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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크로스오버] 얼티밋 스파이더맨-프로즌 웹 1화

차빙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13 22:55:01
조회 490 추천 31 댓글 10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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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시 맨해튼 주. 센트럴 파크 근방 폐건물 4층]


"담배 좀 작작 피라고, 미친 놈아."


빅터 스톤은 끄나풀 하나가 물고 있던 담배를 거칠게 빼앗아 바닥에 홱 던져 구둣발로 비벼 껐다. 여름인데도 창문을 굳게 닫아놓고 에어컨도 틀지 않아 후텁지근한 방 안의 공기에 남정네들의 땀 냄새와 담배 연기가 섞이니 죽을 맛이었다. 대체 이 놈들은 담배에 뭔 정이 붙어서 밀폐된 공간에서 이렇게나 뻑뻑 피워대는지, 담배를 안하는 빅터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 형님 왜 그러십니까 진짜. 담배도 맘대로 못 펴요? 누가 본다고."


"내가 빈 건물에서 장사하는 거 들키면 안 되니까 피지 말라 그랬어 안 그랬어? 내 말이 우습냐? 어?"


"아니 그래도 담배 하나 필라고 저 멀리까지 왔다갔다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님까. 구식 건물이라 엘리베이터도 없는데."


"뭐 어쩌라고? 니가 담배 피는 것까지 내가 봐줘야 해? 어? 정 피고 싶으면 내려갔다 오든지 싫으면 얌전히 짜져있어!"


"젠장. 드러워서 못해먹겠네 진짜. 큰형님만 계셨어도 이렇게 숨어다니진 않는 건데..."


방금 담배를 뺏긴 끄나풀이 똥 씹은 표정으로 작게 중얼거리자 빅터의 인상이 팍 구겨졌다. 큰형님, 대체 그 빌어먹을 놈의 큰형님이 뭐길래 이 멍청이들은 그 얼간이를 철석같이 믿고 따르는가. 뉴욕 한복판에서 마약 장사를 하자고 제안한 사람은 나다. 무려 넉 달 동안 맨해튼에서 들키지 않고 성공적으로 수천 달러를 벌어들인 사람도 나다. 이름있는 히어로들이나 데드풀같은 미친 놈들은 제쳐두고서라도 혹시나 데어데블같은 초능력 하나 없는 히어로한테 걸려도 그 길로 박살나는 게 우리같은 삼류 악당들이다. 매일 살얼음판을 걸으면서 니들한테 돈 벌어다 바치는 내 기분이 어떤지 알기나 해?

요새 악당들도 초능력 한 두 개쯤 있어야 하는 건 기본이고 못해도 파워 슈트 정도는 차고 다녀줘야 악당 대접이라도 받는데 이들 중 파워 슈트가 있는 사람은 큰형님 하나뿐이었다. 다른 조직원들은 언제나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것이나 다름없고 혹시라도 슈퍼빌런 하나가 원정이라도 오면 그대로 깨질 게 뻔한데 이 멍청이들은 큰형님의 능력만 믿고 맨몸으로 날뛰고 싶어하니, 사실상 중간 관리직이나 다름없는 빅터는 매일같이 골머리를 썩었다.

빅터는 열을 조금이라도 식히려 정장 웃도리를 벗어던지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땀으로 젖은 셔츠 아래 그의 살찐 몸이 그대로 드러나자 부하들은 못 볼 걸 봤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빅터는 또 다시 얼굴을 찡그리며 뒤에서 수군대는 부하들을 째려보았다.


"뭐. 뭐 이 새끼들아. 불만있냐?"


"아뇨. 없슴다."


"불만 없으면 얼굴 구기지 말고 펴. 안 그래도 기분 잡치는데 더 개같이 만들지 말고."


욕을 질펀하게 내뱉은 빅터는 먼지가 가득 쌓인 쓰레기 소파 위에 앉아 오늘 아침 신문을 펴들었다. 더 많이 아는 놈이 더 장사를 잘 할 수 있는 법이라며 매일같이 신문을 읽어대는 빅터였지만, 정작 좋은 정보를 알아내거나 벗겨먹을 수 있는 호구를 찾아내도 큰형님이라는 작자가 계속 빠꾸를 먹이니 속에 열불이 날 지경이었다. 그래도 볼 건 봐야지 어쩌겠나. 혹시라도 모른다. 보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큰 건수가 있을지.

