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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밤/문학/4번][크로스오버] 얼티밋 스파이더맨-프로즌 웹 5화

차빙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22 21:37:06
조회 417 추천 23 댓글 8
														

프롤로그


1화


2화


3화


4화



(((....운명의 실이 끊어졌다.)))


어둠 속에 홀로 누워있던 피터 파커는 적막을 뚫고 울리는 목소리에 눈을 떴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피터의 몸을 감싸며 숨결 하나하나를 하얀색 입김으로 바꾸어 공중에 흩뿌리고 있었다.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시커먼 공간 안에서도 입에서 나오는 수증기는 똑똑히 보였다. 온 몸이 축축하고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했다. 피터는 유리처럼 매끄럽게 닦인 딱딱한 바닥 위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모든 것이 정위치에서 벗어났다.)))


여러 명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섞여서 들려왔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한가운데에 갑자기 빛이 비치더니 피터의 머리 위로 수없이 많은 마름모꼴의 얼음 조각들이 마치 눈송이처럼 소리없이 떨어져내렸다. 스파이더맨은 마치 슬로우 모션을 재생하는 듯 천천히 떨어지는 얼음 조각들 중 하나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손을 펼치자 얼음 조각 위에 단순한 문양 하나가 새겨져있는 것이 보였다. 피터가 조각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얼굴 가까이로 가져가는 순간, 얼음 조각에 순식간에 불이 붙더니 피터의 손 안에서 녹아 사라졌다. 얼음 조각을 녹여버린 기묘한 색깔의 화염이 피터의 몸 전체로 옮겨붙어 축축하게 젖은 몸을 말려주었다. 신기하게도 전혀 뜨겁지 않았다.

쨍그랑 하고 청명한 소리를 내며 매끄러운 바닥에 떨어진 얼음 조각들이 산산조각으로 흩어지며 각기 다른 무언가로 모습을 바꾸었다. 어떤 얼음 부스러기들은 이곳 저곳으로 튀어다니며 바닥에 보랏빛 불꽃의 호를 그려댔다. 어떤 얼음 부스러기들은 몰아치는 파도 위를 뛰어다니는 하늘빛 말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어떤 얼음 부스러기들은 남색 빛을 띠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육중하고 거대한 몸집을 가진 거인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어떤 얼음 부스러기들은 하늘을 가르고 공중에서 회전하는 흰빛의 바람이 되었다.


(((오랜 친구여. 과거의 맹약을 완수할 때가 찾아왔다.)))


형상들을 이루고 있던 얼음 부스러기들이 일제히 흩어지더니 이번에는 피터의 머리 바로 위에 모여 아름답게 빛나는 눈꽃 모양을 만들어냈다. 피터는 말을 잃고 한동안 눈꽃의 형상을 바라보았다. 저 하늘 높은 곳에 떠 있던 거대한 눈꽃은 천천히 회전하며 크기가 점점 줄어들더니 종국에는 아주 작은 눈송이가 되어 피터의 손 안으로 떨어져내렸다.

갑자기 눈송이가 닿은 손가락이 딱딱하게 굳더니 그 지점을 시작으로 푸른색 얼음이 온몸을 덮기 시작했다. 당황한 스파이더맨은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얼음은 점점 온몸으로 퍼져가고 있었다. 스파이더맨의 온몸을 덮고 있던 기묘한 색깔의 화염은 어느새 사라진 지 오래였다.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온몸을 뒤덮은 냉기가 턱까지 타고 오르며 뼛속까지 스며들자 스파이더맨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도움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이 넓고 캄캄한 공간에서 스파이더맨은 오로지 혼자였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기억하라.)))


