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프갤문학/크로스오버] 얼티밋 스파이더맨-프로즌 웹 12화

차빙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15 22:21:44
조회 271 추천 15 댓글 10

프롤로그 1 2 3 4 5 6 7-1 7-2 8-1 8-2 9-1 9-2 10 11




[아렌델 왕국, 외곽 성벽 근처]


크리스토프와 라그나르는 스파이더맨을 뒤쫒기 위해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전력을 다해서 텅 빈 아렌델의 길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아렌델 성 훈련장으로부터 외곽 성벽까지는 아무리 빨리 뛰어봐도 최소 2~30분 가량이 걸려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지만, 스파이더맨은 채 3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 안에 그 긴 거리를 가로질러 일찌감치 성벽을 넘어갔으니 이들이 따라잡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스파이더맨이 홀로(이미 아렌델 수비대와 함께 싸우고 있긴 하지만) 아이스 몬스터들과 싸우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다는 일념 하에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성벽을 향해 뛰어갔다.

20분을 죽을 힘을 다해 달린 끝에 성문 가까이 도달하자 두 사람은 잠시 멈춰서서 숨을 돌렸다. 사시사철 차가운 아렌델의 공기가 안 그래도 쪼그라들기 직전인 폐 안을 다시 채우며 뼛속까지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마치 박하사탕을 수십 개는 삼킨 것처럼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느낌이 목구멍을 타고 전신에 퍼졌다.


"헉, 헉, 아이고 숨차라. 이거 수비대장 꼴이 말이 아니군요. 이 정도 달렸다고 벌써 지치다니." 라그나르가 벌써부터 땀이 송골송골 맺힌 이마를 닦아내며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휴우우, 어르신, 그런 말씀 마세요. 오히려 제가 제일 지쳤는걸요. 스벤을 데리고 왔었어야 하는 건데." 크리스토프가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소매로 훔쳤다. "피터는 이렇게 먼 거리를 어떻게 그렇게 눈 깜빡할 새에 가버렸나 모르겠어요."


라그나르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스파이더맨 이야기야 안나 공주님께 이미 들어 알고 있습니다만, 아무리 슈퍼영웅이라고 해도 설마 이런 것까지 할 수 있을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건물들 사이에 거미줄을 걸어서 날아다니다니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보면 볼수록 우릴 놀라게 한다니까요, 그 녀석은. 그치만 아무리 슈퍼영웅이래도 도움은 필요하겠죠." 크리스토프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검 손잡이를 꽈악 움켜잡았다. "처음 보는 우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주는데, 우리도 함께 싸우지 않을 이유는 없잖아요!"


"바로 그 자세입니다!" 라그나르는 등에 메고 있던 할버드를 꺼내어 공중에 몇 번 휘둘렀다. "목 깨끗이 닦고 기다려라 이 얼음과자 녀석들아! 네녀석들의 목을 베어넘길 스파이더맨의 우군이 간ㄷ-"


우당탕탕!!


방금 전까지 금방이라도 숨 넘어갈듯이 헉헉대다가 감자기 자신감을 찾고 다시금 성문으로 돌격하려던 두 남자의 발길이 갑자기 멈추었다. 굳게 닫혀있던 성문이 갑자기 큰 충격을 받은 듯 확 열리며 통로를 통해 무언가 커다랗고 흰 형체가 쾅 하고 쓰러졌다. 아이스 몬스터가 방어를 뚫고 쳐들어왔나 하고 깜짝 놀란 두 남자는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무기를 들어올렸지만, 알고 보니 성문으로 들어온 것은 이미 머리가 박살나 죽어있는 얼음 불곰 한 마리, 그리고 마치 고삐를 잡듯 불곰의 몸통과 연결된 거미줄을 잡은 채로 불곰 위에 올라타있는 스파이더맨 뿐이었다.


"그리고~ 사망." 스파이더맨은 마치 체조 선수처럼 몸을 홱 돌려 가뿐하게 바닥에 내려선 뒤 라그나르와 크리스토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 이제야 오시네요. 한참 기다려도 안 오시길래 제가 이미 다 끝내놨어요."


"어....??"


스파이더맨의 말대로 아이스 몬스터들은 이미 그의 손에 박살난 지 오래였다. 성문 너머의 전장은 한때 아이스 몬스터였으나 지금은 움직이지 않는 무생물이 되어 온 사방에 흩어진 다량의 얼음 조각들, 그리고 흙바닥 위에 찍힌 무수히 많은 인간과 곰의 발자국들 빼고는 놀랄 만큼 깨끗해 마치 아무것도 벌어지지 않은 평소의 아렌델 성문과도 같았다. 만일 이곳을 침공해 오는 적들이 얼음 괴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누군가가 저 너머에서 피튀기는 싸움을 벌였다고 말해도 아무도 믿지 못할 정도였다.


