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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크로스오버] 얼티밋 스파이더맨-프로즌 웹 10화

차빙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09 19: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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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델 왕국, 군사 훈련장]


"저 둘 좀 보세요 장군님. 진짜 할 생각인가 봐요..." 훈련장 구석의 벤치에 라그나르와 함께 앉은 크리스토프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저러다 진짜 큰일 날 것 같아요."


"음....." 라그나르는 팔짱을 끼며 심각한 표정으로 훈련장에 서서 준비운동 비스무리한 것을 하며 몸을 비틀고 있는 안나를 바라보았다. 맞지도 않는 기병대 갑옷을 입고 끙끙대며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는 모습이 매우 불안해보였다.


"얼떨결에 동의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대련이라뇨. 거기다가 상대는 아이스 몬스터들을 맨몸으로 박살낸 초강자라구요!" 크리스토프는 걱정되는 마음에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며 라그나르를 붙들었다. "혹시라도 실수로 안나가 크게 다쳐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어쩌죠? 그 반대로 실력이 너무 좋다면요? 바램대로 피와 살이 튀기는 전장에 내보내야 하나요??"


"누군 몰라서 이럽니까, 부마님. 저도 불안해 죽겠습니다!" 라그나르가 크리스토프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그의 눈빛이 불안으로 흔들렸다. "하지만 한 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는 법.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파커 군을 믿는 것 뿐입니다."


마음이 복잡한 두 사람은 끊임없이 발을 동동 구르며 불안에 휩싸여 있었지만, 올라프는 이들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새 창고에서 아렌델 국기까지 꺼내들고 스벤 위에 올라타 큰 소리로 안나를 응원하고 있었다. 역시 신나게 머리를 흔들고 있는 스벤의 뿔에는 언제 달았는지 작은 깃발 여러 개가 묶여있었다.


"안나 힘내! 콧대를 꺾어줘! 꺾으란다고 진짜 꺾진 말고!" 힘차게 깃발을 흔들던 올라프는 가만히 앉아있는 크리스토프의 허리를 깃대로 쿡 찔렀다. "뭐해 크리스토프? 안나를 응원해줘야지!"


"아오 아파! 넌 걱정도 안 되냐, 올라프? 스벤, 뭐라고 말 좀 해 봐!" 스벤이 대답 대신 눈빛을 보내자 크리스토프는 스벤에 빙의해 말하기 시작했다. "(왜 그래? 넌 안 할 거야? 안나가 저렇게 너한테 손을 흔들어주고 있는뒈?)"


"올라프! 응원 고마워!" 스벤(?)의 말대로, 안나는 벤치를 향해 해맑게 웃으며 손을 힘차게 흔들고 있었다. "야호, 크리스토프! 내 멋진 모습 잘 지켜봐요! 알았죠!!"


"어, ㄴ, 네! 열심히 해요!" 안나에게 손을 흔들어준 크리스토프는 또다시 자신을 쳐다보는 스벤에 빙의했다. "(저 귀여운 얼굴을 외면하는 사람이 이상한 거쥐.)" 크리스토프는 한숨을 푹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스벤. 네 말이 맞다."


훈련장 바깥에서 준비를 마친 스파이더맨은 복면을 고쳐쓰며 안나 일행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상반된 감정이 깃든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안나와 올라프, 스벤의 표정은 기대감으로 차 있었지만, 라그나르와 크리스토프의 표정은 어두웠다.

호기롭게 말하긴 했지만, 스파이더맨도 사실 반신반의하는 심정이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여 전장에 함부로 뛰어들었다가 크게 다치거나 악당의 계획에 보기좋게 걸려든 어리숙한 영웅들을 수도 없이 목격해왔고, 안나의 태도는 그런 젊은 히어로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턱대고 충고를 쏘아붙이거나 자존심을 심하게 꺾을 생각은 없었다. 자신도 과거에는 건방지고 자만심 넘치는 히어로였고, 이렇게 혈기로 가득 찬 젊은이들을 상대로는 그런 식의 해결 방법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라그나르 경에게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아렌델의 방어선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약해져 있었다. 수비대는 왕국의 성벽을 직접 방어하는 만큼 보급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인력의 부족이었다. 이들이 이렇게 적은 인력만으로 반년이나 왕국을 지켜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스파이더맨 혼자서 모든 전시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적들이 어떤 식으로 공격해올지 모르니 항상 대비는 해 두어야 한다는 게 스파이더맨의 생각이었다.