눈앞이 다시금 새하얘졌다.



~~~~~~~



"아침이예요! 기상! 일어나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피터의 귀를 간지럽혔다. 스파이더맨은 어느새 자신이 푹신한 침대 안에 누워있는 것을 알아채고 눈을 가늘게 떴다. 아직은 눈앞이 흐릿해서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주위 공기가 아직 차가운 걸 보니 이른 아침인 것 같은데 누가 날 깨우는 거야. 더 자고 싶어. 스파이더맨은 가늘게 떴던 눈을 다시 감은 뒤 이불을 가슴께로 끌어당겼다.


"공주님,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을 이렇게 강제로 깨우시는 건 안 될 일입니다." 굵은 남자 목소리가 다그치듯이 말했다.


"그치만 벌써 이틀이 지났다구요. 너무 오래 자는데... 이제 일어날 때도 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차가운 손이 피터의 이마를 쓸었다. "봐요, 열도 내렸잖아."


이틀? 내가 이틀이나 자고 있었다고?

몽롱하던 정신이 여자의 목소리에 서서히 깨어났다. 우와, 이틀이나 자고 있었다니. 귀중한 휴가의 5분의 1을 그대로 날려버렸군. 몸을 뒤척이려 하자 뻣뻣하게 굳은 몸 여기저기에서 근육들이 비명을 질렀다. 꿈자리가 험했던 모양이었다. 밀려오는 근육통에 피터가 다시금 눈을 뜨며 고통스런 신음을 내뱉자 자신이 누워있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있던 소녀가 기쁜 듯 헉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어! 깼다 깼다!" 여자가 조심스레 피터의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거 봐요, 이제 일어날 때도 됐다니까. 안녕! 이제야 제대로 마주보네요! 나 누군지 알아보겠어요?"


피터는 자신이 누워있는 침대 위에 양 손으로 턱을 괴고서 호기심 반 기쁨 반의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밝은 갈색 머리의 소녀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잠에 빠지기 직전에 보았던 활기찬 청록색 눈동자를 기억해냈다. 노르웨이 리조트 직원인가? 엄청 예쁘네. 샘이 보면 수작 걸고 난리나- 잠깐. 나 전에도 이거 비슷한 생각 하지 않았나? 그나저나 옷을 왜 저렇게 입었어? 저거 가죽으로 만든 옷인가? 엄청 옛날 사람 같잖아.


"아... 네." 피터가 말했다. "그런데 여긴 어디... 제가 어쩌다가 여기에 온 거죠?"


"바닷가에 떠밀려온 거 기억 안 나요? 저랑 제 애인이 당신 목숨도 구해줬는데." 소녀가 가볍게 웃었다.


"바닷가에요? 제가요?" 스파이더맨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바닷가에 떠밀려왔다고? 내가? 왜?


"그래요! 처음 봤을 땐 죽은 사람 아닌가 하고 엄청 놀랐다니까요. 심장이 철렁했어요. 이 시기에 아렌 피오르 근처를 항해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없을 줄 알았는데 설마 진짜로 그렇게 용감한 사람이 있을 줄이야!"


스파이더맨은 양 손가락으로 뻑뻑한 눈을 비벼 눈곱을 털어내며 찬찬히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피오르. 피오르는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길고 좁은 만을 의미하는 지형으로, 노르웨이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가장 유명하고 대표적인 지형 구조다. 그렇다는 말은 난 이미 노르웨이에 도착했다는 얘기인데... 그나저나 내가 노르웨이엔 뭐하러 왔더라? 아 맞아. 친구들이랑 같이 여행 왔었지. 친구? 친구 누구?

샘.

루크.

에바.

대니.

폭풍우.

부스터 고장.

추락.

갑자기 사고를 당했던 그날의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오자 스파이더맨은 갑자기 밀려오는 두통에 머리를 움켜쥐고 다시금 신음을 내뱉었다. 신음을 듣고 놀란 소녀의 차갑고 보드라운 손이 머리에 닿자 두통이 한결 줄어들었다.


"쉬이잇. 괜찮을 거예요. 이제 아무도 당신을 해치지 못해요." 소녀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용케도 그 토네이도에서 살아남았구나. 그래. 이렇게 쉽게 죽을 내가 아니지. 스파이더맨의 삶에서 가장 커다란 행운들 몇 가지를 꼽아보라면 그중 당연히 상위권을 차지하는 요소는 얼마나 불행한 사고를 당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어떤 경우에도, 예외 없이 무사히 살아돌아온다는 데 있었다. 웬만하면 목숨이 위험해지는 일이 없는 편이 더 좋겠지만 스파이더맨은 슈퍼히어로였다. 즉슨 언제나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히어로 스파이더맨은 이미 숙적들을 6명 이상이나 만들어놓은 상태였고, 죽을 고비도 수차례 넘긴 바 있었지만 항상 자신의 기지로 위급한 상황을 헤쳐나오고는 했다. 이번에는 드물게도 스파이더맨을 멀리하던 운이 그를 살려낸 셈이었다. 이거야 원, 또다시 스파이더맨 불사신 설에 한 페이지가 추가되겠군.