"벌써 끝냈다고...? 못해도 10분 정도밖에 안 됐는데?!" 크리스토프가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말했다. 방금 말했지? 못 믿을 정도라니까.


"네. 뭐, 이게 제 일이니까요. 악당들 때려잡는 걸 한두해 해온 것도 아니고 이제 저 정도면 가뿐해요." 다리를 힘껏 올려 뒷축으로 아이스 몬스터를 내려찍어 산산조각낸 스파이더맨은 손을 올려 성벽 위에 서서 승리를 자축하고 있는 아렌델 수비대를 향해 가볍게 경례를 올렸다. "이렇게 빨리 끝난 건 다 저분들 덕분이긴 하지만요."


"장군님, 성공입니다! 우리가 해냈어요! 아무런 손실 없이 4마리 모두 완전격파했습니다!" 근위병 하나가 라그나르에게 소리치자 다른 근위병들의 열띤 환호성이 뒤를 따랐다.


"어, 그, 그래! 잘했네!" 환호성에 화답한 라그나르는 스파이더맨을 향해 살짝 힘빠진 웃음을 지어보였다. "자네는 정말 대단하군.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 속에서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놈들을 해치울 수 있다니."


"의외로 팀워크가 잘 맞아서 놀랐어요! 저렇게 잘 싸우는 근위병들은 난생 처음 본다니까요. 전부 장군님이 제대로 훈련시키신 덕이예요." 스파이더맨은 라그나르를 향해 활짝 웃어보였다. "그럼 이제 복귀할까요?"


스파이더맨은 자신을 멀뚱히 바라보는 라그나르와 크리스토프를 뒤로 하고 도시의 길거리 안을 유유히 걷기 시작했다. 바깥이 조용해지고 나서도 혹시나 모를 습격이 두려워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집 안에 틀어박혀있던 아렌델 국민들이 그제서야 창문을 열고 바깥 상황을 살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들 여전히 겁에 질려 있는 눈초리였다. 이대로 복귀하기 모해진 스파이더맨은 얼음장처럼 굳어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자신의 위트로 녹여보기로 했다.


"헤이, 안녕!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안녕 꼬마 친구. 거기 당신도 안녕!" 스파이더맨은 발걸음을 내딛으며 보이는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손짓을 하며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 "아렌델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어떻게 지내셨나요? 아이스 몬스터가 가족과 치누들을 해치지는 않을까 힘들고 불안하셨다구요? 네 알아요. 그런 여러분을 위해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요! 다들 성문 쪽을 주목해주시겠어요?"


웅성대는 말소리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조용했던 아렌델의 거리를 가득 메웠다. 시민들은 마침내 걸어 잠근 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나와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향해 인사를 건네는 쫙 달라붙는 옷을 입은 기묘한 남자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성문 앞에 한때 아이스 몬스터였던 얼음덩이가 박살나있는 모습이 보였고, 그 너머로 역시 모종의 이유로 조각조각 흩어진 얼음 조각들이 보였다. 성벽 위에서 아직까지 환호하고 있는 근위병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환해졌다.


"알고 보니 얼음 깨부수는 데 곡괭이가 굳이 필요하진 않더라구요." 스파이더맨이 능청스럽게 말하며 양손에 낀 강철 건틀릿을 흔들어보였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우와아아아아!!!)))"


그제서야 자신들이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을 깨달은 시민들은 일제히 각자의 집 현관에서 뛰쳐나와 스파이더맨을 둘러싸고 박수와 환호 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공포와 절망이 불러온 고요함이 지배하고 있던 아렌델은 이제 기쁨과 탄성의 장으로 완벽히 뒤바뀌어 안도의 한숨과 열띤 함성이 고요함을 몰아내고 있었다. 아렌델의 거리에 지금껏 전례가 없었던 커다란 활기가 넘쳐흘렀다.


"살았다! 우린 살았어! 만세! 만세에에!!"


"세상에 그 강한 괴물들을 이렇게 한번에 쓸어버리다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저 청년을 우리에게 보내주셔서!!"