자 그럼,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을까. 토니 스타크와 그 비서 페퍼 포츠의 결혼 발표 기사가 맨 앞 페이지에 통째로 자리잡고 있었다. 가진 놈들 가정사를 우리가 왜 알아야 해? 넘기고. 제니퍼 월터스(쉬-헐크), 스턴트 촬영 도중 가스관 잘못 건드려 폭발. 보나마나 살았을 테니 넘기고. 데일리 뷰글, 메리 제인 왓슨 기자의 분투로 폐간 직전 위기에서 벗어나다. 관심 없으니 넘기고. 넘기고, 넘기고, 넘기고. 쓸모없는 가십거리들을 대충 훑어보던 빅터의 눈에 책장 한 구석에 박힌 기사 하나가 떡하니 들어왔다.



허먼 슐츠 "쇼커", 또 다시 탈옥

더욱 강해진 슈트로 교도소 문 통째로 부숴



큰형님의 이름을 접한 빅터는 골치가 아파져 두 손가락으로 미간을 문질렀다. 빅터의 보스 허먼 슐츠, 통칭 쇼커는 자신이 소유한 충격파 슈트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신하고 있었다. 슐츠가 슈트의 능력으로 교도소에서 탈옥한 것도 이번이 벌써 여섯 번째였다. 별 볼일 없는 이류 악당이었던 시절에는 숱하게 잡혀서 징역을 살다 나와 세상에서 가장 잡기 쉬운 빌런 중 하나로 꼽힐 정도였지만, 도박으로 운좋게 파워 슈트를 따낸 뒤 건틀렛에만 집중되어있던 충격파 능력을 전신으로 확대시키고 나서는 심심풀이로 교도소에 들락날락하며 대규모 탈옥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 취미가 되어버린 것이다.

초보 히어로들의 주요 타깃이었던 쇼커는 어느새 빌런계에서도 알아주는 거물로 성장했고, 이제는 웬만해선 히어로들의 손에 잡히지 않고 목적을 완수하는 일이 잦아졌다. 덕분에 그를 따르는 부하들도 많아지고 자금력도 충만해져 이제는 뉴 워리어즈 정도는 돼야 쇼커를 상대할 수 있었다. 어벤져스나 쉴드의 에이전트들이라면 한 손가락에 쇼커를 처리할 수 있겠지만, 그들은 항상 스케일 큰 악당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무엇보다도 뉴욕을 주름잡던 '그 녀석'도 지금은 어벤져스와 함께 다니느라 바쁘니, 이제 남은 것은 한동안 탄탄대로를 달리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허먼 슐츠에게는 단점이 하나 있었다. 이 모든 장점들을 덮어버릴만큼 큰 단점이. 바로 멍청해도 너무 멍청하다는 것이었다.

쇼커가 교도소에서 탈출하거나 초짜 히어로들을 복날 개패듯 쥐어패고 다닐 수 있는 건 오로지 슐츠의 슈트가 강력하기 때문이었다. 슈트를 벗으면 그는 보통 사람이었고, 슐츠의 머리에는 토니 스타크나 닥터 옥토퍼스같은 뛰어난 두뇌 대신 쓰레기 뭉치가 들어차있었다. 슐츠는 히어로들에 대비해 작전을 짜지도 못했고, 큰 돈을 벌 계획을 세울 줄도 몰랐다. 슐츠가 잘 하는 것은 오로지 눈앞의 모든 것을 때려부수는 것 뿐이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슈트가 효과적으로 작동해준 덕분에 나름 많은 액수의 돈을 쥘 수 있었지만, 빅터는 그것이 한순간의 영광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쇼커의 슈트는 아이언맨처럼 여러 번의 강화를 거친 적이 없는데다 앞으로 강화할 계획도 없으니 말이다. 빅터는 슈트의 강함이 언제까지고 지속되진 않을 것이며 언젠가는 히어로들에 의해 파훼법이 발견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쇼커는 단 한 번도 그의 경고를 들은 적이 없었다. 대신 쇼커는 빌런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온갖 행동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가령...


콰광.


"이 짜식들아!! 형님이 오셨다!! 인사 안 하냐?!"


