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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크로스오버] 얼티밋 스파이더맨-프로즌 웹 3화

차빙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17 22:02:08
조회 792 추천 31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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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화

2화




[몇 시간 뒤, 수송선 내부]


"이 수송선 진짜 죽여준다! 역시 아마데우스 조가 만든 비행기 답다니까!" 노바는 마치 어린애처럼 기뻐하는 얼굴로 넓은 수송선 내부를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파워맨은 자신의 좌석에 드러누워 양 손을 머리 뒤에 받치고 다리를 쭉 폈다. "그러니까 말이야. 이렇게 편안한 좌석 있음 어디 나와보라 그래. 푹신푹신하니 잠이 솔솔 쏟아지네."


"잘 수 있을 때 눈 붙여 둬. 어차피 10시간은 날아가야 해." 화이트 타이거가 수송선의 설정을 자동 조종 모드로 바꾸며 말했다.


"하필이면 노르웨이처럼 추운 지방에 가게 되다니. 패딩이라도 큰 걸로 하나 챙겨올 걸 그랬네. 뭐 자체 발열기능이 있어서 괜찮긴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냉장고에서 음료수 캔을 하나 꺼내 딴 뒤 단숨에 목구멍으로 털어넣었다. 익숙한 포도맛이 났다. "끄억. 아니 아마데우스 얘는 다 좋은데 왜 맨날 웰치스만 사다놓는 거야? 맛도 없는데."


"그거 플래시가 사다놓은 거야." 아이언 피스트가 미리 사다놓은 크루아상을 한 입 가득 베어물며 말했다. "플래시가 웰치스라면 그렇게 좋아하잖아."


"아, 플래시. 어쩐지. 아마데우스가 이런 걸 좋아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스파이더맨은 고개를 한쪽으로 젖혔다. "근데 임무 나가는데 왜 다들 이렇게 풀어져 있어? 아니 뭐 불평하거나 잔소리하려는 건 아니고, 평소라면 너희들 다 막 장비도 챙기랴 몸 풀랴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해서 말야."


"걱정하지 마, 스파이더맨. 우리는 임무에 나가는 게 아니야." 아이언 피스트가 빵을 삼키며 말했다. "놀러나가는 거지."


"잉?"


스파이더맨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방금 전까지는 서리 거인이니 뭐니 하면서 호들갑을 떨더니 이제 와서 어디로 놀러간다고? 얘들이 지금 날 놀리는 건가? 그러고 보니 다들 이상하게 갈아입을 옷가지나 세면 도구같은 걸 평소보다 더 꼼꼼히 챙기기는 했다. 노바는 자신의 캐리어에 종류가 다른 패딩을 무려 3개나 쑤셔넣어 놓은 상태였다. 마치 어딘가 추운 곳에 관광하러 가는 사람마냥....


조종석에 앉아있던 화이트 타이거가 스파이디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몰랐어? 서리 거인 얘긴 다 거짓말이야. 우리가 너 빼내려고 지어낸 얘기라고. 지금쯤이면 알아챘을 줄 알았는데."


"평소에는 그렇게 눈치가 빠르면서 이럴 때만 눈치가 없다니까. 참 요상한 친구야." 파워맨이 킥킥 웃었다.


"아니 잠깐만 잠깐만." 스파이디는 손을 앞으로 내밀고 휘저었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다같이 작당해서 날 빼내려고 한 거라고? 국장님은 그거에 또 속아넘어갔고? 말이 안 되잖아?"


"뭐가 말이 안 돼? 국장님도 이미 다 알고 계실 텐데." 노바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그치만.... 왜? 이해가 안 되는데. 너희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스파이더맨이 말했다.


"너 요새 들어서 제대로 쉰 적이 며칠이나 있냐?" 노바가 음료수 캔 하나를 쥐고 스파이더맨의 옆으로 날아들었다. "하루? 일주일? 너 쉰다는 말의 의미를 잊어먹은 건 아니지?"