"좋아요, 공주님. 준비는 되셨나요?" 스파이더맨이 훈련장 중앙으로 걸어들어오며 말했다. "언제든지 포기하고 싶으시면 말해주세요."


"포기는 양상추를 셀 때나 쓰는 말이야!" 안나 공주는 공중에서 바이킹 소드를 휙휙 휘두르며 자신감 있는 미소를 지었다. "깜짝 놀라게 해 줄게. 대련이 끝나면 날 쉴드 아카데미로 스카우트해가고 싶어질 걸? 물론 불가능하겠지만 말이 그렇단 거지... 히히."


다른 말로 하자면, 안나 공주 또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정도의 싸움 기술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여왕의 마법이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이 증명된 이 시점에서, 몬스터들이 쳐들어왔을 때 만일 수비대나 크리스토프가 주위에 없다면 안나는 그대로 위험에 노출되고 말 터였다. 언제까지고 이들이 안나를 지켜줄 수도 없는 노릇일 테니 직접 전장에 나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자신에게 다가올 위협을 자신의 힘으로 막아낼 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스파이더맨이 안나에게 대련을 신청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안나 공주는 이미 아이스 몬스터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충분히 알고 있으며, 동시에 진심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 또한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마음가짐과 싸움 실력은 별개의 문제였다. 싸움터는 장난이 아니라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공간이다. 자신감이 넘치는 것은 좋지만, 어중간한 실력으로는 죽기 딱 좋은 곳이 바로 전장이다. 스파이더맨은 자신과의 대련을 통해 공주의 실력을 확인하는 한편 그녀에게 전장이 얼마나 불공평하고 잔혹한 곳인지 알려주고 싶은 것이었다.


"오호, 굉장한 자신감이네요. 벌써부터 맘에 드는데요?" 스파이더맨은 주먹을 가슴께까지 올리고 다리를 어깨넓이만큼 벌려 권투선수들이 취하는 자세를 갖추었다. "그럼 전투 준비!"


스파이더맨이 말하자 안나는 씩 웃으며 왼발을 앞으로 놓고 왼팔에 붙인 방패가 정면을 향하게 한 뒤 바이킹 소드를 쥔 오른손을 뒤로 뻗고 검날 끝으로 스파이더맨을 겨냥하며 자세를 잡았다. 좋아, 일단 자세 하나는 제대로 잡혔군. 안나의 행동을 찬찬히 살피던 스파이더맨은 태세를 유지하며 훈련장 중앙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셋 세면 시작하는 거예요, 알았죠? 하나..."


"셋!!"


안나는 스파이더맨의 말을 중간에 잘라먹고 잇는 힘껏 발돋움해 공중으로 뛰어올라 스파이더맨을 방패로 깔아뭉개려 했지만, 스파이더맨은 왼쪽으로 몸을 돌려 안나의 공격을 간단히 피했다. 스파이더맨의 몸 대신 바닥을 내리친 안나는 그대로 앞구르기를 시전해 몸을 일으킨 뒤 스파이더맨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한 발짝씩 전진했다. 한번, 두번, 세번, 바이킹 소드의 검발이 허공을 가르며 햇빛에 비쳐 매섭게 빛났다. 몸을 조금씩만 움직여 공격을 피하던 스파이더맨은 안나의 왼쪽 발목 부분에 거미줄을 쏘아 잡아당겨 그녀를 바닥에 자빠뜨렸다.


"아앗!!" 중심을 잃고 바닥에 엎어진 안나는 스파이더맨을 올려다보았다. "야, 그건 반칙이잖아!"


"반칙이라는 개념이 전장에서 통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아이스 몬스터들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공주님을 죽이려 들 거예요.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기 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부터 먼저 생각하셔야죠. 자, 다시!"


스파이더맨이 다시 권투 자세를 잡자 안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턴 뒤 다시 스파이더맨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파이더맨은 이번에는 안나에게 가까이 접근해 안나의 오른 손목을 툭 쳐서 검을 떨어뜨리고 연계 동작으로 방패를 차서 날려버리고는 안나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당황한 안나는 눈을 질끈 감았지만 스파이더맨은 안나의 얼굴을 때리는 대신 손가락을 펼쳐 안나의 코를 살짝 건드리고 다시 뒤로 물러났다. 안나는 짜증이 나는지 얼굴을 찌푸리고 스파이더맨을 노려보았다.