"아하하하 이거야 원. 너무 한꺼번에 달려드시면 제가 곤란해요." 스파이더맨이 자신 주위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너무 좋아해주시네요. 뉴욕 사람들이 처음부터 날 이렇게 봐줬으면 좋았을 텐데."


"형! 진짜 완전 멋있어요! 고마워요!" 한 남자아이가 잔뜩 들뜬 표정으로 다가와 악수를 건넸다. 아이의 손을 흔들며 자세히 뜯어보니 아까 자신이 미소짓게 해 주었던, 구멍 뚫린 집에 살던 그 아이였다. "형은 이름이 뭐예요?"


"세상 사람들은 나를 친절한 이웃 얼티밋 스파이더맨으로 부르지! 그것 말고도 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스펙타큘러 스파이더맨 같은 여러 별명들이 있어." 스파이더맨은 검지손가락을 펼쳐 입가로 가져간 뒤 아이를 향해 윙크했다. "내 진짜 이름은 피터 파커지만, 대놓고 말하고 다니면 안 돼. 내 정체는 비밀이거든."


아이는 스파이더맨을 향해 환하게 웃어보였다. 곧이어 아이의 부모님이 다가와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뒤이어 장작 패던 남자, 물 긷던 여자, 생선 장수 아저씨, 빵집 아가씨, 옷가게 어르신 등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칭찬과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모두가 스파이더맨에게 악수를 청했고, 어떤 사람들은 너무 기쁨에 겨운 나머지 스파이더맨을 껴안고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스파이더맨은 전혀 불편한 기색 없이 마치 슈퍼스타라도 되는 양 사람들의 리액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 어울렸다. 스스럼없이 수많은 사람들의 악수를 받아들이고, 아렌델 주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말 몇 마디로 모두를 웃게 하는 모습이 마치 오랜 경력을 지닌 TV쇼 진행자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어벤져스의 엑스트라 멤버이자 십대 히어로들의 리더로 활약하면서 터득한 스파이더맨만의 회화 기술이었다.


".....우와." 마치 경호원처럼 스파이더맨의 뒤를 바짝 따라가던 크리스토프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스파이더맨을 쳐다보았다. "싸우기만 잘 싸우는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랑 친해지는 기술도 보통이 아닌 친구였네요."


"예. 맞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대단하군요." 라그나르는 살짝 의기소침해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왠지 제가 다 작아지는 느낌입니다 그려."


"뭐예요. 혹시 질투하시는 거예요?" 크리스토프가 라그나르를 팔꿈치로 쿡 찌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아니 그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한 몸 바쳐 괴물들을 무찌른 용사에게 지, 질투라니요! 하나도 재미없습니다 부마님! 하. 하하. 하하하하." 라그나르가 딱 봐도 부자연스러운 투로 웃었다.


"....아이, 좀 기분이 이상하네?" 스파이더맨이 라그나르를 살짝 곁눈질로 쳐다보고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지금까지 이 나라를 지켜준 건 아렌델 수비대 여러분 아니었나요? 저분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승리도 없었을 텐데 너무 나만 감사받아도 좀 그렇죠. 아, 마침 여기 수비대장 라그나르 장군님과 근위병 여러분들이 계시네요! 역전의 용사들에게 다같이 박수 한 번 드릴까요?"


스파이더맨을 둘러싸고 있던 군중으로부터 예상치도 못했던 우레같은 박수 소리가 들려오자 라그나르의 얼굴이 급격히 환해지며 생기가 돌아왔다. 라그나르는 투구를 벗고 성벽 위에서 내려온 아렌델 수비대와 함께 시민들을 향해 거수경례를 시전했다. 나름대로 침착한 척은 하고 있었지만, 얼굴에 드러나는 기쁨은 아무리 백전노장 라그나르라도 감출 수 없는 것이었다.


"근위병들까지 챙겨줄 줄은 몰랐는데, 너 꽤 눈치가 빠르구나?" 크리스토프가 씩 웃으며 스파이더맨에게 말했다.