"낮에는 쉴드 아카데미에서 훈련생들 가르치랴 밤에는 악당들 잡아넣으랴, 요새 너무 힘들게 살고 있잖아." 화이트 타이거가 스파이디 쪽으로 걸어왔다. "기껏 휴가 받아도 악당들 뒷조사 하거나 시민들 불편 해결해주느라 아까운 시간 다 써버리고. 일할 땐 일하고 쉴땐 쉬라며? 나한테 그렇게 말했던 건 너잖아?"


사실이었다. 스파이더맨은 과거에는 일과 휴식의 밸런스를 적절히 유지하면서 쾌적한 히어로 생활을 해 나가고 있었지만, 프로페셔널 히어로로 전직해 호시탐탐 지구를 노리는 수많은 악의 세력들을 몸소 접하고 난 뒤에는 불안감에 빠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쉼없이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잠을 자는 중에도 문득 깨어서 빌런의 정보를 열람하거나, 일이 없어도 허구한 날 뉴욕의 하늘을 활보하며 시민들의 사소한 문제거리까지 해결해주거나, 자신의 장비를 시도때도 없이 점검하고 또 새로 만든 장비를 시험하며 밤을 새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몸을 혹사시켜가면서까지 일하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은 오래 전 지나친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던 화이트 타이거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이렇다 보니 요즘 들어 스파이더맨은 항상 피곤에 찌들어 있었고 몸에는 근육통과 멍이 떠날 날이 없었다. 매일같이 스파이더맨을 마주치는 동료 히어로들이나 쉴드의 에이전트들, 심지어는 민간인 꼬마아이까지도 스파이더맨이 어딘가 심하게 지쳐보인다는 것을 눈치챌 정도였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스파이더맨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에이 너무 오버한다. 나 제때 잘 쉬고 있어! 봐, 매일 7시간 이상은 꿀잠 자지..."


"중간에 깨서 다른 일 하는 거 다 알아. 작전 보고서나 빌런 프로파일 계속 들여다보고 있잖아." 아이언 피스트가 말했다.


"재밌는 취미활동도 하지..."


"실험실에 틀어박혀서 머리 싸매고 실험하는 게 취미냐?" 노바가 팔짱을 꼈다.


"심지어는 내가 가르치는 훈련생들이랑도 어울려 다닌다고! 걔들이 얼마나 재밌는지 알아?"


"걔들 사고치는 거 뒷수습하는 모습 보면 너 진짜 안쓰러워 죽겠어." 파워맨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봐. 진짜라니까? 나 하나도 안 피곤하다고. 그냥..."


"그만하면 됐어, 스파이디. 넌 충분히 열심히 해 왔어." 화이트 타이거가 스파이더맨의 어깨를 끌어당겨 강제로 자리에 앉혔다. "이젠 휴식이 필요해."


파워맨이 고개를 끄덕이며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브로. 네가 용병 노릇 하고 다니면서 세계를 몇 번이고 구한 거 우리도 잘 알아. 어제는 타노스의 잔당하고 싸운데다 쇼커까지 잡아들였다면서. 진짜 너 볼 때마다 박수가 나올 지경이라니까? 농담 아니야! 근데 네 몸이 망가지고 있잖아. 그건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고."


"우린 특히 더 그래." 아이언 피스트가 스파이더맨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친구, 넌 이 세계를 위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 많은 일을 해 줬어. 이제는 너 자신에게 평안을 줄 때야. 너 한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믿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휴식을 가지는 거야."


"....그래, 너희들 말이 맞는 것 같다." 스파이더맨은 지금까지의 자신의 행적을 되돌아보듯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동의하듯 한숨을 내뱉었다. "가끔씩은 이렇게 진짜로 푹 쉬어주는 것도 필요하겠지."


화이트 타이거가 작게 웃었다. "이제야 얘기가 통하네."


