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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갤문학/크로스오버] 아몰랑 일단 올려볼거야

차빙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10 22:44:39
조회 663 추천 35 댓글 14

[1818년. 아렌델 황궁]


"여보, 무엇을 그리 보고 계셔요?"

창문을 통해 들어온 새파란 달빛이 짙은 어둠으로 가득 들어찬 방 안을 비추고 있었다. 남자는 침대에 들어서면서도 무언가를 손에 쥐고 계속 만지작거리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남자는 오늘 하루 종일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작은 가죽 주머니에 든 그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쥐고 다녔지만 정작 누구에게도 그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는 보여주지 않았다. 그 행복한 얼굴은 마치 매우 귀중하고 특별한 생일선물을 받은 아이의 얼굴과도 같았다. 진짜 생일을 맞은 이는 따로 있는데도 말이다.

".....여보!" 여러 차례 불러도 대답이 없자 여자는 참다못해 결국 크게 소리를 냈다. 남자는 여자가 부르는 소리에 퍼뜩 놀라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아! 미안하오, 불렀소?"

"대체 뭘 보고 계시길래 아무 대답도 안 하시는 거예요?"

"아, 별 거 아니오. 신경쓰지 마시오."

남자는 시치미를 뚝 떼고 잠옷 주머니에 은근슬쩍 무언가를 집어넣으려 했다. 여자는 우습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말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지나가던 강아지도 당신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건 알겠네요. 그런데 대체 무엇이길래 이토록 숨기는 것일까. 호기심이 더욱 동한 여자는 진상을 밝히기 위해 침대에 손을 짚고 기어서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렇게 말 하니까 더 궁금하잖아요. 보여주세요, 어서."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그러네!"

여자는 가죽 주머니로 가느다란 손가락을 뻗었다. 당황한 남자는 주머니 입구를 잡고 저항했지만 여자의 손은 이미 주머니 입구를 비집고 들어가있었다.

"어허, 떽! 돌려 주시오! 국왕의 명령이오!"

"떽이 뭐예요 떽이.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이리 줘요. 빨리."

"어허 거 참..."

발버둥치는 남자를 손으로 살짝 밀어내고 주머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낸 여자는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조심스레 손을 펼쳤다. 여자의 손 안에는 바다처럼 푸른 빛깔을 지닌 보석 두 개가 찬란한 빛을 내고 있었다. 여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너무 아름다워요!"

"이런, 결국 들켜버렸군. 때를 봐서 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빛깔을 가진 보석은 내 평생 처음 봐요...."

여자는 보석의 빛깔에 매료된 듯 보석들을 얼굴 가까이로 가져가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남자는 멋쩍게 웃었다. "오늘 서던 아일스에서 온 사신이 진상한 것이라오. 어찌나 아름답던지 계속 쳐다보게 되지 뭐요."

"그럴 만 하네요. 그런데 이런 보석들을 대체 어디에서 구했을까요? 일반적인 사파이어는 아닌 것 같은데..."

"어디서 구했는지까지는 나도 잘 모르겠소. 사신 말로는 자신 소유의 석탄 광산에서 캐냈다고 하오."

"석탄 광산이요?"

"으음. 한창 석탄을 캐던 와중에 괴상하게 생긴 돌덩이를 하나 발견했는데, 겉보기에 빛나는 것이 있어 세공사를 시켜 갈았더니 이 보석들이 되었다고 하였소. 사신이 이것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다 우리의 경사가 생각나 축하의 의미로 가져왔다더군."

"어머나, 고마워라." 여자는 웃음을 띠었다. "역시 그 사신은 맘씨가 좋군요."

"합리적이고 좋은 사람이지. 서던 아일스 왕가 소속으로 남기에는 있기에는 아까운 사람이오." 남자는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걸어나왔다. "여튼, 그래서 하나는 당신에게 선물하고, 다른 하나는 우리 딸에게 주기로 하였소."

"우리 딸에게요? 하지만 이런 보석을 받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잖아요."

