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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크로스오버] 얼티밋 스파이더맨-프로즌 웹 4화

차빙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20 23:31:15
조회 350 추천 16 댓글 7
														

프롤로그


1화


2화


3화









"아이언 피스트, 기를 이용해서 수송기 주변에 방어막을 둘러줘!"


"부족하겠지만 노력은 해 볼게!"


"화이트 타이거, 노바, 빔 건을 하나씩 맡아! 혹시 시야에 들어오는 물체가 있으면 쏴버려!"


"알았어 스파이디! 맡겨둬!"


"빌어먹을, 잘 나가다가 이게 무슨 꼴이야!"


"파워맨, 엔진 설정을 건드려서 추진력을 높여!"


"뭘 건드려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그냥 해!!"


불과 10분 전까지만 해도 평화로웠던 수송기 안은 어느새 고함 소리와 덜커덩거리는 소음으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거대 토네이도의 사정권에 휘말려 거칠게 상하좌우로 흔들리는 기체의 움직임에 맞춰 종이컵과 음료수 캔, 먹다 남은 빵이 여기저기 굴러다녔고, 천장에 달린 비상등은 눈이 부실 정도로 밝고 시뻘건 불빛을 1초 간격으로 팀 스파이더맨의 머리 위로 퍼부었다. 강한 바람에 뿌리채 뽑힌 나무와 울퉁불퉁한 바위를 비롯한 무겁고 거대한 물체들이 수송기로 날아들 때마다 스파이더맨은 아슬아슬하게 조종간을 움직여 물체들을 피해냈다.

지금 팀 스파이더맨은 노르웨이의 어딘지도 모르는 하늘 한가운데서 지금까지 마주하지 못했던 자연이라는 거대한 적과 일대다수로 맞짱을 뜨고 있었다. 산전수전 다 겪고 이제 웬만한 악당들의 위협에는 끄떡도 하지 않게 된 슈퍼히어로라고 해도 자연 앞에서는 바람 앞의 등불에 지나지 않았고, 그것은 팀 스파이더맨도 마찬가지였다. 어쩐지 너무 잘 된다 싶더라니. 피터 파커의 악운이 휴가를 가서도 계속되는 일이야 여러 번 있었지만 지금처럼 급박한 시츄에이션은 처음이었다.


"환상적이군, 정말 환상적이야!" 파워맨이 홀로그램으로 된 키보드를 미친 듯이 두드리며 말했다. "건드릴 수 있는 설정은 여기저기 건드려 봤는데도 추진력이 부족해! 벗어날 수가 없어!"


"으윽!" 수송선 양손에서 황금빛 기를 뿜어 수송기 전체를 감싸고 있던 아이언 피스트가 마치 뭔가에 얻어맞은 사람처럼 신음을 내뱉었다. "바람이 너무 강력해... 벌써부터 내 기가 버티지를 못하고 있어!"


"계속 시도해 줘, 얘들아! 너희들이라면 할 수 있어!" 스파이더맨이 다시 한번 방향을 틀자 수송선의 제트엔진이 불을 뿜었다. 연료의 반을 부스터에 소모했는데도 좀처럼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노바와 화이트 타이거는 수송기 양 날개에 부착된 빔 건을 쏴갈기며 마치 짜기라도 한 것 마냥 동시에 얼굴을 찌푸렸다. "기껏 휴가 와서 이게 뭐하는 꼴이야! 미치겠네 그냥!" 노바가 말했다. "대체 저 토네이도는 얼마나 강한 거야?!"


"불평할 시간이 있으면 사격이나 해! 스파이더맨이 힘들게 조종하는 거 안 보여?!" 화이트 타이거가 으르렁거렸다.


"침착해 다들! 열내고 있어봤자 아무 소용 없어!" 이렇게 말했지만 정작 갈수록 초조해지는 것은 피터 쪽이었다. 이번엔 정말 제대로 잘못 걸린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진 스파이더맨은 조종간을 꽉 쥐었다. "다들 잊지 마! 협동만이 살 길이야!"