"왜 그래요, 공주님? 절 깜짝 놀라게 만들어 주신다면서요?" 스파이더맨은 오른손으로 덤벼보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깜짝 놀라기는 커녕 지루해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


안나는 경계가 허술해진 틈을 타 스파이더맨의 발 근처에 검을 휙 던져 꽂아넣은 뒤, 스파이더맨이 움찔하는 순간을 노려 그대로 달려들어 얼굴을 향해 방패를 휘둘렀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방패가 왼쪽 광대뼈를 가격하자 스파이더맨은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지듯 뒤로 물러나 얼굴을 감싸쥐었고, 안나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방패를 내던지고 재빨리 피터에게 다가갔다.


"어머 세상에 피터!! 괜찮아?!" 안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미안해. 진짜로 때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아야야야... 잘했어요 공주님. 그게 바로 싸움의 기본이예요. 적의 빈틈을 노리는 거." 스파이더맨은 광대뼈를 문지르며 안나에게 다시 검을 건네주었다. 혹시나 해서 일부러 맞아줬는데 이거 보통이 아닌걸? 방패에 무게가 실려서 위력이 제대로 나왔어. "하지만 너무 흥분해서 마구 달려드는 건 자제하셔야겠네요. 다시 가 볼까요?"


스파이더맨의 말에 안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시 검을 잡고 일어선 뒤 벤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크리스토프! 얘들아! 나 봤어?? 내가 방금 스파이더맨을 때렸어!"


"우와아! 안나가 친구의 얼굴을 때리고 웃었어! 친구의 얼굴을 때리는 건 재밌는 일이구나!" 올라프가 천진하게 말하자 스벤은 '얘 지금 뭐래니' 하는 표정으로 푸르륵 하는 소리를 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다 올라프. 대련은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는 자리란다. 서로에게 가해지는 공격에는 일말의 사적인 감정도 들어가있어서는 안 돼." 라그나르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건 인정해야겠군. 방금 공격은 훌륭했어."


"머, 멋지네요 안나! 워후우우!"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당황한 크리스토프는 한 박자 늦게 응원의 환호성을 지른 뒤 라그나르에게 다급하게 귓속말을 했다. "장군님, 방금 뭐가 일어난 거죠...?"


"뭐가 일어나긴 뭐가 일어났겠습니까? 부마님도 보셨지 않습니까." 일말의 미동도 없이 대련을 지켜보던 라그나르는 자신도 모르게 손녀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처럼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렇지. 그렇게! 쭉 뻗어! 옳지!"


스파이더맨과 안나는 그대로 한 시간 반 동안 대련을 이어갔다. 비무장에 거미줄 쏘는 기계만 가진 남자와 칼과 방패로 완전무장한 여자, 남자 쪽이 초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면 무모하게 비쳐보일 수 있는 이 대결에서 우세를 보이는 것은 단연 경험 많고 강력한 스파이더맨 쪽이었다. 허나 안나는 초인 대 인간이라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무기를 휘둘렀고, 스파이더맨의 표정은 안나가 공격을 성공시킬 때마다 점점 밝아져갔다. 안나의 얼굴 또한 억압되어있던 스트레스가 풀리며 한없이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안나 공주의 검술 실력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이었다. 비록 호크아이나 블랙 위도우같은 비초인 히어로의 수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안나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동물적인 본능이 그녀를 최적의 전투 상황으로 이끌고 있었다. 라그나르 경은 이미 무인의 혼을 불태우며 대련에 빠져들어 있었고, 처음에는 결사적으로 반대의사를 밀어붙이던 크리스토프 또한 안나의 실력을 보고 점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이윽고 소리높여 안나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스파이더맨은 이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와우, 아무리 백문이 불여일견이라지만 이 정도로 효과가 좋다니. 역시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편이 낫네.


"오케이! 좋아요, 여기까지 하죠." 총 두 시간에 걸친 대련을 마친 후 스파이더맨은 밝게 웃으며 마스크를 벗고 목에 걸고 있던 수건으로 땀을 닦아냈다. "정말 잘하셨어요 공주님. 계속 그렇게만 하신다면 뭐... 괜찮을 것 같네요."