스파이더맨은 친구들의 얼굴을 한 사람 한 사람씩 쳐다보았다. 내 최초이자 최고의 팀원들. 미숙한 자신에게 진정한 팀워크가 뭔지를 가르쳐주고 진정한 영웅이 될 수 있게 도와줬던 공로자들. 처음 팀을 꾸리고 나서는 유치한 이유로 서로 부딪히고 싸우는 일이 잦았던, 그러나 그랬기에 종국에는 함께 뭉쳐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었던 친구들. 뉴 워리어즈나 웹 워리어즈를 관리하고 다른 히어로 팀과 공동전선을 펼치는 일이 잦아지면서 깜빡 잊고 있었지만 이들이야말로 피터가 지금의 얼티밋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최초의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스파이더맨은 장난기가 발동해 옆에 있는 노바를 팔꿈치로 쿡 찔렀다. "그래도 솔직히 너희들은 몰라도 노바까지 날 걱정해줄 줄은 몰랐어."


"야, 내가 너 어벤져스랑 같이 다니는 거 눈꼴셔서 계속 봐 줄 거라고 생각했냐?" 노바가 밝게 웃으며 스파이더맨의 어깨를 장난스럽게 때렸다. "안 그래도 우리보다 인기 많은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혼자서 보너스까지 다 쓸어가고 말이야! 너 진짜 그 인기 우리 덕분인 줄 알아라. 우리가 없었음 너도 없었어, 임마!"


"고마워 샘. 다 너희들 덕분이야."


"언젠가는 그 인기 히어로 자리 뺏어 줄 테니까 각오해. 그 때가 되면 넌- 잠깐, 뭐라고?" 노바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 방금 나한테 뭐라 그랬어?"


"다 너희들 덕분이라고, 이 자리까지 올라온 거." 스파이더맨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며 노바의 팔을 가볍게 두드렸다. "미안해. 지금까지 너희들 두고 혼자서만 활동해서 섭섭했지? 어벤져스에서 탈퇴하고 나서는 다신 너희들을 안 떠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게 맘처럼 쉽지가 않더라. 일에 열중하다 보니까 나한테 정말 소중한 게 뭔지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 같아."


".............." 노바는 한동안 말을 잃고 있다가 갑자기 손발을 역동적으로 배배 꼬았다. "어으으. 손발 오그라드는 것 좀 봐. 너 진지한 거 진짜 안 어울리는 거 알아?"


"야이 간만에 무게 좀 잡겠다는데 그렇게 초 치기냐!"


스파이더맨이 얼굴을 찡그리며 투덜거리자 모두가 수송선 천장이 떠나가라 왁자하게 웃었다. 스파이더맨은 서로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초창기 시절에 팀원들이 가끔씩 자신에게 장난을 치고 비웃곤 했던 것이 생각나 조금 기분이 상하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녀석들과 함께 했을 때 좋은 추억보다는 짜증나는 추억을 더 많이 만들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진짜 진심이라고!" 스파이더맨은 화난 듯이 말했다. "내가 정말로-"


"무슨 뜻인지 알아, 웹스." 노바가 스파이더맨의 옆자리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내가 너한테 맨날 애처럼 유치하게 굴긴 하지만 내 리더는 언제나 너야. 아무리 캡틴 아메리카나 아이언맨 같은 영웅들 데려와 봐. 너처럼 우릴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우릴 봐. 금방이라도 뱀! 하고 터질 것 같은 폭탄들이 모여서 멋진 팀을 꾸려냈잖아." 파워맨이 스파이더맨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너 말고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딨겠어?"


화이트 타이거는 피터가 앉아있는 의자 등받이 위에 한쪽 팔을 기대고 삐딱하게 섰다. "그래. 우린 살아도 죽어도 팀 스파이더맨이야. 최초의 십대 청소년 슈퍼히어로 팀이자 백년지기 친구들. 난 이 팀에 들어왔다는 게 자랑스러워."


"시대가 바뀌고 나이가 들어도 우리의 우정은 변치 않으리니,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은 인생의 기쁨이라." 아이언 피스트가 합장하며 시를 읊듯이 말했다.