스파이더 센스가 끊임없이 따끔거려 안 그래도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 찬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스파이더맨은 스파이더 센스의 따끔거림을 마치 천연 레이더처럼 사용해 곡예에 가까운 비행 실력을 보이며 불시에 날아들어오는 거대한 장애물들을 연속으로 피해냈다. 하지만 스파이더 센스는 무언가를 조종하는 것에 특화된 초능력이 아니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자잘한 장애물들이 한꺼번에 많이 날아들어오면 아무리 스파이더맨이라도 전부 피할 수는 없었다.

장애물과 강한 바람이 수송기를 사정없이 내리치며 아이언 피스트의 방어막을 조금씩 깎아나갔다. 고통에 찬 아이언 피스트와 친구들의 얼굴을 보자니 또다시 자신의 악운 때문에 동료들을 위험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는 죄책감이 스파이더맨의 온몸을 휘감았다. 그러나 자책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이대로 가다간 모두의 목숨이 위험하다. 뭔가 수를 써야 한다.


"쉴드 노르웨이 본부! 여기는 팀 스파이더맨! 구조를 요청한다! 응답하라! 쉴드 노르웨이 본부! 응답하라!" 먹통이 된 무전기를 잡고 한동안 씨름하던 화이트 타이거가 무전기를 바닥에 거칠게 집어던져 산산조각을 냈다. "젠장! 통신이 전혀 안 돼!"


"레이더도 엉망이야. 주위의 물체를 잡을 수가 없어! 스파이더 센스가 아니었더라면 우린 지금쯤- 으억!!" 강한 역풍이 또다시 수송기를 밀치자 아이언 피스트가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며 수송기를 감싸고 있던 황금빛 방어막이 단숨에 사라졌다.


"대니!!" 스파이더맨은 재빨리 뒤로 거미줄을 쏘아 뒷면 계기판에 머리를 찧기 직전의 아이언 피스트를 끌어당겨 일으켜세웠다. "너 괜찮아?"


아이언 피스트는 어지러운 듯 이마에 손을 짚고 고개를 저었다. "으... 응. 난 괜찮아. 다시 방어막을 칠게."


"계속 방어막만 치고 있으면 뭐가 해결되냐!" 아이언 피스트의 손이 다시금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하려전 찰나 노바가 갑자기 빔 건의 조종장치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되겠다. 대니 넌 그냥 가만히 있어! 내가 밖으로 나가서 수송기를 밀어볼게!"


"뭐?! 너 미쳤니 지금?!" 화이트 타이거가 끊임없이 방아쇠를 당기던 손을 멈추고 경악한 표정으로 노바를 쳐다보았다. "지금 바깥이 저 지경인데 어딜 나가겠다는 거야?!"


키보드를 빠르게 두들기던 파워맨도 노바의 말을 듣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샘, 네가 미친 짓 하는 건 여러 번 지켜봐왔지만 오늘처럼 미친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방금 나무 뿌리채 뽑혀서 날아가는 거 못 봤어?! 우리도 곧 있으면 저렇게 날아갈 판이라고!"


"야, 내 별명이 휴먼 로켓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야! 로켓이 바람 따위에 영향받는 거 봤냐?" 노바가 온몸을 푸른색 에너지로 감싸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노바의 검은색 헬멧 아래로 보이는 입가에는 자만심 넘치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영향을 받으니까 그렇게 곡선형으로 만들었지, 샘!" 스파이더맨이 급하게 조종간을 움직이며 말했다. "네가 휴먼 로켓인 건 아는데, 아무리 너라도 이건 너무 위험하다고! 죽을 수도 있어!"


노바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스파이더맨의 곁으로 날아들었다. "스파이디, 너 나랑 같이 한 세월이 벌써 5년인데 왜 아직도 날 못 믿냐? 그냥 나한테 맡겨 보라니까! 심지어 이젠 조종도 너보다 잘한다고!" 노바가 스파이더맨의 손에서 조종간을 빼앗고는 이쪽저쪽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방금 전 이상으로 수송기가 심하게 덜컹거렸다. "더 이상 사고만 치고 다니던 예전의 내가 아니란 말씀이-?!"


콰앙!!


"우오아악!!!!!"