여자가 그를 따라 침대에서 나오자 남자는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조심 발을 떼어 침대 옆에 있는 요람을 향해 걸어갔다. 요람 안에는 백옥처럼 새하얀 피부의 아기가 곤히 잠들어있었다. 달빛이 아기의 얼굴을 비추자 아기의 피부가 더욱 새하얗고 아름답게 빛났다. 남자는 요람 옆에 무릎을 꿇고 아기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걱정 마시오. 지금 당장 줄 것은 아니야. 왕관으로 만들어서 소중히 보관해야지. 나중에 우리 딸이 자라서 대관식을 치를 나이가 되면 그 때 정식으로 수여할 생각이오." 남자는 여자에게 팔짱을 끼고 가까이 끌어당겼다. "당신 몫의 보석은 둥근 것이 브로치로 만들면 딱 좋겠군. 어떻게 생각하오?"

"정말 좋은 생각이예요. 분명 우리 아기도 기뻐할 거예요." 여자는 손을 뻗어 가만히 아기의 뺨을 쓸었다. 매끄럽고 보드라운 피부의 질감이 손끝에 느껴졌다. 남자는 미소를 띠며 아기를 바라보는 여자의 얼굴이 어딘가 슬퍼보인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여자가 직접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여자는 무언가 걱정거리나 슬픈 일이 있으면 곧바로 남자에게 털어놓곤 하지만, 혹시라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주제일지도 모르니까.

"자라서 대관식을 치를 나이가 되면.... 이라." 예상대로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나 여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남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 아이가 다 자라날 때까지 우리가 살아있을 수 있을까요?"

남자는 여자의 말에 놀라 눈을 크게 뜨고 꿈뻑거렸다. "갑자기 그것이 무슨 소리요? 부인, 우린 아렌델의 국왕 부부요.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감히 우리의 목을 노린단 말이오? 거기에 믿음직스러운 아렌델의 수비대가 저 문 밖에 버티고 서 있는데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겠소?"

남자는 창문 밖을 가리켰다. 녹색 옷을 입고 긴 창을 든 아렌델 수비대가 성벽 위에 일렬로 정렬해 땅거미가 진 지 오래되어 시커멓게 물든 하늘 저편을 매와 같은 눈길로 노려보고 있었다. 남자는 매일 시찰을 나설 때마다 마주치는 수비대 구성원들의 눈동자 하나하나에서 오래 전 잃어버린 친구 매티어스 중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매티어스 중위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몸은 강철과도 같이 잘 단련되어 있었고, 그들의 마음은 아렌델 황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비대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남자는 마음에 위안을 찾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지만, 여자는 그러지 못했다.

"언제건 사고는 일어날 수 있잖아요. 가령 발을 헛디뎌서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거나, 암살을 당한다거나, 바다를 항해하다가 배가 침몰한다거나... 아렌델 수비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여자는 남자의 어깨에 가만히 머리를 기댔다. "난 두려워요, 아그나르. 혹시라도 우리가 엘사를 두고 떠나는 일이 생길까 봐. 우리가 떠나면 엘사는 어떻게 하죠? 우리 엘사가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홀로 견디죠?"

"이두나, 엘사는 잘 해낼 거요." 남자는 여자의 손을 꼭 쥐었다. "우리가 그 때까지 엘사의 곁에 있을 테니까. 옆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우리가 잘 가르치면 되오. 설령 우리가 곁에 없다 해도 자랑스런 아렌델 왕가의 피를 이 아이도 물려받았으니 어떤 고난이든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오. 나의 아버님께서 그러했듯, 할아버님께서 그러했듯, 그리고 아렌델의 선대 국왕들이 그러했듯 말이오."

"그렇...겠죠?"

"우리 딸아이를 믿으시오, 이두나. 엘사의 미래는 밝아. 난 느낄 수 있소."