"정말? 정말이지?? 야호! 진짜 기분 좋다!" 안나가 마치 생일을 맞은 소녀처럼 기쁨에 겨워 폴짝폴짝 뛰자 스파이더맨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어린애 티를 못 벗으셨네. 뭐 올해 딱 스물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서도.


"우와아아 안나! 대성공이야!!" 올라프는 스벤의 등에서 뛰어올라 안나의 등 뒤에 안착해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안나는 올라프의 무게에 잠시 휘청거렸지만 곧 중심을 잡고 마치 어린 동생을 품에 안은 누나처럼 올라프를 따스하게 보듬었다. "스파이더맨한테 인정을 받았으니까 이제 안나도 히어로인 거야? 캡틴 아메리카처럼?"


"에이, 그 정도까진 아니야. 난 아직도 배울 점이 엄청나게 많고 피터는 나보다 훠얼씬 강해. 대련이 아니었다면 난 지금쯤 땅바닥을 구르고 있었을 거야." 말을 마친 안나는 마치 무언가를 기대하는 강아지같은 눈망울로 크리스토프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 하아...... 좋아요 우리 말괄량이 공주님. 당신이 이겼어요. 설마 이 정도로 재능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크리스토프는 한숨을 내쉬며 항복한다는 듯 두 손을 들어올렸다. "이렇게 잘하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시켜줄 걸 그랬네. 미안해요, 지금까지 무작정 안된다고만 해서."


"괜찮아요. 이제라도 자기한테 인정받아서 너무 기쁜걸요?" 안나는 입꼬리를 싸악 올리고 라그나르를 쳐다보았다. "라그나르는 어떻게 생각해요? 이 정도면 공주 치곤 나름 괜찮은 실력 아니예요?"


"이거 참, 이 늙은이를 부끄럽게 만드시는군요." 라그나르는 껄껄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공주님도 아시다시피 아직은 전장에 나가실 정도의 실력은 아닙니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잘 갈고닦으시는 것이 먼저지요. 우선 훈련받을 기회 정도는-"


"다들 나만 빼놓고 뭐하고 있어요?"


"어라, 여왕님?"


갑자기 들려온 아름다운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엘사 여왕이 놀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훈련장 안으로 조심스레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여왕의 급작스런 방문에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환하게 웃고 있던 안나와 크리스토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스벤까지 덩달아 딴청을 피우자 스파이더맨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왜들 이러지? 꼭 와서는 안 될 사람이 오기라도 한 것 같잖아.


"어 엘사다! 엘사!"


올라프는 엘사를 보자마자 안나의 품에서 뛰어내려 달려가 엘사에게 안겼고, 라그나르는 허겁지겁 제복 앞섬의 단추를 잠그고 꼿꼿하게 서서 경례를 올렸지만 여왕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맞지도 않는 갑옷을 입어 우스꽝스러운 몰골이 된 채로 검과 방패를 들고 헐떡이는 안나와 스파이더맨 슈트 차림으로 서서 자신에게 인사하고 있는 피터 뿐이었다. 여왕은 올라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을 몇 번 깜빡이고는 그제서야 라그나르 경에게 시선을 돌렸다.


"라그나르 경,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죠?" 엘사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안나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세상에 땀좀 봐... 어머, 피터 너까지 이렇게 땀이 많이 난 거니? 둘이 뭘 하고 놀았길래?"


"어, 그, 그것이...." 라그나르 경은 어째서인지 시선을 회피하며 우물쭈물 말을 흐렸다.


안나의 땀을 천천히 닦아주던 엘사는 안나의 손에 들려있는 검을 보고 멈칫했다. "그거 진짜 검이니...?"


"에이 아니예요! 그럴 리가요. 가짜 검이죠! 아하하하." 크리스토프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안나의 손에서 검을 뺏어들고 뒤로 감추었다. "둘이 벼, 병정놀이 하고 있었어요. 이거 참, 안나도 아직 어린아이라니까. 피터도 어울려주느라 고생했-"


"대련했어, 피터랑." 안나가 당당하게 말하자 엘사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두 시간 동안 열심히 대련했어. 진짜 검이랑 방패 가지고."