엄청나게 큰 폭발 소리와 함께 갑자기 수송기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중심을 잃은 수송기가 사정없이 덜컹거리며 노바를 제외한 팀 스파이더맨을 일제히 한쪽으로 넘어뜨렸다. 먹다 남은 빵 안에 들어있던 팥소가 파워맨의 얼굴에 쳐박히고 반쯤 남아있던 음료수 캔이 아이언 피스트의 두건 위로 쏟아졌다. 스파이더맨은 잠시 휘청거렸지만 흡착 능력을 이용해 발을 바닥에 딱 붙여 넘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아니, 이건 또 뭐야?!" 빔 건 조종장치에 간신히 매달린 화이트 타이거가 짜증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노바 너 이번에는 또 무슨 사고를 친 거야?!"


"아 아니야! 내가 아니야!" 노바는 얼떨결에 손잡이를 놓고 손사래를 쳤다. "난 그냥 도와주려고-"


"조종간에서 손을 떼면 어떡해!!" 접착 능력으로 기울어진 바닥에 붙어있던 스파이더맨이 재빨리 조종간을 잡고 수평을 맞추려 했지만 조종간이 말을 듣지 않았다. "끄응, 이거 왜 이래? 파워맨! 무슨 이상이 생긴 거야?"


좌석 팔걸이에 매달려있던 파워맨은 얼굴에서 팥소를 털어낸 뒤 팔 힘으로 자신의 몸을 끌어올려 불편한 자세로 키보드를 두들겼다. "아무래도 방금 전에 샘이 수송기를 마구 움직여댄 것 때문에 왼쪽 날개 부스터 분출구 안에 이물질이 들어가서 끼었나봐. 무슨 돌 같은데?" 파워맨의 좌석 가까이 있는 홀로그램이 단면도를 이용해 이물질이 끼인 곳을 붉은색으로 정확히 표시해주고 있었다.


"참 훌륭한 조종 실력이구나, 샘." 침착한 아이언 피스트도 참지 못하고 두건을 벗어던지며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제 어쩔 거야?"


대형사고를 치고 만 노바는 헬멧 내부로 손을 넣어 뒷머리를 긁적이며 흔들리는 눈빛으로 팀원들을 쳐다보았다. "얘, 얘들아 들어 봐, 내가 해결할 수 있어! 내가 가서 이물질을 빼낼게! 그냥 부스터 덮개만 열면 되잖아! 간단하지 뭐!"


"빼냈다가 갑자기 부스터가 분출되면 어떡할 건데? 넌 그대로 타죽는 거야!"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려는 노바에게 화이트 타이거가 쏘아붙였다. "생각을 하고 행동하라고 쫌! 우선 전원을 차단하고 나서 뭐라도 해야지!"


"그게 문제야. 부스터 전원 차단 설정이 어딨는지 못 찾겠어!" 파워맨이 눈을 가늘게 뜨고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들겼다. "아마데우스 이 자식, 아주 지 편한 대로 시스템을 꼬아놨구만! 돌아가면 두들겨 패줄거야!"


스파이더맨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 기체의 프로그램 설정은 스파이더맨도 알지 못하는 사항이었다. 스파이더맨이 우주에서 잔당들을 때려잡고 있는 동안 아마데우스가 세부 설정을 끝냈으니까. 아마데우스는 피터를 뛰어넘는 초천재였지만 자신의 발명품들을 너무나 아꼈기 때문에 아무리 스파이더맨이라도 함부로 기체를 건드리지 못하게 매번 설정들을 꼬아놓고는 했다. 피터는 항상 아마데우스가 가진 발명품들을 향한 애정이 위급한 순간에 독이 되는 것은 아닐까 염려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마데우스가 가진 집착은 지금 모두를 죽음의 위기 속으로 한 발짝 더 밀어넣고야 말았다.


"설정을 일일이 찾고 있을 시간이 없어." 스파이더맨이 말했다. "아이언 피스트, 나 대신 조종간을 잡아 줘. 내가 노바랑 같이 나가서 부스터를 수동으로 고칠게!"


"하지만 그러다가 너까지 돌풍에 휘말릴지도 몰라!" 아이언 피스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미 피터 대신 조종간을 꽉 쥐고 있었다. 무의식 중에 리더에 대한 신뢰감이 몸을 움직인 것이었다.