....방금 말한 거 취소. 짜증나는 추억들? 집어치라 그래. 얘들은 내 생애 최고의 친구들이다. 스파이더맨은 실로 오랜만에 타지에서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 쉴드 아카데미 졸업 이후 어디로 파견을 나가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구하건 언제나 마음 한 구석이 공허했는데 그것이 이제야 채워진 것이다. 왜 지금까지 자신의 오리지널 팀을 찾지 않았는지 자기 자신에게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좋은 친구들과 영원히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명예도 영광도 모조리 포기할 수 있었다.


"다들 진짜 고마워." 스파이더맨은 차오르는 감격의 눈물을 애써 숨기려 재빨리 다른 것으로 화제를 돌렸다. "아 맞다, 근데 왜 노르웨이야? 하고 많은 좋은 휴양지들 놔두고."


"전부 에바 아이디어야." 파워맨이 화이트 타이거를 엄지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화이트 타이거는 노르웨이 얘기가 나오자 신이 난 듯 고양이처럼 날렵한 몸짓으로 재빨리 공중제비를 넘어 컴퓨터 쪽으로 다가간 뒤 홀로그램을 여러 장 띄웠다.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정말 멋지지 않아?" 화이트 타이거가 드라마틱하게 팔을 벌리며 말했다. "봐봐, 이 절벽 사이에 달걀 하나 낀 것처럼 생긴 지형은 쉐락볼튼이고, 이 제단 모양 지형은 프레이케스톨렌, 또 이건 트롤의 혀라고 불리는 트롤퉁가야. 전부 훌륭한 트래킹 코스라고! 이 자연이 빚어낸 멋진 풍경 속에서 걷는다는 게 상상이 돼?"


"어..."


아이언 피스트가 당황한 피터에게 속삭였다. "얼마 전에 노르웨이에 임무 갔다오고 난 뒤부터는 계속 저러고 있어."


화이트 타이거는 키보드 위로 재빨리 손가락을 놀려 2개의 사진을 더 띄웠다. "그뿐인 줄 알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악철도로 꼽히는 플롬바나는 또 어떻고! 기차를 타고 달리면서 노르웨이의 폭포와 절벽들을 감상할 수 있고, 스테가스테인 전망대에 올라가면 아름다운 피오르드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어!"


"와우, 에바가 저렇게 풍경 보는 걸 좋아하는 줄은 몰랐는데." 스파이더맨이 말했다. "거기서 진짜 좋은 경험을 했나 봐."


"좋은 경험은 무슨, 내가 거기서 하이드로맨이랑 얼마나 박터지게 싸웠는데. 혼자 사진만 찍어대고 말야." 노바가 팔짱을 꼈다.


친구들이 떠드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화이트 타이거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또 북유럽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항공박물관도 있고,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노드란드 박물관도 있고...."


"오, 저건 평소의 에바다." 스파이더맨이 말했다.


"에바는 공부랑 박물관에 원래부터 환장했으니까." 파워맨이 미소를 지었다.


"...르포트르의 바이킹 박물관에 가면 바이킹에 대한 온갖 것들을 보고 체험할 수 있어. 8월 초에는 바이킹 페스티벌도 열린다고! 너희들 바이킹 좋아하지?"


"바이킹! 내가 해적 다음으로 좋아하는 게 바이킹이야!" 스파이더맨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애처럼 방방 뛰었다.


"그럴 줄 알았어." 화이트 타이거가 엄지를 치켜세웠다. "또 먹을 것도 많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클라우드베리라고 하는 딸기에 크림을 섞어서 먹는 거야. 완전 꿀맛이라니까? 거기다 연어는 또 얼마나 많이 먹는데. 요리법이 엄청나게 많아! 고기가 먹고 싶으면 양고기 스테이크도 있고, 순록 고기에 사슴 고기도 있어. 브라운 치즈는 또 어떻고! 아 맞다, 대구 요리 얘기하는 걸 깜빡했네. 루테피스크라고 먹어봤어? 완전히..."


"끔찍해!!" 노바가 루테피스크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손사래를 쳤다. "난 그거 다신 안 먹어! 물컹하고 비릿하고 톡 쏘고 특히나 그 냄새는 진짜... 아으윽! 우웩!"


