금쪽같은 휴식 시간을 낭비하지 마시고 옥체를..."


"카이, 난 지금 진지해요. 막을 생각 하지 말아요. 여왕의 명령이예요." 엘사는 팔짱을 끼고 진심일 때에만 꺼낸다는 여왕의 명령 스킬을 시전했다.


카이는 말문이 턱 막혔다. 효과는 굉장했다! "하, 하지만 여왕 폐하!"


"여왕의 명령입니다! 대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알게 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궁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테니 그리 알아요!"


엘사는 카이를 지나쳐 광장으로 들어갔다. 카이는 어깨에 힘을 주고 또각또각 걸어가는 엘사의 뒷모습에서 여차하면 자신의 고집대로 밀어붙이기로 유명한 안나 공주의 모습을 보았다. 완전히 상반된 성격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역시 자매는 자매인 모양이었다. 카이는 하는 수 없이 한숨을 내쉬며 시종들과 함께 궁전 안으로 복귀했다.

한편 엘사는 언제나 그렇듯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시끌벅적한 도시 안을 둘러보며 걷던 도중 자신에게서 멀찍이 떨어진 장작더미 근처에 서 있는 덥수룩한 수염의 한 남자를 발견했다. 마구간지기 조나스였다. 조나스는 마구간지기라는 직업의 특성 때문에 성벽에서 가장 가까운 집에 살고 있어 아이스 몬스터들의 습격에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몬스터들과 싸우느라 마구간은 초토화되고 말들은 죽어나가는 게 일상이 될 지경이라서일까, 그는 매주 월요일마다 빠짐없이 성으로 달려가 민원을 넣고는 했다.

어느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가장 먼저 민원함을 이용하는 조나스라면 이번에도 민원을 넣지 않았을리가 없었다. 누군가가 민원함 속의 내용물을 훔쳤는지 훔치지 않았는지 확신을 얻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그의 증언을 가장 먼저 얻어야 했다. 엘사 여왕은 자신을 향해 인사하는 시민들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어보이면서도 조나스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야 아니야! 장작 껍질이 위로 가면 습기를 먹는다니까!" 조나스가 답답한 듯 자신 옆에서 나무를 쪼개는 나무꾼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아래로 놓아야 습기를 덜 먹지 이 친구야! 나무하는 사람이 그런 것도 몰라?"


"조나스 씨?" 조나스의 뒤로 다가온 엘사가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 아니 여왕님!" 조나스는 재빨리 여왕을 향해 돌아서서 절을 꾸벅 올렸다. 늘상 불만으로 가득 차 있던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정말이지 좋은 오후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아... 네. 좋은 일이 있으신가 보네요. 이렇게 활기차신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요." 엘사가 말했다.


"아하하하, 예 그럼요! 좋은 일이 있고 말고요." 조나스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혹시 저를 부르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민원함에 관해서 좀 여쭤볼 게 있어서요. 검토를 해보니 이번 주에 민원이 단 1건도 들어오지 않아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려던 참이었거든요. 조나스 씨는 매주마다 민원을 넣으시니까 혹시 이번 주에도 넣지 않으셨나 해서요."


"민원을요? 제가 왜 민원을 넣겠습니까?" 조나스가 오히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번 주에는 민원함 근처에도 안 갔습니다. 저번 주 까지라면 몰라도 이번 주에는 민원을 넣을 이유가 하등 없습지요."


기대했던 답을 듣지 못하자 더욱 의문에 빠진 엘사는 여러 차례 눈을 꿈뻑거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무슨 말이냐니요? 공주님과 부마님이 데려오신 그 청년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조나스의 얼굴에 다시금 함박웃음이 떠올랐다. "그 친구가 오고 나서는 제 마구간에 전혀 피해가 없습니다요! 덕분에 보수공사를 예정대로 끝마칠 수 있었지요. 정말이지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 맞아. 스파이더맨. 너무 당연한 사실을 계산에 넣지 않고 있었구나.

엘사는 스파이더맨이 아렌델의 공식적인 영웅으로 거듭난 뒤 여러 차례 벌어진 아이스 몬스터들의 침공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던 것을 기억했다. 항상 적은 성문 앞에서 격퇴되었기 때문에 조나스의 마구간은 자동적으로 무사할 수 밖에 없었다. 민원을 넣을 건덕지가 없으니 민원함 근처에도 안 갔지. 왜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을까?


"그렇군요. 괜한 질문을 했네요." 엘사가 말했다. "저기 그럼 혹시 이번 주에 민원을 넣은 사람이 누가 있는지는 아시나요? 모르실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 아시나 해서..."