"어쩔 수 없어, 나 말고는 고칠 수 있는 사람이 없잖아! 이대로 있으면 전부 다 죽어! 이게 유일한 방법이야!" 스파이더맨이 자신이 사물함으로 뛰어가며 말했다. "아이언 피스트, 일단은 기를 아껴둬.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얘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건 너뿐이야!"


아이언 피스트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샤오 라오의 가호가 너와 함께하기를."


"이거 옛날 생각 나네. 우리가 저지른 일 네가 가끔씩 뒷수습하곤 했잖아." 파워맨이 홀로그램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통로로 나가서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해치가 열릴 거야. 네 장비 가방 챙기는 거 잊지 마!"


스파이더맨은 고개를 끄덕인 뒤 각종 장비가 가득 들어있는 커다란 쉴드 에이전트 전용 가방을 등에 메고 단단히 고정시켰다. 시간도 촉박하고 어떤 장비가 필요할지 모르니 통째로 챙겨가는 수밖에 없었다. 또 혹시나 바다로 떨어지게 된다면 이 가방에 자동적으로 공기가 차올라 구명 튜브 역할을 해 줄 테니, 혹시라도 모를 위급상황에 대비할 수도 있었다. 이미 이런 상황에 대비해 철저히 훈련을 받아온 스파이더맨이라고는 하지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어으... 안 그래도 힘든데 더 일을 키우고 앉아있어." 화이트 타이거가 노바를 향해 살기로 가득 찬 눈빛을 쏘았다. "샘 너, 또 밖에 나가서 사고만 일으켰다간 봐. 넌 나한테 먼저 죽어!"


"그럴 일 없게 내가 지켜볼 테니까 안심해. 우리가 나가면 곧바로 해치를 닫아!" 스파이더맨이 노바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노바, 방금 전의 실수를 만회해보자. 저 밖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건 너뿐이야. 믿고 있을게. 알았지?"


"좋아, 같이 나가자! 이번엔 사고 안 칠게! 진심이야! 방금 전에도 잘할 수 있었는데 너무 긴장하는 바람에 그런 거야. 진짜야!" 노바가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내뱉으며 후방 해치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피터!" 노바가 먼저 통로로 들어간 후 스파이더맨도 뒤를 따르려는 순간 화이트 타이거가 외쳤다.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지만 피터는 에바가 우려와 걱정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조심해. 제발."


피터는 대답 대신 엄지를 치켜올리고 조종실을 벗어나 문을 쿵 소리나게 닫은 뒤 노바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디, 폭풍을 이겨낸 두 남자의 전설을 써보실까!" 스파이더맨이 말하자 노바가 씩 웃었다.


자동 잠금 장치가 해제되는 것을 알리는 기계음 소리와 함께 푸쉬익 하는 피스톤 소리가 울려퍼지며 수송기 후방의 해치가 열리자, 엄청나게 강한 비바람이 봇물 터지듯 순식간에 기체 안으로 쏟아져들어왔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였다. 어찌나 바람이 센지 웬반한 역풍에는 끄떡도 안 하는 노바마저도 차츰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스파이더맨은 흡착 능력으로 벽에 딱 붙은 뒤 손잡이를 꽉 잡고 버텼다.

너무 큰 바람 소리 때문에 귀가 먹먹해져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노바가 입을 크게 벌리고 뭐라뭐라 말하면서 자신의 등 뒤를 가리켰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대충 무슨 뜻인지 짐작은 갔다. 스파이더맨이 손을 뻗어 노바의 목에 양 팔을 두르고 등에 업히자 노바는 마치 로켓처럼 빠른 속도로 해치 밖으로 빠져나온 뒤 왼쪽 날개에 달린 부스터 쪽으로 향했다. 스파이더맨은 너무 가까이 달라붙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며 노바의 목에 매달려 세차게 몰아치는 비바람을 견뎌냈다.


"다 왔어, 웹스! 이제 네 차례야!"