"맙소사, 또 시작이니?!" 엘사는 울상을 지으며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더니 안나의 손을 꼭 쥐었다. "내가 안된다고 분명히 얘기했잖아. 전장에 나가는 건 우리 아렌델 수비대만으로 충분해. 너까지 나설 필요는 없어!"


"오우." 스파이더맨은 그제서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했다. 그제서야 안나가 자신의 언니에 관해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너무 나를 못 믿는다. 나를 철없는 어린애로 생각한다... 안나가 이렇게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전장에 나가기는 커녕 제대로 된 훈련조차 받지 못하고 의장용 검술만 배워온 것은 크리스토프나 라그나르가 반대해서가 아니라 엘사의 반대 때문이었던 것이다.


"방금 내가 한 말 어디로 들었어? 나 잘한다니까! 다들 내 실력이 출중하다고 했다고! 왜 못 믿어? 언니, 나 언니가 이럴 때마다 너무 답답해." 안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엘사를 쏘아보았다.


"그걸 증명하려고 가만히 있는 피터를 끌어들였니? 우리 일에 엮이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던 건 너였잖아." 엘사가 말했다. "네 쪽에서 피터를 더 힘들게 만들면 어떡하-"


"저기 사실은 이거 제가 먼저 하자고 했걸랑요." 스파이더맨은 오해를 바로잡으려 엘사의 말을 끊고 도중에 끼어들었다. "안나 공주님 실력을 확인하려고 제 쪽에서 제의했어요. 일단 실력이나 한 번 볼까 해서요."


"파커 군의 말이 사실입니다, 여왕님. 대련 후에 공주님께서 재능이 없다고 판단되면 파커 군이 공주님을 잘 설득시킬 예정이었습니다. 그 조건 하에 저와 부마님도 동의했습니다." 라그나르의 말에 크리스토프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 엘사는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세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안나를 그만두게 하기 위해서 이걸 계획했다는 거죠? 그런데 결과가..."


"대성공이었어! 안나 완전 멋있었어!" 올라프가 눈치없이 끼어들었다. "안나가 피터 얼굴 때렸어! 방패로! 완전 멋있었지 뭐야. 진짜로 둘이 막 팡팡 쾅 슉슉 맞붙었다니까! 피터는 안나 방패만 때렸는데 안나는 피터 몸 많이 때렸어."


"뭐?? 피터가 안나한테 얻어맞았다는 말이니?" 심하게 놀란 안나는 피터의 얼굴을 살폈다. 안나의 방패가 강타한 왼쪽 광대뼈 위에 아주 작은 멍이 시퍼렇게 들어있었다. "세상에! 안나, 너 대체 무슨 짓을!!"


어? 왜 얘기가 이쪽으로 흘러가지? "아니 저기 그러니까 이건 대련 도중에 생긴 상처라니까요!" 스파이더맨은 재빨리 변명했지만 여왕은 이미 화가 난 표정으로 안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 우릴 도와주겠다고 발벗고 나선 친구를 불러세워서 구타하는 사람으로?" 안나가 열이 뻗친 목소리로 말했다. "날 여태까지 그런 사람으로 보고 있었던 거야?!"


"그런 얘기가 아닌 거 알잖아. 왜 네 욕심 때문에 사람을 이 지경까지 몰아갔는지 묻고 있는 거야 나는. 그렇게 내 명령이 듣기 싫었니? 그렇게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싶어?"


"피터는 날 확실히 도와주겠다고 했어. 먼저 제의해줬다고. 그때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알아? 언니도 안 줬던 기회를 피터가 준 거야. 언니는 단 한번이라도 날 믿고 훈련을 허락해줬던 적 있어?"


마냥 사이가 좋을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이 갑자기 성을 내며 싸우기 시작하자 스파이더맨은 크게 당황해 손사래를 쳤다. 안 그래도 춥던 날씨가 왠지 모르게 더 싸늘해지는 느낌이었다. "오케이 거기까지 하죠! 이러다가 진짜 싸움나겠네!"


"안나,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니! 내가 전장에 널 안 내보낸 건 전부 널 위해서 그랬던 거야!" 스파이더맨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엘사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난 언제나 네가 안전하기를 바라는데 넌 계속 내 말을 안 듣고... 행여나 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내가 얼마나-"


"이건 언니 생각은 상관없는 문제야. 언니 희망사항이랑은 더더욱 상관없고." 안나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며 엘사의 손을 뿌리치자 엘사의 얼굴 표정이 당황스러움과 황당함이 섞인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건 내가 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고 싶어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야."


