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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퓨전?/장편] 아래대 표류기(雅騋垈 漂流記) - CH.2

프소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17 20: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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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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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2.


그 여자는 채진우가 생각했던 걸음걸이 그 이상의 품위를 보여주며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진우의 눈은 계속 휘둥그래진 채 깜빡이고 있었다.


이 여인은 도대체 누구길래 조선어를 알지?

구라파(歐羅巴/현 유럽)인이라면 조선어는커녕 일본어나 청어(淸語)도 모를 터인데?

그리고 어떻게 내가 거기 있다는 것을 알고 구해 줬지?

거기가 쉽게 다다를 수 있는 곳도 아닐 텐데?

무엇보다 이 여인이 인간이 맞기는 한 걸까?

물 위를 땅마냥 달려왔는데?


라는 생각까지 도달 할 때쯤 여인은 입을 열었다.

진우의 표정을 보고 걱정이 되는 듯 그의 얼굴을 유심히 본 뒤 그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괜찮으세요? 게르다 말로는 열은 가라 앉았다 들었는데…”


하지만 그가 느낀 건 얼음장마냥 차가운 손이었고, 만약 눈 앞의 이 여인의 생김새가 조금 더 무섭거나 창백했더라면 그녀를 천사 대신 처녀귀신쯤으로 여겼을 만한 냉기였다.

진우는 놀란 듯 본능적으로 아픈 몸을 최대한 움직이며 침대에서 문으로 뛰쳐나왔다.

그는 밖으로 나갈까도 생각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의 말을 알아들을 사람도 없을 거고, 나가도 그가 이런 부상과 함께 탈출할 수 있을 거 같지는 않았다.

그는 대신 여인에게 물었다.

여인은 그의 돌발행동에 놀랐는지 의자에 일어나 진정하라는 듯 두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낭자는 누구고 여기는 어디이옵니까? 그리고 어떻게 조선어를 그리 유창하게 할 수 있사옵니까?”


하지만 갑자기 움직여서 그런지, 배에 붙인 붕대에 피가 새기 시작했고, 진우는 어지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바로 쓰러져 버렸다.

채진우가 눈을 다시 뜬 건 몇 시간이 뒤였다.

그는 다시 주위를 둘러 봤지만 풍경은 낮에서 노을이 진 것 빼고 다를 바 없었고, 그 여인도 여전히 침대 옆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붕대 역시 새 것으로 교체되어 있었다.


“이제 조금 진정 되셨나요?”

“…예, 그런 모습을 보여 송구하옵니다.”


진우는 다시 몸을 겨누려 했으나 그를 여인은 아직은 무리라는 듯 말렸다.

진우가 누워 자리를 잡자, 여인은 우물쭈물하다가 긴장을 풀기 위해 심호흡을 한번 하였다.


“아까는 죄송했어요.”


여인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말하는 와중에 그녀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씁쓸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여기 사람들이 저한테 익숙해져서 그렇지, 외지인은 그렇지 않았을 텐데 그걸 까먹고 갑자기 만져버렸네요.”

“아니옵니다. 소인을 걱정해서 그러신 건데 제가 어찌 불평을 하겠사옵니까? 하오나, 소인이 여기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는 궁금하옵니다.”


여인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바다에 떠밀려 여기까지 왔어요.

밤에 떠있던 당신을 순찰 중인 저희 배가 찾은 것이고요.

심하게 다친 건 복부의 관통상인데 발견하자마자 조치를 해놨으니 서너달 정도면 나을 거고,

나머지 상처들은 그렇게 심하지 않으니 곧 괜찮을 거에요. 당신의 짐도 저희한테 있고요.”


그래서 그 때 배가 그리 아프고 차가웠구나...진우는 생각했다.


“혹시 그 물건들은 어떻게 되었사옵니까?”

“다 젖어서 말리고는 있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특히나 활은 물을 너무 먹어서 다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결국은 그렇게 되는구나...진우는 얼굴을 두 손으로 한번 문질렀다.

그래도 남아 있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 해야 하겠지.


“다시 한 번 더 소인을 구해주셔서 정말로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낭자가 아니었다면 소인은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옵니다.”


진우는 누운 채로 머리를 숙였다. 여인은 손을 얹은 채 목례하는 것으로 답했다.


“그런데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나요?”

아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여인이 말했다.


“원래는 배를 타고 서전(瑞典/현 스웨덴)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배가 뭔가에 부딪혀 가라 앉아 버렸사옵니다.