"난 맛있던데. 너 참 이상하다 진짜. 그게 얼마나 몸에도 좋고 영양가도 높은데 그래?" 화이트 타이거가 어이없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골반에 손을 올렸다.


"그건 네가 고양이니까 그렇지! 고양이는 생선이라면 죽고 못 사니까!" 노바는 마치 방금 개구리를 삼킨 사람마냥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런 저주받은 음식을 어떻게 먹을 수가 있어?! 네가 사람이냐?!"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 가 아니라, 방금 뭐가 어저고 저째?!" 화이트 타이거가 노바를 뚫어져라 노려보다가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하! 뭐 됐어. 어린애 입맛인 네가 뭘 알겠어? 스파이더맨이 너보다 백배는 잘 먹을걸."


"내 생각에 피터도 그걸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에바." 아이언 피스트가 조용히 끼어들었다. "네가 사다준 루테피스크 나도 먹어봤는데, 그때까지 잘 유지하고 있던 내 평정심이 한번에 흐트러질 만큼 끔찍한 맛이었어."


"동감이야. 내 생전에 그렇게 악취가 나는 음식을 만나리라곤 생각도 못 했어." 파워맨이 말했다. "아, 참고로 난 트래킹 안 따라갈 거야. 절대로."


"나도." 아이언 피스트가 손을 들었다. "걷는 건 이미 아침 구보로 충분해."


화이트 타이거는 작게 으르렁거렸다. ".....이 배신자들."


노바도 덩달아 손을 올렸다. "난 뭐 날아다닐 수 있긴 하지만... 아 몰라. 그냥 안 따라갈거야."


"아오 진짜 왜 이렇게 다들 협조가 안 돼!!" 화이트 타이거가 짜증을 내며 홀로그램을 거둬들였다. "오랜만에 팀원들끼리 여행 가는 건데 좀 맞춰주면 안 돼?!"


"너 좋자고 가는 거냐? 피터 좋자고 가는 거지." 노바가 사람 성질 돋구는 말투로 말대꾸를 했다. "혼자만 신나가지고 말야."


".........." 화이트 타이거는 진심으로 화가 난 듯 머리에 손을 짚었다. "노바 너 잠깐 나 좀 보자. 내려와, 좋은 말로 할 때."


"시룬뒈~" 노바는 재빨리 공중으로 날아올라 혀를 쏙 내밀었다. "안 내려갈 건뒈~"


"아오 진짜 저걸 그냥 확!! 내가 얼마나 열심히 계획 짰는지 네가 알아?!"


노바를 향해 손톱의 날을 세우려는 화이트 타이거의 어깨를 스파이더맨이 잡아세웠다. "워우 워우 진정해 에바. 쟤들은 몰라도 난 협조 잘 할 수 있어. 열심히 계획 짰는데 허사가 되면 아깝잖아? 어딜 데려가든 따라갈게."


노바 때문에 잔뜩 일그러졌던 화이트 타이거의 마스크가 단숨에 펴지며 날카로워졌던 그녀의 손톱이 다시 무뎌졌다. "역-시. 내가 말했지? 스파이디는 좋아할 거라고." 화이트 타이거는 언제 화가 났었냐는 듯 당당하게 어깨를 폈다.


"우디르급 태세전환이네." 파워맨이 킥킥 웃었다.


스파이더맨은 다시금 자리에 앉아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편안하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래야 내 친구들이지. 얘들이 변하면 얼마나 변하겠어. 여전히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스파이더맨은 편안히 캔에 든 음료수를 들이켰다. 평소보다도 더 달고 시원했다. 왠지 굉장히 즐겁고 편안한 여행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


[9시간 뒤]


삐익.

삐익.

삐익.


"으으음....."


불이 꺼지고 완전히 어두워진 수송기 내부에서 잠을 청하던 스파이더맨은 고요한 밤의 정적을 뚫고 갑자기 울려퍼지는 삑삑거리는 소리에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뒤척였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어딘가에서 울려퍼지는 기계음이 자신의 편안한 숙면을 방해하고 있었다. 쉴드 스마트워치나 개인용 스마트폰에 알람을 맞춰둔 기억은 없는데 의아할 따름이었다. 또 설령 스파이더맨이 알람을 맞춰놓았다 하더라도 이렇게 듣기만 해도 기분나빠지는 소리를 선택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삐익.