돌풍을 정면으로 뚫고 왼쪽 날개에 도달한 노바는 스파이더맨을 부스터 위에 올려놓은 뒤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스파이더맨은 돌풍에 섞인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슈트에 방수기능을 달아놓은 자신에게 속으로 아낌없이 칭찬을 퍼부었다. 만일 방수 기능이 없었다면 감기에 걸리거나 심하면 저체온증이 와버렸을 것이다. 스파이더맨은 혹시나 미끄러져서 떨어지지 않도록 부스터 근처에 난 손잡이에 거미줄을 쏘아 자신의 몸을 고정시킨 뒤 부스터의 덮개를 열고 가방에서 장비들을 꺼내 작업을 시작했다.

바람이 너무 강한 탓일까, 불과 몇 달 전에 새로 만든 수송기였지만 부스터 덮개의 경첩이 마구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저러다가 그대로 떨어져나가버리기라도 하면 내부 구조에 물이 스며들어 지금보다 더 크게 고장날 것이 뻔했다. 또 덮개를 회수하겠답시고 거미줄을 쏘면 덮개와 함께 시커먼 하늘 저편으로 같이 날아가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니, 혹시나 떨어지는 일이 없기를 기도해야 할 터였다.

삐빅.

귀 부분에 장착된 초소형 무전기에서 파워맨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때 스파이디?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하.... 모르겠어, 루크. 일단 파워는 차단했는데 박힌 돌이 내 생각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것 같아." 스파이더맨이 부스터 내부 깊숙한 곳으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감각에 의존하며 시야가 안 닿는 곳을 더듬던 스파이더맨의 손에 무언가 단단한 물체가 잡혔다. "손이 안 닿.... 아, 잠깐만. 닿았다!"


-("하! 좋았어! 네가 해낼 줄 알았어 브로!")- 파워맨이 기쁜 듯이 말했다. -("이제 꺼내기만 하면 돼!")-


"잠깐만 기다려!" 스파이더맨은 긴 강철 송곳을 꺼내 물체의 표면에 힘껏 때려박은 후 크게 힘을 주어 부스터 깊이 박힌 단단한 물체를 있는 힘껏 뽑아낸 뒤 내부 구조를 건드리지 않게 조심조심 빼냈다. 거의 샘의 헬멧 수준으로 커다랗고 단단한 돌덩이였다. 스파이더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돌덩이를 저 멀리 내던졌다. "좋아, 됐어! 이대로 복귀하자 샘!"


"뭐?! 바람 소리 때문에 잘 안 들려!!" 노바가 귀를 가까이 들이밀며 외쳤다.


"안으로 들어가자고!! 무전기 키고 다녀라 좀!!" 스파이더맨이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지만 강풍에 휘말려 소리가 금세 사라졌다.


"뭐?! 뒤에서 밀어보라고?!" 노바가 미소를 지으며 날아올랐다. "이제야 말이 통하네! 좋아, 휴먼 로켓의 실력이 어떤지 제대로 보여주지!"


"뭐야?! 잠깐!! 어딜 가는 거야!! 노바!!" 노바가 푸른 에너지를 뿜으며 수송기 뒤로 날아가자 스파이더맨은 얼굴을 찡그렸다. "루크, 노바가 진짜로 뒤에서 밀어볼 심산인가 봐! 그냥 해본 말인 줄 알았는데!"


-("뭐?! 네 말도 씹고 그냥 간 거야?!")-


"아니, 노바 쪽 무전기가 꺼져있어서 내 말이 안 들렸나봐."


-("저 멍청이가, 내가 무전기 항상 켜놓으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어째 변한 게 없어!!")- 파워맨이 골치가 아픈 듯 머리를 벅벅 긁는 소리가 무전기를 타고 피터의 귀에까지 들렸다. -("이제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막으러 가야지!" 스파이더맨이 말했다.


스파이더맨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몸을 고정시켜둔 거미줄에 용해액을 뿌린 뒤 강풍에 날아가지 않도록 몸을 낮춰 기체의 뒤편으로 기어갔다. 후방 추진기 가까이에서 노바가 안간힘을 쓰며 수송기를 밀어내는 모습이 보였다.