그래서 망망대해 위에 떠 있다가 이상한 안개가 보여 혹시나 근방에 섬이 있지 않을까 싶어 그 방향으로 헤엄쳐 왔사옵니다.”


그 때부터 여인은 당혹스러웠는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혼자서 그냥 그 안개를 지나왔다고요?”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지나고 나서도 아무것도 없기에 자포자기 했었는데 낭자가 소인을 구해준 것이옵니다.”


여인은 진우를 유심히 쳐다봤다.

여인의 파란 눈이 너무나도 맑은 것이 신기했지만 그녀의 반응은 뭔가 석연치 않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사옵니까?”

“아, 아니요. 그저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상당히 당황스럽네요.”

“확실히 소인 역시 낭자께서 말로 바다 위를 건넌 것이 신기하기는 했사옵니다.”


여인은 어깨가 움찔했지만 곧바로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그 미소에는 어색함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제가 말을 타고 오다니요? 그게 가능할 리 가 있겠나요?”

“그러면 그 네 마디의 노래도 낭자가 부른 것이 아닌 것이옵니까?”


여인은 자신의 변명이 소용 없을 것이라는걸 깨달았는지 눈을 굴린 뒤 한숨을 푹 쉬었다.

확실히 그에게 들킨 것이 탐탁지 않은 듯 했다.


“…결국은 다 보셨군요.”


여인은 앞머리를 뒤로 넘기며 인상을 잠시 찡그리다가 결심을 한 듯 아무 말 없이 침대의 한 기둥을 손으로 잡았다.

그의 시선 역시 그 기둥으로 갔는데 갑자기 서리가 피어나며 얼어가는 기둥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저는 정령이에요. 그 때도 이런 힘 덕분에 당신을 구할 수 있었어요.

당신 나라말도 사실 지금 처음 들었지만, 듣고 얼마 있지 않아 자연스레 이해 할 수 있게 되더군요.”


진우는 저걸 보며 자신이 무심코 한 말들에 대해 후회하기 시작했다.

저런 능력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인데다가, 만약 저런 것이 존재한다면 외지인들에게 비밀일 것이니, 결국은 자신이 쓸데없는 입 방정만 떨지 않았다면 문제가 없었을 터인데...

하지만 이미 되돌리기에 늦어서 그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기로 했다.


“소인을 이렇게 살려주셔도 상관이 없는 것도 낭자의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 하겠사옵니다.”


진우는 구출만 생각해 놓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여인의 순수하게 멍한 표정에 웃음을 참으려고 입 안을 살짝 깨물었다.

여인은 다시 생각이 돌아온 듯 도도한 표정으로 그를 째려봤다.

하지만 그 눈빛도 지금 급하게 만들어 낸 가짜라는 것을 그는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래요. 그러니까 당신이 이렇게 가까이 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여기로 넘어온 첫 외지인이라는 건 사실이고, 저희는 그에 대한 경위를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


여인은 의자에서 일어나 방을 나갈 채비를 하다가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그녀는 자신의 태도에 약간 후회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말투 역시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당신은 그 안개를 그냥 넘어왔으니 여기 있는 동안에는 저희 최초의 손님이기도 해요.

그러니 너무 걱정 마시고 푹 쉬세요. 나중에는 여기저기 구경도 시켜 드릴테니.”


여인은 사람 좋은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진우는 저 환대가 거짓됨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의 악착 같이 살아온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렇게 환영을 해준다는 것이 신기했지만 그 안개를 지나온 것이 무슨 국경 심사랑 비슷한 것 같았다.

괜히 미안해진 진우는 다시 한 번 더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여인이 나가려던 차 그는 다시 그녀를 불렀다.


“송구하오나 아직 소인이 낭자의 존함을 못 들었사옵니다.”

“그걸 깜빡 했네요. 저는 아렌델 왕국의 엘사라고 합니다. 당신은요?”

“대조선국 강화부(江華府)의 채진우이옵니다.”


엘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고리를 잡고 돌리다가 뒤를 돌아 보았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경어를 쓰지 않아도 돼요. 오히려 듣는 제가 더 어색하니까.”

“아…알겠소.”


문은 닫히고, 거기서 진우는 아무 말 없이 창문 밖을 바라봤다.

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고요함이었지만 그는 방금 일어난 일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분간도 제대로 안 가 그대로 굳은 채로 있었다.

왜인지 모르게 새로운 생활이 그에게 시작 될 것만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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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에는 한번에 등록되기를 빌겠습니다ㅠㅠㅠ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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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1.25) - 다음화 링크 등록

CH3: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frozen&no=3685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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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2.15) - 통합링크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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