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 꿈이다. 예전부터 이 꿈을 꿔왔지만, 요즘들어 좀 더 꿈속에 나타나는 것 같다. 항상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어둠 속에서 소리만 들리는 이 꿈이 참 싫다.

[벨리에! 아이를 데리고 나가! 어서!]

[안돼요, 헤리아스! 제발 같이…. 꺄악!]

 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꿈속에서 들리는 것은 그저 비명소리, 천장이 무너지는 소리. 

주변에 불이 났는지 나무들이 타들어가는 소리. 그리고 누군가 주변을 계속 뛰어다니는 소리.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둔탁한 소리들과 짧은 신음소리가 오간다. 누군가 얘기를 하는 소리, 정확하게 들리지를 않는다.

이윽고, 무엇인가를 꿰뚫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찔려지는 소리, '푸욱' 칼로 누군가를 찌르는 소리다.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꿈은 여기서부터 끊겨버린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꿈은 그저, 푸른 빛이 보이고 그 빛이 나의 몸을 감싸안는 느낌이 날 뿐.

이 꿈은 꿀 때 마다 기분이 너무 이상해진다. 마치 내가 겪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꿈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냐 할 수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난 애초에 노덜드라의 깊은 숲에서 태어났고, 태어났던 시기에는 이미 노덜드라가 평화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친구 '한'도 그런일은 노덜드라에서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하며, 그럴 때마다 노덜드라의 역사를 떠들어댔다. 

 이 꿈이 끝이나면 난 잠에서 깨어난다. 이 꿈을 꾸고 나면 온몸이 식은땀에 적셔져있다. 

반복되는 이 악몽은 어릴 적 부터 꿔왔지만, 전혀 적응이 되지를 않는다. 그저 꿈에서 깨면 기분이 더러울 뿐이다.

“으음.. 또 이 꿈이야… 기분이 더럽군… 내가 여기서 언제 잠들었지?”

 우리 어머니 ‘브룬힐데’님의 집 앞에는 커다란 나무가 있는데, 나는 항상 그 위에 올라가서 책을 읽고는 한다.

어릴 적부터 괴롭힘을 당해온터라 차라리 높은데 있으면 그들이 나를 괴롭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엇 저기 저주받은 놈이다! 그 저주받은 몸으로 나무를 썩히지 말라고!”

 또 저 노덜드라 꼬맹이 무리다. 어째서인지 저 아이들은 나보고 저주받은 아이라고 부른다. 내 머리가 푸른색이어서?

어쩌면 그들과 외모가 달라서인지도 모른다. 저주받은 아이라고 너무 자주 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건.

툭! 툭! 툭!

 저들이 던지는 돌에 맞는 일이다. 참 맞는건 기분이 더럽다.

“이 놈들! 우리 벨 괴롭히지 말랬지!”

“꺄아악, 조련사다 조련사!! 도망가!”

 동네 꼬맹이들은 그녀가 나타나자 모두 도망가버린다.

그녀의 이름은 ‘한’. 새들과의 교감이 주 특기인 그녀는 노덜드라의 몇 안되는 현자 중 한명이다.

우리 어머니는 노덜드라의 현자들 중의 가장 고위 현자셨다. 그 때문에 항상 바쁘신 어머니를 대신해 ‘한’은 아주 어린시절부터 나를 돌봐주고는 했다.

 ‘한’은 나의 유일한 선생님이자, 또 유일한 ‘친구’이기도 하다. 나는 그녀와 ‘현자의 서고’에 가거나 약초를 캐러가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사실 나는 성년이 되려면 아직 2년은 남아서, ‘현자의 서고’에 들어가지 못하는데, 그녀는 나를 몰래 서고에 데려가서는 책을 보여주고 가르쳐주고는 한다.

어머니에게 들키면 안되는데!

 아참 나는 마법을 태어날 때 부터 사용하지 못했다. 

희한한게 어머니는 노덜드라 최고의 현자이신데 내가 마법을 타고나게 사용하지 못한다는게 가끔 이해가 안되기도 한다.

아버지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분이신가?

나는 아버지를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이를 어머니에게 여쭤볼 때마다 그저 차차 알게 될 것이라고 하시며, 

'모든 건 아토할란의 뜻'이라는 모호한 말을 사용하신다. 

이상, 오늘 일기는 여기까지 쓰기로 한다.                                        

-벨 마키니- 

#PS. 프롤로그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