"노바! 너무 위험해! 그만둬!" 스파이더맨이 있는 힘껏 외쳤지만, 세차게 몰아치는 강풍이 스파이더맨의 외침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 "노바! 야!! 그게 될리가 없잖... 어라?!"


다음 말을 뱉으려던 순간, 스파이더맨은 수송기가 앞으로 점점 밀려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돌풍이 부는 구역 바깥으로 이동하는 건 고사하고 한 자리에서 꿈쩍도 안 하면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노바가 엄청난 힘으로 수송기를 움직여 조금씩이나마 전진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스파이더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되네???"


"웹스, 내가 해냈어!" 노바가 이를 악물고 수송기를 밀어내며 환하게 웃었다. "내가 진짜로 이 수송기를 밀어내고 있다고!"


그제서야 근심으로 가득했던 스파이더맨의 얼굴에 웃음꽃이 번졌다. 자신이 성장했으면 노바도 성장했을 텐데 왜 5년씩이나 동고동락한 친구를 믿지 못했는지, 스스로가 야속할 따름이었다. "좋아! 잘하고 있어, 노바! 계속해!" 스파이더맨이 기쁘게 말했다. "얘들아, 노바가 진짜로 해내고 있어!"


-("워후!! 이제야 좀 히어로답네!!")- 화이트 타이거가 무전을 통해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살았어. 다행이야!")- 파워맨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안전하게 여기서 벗어나는 일만 남았네.")-


기뻐하는 다른 동료들과는 달리 아이언 피스트는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여기서 벗어날 때까지 노바의 체력이 버텨줄까? 좀 불안한걸.")-


"샘을 믿어, 대니." 스파이더맨이 말했다. "샘도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성장해온 우리 친구잖아. 우리가 못 믿으면 누가 믿-"


찌리릿.

갑자기 번개가 머릿속에 그대로 내리치듯 스파이더 센스가 강하게 따끔거렸다.


"오, 안돼." 스파이더맨이 중얼거렸다. "대니!! 방향 틀어, 당장!!"


스파이더맨이 다급하게 외치자 아이언 피스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보이는-")-


순간 집채만한 돌덩이가 멀리서부터 날아와 수송기의 오른쪽 옆구리를 노리고 돌진해왔다. 방심하고 있던 화이트 타이거는 재빨리 자리를 옮겨 빔 건의 방아쇠를 당겼지만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영거리 사격으로 인해 산산조각난 돌덩이의 파편이 기체의 옆구리에 사정없이 퍼부어졌고, 쿠광쾅하는 소리와 함께 기체가 미친 듯이 흔들리자 손이 미끄러진 노바는 돌덩이의 파편들 중 제일 큰 것에 맞고 정신을 잃어 거친 소용돌이와 몰아치는 파도로 가득 채워진 시커먼 바다로 곤두박질쳤다.


"이런 젠장! 노바!!"


떨어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에서 간신히 벗어난 스파이더맨은 재빨리 아래로 거미줄을 퓨웃 쏘아 노바를 낚아챘다. 스파이더맨은 안간힘을 쓰며 노바를 위로 끌어올리려 했지만 강한 폭풍이 다시금 몰아치며 노바를 아래로 끌어당겼다. 스파이더맨은 얼굴을 찌푸리고는 몇 배로 더해진 노바의 몸무게를 양 팔과 어깨의 근육으로 감당하며 사정없이 흔들리는 기체 위에 단단히 자리를 잡고 섰다.

마치 살의를 가득 품고 노바를 반드시 죽이고야 말겠다고 이야기하는 듯 울부짖는 비바람을 상대로 스파이더맨은 친구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줄다리기 대결을 벌였다. 방수기능 덕분에 빗물은 단 한 방울도 몸 속으로 스며들지 않았지만 대신 식은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평소에 그렇게 자주 하던 농담도 나오지 않았다. 안 돼. 저기 매달려있는 저 녀석은 내 둘도 없는 친구야. 이렇게 어이없게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어. 스파이더맨은 몇 번이고 자신에게 되뇌이며 있는 힘을 다해 천천히 노바를 끌어올렸다.