가령 지금처럼 대낮에 건물 벽을 부숴서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킨다던지.

거대한 폭발과 함께 빅터의 오른쪽 벽이 부숴지며 노란 슈트를 입은 슐츠가 모습을 드러냈다. 과거 노란색 체크무늬의 쫄쫄이로 온몸을 감싸 마치 거대한 깔깔이를 입은 것처럼 보여 많은 이들의 비웃음을 샀던 쇼커의 슈트는 이제 부피가 2배로 늘어나고 곳곳에 강철로 된 보호구가 더해진 상태였다. 쇼커의 상징인 음파 건틀렛도 덩달아 크기가 늘어나 언뜻 보면 고릴라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 큰형님! 내가 뭐랬습니까! 막 부수고 들어오지 말라고요!" 빅터가 신문을 내던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히어로들 오면 어쩌려고 그래요 진짜?!"


"오면 지들이 뭐 어쩔건데? 히어로들 따위 내 상대가 아니야! 이제는 쇼커가 범죄의 황제라 이 말씀이야! 으하하."


쇼커는 어깨에 메고 있던 거대한 가방 두 개를 빅터의 눈 앞에 내던졌다. 가방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빅터는 재빨리 발을 뒤로 뺐다. 자칫했으면 발가락이 부러졌을 것이다.

파워 슈트로 전신을 강화한 이후 쇼커는 이제 자신 몸무게의 3배 이상을 가뿐히 들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로 쇼커는 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과거에는 들고 뛰면 너무 무거울까봐 챙기지 못했던 각종 값나가는 중량의 귀중품들을 잔뜩 털어올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정도 무게의 돈가방을 들고 다니는 건 이제 일도 아닐 것이다..


"오는 길에 ATM 하나 털었다! 니들끼리 사이좋게 나눠가져라."


끄나풀 하나가 가방을 열자 엄청난 액수의 종이돈이 쏟아져 나왔다. 종이돈을 본 부하들과 빅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림잡아도 대충 수십만 달러는 될 법했다. 돈을 벌어온다 벌어온다 말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우와, 이게 다 얼마야?"


"한 일 년은 놀고먹겠네! 파티다 파티!"


"야야야야 다들 돈 건들지마! 손모가지 날라가붕께."


빅터는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 재빨리 부하들에게 돈을 분배하고 자신의 몫도 챙겼다. 부하들의 몫에 비해 2배 이상 되는 양이었지만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돈을 보니 방금 전까지 욕을 하고 싶었던 마음이 눈 녹듯 녹아내리고 그 자리에 쇼커에 대한 충성심이 가득 채워졌다. 빅터가 슐츠같은 얼간이를 따르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아하하하 아이고 우리 큰형님. 뭘 이런 것까지 준비해오셨습니까. 우리가 도리어 두부라도 사가야 하는 건데." 빅터가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에 침을 묻혀 자신 몫의 돈을 세기 시작했다.


"두부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내가 옛날처럼 징역 살다 나왔냐? 교도소 따위는 자유롭게 출입해 줘야 진정한 빌런이 되는 거야. 나 없는 동안 네가 고생 많았다. 그래서, 뽕 팔아서 얼마나 벌었냐?"


빅터는 작은 장부를 슐츠에게 내밀었다. "넉 달 동안 꾸준히 벌어들였습니다. 몇몇은 물건을 당겨 받을려고 하길래 흠씬 두들겨 패 줬죠. 빌어먹을 놈들 같으니."


"아니, 겨우 요거야? 또 뭔가 대단한 사업 하나 했는데 실망이다, 너." 슐츠는 장부를 책상 위에 탁 던지고 방금 전까지 빅터가 앉아 있던 소파 위에 걸터앉았다. "내가 그래서 말했잖아. 제대로 돈을 벌고 싶으면 현금을 털어야 한다니까? 은행! 현금 수송 차량! ATM! 뭔 소린지 알아?"


뭔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야. 빅터는 생각했다. 돈을 보고 생긴 충성심이 한 줌의 재로 변해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오로지 물리적 폭력을 통해 수입을 벌어들이는 것에 특화된 쇼커는 장사라는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사업을 확장시키려면 일단 한 자리에서 꾸준히 고정 고객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데, 이런 식으로 시간을 들여서 미래의 이익을 노리는 것은 쇼커의 스타일에 걸맞지 않는 범죄였다. 그는 뭐든지 화끈하게 때려부수는 쪽을 선호했다.