눈치없는 올라프를 포함한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얼어붙었다. 엘사의 손을 뿌리쳤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안나가. 언니를 구하기 위해 북쪽 산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갔던 그 안나가. 얼어 죽어가는 순간에도 언니를 지키기 위해 한 몸을 내던진 그 안나가. 엘사의 손을 매정하게 뿌리쳤다. 심지어 언니 생각은 상관없다니! 갑자기 안나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잠시 말을 잃고 있던 엘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안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말도 안 된다고? 그걸 왜 언니가 정하는데? 내가 할 수 있나 없나를 정하는 건 언니가 아니라 나여야지." 안나가 말했다. "응원을 해줄 생각이 아니라면 적어도 내 삶에 대한 선택지는 내 스스로가 고르게 놔둬야 하는 거 아냐? 지금 내가 스스로 뭔가를 해 보려 하는데, 나 스스로가 그럴만한 실력이 있는지 검증해보려고 하는데 언니는 지레 겁먹고 하지 말라, 안 된다, 이러고 있잖아. 이게 말이 돼?"


"너야말로 이 정도 됐으면 내 심정을 이해해줘야 하는 거 아니니? 넌 내 대관식 날 처음 만난 남자랑 결혼하겠다고 고집부렸잖아. 그러다가 죽을 뻔 하고! 이러는데 내가 널 어떻게 믿-"


"그러니까 날 안 믿었네? 처음부터?" 안나가 으르렁거리며 땅바닥에 거칠게 검을 꽂아넣었다.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한다고 생각했던 거네?! 처음부터?!"


"오 마이 갓."


스파이더맨은 머리가 아픈 듯 하나님을 찾으며 이마를 짚었다. 상황이 점점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선의의 행동에서 이런 결과가 도출되는 것은 스파이더맨에게 있어서도 매우 오랜만이었다. 이쯤 되니 차라리 얘기를 꺼내지 말았어야 했나 하는 후회도 들었지만, 동시에 안나가 지금까지 얼마나 쌓인 것이 많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라그나르와 크리스토프, 올라프는 두 사람의 말싸움에 미처 끼어들 기회를 찾지 못하고 어벙벙해진 얼굴로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 실제로 크게 싸우는 것을 목격한 것은 이들에게나 스파이더맨에게나 처음이었지만, 안나가 얼마나 언니를 아끼는지 아주 잘 아는 이들은 안나가 엘사에게 이렇게 크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모습이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무러 2년이나 지났어! 2년!!" 안나가 엘사의 발치에 방패를 내던졌다. "나도 자랄 만큼 자랐고, 이젠 해도 되는 거랑 하면 안되는 것 정도는 구별할 수 있어! 나 혼자 좋자고 이러는 줄 알아?! 아렌델 수비대는 인력이 없어서 고생하는데도 아렌델 백성들이 아이스 몬스터들한테 당하지는 않을까 하고 매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 크리스토프는 몸 곳곳이 눈으로 변했어! 언니도 알잖아! 항상 수비대가 고생하는데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질질 짜기나 하면서!!"


"그래서 네가 도움을 주겠다고? 네가?? 안나, 전쟁은 장난이 아니야!"


"누가 몰라?! 그건 내가 제일 잘 알아! 그래서 내가 돕겠다는 거잖아!!"


"만일 실패하면?" 엘사의 눈에서 눈물 방울이 떨어져내렸다. "네가 전장에서 목숨을 잃으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데?!"


"실패해도 내가 실패하고, 죽어도 내가 죽어. 누구의 책임이라고 할 것도 없어." 안나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거 알아 언니? 완전 웃기네. 언니 지금 아빠 엄마랑 완전 똑같아. 날 지킨답시고 날 감금하고 있잖아."


엘사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숨이 가빠졌다. 스파이더맨은 안나가 엘사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너.... 너 그 말 취소해."


"아니, 취소 안 할 건데? 나 지금 진심이거든? 내가 계속 하겠다고 말하면 어떡할 거야? 13년 동안 날 방 안에 가두게? 엄마 아빠가 언니한테 했던 것처럼?" 안나가 슬픔으로 가득 찬 엘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또 날 혼자 두게? 13년 동안?!"