"끄으응.... 휴우. 됐어..." 몇분간의 힘겨운 사투 끝에 스파이더맨은 마침내 노바를 기체 위로 안전하게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스파이더맨은 의식을 잃고 엎어진 노바를 한쪽 팔로 안아들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른쪽 귀의 무전기를 눌러 통신을 연결했다. "루크, 노바가 기절했어. 안으로 들어가게 후방 해치를 열어줘!"


-("스파이ㄷ -치지지직- 뭐 -치이이익- 안들 -치직 치직-")-


루크의 목소리에 잡음이 섞여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비바람에 너무 오래 노출되어 무전기가 고장난 모양이었다. 스파이더맨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 무전기를 귀에서 분리시킨 뒤 노바를 안은 채로 후방 해치 쪽으로 천천히 기어갔다.


"으으.... 스파이디...?" 노바가 눈을 조심스레 뜨고 머리를 부여잡았다. "윽, 머리야..."


"잘했어, 노바. 그 정도면 충분히 잘 한 거야." 스파이더맨이 맨손으로 안간힘을 써가며 후방 해치를 밀어젖히자 겨우 사람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만한 공간이 튀어나왔다.


"또 내가 사고를 쳤네." 노바가 자책하듯이 말했다. "미안해, 피터. 내가 그렇게 바보같이 굴지만 않았어도... 제기랄, 난 진짜 머리에 든 거 하나 없는 검은 양동이인가봐!"


"우릴 도와주고 싶어서 그랬던 거 다 알아. 이해해." 스파이더맨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노바를 후방 해치의 틈새 안으로 살포시 밀어넣었다. "이제 들어가서 쉬어. 걱정하지 말고. 곧 있으면 나도 들어갈 테니까!"


찌리릿.

스파이더맨이 해치 안으로 몸을 집어넣으려는 순간, 또다시 스파이더 센스가 강하게 따끔거렸다.


"피터..?"


"숙여!!!"


스파이더맨은 반사적으로 노바의 헬멧 쓴 머리를 해치 안으로 밀어넣은 뒤 몸을 위로 젖혔다. 피터의 몸 크기의 2배 정도 되는 돌덩이 하나가 날아들어와 기체의 후방을 강하게 때렸다. 후방 해치가 찌그러지고 가까이 붙어있던 노바가 기체 내부로 튕겨져들어갈 정도로 강한 충격에 스파이더맨은 흡착 능력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고 얼떨결에 기체 후방에서 떨어져나가 공중으로 자유낙하하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우와아악!!" 스파이더맨은 거미줄을 빠르게 쏘아 간신히 해치 문에 한 손으로 위태롭게 매달렸다. 강하게 몰아치는 폭풍이 스파이더맨의 몸을 마치 깃발처럼 펄럭펄럭 요동치게 만들었다. 거미줄을 타고 올라가는 것은 커녕 그대로 매달려있기도 힘든 상황에서 스파이더맨은 용케도 종잇장처럼 얇은 거미줄에 매달려 버티고 있었다.


"웹스!!" 해치 안쪽에서 스파이더맨의 비명을 듣고 놀라 몸을 일으킨 노바가 외쳤다. "너 괜찮아?! 웹스!! 피터!! 말 좀 해 봐!!"


"노바! 거기 그대로 있어! 절대로 나오지 마!! 절대ㄹ-"


찌리릿-퍽.


스파이더맨의 머리가 찌르르 울렸다. 갑자기 밀려오는 두통에 스파이더맨은 반사적으로 머리를 움켜잡았다. 무언가에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스파이더 센스가 이렇게 길게 따끔거릴 때도 있나? 평소보다 더 오래 가는걸. 스파이더맨은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고 나머지 한 손을 뻗어 거미줄을 움켜쥐었다.



어라?

왜 손에 뭐가 잡히는 느낌이 안 들지?



어라?

왜 수송기가 점점 멀어지는 거지?



어라?



왜 내가 떨어지고 있지?




"피터!!!" 이미 자신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수송기 안에서 노바가 외치는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안 돼애애애애애애!!!!"