"전 어디까지나 돕는 입장이니까요. 진정한 주역은 저분들이죠. 그냥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예요." 스파이더맨은 라그나르와 크리스토프의 어깨를 건틀릿 낀 손바닥으로 툭툭 두들겼다. "자, 이제 여왕님께 이 승리의 소식을 전달하러 가볼까요? 좀 천천히 걸어보자구요. 여왕님이랑 공주님한테도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말이죠."



~~~~~~~~



[잠시 후, 아렌델 성 현관]


"언니! 온다! 피터랑 크리스토프랑 라그나르가 돌아오고 있어!"


창문을 통해 바깥을 내다보던 안나가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초콜렛을 한가득 입에 넣고 옴뇸뇸하던 엘사가 밖을 내다보니 과연 스파이더맨이 수많은 인파에 둘러싸인 채 성문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크리스토프와 라그나르는 스파이더맨과 어깨동무를 한 채 걸으며 크게 웃고 있었다. 스파이더맨을 포함해 세 사람 모두 어느 한 군데 다친 곳이 없어 보였다.

엘사는 초콜릿을 꿀꺽 삼키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겼구나. 휴우, 다행이다.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어제에 이은 두 번째 승리에 무겁던 마음이 한층 편안해졌다. 마치 어깨에서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짐이 단번에 떨어져 나간 느낌이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이틀 연속으로 승리를 불러오다니, 엘사의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순간이었다.


두 사람의 뒤를 뒤뚱뒤뚱 따르며 과자를 삼키던 올라프는 목이 막히는지 한 주전자 가득 염소 젖을 꿀꺽꿀꺽 퍼마신 후 크게 트림을 내뱉었다. "꺼억. 몬스터들이 침공해왔는데 너무 우리만 편안하게 있어서 그런가? 이겼다는 실감이 안 나!"


"나도 그래, 올라프. 정말 실감이 안 나." 엘사가 창문에 손을 짚고 바깥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사실이야. 피터가 이긴 거야."


"우와, 저 인파 좀 봐! 무슨 축제날 같아. 다들 기뻐하고 있어!" 안나는 신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문을 지키던 문지기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커다란 문을 홱 열어젖혔다. "언니 뭐해? 빨리 맞이하러 가야지!"


"진정하렴, 안나. 아무리 크리스토프가 보고 싶어도 품위있고 고고하게 걸어나가야지." 엘사가 안나의 옆으로 천천히 다가오며 말했다. "그리고 서두를 게 뭐 있니? 어차피 다들 이쪽으로 오고 있는데."


엘사는 허리를 곧추세우고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유지하며 고고히 성 바깥으로 걸어나왔다. 올라프와 안나가 허둥지둥 뒤를 따르려다 치마에 걸려 넘어질 뻔 하자 엘사는 입을 가리고 살짝 웃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군중들과 함께 스파이더맨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파이더맨은 성문 앞에 서 있는 여왕을 향해 달려가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안나와 올라프가 큰 손짓으로 화답하는 동안 여왕은 수줍게 웃으며 오른손을 들어 작게 흔들어보였다.


"여왕 폐하! 기뻐하소서! 폐하의 명을 받들어 차가운 심연에서 올라온 괴물들을 퇴치하고 왔나이다!" 엘사의 앞에 선 스파이더맨이 마치 중세 연극에서 그대로 베껴온 것 같은 과장된 몸짓과 말투로 꾸벅 절을 올린 뒤 고개를 슬쩍 들어보였다. "이렇게 하는 거 맞나 모르겠네요. 옛날 사극에선 다 이러던데."


"으, 으응." 사극이 뭔지 모르는 여왕은 잠시 어리둥한 표정을 지었지만, 연극의 한 종류겠거니 생각하고 그냥 어깨를 으쓱하고는 스파이더맨에게 웃어보인 뒤 역시 과장된 말투로 화답했다. "훌륭하도다, 거미의 힘을 가진 영웅이여. 나의 백성들과 나의 왕국을 지켜준 대가로 무엇을 원하느냐?"


"아름다운 여왕 폐하. 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나이-에취!!!" 스파이더맨이 갑자기 커다란 재채기를 내뱉자 깜짝 놀란 여왕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아이고. 사실은 하나 원하는 게 있긴 한데요."


안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스파이더맨을 쳐다보았다. "왜 그래? 감기 걸렸어? 너무 추워서 그래?"


"훌쩍. 추운 데서 땀 뻘뻘 흘리면서 싸우고 나니까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네요. 히어로 슈트의 히터 기능을 늘상 켜놓자니 저온 화상을 입을 것 같기도 하고..." 스파이더맨은 코를 훌쩍이며 양 손으로 자신의 양 어깨를 쥐고는 벌벌 떨었다. "혹시 따뜻한 옷 같은 거 없을까요?"


"옷이라... 그것보다 더 좋은 게 있지."


엘사는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뻗어 스파이더맨의 어깨를 톡 두드렸다. 손가락이 닿은 곳으로부터 밝은 하늘색의 기운이 뿜어져 나와 원을 그리며 스파이더맨의 주위를 맴돌더니 작은 눈송이 모양으로 변해 머리 위에 소리없이 내려앉아 그대로 사르르녹아들었다.