쇼커는 항상 은행 하나만 박살내면 단숨에 수십만 달러가 손에 들어오는데 왜 굳이 힘들여서 장사를 해야 하냐는 식으로 빅터를 갈궜다. 그렇게 석 달 만에 수천 달러나 벌어들인 자신의 노고를 단 몇 마디로 쓸모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리니 빅터가 열불이 나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지경이었다. 빅터는 치밀어오르는 화를 간신히 억누르고 애써 웃어보였다.


"형님, 잘 생각해 보십쇼. 이것만 잘 되면 우리가 힘들여서 주먹 쓰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니까요. 요새 메스암페타민 수요가 얼마나 많은데 그러십니까. 잘만하면 부자들한테 대량으로 팔아넘길 수도 있다구요."


쇼커는 무슨 벌레 씹은 듯한 눈길로 빅터를 쳐다보았다. "너 슈퍼빌런이 뭔지 모르냐? 나같은 슈퍼빌런은 절대 그런 식으로 돈을 벌지 않아! 그딴 건 닥터 옥토퍼스같은 너드들이나 하는 거야. 슈퍼빌런은 모름지기 건물 하나는 가뿐히 무너뜨린다던가, 뭐 뭐 은행 유리창을 깨고 돈다발 가득 든 주머니를 들고 나온다던가 그래야지! 내가 일을 크게 벌려줘야 내 명성도 높아지고 돈도 두둑이 버는 거라고! 로망이 없어 로망이."


빅터는 어이가 하늘로 승천할 지경이었다. 그 '너드' 닥터 옥토퍼스가 잡혀들어가기 전엔 노먼 오스본의 자금력을 이용해서 자기보다 돈을 수천 배는 더 잘 벌었다는 걸 이 얼간이는 알고나 있는 걸까? 뭐 로망? 더러운 일이나 하고 다니는 악당 주제에 로망은 무슨 얼어죽을 놈의 로망? 당장 생존이 급한 마당에 무슨 개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빅터의 미간이 심하게 찌푸려졌다.


"슈퍼빌런 일도 돈이 있어야 하죠. 안정적으로 수입을 벌어들이면..."


"너 날 따른 세월이 몇 년인데 아직까지 날 못 믿고 독단적으로 일을 하려고 하는 거야? 두고 봐. 얼마 안 가서 뉴욕의 암흑가를 모조리 접수해줄 테니까. 위대한 대악당 쇼커 님의 이름이 온 세상에 울려퍼지면 너한테 얼마나 큰 이익이 돌아올지 생각해 봐! 빌런은 그런 식으로 장사를 해야 하는 거라고. 왜 이렇게 큰 그림을 못 그려?"


속이 타들어가는 빅터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쇼커는 계속해서 헛소리를 지껄였다. 그걸 계속 듣고 있자니 빅터는 온몸에서 진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삼류 악당 시절에 생활비 벌어서 갖다줄 때는 니가 최고다 하면서 매일같이 치켜세워주더니 이제 좀 잘 나가니까 날 도리어 얼간이 취급하고 앉아있어? 매일같이 먹여살려 준 나를? 니가 여기까지 올라온 게 다 누구 때문인데!

빅터의 인내심이 드디어 한계에 도달했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빡침이 용솟음쳤다. 오늘에야말로 단단히 자기 분수를 깨닫게 해주겠다는 심정으로 빅터가 입을 여는 그 순간ㅡ



"워우, 정말 멋진 계획이야 허먼! 네 이름이 세상에 울려퍼지면 전 세계의 슈퍼히어로들이 널 잡으려고 달려올 테니까! 감방에서 평생 썩는 게 네 계획 맞지? 아주 훌륭해!"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빅터가 하려던 말을 가로챘다.