눈앞이 점점 흐려져가고 몸에 감각이 사라져갔다. 강한 돌풍에 실려 토네이도 안으로 휘말려 들어간 몸이 회오리바람 안에서 사정없이 이쪽저쪽으로 흔들리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정신을 가다듬으려 해도 자꾸 머리가 멍해지고 의식이 날아가려 했다. 동료들의 안전도 보장하지 못하고, 목숨을 바쳐 지키겠다고 맹세했던 위대한 도시의 시민들을 등지고 이런 곳에서 이렇게 죽어가고 있다니. 뉴욕을 주름잡고 다녔던 얼티밋 스파이더맨의 최후 치고는 정말이지 보잘것없었다.

아니, 자신이 죽는 것은 상관없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 한두개쯤은 얼마든지 내던질 수 있었다. 곧 있으면 자신과 영원한 우정을 맹세한 친구들도 자신과 똑같은 운명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그 사실 하나가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서 스파이더맨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스스로가 야속했다. 만일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움직였다면, 만일 내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더 똑똑했더라면, 친구들을 구할 수 있었을까?

지금에 와서 후회해봐야 소용은 없었다. 이제 자신이 죽는 것은 확정되었으니, 남은 것은 동료들이 살아남기를 기도하는 일 뿐이었다. 부디 자신처럼 헛된 목숨을 낭비하지 않기를. 이 회오리바람 지옥에서 무사히 빠져나가기를. 부디, 나같은 실패자는 빨리 잊어버리기를.

MJ, 해리, 마일즈, 벤.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이 차례로 눈앞에 스쳐지나갔다.


"삼촌, 죄송해요." 스파이더맨이 꺼져가는 목소리로 낮게 속삭였다. "전 이대로 끝인가 봐요."






죽기 전에 메이 숙모를 볼 수만 있다면 더는 소원이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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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오리바람 중앙에서 밝은 빛이 나타나 스파이더맨의 시야를 가렸다. 눈앞이 새하얘지며 스파이더맨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 ??, ??? ???]



..........



..............



.....................




















"어라, 저 빨간 건 뭐지?"






"세상에 맙소사... 이봐요! 정신 차려요!"






"아직 살아있어!!"






"이렇게 몸에 쫙 달라붙는 옷이 있다고? 신기하네."


"지금 그게 중요해요?!"






"달려 스벤! 빨리!"


"스벤한테 명령은 내가 내린다니까요!"








스파이더맨은 눈을 가늘게 떴다. 폭풍우에 휘말려 바다에 빠져 죽는 아찔한 꿈을 꾸었지만 아직까지도 정신은 흐리멍텅한 상태였다. 더 자고 싶었다. 아마데우스 녀석, 일부러 나 골탕먹이려고 내 좌석만 울퉁불퉁하게 만든 게 분명해. 딱딱하고 불편한 게 무슨 나무판자로 만든 것 같잖아. 스파이더맨은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뒤척였다.


"어, 깼다! 깼어요!"


처음 보는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없이 푸른색에 가까운 청명한 청록색의 눈동자가 박힌 큰 눈 두 개가 자신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에바에게는 눈동자 색깔을 바꿀 수 있는 능력 따윈 없다. 우리 수송기에 이렇게 예쁜 요원이 타고 있었나? 샘이 보면 수작 걸고 난리나겠네.


"누구...." 스파이더맨은 잔뜩 쉰 목소리로 힘없이 물었다. 머리가 띵하고 아파왔다. "악..."


"힘들게 말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청록색 눈동자의 여성이 스파이더맨의 이마에 손을 올려놓았다. 기분 좋게 차가운 손이었다. "이대로 좀 쉬어요. 알았죠?"


"아렌델에 도착하려면 30분 정도는 더 가야 돼." 스파이더맨은 미성의 목소리가 난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불곰처럼 덩치가 큰 사내가 자신에게 등을 보이고 앉아있었다. 사내의 손에는 무언가 끈 같은 것이 들려있었다. "거긴 안전하니까 걱정하지 마."


"아렌..... 뭐....?" 스파이더맨은 흐려져 가는 의식을 부여잡으려 했지만 잠에 빠져드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당신... 들... 누구....." 사내를 가리키려던 스파이더맨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또 다시 의식이 흐려졌다.

















ULTIMATE SPIDER-MAN

FROZEN WEB

챕터 4 -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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