스파이더맨은 자신의 몸을 감싸던 추위가 완벽하게 사라지는 것을 느끼고 신기해하는 표정으로 몸을 이곳저곳 만져보았다. 북쪽 산에서 불어온 찬바람이 스파이더맨을 휘감았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춥지 않고 오히려 시원했다. 추운 곳에 너무 오래 나와있어서 꽁꽁 얼어 엄청나게 시리던 손발도 마치 따뜻한 물에 담근 듯 서서히 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우와." 스파이더맨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방금 마술쇼 보는 기분이었어요! 짱이다! 어떻게 하신 거예요??"


어린아이처럼 들뜬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보고 엘사는 안나와 함께 입을 가리며 꺄르르 웃었다. "추위에 면역이 되는 마법이란다. 아렌델 사람이라면 다 걸려있는 마법이지. 이제 아무리 추운 곳에 가거나 아무리 차가운 물건을 만져도 피부가 얼지 않을 거야. 차가움도 덜 느낄테고."


"와우! 그 말은 나한테 슈퍼파워가 하나 더 생겼다는 거? 대박이다! 이제 히터 기능도 필요없겠어요! 아, 혹시 크리스토프 형님한테 걸어주셨다는 마법이...?" 크리스토프가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스파이더맨은 엘사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여왕님! 덕분에 친구들한테 할 자랑거리가 또 하나 늘었어요! 물론 원래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 때의 얘기겠지만 뭐 아무튼요!"


"고마워 해야 할 사람은 우리야. 너 덕분에 다들 이렇게 무사한걸." 안나가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튼 아렌델의 음식도 먹었고 아렌델 사람들한테만 있는 마법도 같이 받았으니까 이제 너도 이걸로 아렌델 사람이야! 공주의 권한으로 당신을 아렌델 명예시민으로 임명합니다!"


"워허우. 너무 빠른 결정 아니예요? 저 여기 온지 고작 이틀밖에 안 됐는데."


"그래? 난 오히려 너무 늦게 결정했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크리스토프가 말했다. "넌 우리 목숨을 구해준 그 순간부터 아렌델 사람이었다고."


"바로 그렇네. 자네는 아주 큰일을 해주었어! 명예 시민으로 인정받기 딱 좋지, 암!" 라그나르가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도 함께 협력해서 왕국을 지켜나가세나. 자네만 믿고 있겠네!"


"우와, 그럼 피터도 이제 아렌델에 눌러앉는 거야??" 올라프가 행복한 표정으로 다가와 피터를 꼭 껴안았다. "너무 좋다! 슈퍼히어로 이웃이 생긴 건 난생 처음 있는 일이야!"


"아하하하... 새삼스럽게 왜 그래, 올라프? 난 원래부터 네 이웃이었잖아. 당신의 친절한 이웃, 얼티밋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은 올라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팔을 벌리고 멋진 포즈를 취했다.


"받아들여줘서 다행이구나. 그럼 사람들에게 제대로 소개를 올려야겠지?" 엘사는 스파이더맨의 어깨를 잡고 안뜰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팔을 뻗었다. "여러분, 정식으로 소개합니다. 아렌델의 새 영웅, 얼티밋 스파이더맨입니다!"


환호 소리가 다시 한 번 하늘에 울려퍼지자 스파이더맨은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엘사, 안나, 크리스토프, 올라프, 스벤, 라그나르, 근위병들, 그리고 스파이더맨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까지, 어느 누구 하나 불만 있는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가 스파이더맨을 바라보며 얼굴에 함박웃음을 담고 있었다.

무려 반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한 사람씩 잃어가며 공포에 떨고 절망에 신음하던 아렌델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 덕분에 내일을 살아갈 희망을 되찾은, 자유롭고 행복한 아렌델 국민들 본래의 모습이었다. 스파이더맨의 마음이 자긍심과 기쁨으로 가득 채워졌다. 집에서 너무나도 멀리 와버렸음에도 스파이더맨은 마치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자신이 원래 시대에 두고 온 친구들이었다. 이곳에 내 친구들도 함께 서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들 무사해야 할 텐데. 스파이더맨은 마스크 너머로 살짝 슬픈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피터. 너무 걱정하지 마렴." 엘사 여왕이 나지막히 속삭이며 스파이더맨의 등을 쓰다듬었다. "괜찮을 거야."


스파이더맨은 자신에게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엘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ULTIMATE SPIDER-MAN

FROZEN WEB

챕터 12 - 새로운 희망


추천 비추천

15

고정닉 12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운전대만 잡으면 다른 사람이 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15 - -
공지 겨울왕국 갤러리 이용 안내 [200189/10] 운영자 14.01.17 128878804 3809
5488620 호랑사또 이새끼가 ㅈㄴ레전드라 생각하는게ㅋㅋㅋㅋㅋ [4] 멍붕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28 3
5488619 메랜도 아니고 본메라니ㅋㅋㅋ [10] ㅇㅇ(221.152) 11:32 39 0