"하하하... 여왕님. 아마 이번 주에는 어느 누구도 민원을 넣지 않았을 겁니다. 파커 군이 도와준 건 저뿐만이 아니거든요." 조나스가 손으로 광장 안을 돌아다니는 시민들을 가리켰다.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한번 물어보십시오. 다들 스파이더맨을 도시의 수호자로 세우신 여왕님의 안목을 칭송할 겁니다! 자,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제 딸아이한테 줄 인형을 사러 가야 해서 말입지요."


조나스는 꾸벅 절을 올린 뒤 콧노래를 부르며 발걸음을 옮겼다. 홀로 남겨진 엘사는 조나스의 뒷모습을 잠깐 멍하니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스파이더맨이 뭘 했다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누가 스파이더맨을 민원 해결사로 임명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의문투성이가 된 머리를 부여잡고 엘사는 다시금 걷기 시작했다. 조나스가 말한 그대로 정말 모두에게 이에 관해 물어보면 혹시라도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엘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민들을 붙잡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민원이요? 사실은 지붕이 새서 민원을 넣을까 했는데 스파이더맨이 와서 거미줄을 촥착 쏘더니 후딱 해결해버리더군요. 감탄했습니다!" 늙은 나무꾼 트론드가 말했다.


"아휴, 며칠 전에 저희 남편이랑 옆집 남자랑 또 싸움이 붙었지 뭐예요! 스파이더맨이 와서 해결해주지 않았더라면 큰일났을 거예요." 과일 장수 니나가 말했다.


"스파이더맨이 나무에 올라간 우리 집 고양이를 내려줬어요! 너무 멋있었어요!" 농부의 어린 딸 마리안느가 말했다.


"오늘 산 쟁기를 들고 집에 가다가 발이 헛디뎌서 바다에 빠뜨렸는데, 스파이더맨이 직접 뛰어들어서 가져다줬습죠." 중년의 농부 조른이 말했다.


"얼마 전에 스파이더맨이 저희 학교에 들러서 체육 수업을 도와줬어요. 평소에는 산만한 아이들이 어찌나 집중을 잘하던지, 마음 같아서는 꽉 껴안아주고 싶었다니까요." 젊은 선생 랄리아가 말했다.


"스파이더맨이 무거운 이삿짐 옮기는 걸 도와줬어요!."


"스파이더맨이 알려준 공부법 덕분에 과제에서 만점을 받았습니다!"


"스파이더맨이 저희 집 울타리를 튼튼하게 고쳐줬다니까요!"


"...그랬는데 스파이더맨이..."


"...스파이더맨 덕분에..."


"...다 스파이더맨이 있어준 덕..."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국민들의 입에는 스파이더맨의 이름이 계속해서 오르내렸다. 엘사는 하루 종일 온 아렌델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고,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스파이더맨이 있었기에 민원을 넣을 필요가 없다는 대답이었다. 엘사가 모르는 사이 스파이더맨은 이미 시민들의 생활 깊이 스며들어 사람들에게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도움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활짝 웃던 해가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며 지평선에 걸터앉아 마지막 불빛을 내뿜고 하늘이 서서히 어둑어둑해질 무렵, 엘사는 지친 몸을 이끌고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겨 성문 앞에 도달했다. 배가 미친 듯이 고팠다. 이런 상태라면 크리스토프가 만든 플레밍그래드 스튜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엘사는 눈을 들어 웅장하게 우뚝 솟은 아렌델 성을 바라보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렇게 마음이 복잡하지? 스파이더맨이 사람들을 위해 일해주는 건 분명히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고, 자신을 위해서나 아렌델 국민들을 위해서나 정말 좋은 일이다. 그런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왜 갑자기 필요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생겨나는 걸까?

스파이더맨은 자신이 몇 주는 걸려서 처리할 민원을 고작 며칠만에 전부 처리하고 국민들의 신임을 얻었다. 자신이 왕으로서의 직무를 모조리 내팽개치고 하루 종일을 민원 처리에 힘쏟는다고 해도 이 정도로 빠르고 완벽한 일처리는 불가능할 터였다. 스스로가 작아진 느낌이었다. 항상 자신이 맡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왔지만, 자신은 지금껏 진정한 완벽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엘사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정말 바보같아."


"여왕님이 누구한테 바보같다고 말하는 건 처음 듣는 것 같네요."


"꺄악?!"


엘사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성문 앞 돌다리 위에 세워진 가로등들 중 하나 위에 새빨간 남자 하나가 쪼그리고 앉아있는 형상이 보였다. 스파이더맨이었다.