삐익.

삐익.


"어으... 에바, 알람 좀 꺼. 넌 여기서까지 그걸 켜놓냐..." 스파이더맨이 웅얼거렸다.


노바나 파워맨은 매일같이 늦잠 자는 게 일이니 두 사람이 알람을 맞춰놓았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화이트 타이거 아니면 아이언 피스트. 화이트 타이거는 완벽주의에 집착하던 시절 매일같이 틀에 짜여진 듯 규칙적인 스케줄로 생활하던 전적이 있다 보니 알람이 삶의 한 부분이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양의 알람을 맞춰두고 있었다. 완벽주의에서 벗어난 지금도 에바는 여전히 스케줄을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에바라 해도 모든 스케줄을 다 내려놓고 떠나는 휴가 때마저 알람을 켜놓았을 리는 없었다.


고양이처럼 몸을 말고 자던 화이트 타이거가 몸을 뒤척이며 잠꼬대로 대답했다. "우웅... 내 꺼 아니야..."


예상대로의 답변이었다. 오케이. 일단 화이트 타이거는 아니군.


삐익.

삐익.

삐익.


두 번째 가능성인 아이언 피스트의 경우, 에바처럼 알람을 시도때도 없이 맞춰두진 않지만 모두가 자고 있는 새벽 5시 정도면 반드시 일어나 명상을 하는 습관이 있기에 그 시간대에는 꼭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해놓고 있었다. 대니는 명상이 신체의 리듬을 원활하게 해 주고 피로를 싹 날려보내주는 효과가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 몇 번 대니를 따라 일어나 명상을 해 본 파워맨은 그 시간대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더 피곤하고 명상을 하려다가 오히려 잠에 빠져들어 지각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반증했던 적이 있었다.


"그럼 대니 너냐...?" 스파이더맨이 비몽사몽한 목소리로 물었다.


대답이 없었다. 하긴, 지금은 새벽 5시는 커녕 한밤중이니까. 아무리 대니라도 이 시간대에는 일어나기 힘들 테지. 그렇다면 이 정체불명의 소리는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이란 말인가?


삐익.

삐익.

삐익.


"어휴..."


스파이더맨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종석으로 무거운 몸을 이끌었다. 내버려두자니 제대로 못 잘 것 같으니 자신이라도 가야지, 어쩌겠나. 더군다나 아마데우스가 만든 수송선인데 자신 말고는 아무도 못 건드릴 테고.

아마데우스 조는 어떤 탈것을 만들건간에 쉴드의 표준 규격이 비효율적이라며 따르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자기 맘대로 계기판이고 내부 구조고 이것저것 뜯어고치며 만들다 보니 자연히 아마데우스 말고는 누구도 그가 만든 탈것에 함부로 손을 대지 못했다. 오로지 아마데우스와 비슷한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어 유일하게 말이 통하며 가끔씩 그의 연구나 발명을 도와주는 스파이더맨만이 아마데우스의 테크놀러지에 관해 빠삭하게 꿰뚫고 있었다. 이 때문에 아마데우스 부재시 그의 탈것에 문제가 생기면 뒷처리를 하는 사람은 언제나 스파이더맨이었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언 스파이더아마데우스 조가 만든 비클이니, 웹 워리어즈의 리더인 스파이더맨이 해결해야지. 아아, 리더는 고달파라.

조종석에 도착한 스파이더맨은 졸린 눈으로 계기판을 바라보았다. 홀로그램으로 된 계기판 한 귀퉁이에 빨간 램프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램프 위에 아주 작은 글씨로 무언가가 써져 있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계기판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자 그제서야 흐릿한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오며 글귀가 보였다.


위험(WARNING).

쉼없이 반짝이는 붉은색 램프 위에는 그렇게 써 있었다.


".....잉? 위험이라고?"


