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루나드의 아버지 크리티안 왕이 아렌델을 다스리던 시절. 과거 아렌델과 노덜드라는 심각한 마찰들이 많았었다.

특히 국경지대에는 사실상 매일이 전쟁이었고, 아렌델 병사와 민간인, 노덜드라 병사들과 민간인의 시체가 가득했다.

이런 무의미한 전쟁을 끝내고 싶던 크리티안 왕은 노덜드라에게 평화협정을 제안했고, 전쟁에 지쳐있던 노덜드라 역시 이에 찬성하며 오랜 전쟁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개개인의 적개심, 복수심, 분노 등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이에 아렌델과 노덜드라의 국경지대에서는 여전히 작은 마찰들이 있었다.

특히 아렌델 내부에서도 크리티안 왕의 눈을 피한 많은 잔인한 사건들이 터지곤 했었다.

“어머니, 이번에 국경지대에서 아이들 몇 명이 또 실종되었데요.”

벨 마키니는 집에 들어오면서 어머니에게 말했다.

“… 그러니? 요즘 부쩍 그런 일이 많구나… 누구에게 들었니?”

“ ‘한’이 말해줬어요! 그래서 자기 없이는 혼자 다니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그래, 그렇구나 ‘한’에게 늘 고맙다고 전해주렴.”

당시 노덜드라에는 소위 말하는 마법사들이 살았다. 그들의 수는 비록 극히 적었지만, 선한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노덜드라인들을 보살피고 도우며 살아갔다.

주로 하던 일은 마법과 진리를 탐구하는 일이었고, 평소에는 자연과 교감, 정령과 어울려지내는 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노덜드라인들은 ‘현자’라고 부르며 따랐다.

그 현자들 중 가장 위대하고 강력한 힘을 지녔다고 알려진 자는, 아렌델에서 ‘푸른머리의 마녀’라고 불리는 벨의 어머니, 브룬힐데였다.

벨의 친구인 ‘한’ 역시 현자였고, 그녀의 주특기는 노덜드라의 새들과 교감을 하며 그들을 부리는 능력을 지녔었다.

이런 그녀를 노덜드라인들은 ‘조련사’라고 불렀다.

벨은 선천적으로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의 어머니가 노덜드라의 최고의 현자임에도 불구하고 마법을 다스리지 못한 벨은, 그러한 점이 너무 싫었던 적이 있었지만,

그가 태어났을적부터 쭉 어머니와 함께 보살펴준 친구 ‘한’ 덕분에 그깟 힘 따위는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한’은 벨을 ‘현자의 서고’에 몰래 데려가서는 마법의 역사나 언어, 정령들과 교감하는 법, 약초에 관한 책, 아토할란에 대한 이야기 등

흥미로운 얘기들을 해주며 그와 놀아주고는 했다.

‘한’은 이미 벨에게 어머니 만큼 소중한 사람이었다. 벨은 ‘한’과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그저 행복했다.

“저 망할 저주받은 녀석을 왜 여기서 사는 거야?”

지나가던 노덜드라 무리의 아이들이 벨에게 들으라는 식으로 말했다.

노덜드라의 아이들은 벨을 보고 ‘저주받은 녀석’이라고 불렀다.

벨은 그런 말을 들어도 이미 익숙하다는 듯, 별 다른 대꾸를 하지도 않고 그저 나무 위에서 책만 읽고있을 뿐이었다.

“킥킥 들리면서 못들은 척 하기는 이거나 먹어라!”

퍽!

아이들이 던진 돌이 벨의 머리를 적중했다. 아이들이 자주 벨을 놀리고 괴롭히고 했지만,

오늘 처럼 머리를 노린 듯 돌을 던진 적은 처음이었다.

이때까지 벨이 그들의 행동에 반응을 해주지 않았으니, 괜찮을거라 생각하고 더 과격한 행동을 했으리라.

벨은 그런 그들에게 화가난 듯, 나무에서 내려와 다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