5488618 어제 이거 먹음 [4] 안나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42 24 0
5488617 배 고프다 [2] ㅇㅇ(118.235) 10:41 14 0
5488616 학생일때가 좋았다 [5] 안나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38 22 0
5488615 이겼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ㅇㅇ(106.101) 09:55 18 0
5488614 비 내리는 날 토욜 아침부터 찾아간 ㅇㅇ(118.235) 09:34 18 0
5488613 요즘 길에 철죽 많이 핀 거 보면 생각나는 짤 ㅇㅇ(118.235) 09:32 14 0
5488612 정령님의 시간 엘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14 1
5488611 엘시이이잉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15 1
5488610 갸지노 인스타 샤라웃 ㅅㅅㅅㅅㅅ [1]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26 0
5488609 졌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멍붕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29 0
5488608 서현진이 이누야샤 노래 불렀구나..... [2] ㅇㅇ(175.199) 04.19 38 0
5488607 이겼꼴ㅋㅋㅋㅋㅋㅋ ㅇㅇ(175.199) 04.19 16 0
5488606 이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18 0
5488605 졌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겨갤러(106.101) 04.19 23 0
5488604 졌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15 0
5488603 통구이 멸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23 0
5488602 테일러 새앨범 나옴 ㅋㅋ [3] Frozen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42 0
5488601 쌀국수 ㅇㅇ(118.235) 04.19 18 0
5488600 코구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15 0
5488599 앙시이이이이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14 1
5488598 새 소리 들으니까 겨갤의 새박이가 생각나네요 [3] ㅇㅇ(223.39) 04.19 32 0
5488597 뻘글 [2]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27 0
5488596 엘-시 엘-시 엘-시 엘-시 엘-시 ㅇㅇ(118.235) 04.19 13 0
5488595 엘-시 엘-시 엘-시 ㅇㅇ(118.235) 04.19 13 0
5488594 엘-시 ㅇㅇ(118.235) 04.19 13 0
5488593 정령님의 시간 엘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11 1
5488592 어째 엘갤하고 여기하고 다를바가 없어보이네여 [4] ㅇㅇ(223.62) 04.19 64 0
5488591 핑핑이 보트마렵네 진짜 ㅇㅇ(221.152) 04.19 21 0
5488590 오늘도 잘 부탁해 붕붕아 [1] 겨갤러(106.101) 04.19 34 0
5488589 쥬디홉스 자취집 도촬 [1] 겨갤러(106.101) 04.19 49 0
5488588 귀염고닉이랑 귀염고닉의 그림그리는친구가 보고싶구나 [3] ㅇㅇ(221.152) 04.19 56 0
5488587 저 좀 재워주시죠 [6] ㅇㅇ(221.152) 04.19 57 0
5488586 엘시이이이이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9 20 1
5488585 이겼삼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18 0
5488584 이겼꼴ㅋㅋㅋㅋㅋ [2] ㅇㅇ(221.152) 04.18 33 0
5488583 고뭉치씨 24세인거 알고있음? [5] Frozen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56 0
5488582 범두 또 멸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15 0
5488581 코구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32 0
5488580 퀸 안 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16 1
5488579 안시ㅋㅋㅋㅋㅋ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14 1
5488578 여앙님의 시간 안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14 1
5488577 안시이이잉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17 1
5488576 겨울왕국 짤털 해요^^a;; [2] 겨갤러(124.50) 04.18 64 2
5488575 정령님의 시간 엘시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8 19 1
5488574 오늘도 잘 부탁해 붕붕아 [1] 겨갤러(106.101) 04.18 52 0
5488572 핑핑아 ㅅㅂ 진짜 미쳤냐 [2] ㅇㅇ(223.39) 04.18 56 0
5488570 대관시 ㅇㅇ(183.107) 04.18 29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