갑자기 덜커덩 하는 소리와 함께 기체가 통째로 흔들렸다. 정신이 번쩍 든 스파이더맨은 계기판 위로 손가락을 놀려 바깥의 자연광을 차단하기 위해 창문에 설치해 놓은 자연광 반사 코팅을 모두 해제시켰다. 창문을 덮고 있던 검은색 코팅이 사라지자 어둑어둑한 바깥 하늘이 그대로 보였다. 스파이더맨은 바깥을 노려보았지만 옅은 안개 때문에 앞을 분간할 수가 없었다. 대신 휘오오오 하며 강한 돌풍이 창문과 기체를 사정없이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하다, 오늘 분명히 노르웨이의 하늘은 맑을 거라고 했는데?

다시 한 번 계기판을 바라보니 풍속 측정기가 미친 듯이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정없이 회전하던 바늘은 곧 측정할 수 있는 최대 풍속인 90m/s에서 멈춘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자세히 보면 여전히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마치 계속해서 풍속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찌릿.

피터의 스파이더 센스가 갑자기 따끔거렸다.


"스파이더 센스!? 지금 이 타이밍에?!"


위험을 감지한 피터는 재빨리 조종간을 잡고 감이 이끄는 대로 수송선을 옆으로 급선회시켰다. 무언가 거대한 물체가 쐐액 소리를 내며 바람을 가르고 날아와 수송선의 오른쪽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만일 피터가 수송선을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팀 스파이더맨은 모조리 물고기 밥이 되어 있을 것이었다.


갑자기 급선회를 한 반동으로 아직까지 각자 자리에 드러누워 자고 있던 네 명의 영웅들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아윽!!" 노바는 떨어지면서 엉덩이를 찧은 듯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야! 알람을 끄랬더니 너 갑자기 뭐하는 거야!"


"다들 일어나. 지금 자고 있을 때가 아니야!" 스파이더맨이 옆으로 뉘었던 기체를 다시 수평으로 되돌려놓으며 말했다. "돌풍이 부는 지역으로 들어왔어! 여기서 빨리 나가야 해!"


"돌풍이라고?" 파워맨이 목에 걸고 있던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다른 팀원들과 함께 스파이더맨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말도 안 돼. 노르웨이의 하늘은 쾌청하다고 어제 일기예보에서도 그랬잖아!"


"내 말이. 근데 이걸 좀 봐! 무슨 태풍이라도 몰아닥치는 것 같- 으아아아!!"


강한 역풍을 맞고 다시 한 번 기체가 덜컹거렸다. 이들이 타고 있는 것이 아마데우스가 만든 수송선이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평범한 수송선이었다면 지금쯤 사정없이 찌그러지거나 역풍에 휘말려 함께 날아가버렸을 터였다.


"뭐, 뭐야 이게?!" 화이트 타이거는 쉴새없이 덜컹거리는 기체 안에서 간신히 중심을 잡고 섰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이건 단순한 태풍이 아니야..." 아이언 피스트가 무언가를 느낀 듯 창문 가까이 얼굴을 붙였다. "봐."


스파이더맨과 그 팀원들은 아이언 피스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낮인지 밤인지 분간이 전혀 되지 않는 어둑어둑한 회색빛 하늘 한가운데, 우뚝 솟은 거대한 기둥 하나가 휘청거리며 바다에서 끌어올린 물과 하늘에서 끌어내린 먹구름을 소용돌이치듯이 섞어대고 있었다. 나선형으로 쉴새없이 회전하는 기둥 주위로 강력한 바람이 몰아치며 주위에 깔려 있던 옅은 안개를 계속해서 빨아들이고 있는 모습이 경외감과 공포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토네이도야." 아이언 피스트가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목구멍에서 목소리를 쥐어짜내듯이 말했다. "그것도 엄청 거대한 토네이도."


스파이더맨은 마스크 너머로 얼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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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으, 망했다."








ULTIMATE SPIDER-MAN

FROZEN WEB

챕터 3 - 휴가는 무슨, 망했네









~~~~~


드디어 다음 화에 스파이더맨이 아렌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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