"많이 힘들었죠? 물 좀 마셔요." 소녀는 피터에게 물 한 컵을 갖다주었다. "그나저나 진짜 회복 빠르네요. 온몸에 찰과상과 타박상이 워낙 심해서 족히 보름은 걸려야 다 나을 거라고 다들 그랬는데 이렇게 빨리 다 나을 줄은 몰랐어요."


스파이더맨은 멋쩍게 웃으며 컵을 받아들고 단숨에 들이켰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위장 속으로 스며들어 갈증을 단번에 해소시켜주었다. "크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피커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에이, 우리가 뭐 한게 있다구 그래요. 그냥 썰매로 여기까지 옮겨다준 것 뿐인데. 살아서 정말 다행이예요." 소녀는 빙그레 웃은 뒤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어느 왕국에서 왔어요? 어느 배 소속이예요? 어쩌다가 난파당한 거예요? 그 빨갛고 파란 옷이랑 마스크는 뭐예요? 완전 질기고 몸에 딱 달라붙어서 마스크밖에 못 벗겨냈다니까요. 사람 몸에 칼을 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 그, 그게," 스파이더맨은 갑자기 쏟아진 질문 세례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제가 배를 탄 건 아니고 실은 폭풍우에 휘말려서..."


잠깐, 뭐? 마스크를 벗겨냈다고?!


당황한 스파이더맨은 재빨리 얼굴을 더듬었다. 맨살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곁눈질로 보니 침대 옆에 있는 테이블에 자신의 마스크가 뒤집어진 채로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내부 회로가 망가지지 않은 것을 보니 누군지는 몰라도 마스크를 벗겨낸 사람이 목 뒤에 달린 고정 버튼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마스크 옆에는 자신의 가방이 놓여있었다. 누군가가 강제로 열려고 한 흔적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특별한 잠금장치를 해놓은 덕인 모양이었다. 역시 쉴드의 테크놀러지야. 불행중 다행-이긴 개뿔이. 상황 파악이 안 되냐 피터?! 네 마스크가 벗겨졌다고! 정체가 만천하에 드러난 거나 다름없잖아!


"어으, 망했다."


스파이더맨은 골치가 아파진 듯 머리를 벅벅 긁었다. 지금까지 일반인들에게 정체를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자신의 노력이 모조리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젠장,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시크릿 아이덴티티를 잘 관리해왔는데! 뭐 그래 물론 쉴드 사람들은 처음부터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긴 했지. 또 닥터 옥토퍼스랑 싸우다가 의도치 않게 정체가 드러난 적도 두 번이나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불가피한 사고였다고! 이렇게 쉽게 드러날 정체가 아니란 말이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봤을지가 가장 걱정이었다.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이 전 세계에 드러나면 그만큼 자신 주위의 사람들이 위험해진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스파이더맨이었기에 지금 이 상황은 청천벽력이나 다름없었다.

퓨리 국장님한테 뭐라고 말해야 하지? 만일 노르웨이의 악당들이 내 얼굴을 봤다면 옳다구나 하고 날 죽이려 달려올지 몰라. 스파이더맨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녀석들한테는 큰 위협일 테니까. 그보다도 이 소식이 일파만파 퍼져서 뉴욕까지 도달한다면? 나보다도 메이 숙모가 제일 위험한데! 악당들이 숙모를 납치하거나 심하면 죽여버릴 수도 있어! 그놈들은 스파이더맨이라면 이를 간다고!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복잡한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녀가 피터의 팔을 쿡쿡 찔렀다. "대답 안 해줄 거예요?"


"공주님, 자중하시지요. 환자가 혼란스러워합니다." 소녀의 옆에 서 있던 토실토실 살이 쪄 풍선처럼 튀어나온 배를 가진 남자가 입을 열었다. "우선은 정신적으로 안정을 취해야 하니 너무 많은 질문을 하시는 건 삼가 주십시오."