엘사는 머리를 감싸쥐고 비명을 내뱉었다. "아니야... 아니야!! 너 그 말 취소해!! 당장!!"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엘사의 고함 소리와 함께 갑자기 도시 곳곳에 귀에 거슬리는 종소리가 빠르게 울려퍼졌다. 열띠게 말싸움을 이어가던 엘사와 안나의 입은 다물어졌고, 스벤은 깜짝 놀라 구석에 틀어박혀 벌벌 떨었다. 종소리를 가만히 듣던 라그나르는 허리춤에 찬 데인액스를 꺼내들었다. "아이스 몬스터로군." 라그나르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맙소사, 또야?! 왜 이틀 연속으로 오는 거야?! 미치겠네 진짜!!" 크리스토프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검을 꺼내들었다.


스파이더맨은 재빨리 공중으로 휙 튀어올라 훈련장 옆 건물 지붕에 가볍게 착지해 종소리가 들린 성벽 쪽을 내다보았다. 마스크를 착용하자 눈 부위에 달린 카메라 렌즈가 지잉 하는 소리를 내며 멀리 있는 물체를 확대시켜 보여주었다. 저 멀리 산기슭에서부터 아이스 몬스터 4마리가 성벽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이번 아이스 몬스터들은 덩치 큰 곰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모두 무겁고 힘이 세 보였다.


"어떤가? 성벽 안으로 들어왔나?!" 라그나르가 스파이더맨을 향해 외쳤다.


"아뇨! 성벽에서 40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요. 근데 곧 있으면 도착할 것 같아요!" 스파이더맨이 말했다. "우선 제가 가서 성벽 쪽으로 못 접근하게 막아놓고 있을게요!"


"나도 갈게!" 안나가 땅에 박힌 검을 힘겹게 뽑아내며 소리쳤다. "이번엔 나도 돕겠어!"


엘사는 안나의 손목을 힘겹게 부여잡았다. "안나. 이러지 마." 그녀의 얼굴은 이미 눈물 범벅이었다. "제발."


"이거 놔. 언니는 나한테 그렇게 부탁할 자격 없-?!" 스파이더맨의 웹 슈터가 거미줄을 촤악 뿜었다. 안나와 엘사는 어느 새 피터 파커 특제 거미줄이 자신들의 양 손발을 땅바닥에 단단히 붙여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피터!! 지금 뭐 하는 거야!!" 안나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내가 말했죠, 흥분 가라앉히라고! 지금 그 상태로 싸우면 죽는 건 아이스 몬스터가 아니라 공주님이예요!" 스파이더맨이 외쳤다. "흥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공주님은 전투도 훈련도 모조리 금지예요!"


"근데 왜 나까지...?" 엘사는 어안이 벙벙해져 어느 새 눈물이 멈춘 상태였다.


"두 분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잖아요? 지금 상태를 보면 서로 엄청 불만이 쌓인 것 같은데 언제까지고 해결을 뒤로 제쳐둘 수는 없어요. 대화로 푸시던지, 지금처럼 서로 소리만 지르셔서 상황만 더 악화시키시던지, 맘대로 하세요. 나도 이제 더 이상은 못 들어줘요."


스파이더맨은 이 말을 끝으로 거미줄을 타고 빠른 속도로 성벽을 향해 날아갔다. 크리스토프는 두 사람을 풀어주려고 했지만 라그나르는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크리스토프는 하는 수 없이 한숨을 내쉬며 라그나르를 따라 훈련장을 벗어났다.


"자, 잠깐만요 크리스토프?! 어디 가요?!" 안나는 멀어지는 크리스토프를 향해 다급하게 소리쳤다. "크리스토프!! 크리스토프!!"


모두가 떠난 광장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자리에 가만히 서 있던 올라프는 주위가 갑자기 조용해지자 주위를 조심스레 둘러보더니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에 손을 집어넣었다. 손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자 올라프는 바보처럼 헤실헤실 웃었다.


"에헤헤헤. 끈적끈적해."


엘사와 안나는 동시에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ULTIMATE SPIDER-MAN

FROZEN WEB

챕터 10 - 사전 준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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