빅터는 일순간 마스크 아래로 슐츠의 표정이 굳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부서진 벽에서부터 무언가가 번개처럼 날아와 빅터의 오른쪽 관자놀이를 강타했다. 퍽. 빅터는 고개를 돌릴 새도 없이 그대로 반대쪽 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벽에 꽃히자 순간 정신이 멍해지고 귀가 먹먹해져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빅터는 흐려져가는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고 바닥을 기어 옆에 있던 낡은 침대 아래에 살찐 몸을 강제로 우겨넣었다. 워낙에 덩치가 큰 탓인지 중간에 배가 끼어 하반신은 들어가지도 못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양새가 되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불과 1분 전까지 조용했던 방 안은 온갖 소음으로 가득 찼다. 쇼커가 뭐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정확히 뭐라고 하는지는 안 들렸지만 말하는 투로 보아 욕인 듯 했다. 부하들이 고함을 지르는 소리도 들렸다. 아니 비명인가? 투다다다 기관총을 쏘는 소리가 들렸다. 쇼커의 슈트가 펑 하고 충격파를 내뿜는 소리가 들렸다. 벽돌로 된 건물의 일부분이 콰르르 소리를 내며 폭발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가 삑삑대다 쾅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촥 하고 뭔가가 쏘아지는 소리도 들렸다. 온갖 소음이 들렸지만 가장 많이 들리는 것은 역시 누군가를 두들겨 팰때 나는 둔탁한 퍽퍽 소리였다.

히어로들 눈에 안 닿는 구역을 찾느라 안 그래도 없는 머리숱 빠져가면서 겨우겨우 정한 은신처가 여기인데 그 멍청한 히어로들이 여길 어떻게 찾았지? 아니면 혹시 거물급 슈퍼빌런이 우리를 견제하기 위해 초능력자를 보낸 거라면? 빅터는 잔뜩 겁에 질려 귀를 틀어막고 벌벌 떨었다. 침대 아래의 한정된 시야각을 통해 방 안의 풍경이 보였다. 수많은 발들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부하들이 신은 검은 구두 여섯 쌍, 쇼커의 철제 부츠 한 쌍, 그리고 온통 붉은색에 검은 줄 몇 개가 그어진 신발 한 쌍.


온통 붉은색에.

검은 줄 몇 개가 그어진.

신발 한 쌍.


"안 돼."


빅터가 무심코 내뱉었다. 아니야. 말도 안 돼. 그 녀석이 여기 있을 리가.

빅터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어벤져스 같은 프로 히어로들을 논외로 친다면 쇼커의 본거지에 쳐들어와서 이렇게 난장판을 만들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되는 놈은 빅터가 아는 녀석들 중에는 단 한 녀석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저 붉은 신발은 단 한 번도 주춤하거나 뒤로 빼지 않고 현란한 스텝을 계속해서 밟아가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자신의 부하들을 농락하고 있지 않은가. '그 녀석'이 아니라면 쇼커를 상대로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물론 '그 녀석'이 아니더라도 녀석과 비슷한 능력을 지닌 히어로들이나 녀석이 직접 훈련시켰다는 히어로들은 차고 넘쳤다. 물론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실력있는 히어로였지만, 슈트로 완전무장을 한 쇼커는 아무리 뉴 워리어즈나 웹 워리어즈라도 방심할 수 없는 상대였다. 더군다나 쇼커의 음파 공격은 밀폐된 공간 안에서는 더욱 효과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즉슨, 젊은 히어로들 중에서 사방이 밀폐된 쇼커의 본거지 안으로 당당하게 들어와 언제 무너지는 건물에 깔려 압사당할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할 만한 녀석은 아무도 없다는 이야기다. 아니,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 녀석'만 빼고.

펑.

뭔가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치지직 하며 타들어가는 냄새가 풍겨왔다.


"안 돼!! 안 돼애애!! 내 슈트!! 안 돼!!!!" 슐츠가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이 빌어먹을 애새끼가아아!!!"


빅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항상 슈트의 강함이 언제까지고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무력화 될 줄이야. 슐츠의 오열에 뒤이어 무수한 타격음이 들려왔다. 퍽. 퍽. 투쾅. 퍽. 빅터는 두 눈을 질끈 감았지만 침대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안 봐도 디즈니 블루레이였다.