"아니 잠깐만요." 패닉에 빠져 있던 와중 남자의 말을 듣고 당황한 피터가 눈을 꿈뻑거렸다. "공주님이라고요? 공주님? 동화책 같은 데 나오는 그 공주님?"


"그렇습니다. 당신의 앞에 앉아 계신 이분이야말로 바로 아렌델 황가의 차녀이자 차기 황휘 계승 후보 1순위, 아렌델 왕국의 안나 공주님이십니다." 남자가 허리를 푹 숙이며 소녀에게 절을 올렸다.


"아이, 카이도 참! 그렇게 고개 안 숙여도 된다니까요. 오히려 불편하다구요. 같이 지내온 세월이 몇 년인데 아직도 예의 차리긴." 공주라고 불린 소녀가 짐짓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허리에 양 손을 올렸다. "여튼 맞아요! 내 이름은 안나, 아렌델의 공주예요. 만나서 반가워요! 아 참, 이쪽은 우리 황실의 집사 카이예요."


스파이더맨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인간들이 나랑 지금 장난하자는 건가? 공주? 요즘 세상에 공주가 어디 있어? 아니 뭐 어디 가서 공주라고 하고 다녀도 될 정도로 아름답긴 하신데 그래도 좀 지나치시네. 속일 사람을 속여야지. 그리고, 아렌델은 또 뭐 하는 동네야? 그런 나라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애초에 나라가 맞긴 한 거야?


"어라, 못 믿는 눈치네?"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눈길로 자신을 쳐다보는 피터를 발견한 '공주'는 진짜로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볼을 부풀렸다. "내가 공주처럼 안 보여요?"


네. 전혀요. 스파이더맨은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물론 스파이더맨이 공주를 아예 못 만나본 건 아니었다. 인휴먼즈의 나라 아틸란에서 찾아온 뉴 워리어즈의 멤버 트리톤은 황가의 핏줄을 타고나 스파이더맨을 종종 아틸란으로 초대하고는 했는데, 스파이더맨은 그곳에서 트리톤의 사촌이자 아틸란의 왕 블랙 볼트의 딸인 크리스탈 공주와 종종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된 전적이 있었다. 인휴먼즈가 처음으로 인류에게 마음을 열게 된 계기가 그녀와 헐크의 스매쉬군단 소속의 A-밤/릭 존스의 약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그 이후의 일이었다.

그래 뭐, 크리스탈도 밋밋한 노란색 쫄쫄이를 입고 다녀서 딱히 공주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치자. 근데 이 소녀는 곳곳이 해지고 다 낡은 가죽옷을 입고 있지 않은가. 심지어 옷에서는 지독한 악취까지 풍기고 있었다! 으윽, 뭐야 이건. 땀으로 얼룩진 내 옛날 슈트보다 더 구린내나는 옷이 있었다니. 우웩!


"못 믿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공주님. 일단 가죽옷을 입고 계시니 말이지요." 카이가 손을 내밀어 안나가 입고 있는 뻑뻑한 가죽옷 어깨의 먼지를 조심스레 털어냈다. "더군다나 이렇게 먼지를 많이 뒤집어쓰시고... 무얼 하시다 오신 겁니까?"


"크리스토프가 창고 청소 한다길래 도와주고 왔어요. 드레스는 청소할 때 불편하고 더러워지면 안 되니까 그냥 근처에 있는 옷 아무거나 주워입은 건데, 무슨 문제 있어요?" 안나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냄새는 조금 심하게 나지만 어차피 청소 끝나고 세탁할 예정이었으니까 상관 없잖아요."


"털털하신 건 잘 알고 있습니다만은 공주로서의 체통을 지키셔야지요. 아무 옷이나 입고 다니시면 황실의 체면이 뭐가 되겠습니까." 카이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무리 아렌델의 황가가 격식에 큰 의의를 두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한 나라의 공주님께서 이러시면 안 되지요."


"....오케이. 첫 번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스파이더맨이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말했다. "노르웨이에 세워진 왕국은 '노르웨이' 딱 하나 뿐이예요. 아렌델이라는 이름의 나라는 애초에 존재하질 않아요. 노르웨이 역사를 통째로 뒤져봐도 아렌델이라는 나라는 찾아 볼 수가 없다고요."


안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잠깐만요, 그게 무슨..."


"두 번째, 현 노르웨이 슐레츠비히뭐시기 왕가에는 안나라는 이름을 가진 공주는 없어요. 유일하게 있는 공주는 마르타 루이세 공주인데 그분은 2020년 기준으로 마흔 아홉이고요. 젊은 공주는 더더욱 없다는 얘기죠." 스파이더맨은 팔짱을 꼈다. "세 번째. 한 나라의 공주 씩이나 되는 사람이 어떻게 여기 있어요? 그렇게 간단한 거짓말에 속을 정도로 내가 바보인 줄 알아요? 하 참나, 갑자기 기분 나빠지려 그러네."