물론 이것은 거짓말이었다. 남자도 여자도 이미 아기가 지닌 마법의 힘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아기가 기분이 나빠서 울 때면 누워있던 요람이 통째로 얼어붙었고, 기분이 좋아서 웃으면 방 안에 갑자기 눈송이가 내리고는 했다. 처음으로 아기가 지닌 마법의 힘을 목도하던 날, 신하들도, 시종들도, 집사 카이도, 심지어는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보이지 않는 아렌델 수비대의 노장 라그나르 장군마저도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놀랐다. 다행히 이들 중 아기를 괴물이라며 손가락질하거나 뒤에서 수군대는 괘씸한 자들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부부는 그 날 사람들의 얼굴에 떠오른 경악의 표정을 빠짐없이 기억했다.

오래 전 세계 어딘가에는 별의별 괴상한 이유로 마녀로 몰려 억울하게 불타 죽어간 여성들이 매일같이 생겨나곤 했다는데, 진짜로 마법의 힘을 지닌 이 아기가 배척당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어디에 있을까? 인심 좋고 인정 많다고 소문난 아렌델 국민들도 이렇게 까무러치듯 놀라는데, 다른 나라들이 딸아이가 지닌 힘을 보고 기회다 싶어 마녀로 몰아세워 해치려 하지는 않을까? 그 과정에서 죄없는 국민들이 희생되기라도 하면? 아렌델이라는 나라 자체가 위태로워져 그동안 국민들과 함께 쌓아온 소중한 삶의 가치들과 행복들이 국가와 함께 한순간에 무너져내린다면?

아니, 그럴 일은 없다. 아렌델의 국왕들은 이미 수차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왔다. 내 딸이라고 못 할 리는 없다. 내 딸아이는 훌륭한 군주가 될 것이다. 마법이건 저주건 그 무엇도 내 딸을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 나는 내 딸을 믿는다. 아니, 믿어야만 한다. 이 모든 것이 현실을 목도하면 일순간 허공에 흩어질 공허한 약속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남자는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세뇌를 걸듯 몇 번이고 되뇌었다.

여자는 남자의 얼굴에서 지나칠 정도로 확고한 믿음을 느꼈다. 그러나 이 모습은 여자에게는 오히려 불안함으로 다가왔다. 언젠가 이 꺾이지 않는 신념이 무거운 짐으로 돌변해 딸아이를 짓누르지는 않을까, 남자가 스스로에게 내리치는 가혹한 채찍이 그대로 딸아이의 등에 닿아 그녀를 아프게 하지는 않을까, 여자는 마음 속에서 한가득 쏟아져나오는 걱정을 감출 수 없었다. 두 남녀는 그렇게 한동안 새근새근 잠든 아기의 요람을 내려다보았다. 두 사람은 아이의 미래에 대해 서로 너무나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기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모두 같은 감정을 담고 있었다.

애정.

두 사람이 똑같이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요소들 중 하나였다.

"첫 번째 생일 축하한다, 엘사."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프레이야 여신처럼 아름다운 내 딸아, 네가 이 보석이 박인 왕관을 수여받는 날, 온 아렌델에 너의 이름이 울려퍼질 것이야. 고난이 닥칠 때마다 용맹하신 토르 신의 기개가 너와 함께하기를."

"부디 오딘 신의 외눈이 너를 굽어살피시어, 로키의 사악한 장난이 너에게 닿지 않기를." 다음으로 여자가 입을 열었다. "우리 딸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맙구나.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설사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 해도, 엄마 아빠의 마음은 언제나 너의 곁에 있을 거야."

남자는 또다시 한참 동안 말없이 아기를 바라보다가 요람 가까이에 있는 작은 탁자 위에 두 개의 푸른 보석을 올려놓고 침대로 들어가 이불을 덮었다. 여자도 바로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너나 할것 없이 서로를 꼭 끌어안고, 미래의 걱정을 뒤로 한 채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언젠가 이 모든 걱정거리를 해결할 날이 오기를, 함께 웃을 수 있는 내일이 오기를 바라면서.



그날 밤 두 개의 푸른 보석들 중 하나가 투명한 눈으로 소리없이 엘사를 노려보고 있었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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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싶어서 쓰는 스토리임. 반응 얼마나 얻을지 보고 싶어서 올려본다.

크로스오버라 배척?당할 거 염두에 두고 올리는 거임. 비평이건 칭찬이건 자유롭게 써줘


참고로 커플링 그런 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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