빅터는 온몸을 벌벌 떨면서도 탈출할 방법을 모색했다. 바닥을 살살 기어서 난간으로 탈출하면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녀석의 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른다. 저 녀석이 거미 계열 히어로라고 하더라도 상관없다. 스파이더 센스는 위협만 감지하니까 녀석에게 해를 끼치지만 않으면 들키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미 당한 척 기절한 연기를 할 수도 있다. 한꺼번에 많은 적들을 좁은 공간에서 상대하면 아무리 전문적인 히어로라고 해도 내가 정확히 몇 명을 쓰러뜨렸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까. 그래. 죽은 듯 잠자코 누워 있으면 아무 해도 없이 지나갈 수도 있다. 얻어맞는 것은 한 번으로 족하다.

계속 그 자리에 누워 있기로 마음 속으로 정한 빅터는 문득 쇼커의 상태가 궁금해졌다. 아무리 정신나간 얼간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끄나풀로 살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는데 마지막 모습 정도는 봐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반, 흠씬 두들겨맞은 모습을 보고 비웃어주고 싶은 마음 반이었다. 아주 작게 실눈을 뜨면 혹시나 저 히어로 녀석이 날 발견하더라도 눈치채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빅터는 살며시 실눈을 떴다.


"힉!!"


눈을 허옇게 까뒤집고 기절한 쇼커의 맨얼굴이 빅터의 눈앞에 떡하니 나타났다. 헬멧은 어디로 갔는지 벗겨진 상태였고, 얼굴에는 어느 새 시퍼런 멍이 잔뜩 들어있었다. 이렇게 가까이 쓰러져있을 줄은 몰랐던 빅터는 너무 놀라 자신이 침대 아래에 있다는 것도 잊고 실수로 몸을 일으켰다. 거의 다 벗겨진 빅터의 머리가 침대 밑을 쿵 하고 강타하자 강한 통증과 함께 먼지가 쏟아져내렸다. 신음을 내뱉으며 머리를 문지르던 빅터는 자신이 엄청난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 이것 봐라, 웬 다 큰 어른이 친구가 숨바꼭질 놀이를 하고 있었네? 이리 나와 봐, 친구!"


무언가가 빅터의 발을 잡고 놀랄 만큼 센 힘으로 빅터를 세게 끌어당겼다. 빅터는 재빨리 손을 뻗어 침대를 잡으려 했지만 그의 몸은 어느새 침대 아래를 벗어나 있었다. 무심코 몸을 뒤집어 자신을 끌어당긴 자가 누구인지 확인한 빅터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악!!"


"워우. 날 보자마자 처음 하는 말이 그거야? 좀 무례한걸."


지금 빅터의 눈 앞에는 그가 상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져 있었다. 빅터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분명히 '그 녀석'의 마스크였다. 빅터가 설사 죽어서라도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자. 무려 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암흑가의 빌런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자.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입을 다물지 않는 나불대기의 황제.


"뭐 그래도 덕분에 옛날 생각 나네. 옛날에 다들 날 싫어하던 시절 기억 나? 그 때 내가 어떤 할머니를 구해 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내 얼굴을 보고 할머니가 지른 비명이 딱 그거였거든. 네 목소리 그때 그 할머니랑 완전 똑같았어."


수많은 히어로를 하나로 규합시킨 자. 모든 영웅들의 친구. 뉴 워리어즈와 웹 워리어즈의 리더. 닉 퓨리의 직속 에이전트이자 쉴드 아카데미의 강사. 어벤져스의 엑스트라 멤버. 친절한 이웃.


"이젠 그 할머니도 날 좋아하니까 얼마나 다행이야? 안 그래? 어라, 왜 그렇게 벌벌 떨고 그래? 얼굴 좀 펴 보라고. 오랜만에 만나는 거잖아?"


어메이징. 스펙타큘러. 슈피리어. 언리미티드. 센세이셔널. 어스터니싱.


"안 그래, 빅터?"


얼티밋 스파이더맨이 나타난 것이다.