"그렇게 놀라실 것까진 없잖아요. 들어오는 길에 여왕님 봐서 인사하려고 했던 건데." 피터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깜짝이야. 누군가 했는데 피터였구나." 엘사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피터는 언제나 갑자기 나타나서 사람을 놀래키는 재주가 있었다. "저녁 정찰 마치고 오는 길이니?"


"넵. 아렌델의 수호자 스파이더맨, 오늘도 완벽하게 정찰 임무를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스파이더맨이 가볍게 경례를 올렸다. "라고는 해도 솔직히 제가 밥 먹고 하는 게 이거니까 당연한 거지만요."


엘사는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 "얘는, 정찰이 어디 보통 일이니. 넌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을 맡아주잖아.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


"그렇죠. 그치만 가만히 있자니 왠지 밥벌레가 된 느낌이라서요. 아니 뭐 거미는 사실 곤충이 아니라 절지동물이긴 하지만... 무슨 말인지 아시죠?" 스파이더맨은 순간적으로 물구나무를 섰다가 거미줄에 거꾸로 매달려 엘사를 향해 천천히 내려왔다. "하루 종일 빈둥거리기도 모해서 동네 돌아다니면서 시간 좀 때우고 오던 길이예요."


"그냥 시간을 때우고 온 게 아닌 것 같은데?" 엘사는 입을 가리고 살짝 웃었다. "온 아렌델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불편을 해결해주고 있다며? 벌써 아렌델 사람들 사이에서 너를 칭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그래요? 이야, 이거 참. 괜히 쑥스럽네요. 전 그냥 평소에 하는 일을 하는 것 뿐인데." 스파이더맨은 별 일 아니라는 듯 거꾸로 매달린 채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뉴욕에서도 이렇게 사람들을 줄곧 도와주곤 했던 거니?"


"그럼요. 히어로라고 해서 악당들만 때려잡고 다니는 건 아니예요. 사람들이 해결하기 힘들어하는 골칫거리 정도는 매일같이 해결해 줘야 친절한 이웃이라는 닉네임을 가질 자격이 있는 거죠. 그나저나 무슨 고민 있으세요? 그렇게 큰 한숨을 다 쉬시고."


"으응.... 별거 아니야." 여유롭게 대답하는 스파이더맨을 보고 복잡한 마음이 되살아난 엘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 일도 아니니까 너무 힘들여서 신경써주지 않아도 괜찮단다."


"그렇게 말하면 더 신경쓰고 싶어지잖아요. 저한테만 살짝 얘기해주시면 안 돼요? 비밀은 지킬게요." 스파이더맨은 눈을 찡긋하며 입가에 검지손가락을 가져갔다.


엘사는 스파이더맨을 향해 잠깐 미소를 지었다. "실은... 이번 주에 왕궁에 들어온 민원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를 들었어. 그래서 조사해보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단다."


"응? 민원이 없으면 좋은 거 아니예요? 여왕님이 쉴 시간이 더 많아지는 거잖아요." 스파이더맨이 의아한 표정으로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항상 과로에 지쳐계시는데 이런 때라도 쉬어줘야죠. 안 그러면 몸이 못 버텨요."


"그건 그렇지만, 민원함은 매주마다 가득 차 있는데 이번 주만 민원이 1건도 없다는 건 좀 이상하잖아. 그래서 나가봤더니-"


"넣을 민원이 아예 없었던 거군요." 스파이더맨이 말했다. "제가 그 민원들을 몽땅 해결해버려서."


스파이더맨은 마치 엘사가 이런 말을 할 것을 미리 예상했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알았니?" 엘사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눈을 꿈뻑거렸다.


"뻔하잖아요. 매일같이 사람들 돕고 다녔던 건 전데 여기서 제 얘기 아니면 누구 얘기가 나오겠어요." 스파이더맨은 거미줄을 놓고 몸을 돌려 바닥에 사뿐히 착지했다. "그래서 그렇게 울상이셨던 거예요? 제가 여왕님 일을 뺏은 것 같아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떡하지. 피터를 불편하게 만들어 버렸어.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야. 세상에!" 엘사는 다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리가 없잖니. 피터 너도 참..."


"여왕님. 괜찮아요. 다 알아요. 여왕님 마음이 어떤지 전 충분히 이해해요." 스파이더맨이 다정하게 말했다. "그리고 정말 죄송해요.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여왕님을 의기소침하게 만들어버렸네요."


엘사는 눈을 감고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한 내 잘못이지. 넌 정말 완벽하게 일을 잘 해내줬어. 내가 시키지 않은 일도 솔선수범해서 나서줬고. 넌 그냥 사람들을 도와주고 다닌 건데 그걸 가지고 이런 마음을 품다니... 난 여왕으로서의 자격이 없나 봐."