피터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안나와 카이는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다. "저어... 2020년이라니요?" 카이가 이상한 사람 보듯 피터를 바라보며 벗겨진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은 1841년입니다만."


잉?


"어쩜 좋아, 난파당할 때 충격이 너무 커서 정신이 반쯤 나갔나 봐요." 안나가 양 손으로 피터의 상체를 밀어 피터를 침대 위로 드러눕혔다. "불쌍해라... 괜찮아요. 몇 달 정도만 쉬면 정상으로 돌아올 거예요. 그렇죠 카이?"


"아, 예. 의사들의 소견에 따라 달라지겠습니다만, 일단은 정상적으로 의사소통이 되는 것으로 보아 제정신을 되찾는 것은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카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아니 잠깐만! 누굴 미친 사람 취급하고 앉아있어!" 스파이더맨은 몸을 재빨리 일으켜 침대에서 벗어났다. "이상한 건 당신들이 이상하지! 1841년은 무ㅅ-"


스파이더맨의 눈길이 벽에 걸려 있는 달력으로 향했다. 종이가 코팅되어 있지 않아 딱 봐도 약해보이는 재질로 이루어진 달력 왼쪽 위에는 1841이라는 숫자가 떡하니 박혀 있었다.

1841.

1841년.

스파이더맨은 혹시 자신이 잘못 본 걸까 싶어 달력 가까이 걸어가 벽에서 달력을 떼어내고 눈 가까이 가져갔다. 1841. 아니야. 아니겟지. 눈이 흐려져서 잘못 본 걸 거야. 피터는 눈을 비비고 다시금 달력을 들여다보았다. 1841. 바뀐 것은 없었다.


"어.... 괜찮아요?" 안나가 걱정되는 듯 피터 가까이 다가왔다. "왜 그래요?"


혼란에 빠진 스파이더맨은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리며 창문으로 다가섰다. 웹 슈터가 장착된 스파이더맨의 장갑 낀 손이 뻑뻑한 창문을 강제로 활짝 밀어젖히자 잔뜩 얼어 있던 창문 틈새에 낀 얼음이 콰직 소리를 내며 부숴졌다. 온 몸이 으슬으슬 떨릴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감싸며 방 안의 따뜻한 공기와 뒤섞이자 여태까지 조금 졸린 기운이 남아있있던 스파이더맨의 정신이 바짝 살아났다.


"우와! 그걸 그냥 밀었어!" 안나가 놀라워하는 표정으로 피터를 바라보았다. "카이, 문 고치는 사람 안 불러도 될 것 같아요! 저걸 어떻게 열었지? 진짜 신기하다!"


"오,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줄었군요!" 카이가 기쁜 듯이 말했다. "열고 닫고가 안 돼서 일부러 이 방은 아무도 못 쓰게 만들었는데 잘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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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로 보이는 광경에 할 말을 잃은 스파이더맨의 귀에는 더 이상 안나와 카이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활짝 열린 성문과 굳건하게 버티고 서 있는 성벽,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튼튼한 석재 다리, 그 너머로 늘어서 있는 모양이 각기 다른 형형색색의 건물들, 그리고 무슨 옛날 사람들이나 입을 법한 복장으로 길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시민들까지.

자동차도, 빛나는 간판도, 전봇대도 없었다. 심지어 그 흔한 스마트폰 하나 가지고 다니는 시민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말과 순록이 끄는 나무 바퀴 달린 수레가 곳곳에 보였고, 아스팔트 대신 벽돌이 깔려진 도로 양 옆으로 늘어서 있는 가로등 안에는 전구 대신 가스 배관이 하나씩 들어있었다. 지금은 자취를 완전히 감춘, 말로만 듣던 가스식 가로등이었다.


"저기, 공주님?" 스파이더맨이 잔뜩 굳은 채로 입술만 겨우 달싹여 말했다. "지금이 몇 년도라고요...?"


"1841년이예요. 1841년 11월 20일. 방금 달력까지 봤으면서."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단 두 개 뿐이었다.

'시간' '여행'.


"진짜로 망했네...."


스파이더맨은 또다시 편두통이 도져 머리를 감싸쥐었다.

















ULTIMATE SPIDER-MAN

FROZEN WEB

챕터 5 - 스파이디 인 아렌델



~~~~~


오래 기다렸음. 드디어 아렌델 파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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