ULTIMATE SPIDER-MAN

FROZEN WEB

챕터 1 - 거미의 귀환









~~~~~



이전에 올렸던 거 이어썼다. 겨울왕국 등장인물들은 곧 있으면 나오니까 인내심을 가지고 봐주길.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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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8775 쟤 헌명은 확실하게 패던 삐뚤이가 그립구나 ㅇㅇ(221.152) 03:25 11 0
5488774 쏘쏘야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22 17 0
5488773 뭔 ㅅㅂ 쥬디홉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19 14 0
5488772 에루시ㅋㅋㅋㅋㅋㅋ [1]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12 1
5488771 던전밥시 [1] ㅇㅇ(221.152) 00:22 19 1
5488770 엘시이이이이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16 1
5488769 보던 미드가 끝났어 [2]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5 23 0
5488768 프붕이 너무 힘든 한주였다 [10] Frozen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6 51 0
5488767 이겼삼 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ㅅ [6]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6 29 0
5488766 역시 엘갤롬들 고여서 쉽게 속아주지 않는군 [7] ㅇㅇ(222.107) 04.26 62 0
5488765 코구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6 24 0
5488764 와 진짜 성남 좆목팸들 ㅌㅈㅅㅂ [3] ㅇㅇ(221.152) 04.26 54 0
5488763 던전밥 재밌네요 [7] ㅇㅇ(221.152) 04.26 45 0
5488762 안-시 [1] ㅇㅇ(118.235) 04.26 21 0
5488761 앙시이이이이 [2]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6 22 2
5488760 바깥 온도 30도 실화냐! [2] ㅇㅇ(118.235) 04.26 26 0
5488759 프린이집 두시간 일찍 땡땡이 치고 나왔음 [1] ㅇㅇ(118.235) 04.26 22 0
5488758 쥬디야 니가 보자해놓고 시발 잠수를 타면 어떡하냐 [4] ㅇㅇ(106.101) 04.26 77 2
5488757 오랜만이네요 [3] hom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6 31 0
5488756 정령님의 시간 엘시 [2] 프로즌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6 28 1
5488755 안녕하세요? 겨울왕국을 감명깊게 보고 입문한 뉴비입니다 [3] ㅇㅇ(222.107) 04.26 120 1
5488754 지금 자도 네시간 뒤 일어나야 하는데 [2] ㅇㅇ(118.235) 04.26 46 0
5488753 로또 1등 나도 당첨 [3] ㅇㅇ(221.152) 04.26 56 0
5488752 엘-시 ㅇㅇ(183.107) 04.26 23 0
5488751 엘-시 ㅇㅇ(183.107) 04.26 20 0
5488750 복권은 정해져있지 ㅇㅇ(223.38) 04.26 24 0
5488749 게임에도 나오는 횬다이 킹반떼 국뽕 뒤진다에~~~ Froz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5 27 0
5488748 이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5 20 0
5488747 졌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5 23 0
5488746 PONY XL 간단평 ㅇㅇ(14.32) 04.25 47 0
5488745 안녕하세요? 겨울왕국을 감명깊게 보고 입문한 뉴비입니다 [2] ㅇㅇ(14.32) 04.25 90 0
5488744 통구이 멸망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5 31 0
5488743 개방적인 사고가 은근 중요한듯 프로프갤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5 26 0
5488742 킹도영 리그최초 월간 10-10달성 ㅋㅋㅋㅋㅋㅋㅋㅋ [2]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5 31 0
5488741 저녁 해장 ㅇㅇ(118.235) 04.25 27 0
5488740 코구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천연효모식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5 21 0
5488739 메랜 루디 나왔나보네 [2] Frozen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5 39 0
5488738 코구 입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JungN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5 24 0
5488737 고도로 발달한 분탕은 어쩌고저쩌고 [3] ㅇㅇ(222.107) 04.25 86 0
5488736 안-시 안-시 안-시 ㅇㅇ(118.235) 04.25 17 0
5488735 안시이이이 [1] 아렌델시민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5 25 1
5488734 안-시 ㅇㅇ(118.235) 04.25 20 0
5488733 예쁜 누님이 말 걸어 순간 설랬는데 ㅇㅇ(118.235) 04.25 32 0
5488732 토비 스파는 진짜 전설이다.. [7] ㅇㅇ(221.152) 04.25 57 1
5488731 요즘 라디오헤드에 빠진듯 [6] 안나여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5 69 0
5488730 엘-시 엘-시 ㅇㅇ(118.235) 04.25 22 0
5488729 범도4 오프닝 82만 ㄷㄷ [2] Frozen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5 59 0
5488728 개조가ㅌ은 출근 ㅇㅇ(118.235) 04.25 27 0
5488727 ????? [1] ㅇㅇ(222.107) 04.25 5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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