"여왕님. 그건 자연스러운 감정이예요. 사람이 항상 긍정적인 쪽으로만 생각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스파이더맨이 말했다. "갑자기 있을 자리가 사라진 느낌이겠죠. 왠지 스스로가 작아진 느낌일 테고요. 내가 하지 못했던 걸 이 사람은 하고 있으니까 괜시리 마음도 복잡해지고, 질투도 살짝 나고 그럴 거예요. 자신보다 뛰어난 것 같아보이는 누군가가 나타난다는 건 그런 거니까요."


"어..." 스파이더맨을 멍하니 바라보던 엘사는 가까스로 어버버하며 입을 열었다. "너 혹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초능력도 가지고 있는 거니? 아니, 내 말은 그게, 그, 세상에. 어떻게 내 생각을 그렇게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거니?"


스파이더맨은 쿡쿡 웃었다. "읽어낸 게 아니라 짐작한 거예요. 왜냐면 저도 그런 마음을 가졌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나보다 뛰어난 것 같아 보이는 사람 앞에서 왠지 의기소침해지고 내 자신이 전혀 쓸모없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말이죠."


"네가? 말도 안 돼." 엘사는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넌 스파이더맨이잖아. 뉴욕을 지키는 히어로 말이야. 아무리 무거운 물건도 가뿐히 들어올리고, 온갖 장비들도 네 손으로 직접 만들고, 전장에서 리더십도 뛰어나지, 지금은 곁에 없지만 널 믿고 따라주는 동료들도 많지, 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아이스 몬스터들을 박살내잖니. 그것도 맨몸으로!"


"저 건틀릿 쓰는데요?" 스파이더맨은 손을 들어 양손에 낀 강철 건틀릿을 보여주었다. 건틀릿은 어느 새 스파이더맨의 전투 스타일에 딱 맞게 개량되어 있었다. 며칠 사이에 대장간에 다녀온 모양이었다.


"그래도 주먹질 몇 번으로 그 사나운 몬스터들을 물리치는 건 너밖에 할 수 없는 일이야." 여왕이 의기소침해진 듯 말했다. "그에 비하면 날 좀 봐. 너처럼 힘이 센 것도 아니고 싸움도 잘 못 해. 또 마음가짐도 약해빠졌고. 더군다나 똑똑하다고 자부하던 나조차도 네가 가진 지식에는 전혀 따라오지 못하잖니."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여왕님, 여왕님은 한 나라의 황제예요. 이건 한 가족을 책임지거나 히어로 팀을 이끄는 거랑은 차원이 달라요. 물론 그것들도 힘들기는 하지만 황제의 책무에 비하면 새발의 피죠. 여왕님은 이 나라 전체를 책임져야 하잖아요.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만백성이 그 대가를 치르게 돼요. 여왕님처럼 뛰어난 사람이 아니면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이예요."


"단순히 뛰어나기만 해서는 안돼. 사람들을 위해서 난 완벽해져야 해." 엘사가 슬픈 눈을 들어 스파이더맨을 바라보며 말했다. "황제가 완벽하지 않다면 뭐가 되겠니?"


"글쎄요. 그냥 황제가 되겠죠!" 스파이더맨이 어깨를 으쓱했다. "완벽하지 않은 게 어때서요? 여왕님은 이미 황제잖아요."


여왕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피터. 난 지금 진심으로 하는 얘기야."


"저도 진심이예요, 여왕님. 여왕님은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완벽한 사람이 될 수 없어요. 그냥 하루하루 더 나아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거죠." 스파이더맨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어요. 예를 들어서 전 여왕님처럼 눈과 얼음을 자유자재로 조종하지도 못하고, 그걸로 생명체를 만들어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어요. 처음 봤을 땐 여왕님이 사람이 아니라 겨울의 여신인가 싶었다니까요."


"어... 그... 그래?" 엘사는 얼굴을 붉혔다.


"그래요. 더군다나 전 정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데다가, 빡빡한 스케줄을 빈틈없이 소화할 정도로 꼼꼼하지도 못해요. 이런 것들 말고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제가 여왕님보다 못한 게 많이 나올 거예요." 스파이더맨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제가 처음 히어로가 됐을 땐 말이죠,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처럼 위대한 히어로들이 될 수 있을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 했어요. 솔직히 전 그분들에 비하면 보잘것 없잖아요? 제가 할 줄 아는 거라곤 벽타기랑 거미줄 쏘기 뿐인데."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넌 충분히 대단한 히어로잖니. 손에서 레이저 빔을 쏘거나 번개를 소환하진 못해도, 넌 여전히 악에 맞서는 정의의 화신이야." 엘사가 스파이더맨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바로 그거예요." 스파이더맨이 환하게 웃었다.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고 저는 저죠. 여왕님도 마찬가지예요. 완벽하든 완벽하지 않든, 여왕님은 여왕님이예요. 여왕님에게는 여왕님만의 강점이 있어요. 스스로가 할 수 없는 일 보다는 잘하는 일에 더 집중하는 편이 훨씬 낫잖아요. 물론 그렇게 성장하면 제 약점이야 그대로 남겠지만, 그 약점을 메꿀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그게 뭐게요?"


"음.... 계속 도전하는 거? 아니면 공부하는 거?" 엘사는 턱에 손을 얹고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제 생각에 가장 좋은 방법은 동료들과 함께 하는 거예요." 스파이더맨이 말했다. "제게는 너무나도 많은 강점을 지닌 너무나도 많은 동료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과 함께 싸우고 성장해갔기에 제가 저 자신을 얼티밋 스파이더맨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거예요."


"동료들과 함께.... 라." 마치 인생을 수차례 경험해본 듯한 스파이더맨의 말을 듣고 엘사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스스로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생각에 정신을 허비하고 있었는지 뼈저리게 느껴졌다.


"여왕님, 누군가가 자신보다 더 뛰어난 것 같다고 해서 개의치 마세요. 여왕님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 정말 훌륭하고 위대한 사람이잖아요, 한 나라의 군주가 되기 위해서 굳이 완벽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평소대로, 여왕님이 제일 잘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이끌어주시기만 하면 돼요." 스파이더맨이 아렌델 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또 여왕님에게는 약점을 보완해줄 소중한 동료들과 가족들이 있잖아요. 그 사람들이 가장 잘하는 분야에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보세요. 혼자서는 완벽에 도달할 수 없지만, 동료들과 함께라면 가능해요. 여왕님은 혼자 일하는 게 아니잖아요."


"................" 엘사는 한동안 말없이 스파이더맨을 바라보다가 어깨에서 손을 뗐다. "그럼.... 이제부터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니?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는 거니?"


"글쎄요, 일단은 아렌델 민원 전담 팀을 꾸려보는 건 어떨까요?" 스파이더맨이 머리를 긁적였다. "여왕님이 가장 신뢰할 수 있고, 재능이 뛰어나고, 누구보다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을 만한 사람으로요. 이를테면..."


"너 같은 사람?" 엘사는 어느새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엥, 저요?" 스파이더맨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니 딱히 절 지칭한 건 아닌뎁쇼. 카이 집사님도 계시고 라그나르 장군님도 계시고..."


"넌 다재다능하고 일처리도 확실하잖니. 싸움도 잘하고 똑똑하고 말이야. 그리고 아렌델 국민들은 다들 널 좋아해. 더군다나 난 널 신뢰하고 있어. 이 정도면 꽤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아?" 엘사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좋아, 결정했어. 넌 이제부터 아렌델 민원 처리 전담반 대장이야."


스파이더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저 저기요?? 고작 일주일 아렌델에 머무른 사람한테 너무 큰 직책을 맡기시는 거 아니예요? 더군다나 전 그렇게 큰 역할을 맡을 준비도 안 돼 있다구요!!"


"일급 2배로 올려줄게."


"할게요." 스파이더맨이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하겠습니다."


"후훗, 그럼 결정된거다. 앞으로 잘 부탁해, 아렌델 민원 처리 전담반 대장님." 엘사는 입을 가리고 꺄르르 웃었다. "이제 들어가서 저녁식사 하자. 오늘 저녁은 맛있는 게 나올 거야."


엘사는 성문을 열고 콧노래를 부르며 안으로 사뿐사뿐 걸어들어갔다. 스파이더맨의 말대로 완벽에 대한 집착과 부담을 떨쳐버리고 나니 왠지 모르게 어느 때보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래. 훌륭한 여왕이 되기 위해서 완벽해질 필요는 없었던 거야. 그냥 모두와 함께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어.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했던 여왕의 머릿속은 어느 새인가 평온해져 있었다. 들어가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루테피스크를 먹어야지. 그리고 나선 후식으로 초콜릿을 먹고, 모두와 함께 신나게 노는 거야. 그래.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자.


".......아이고. 내 입이 방정이지." 얼떨결에 큰 책임을 떠안게 된 스파이더맨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성을 향해 걸어가는 여왕의 뒷모습을 계속 응시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 뭐,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니까. 이것도 내 책임이지 뭐."




ULTIMATE SPID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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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13 - 오늘은 내가 민원 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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