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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정령살해자 - 16화: 대혼란

한-스-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11.11 00:00:55
조회 613 추천 2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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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icaUM

 

 

 

다음 날 새벽, 얼음 옥좌의 정문 앞.

양손에 각각 염귀의 망치와 뇌신의 보검을 든 아크다르는, 마치 그곳에 있지 않은 문지기를 경계하듯 전투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당연한 것이다 이방인이 정문 코앞까지 도달했는데, 문지기가 없을 리가 없으니까.

크오오오오오오오오오-!!!!”

천지가 무너질 듯한 괴성과 함께, 사피론의 뼈만 남은 거체가 입구 앞에 쌓인 눈을 흩어버리며 감춰져있던 모습을 드러낸다 몸은 침입자를 발기발기 찢어버리라는 주인의 의지를 담아, 눈빛은 자신의 은인을 알아보는 당혹감을 담아.

어리석구나, 인간아!” 일갈하는 사피론의 분노는, 그에게 맞서는 인간보다는 그를 막아야 하는 자신을 향한 것으로도 보였다. 죽으러 온 것이냐? 여기서 널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다! 내 숨결에 먼지가 되기 전에 냉큼 사라져라!”

그럴 순 없소,” 단호하게 말하며 자세를 취하는 아크다르. “동장군은 내게서 양보할 수 없는 것을 빼앗아 갔소. 이둔을 이곳에서 되찾겠소…… 그리고 그대는 나를 도울 것이오.”

할 수만 있다면 나도 그러고 싶다!” 마구 날뛰는 몸을 필사적으로 억제하면서 외치는 사피론. 하지만 불가능해……! 지금 당장 널 찢어죽이지 않는 것도 앞으로 5초다! 부탁이니 그 안에 도망쳐라! 날 은혜를 원수로 갚는 쓰레기로 만들지 마!”

절대로 죽지 않아!” 두 발에 힘을 주며 받아치는 아크다르. 이제 조금만 더……! “난 이제 아렌델의 왕이오. 내 나라와 백성을 위해, 이 이상한 겨울을 끝내겠소. 할 수 있다면 당신의 영혼 역시 풀어주고 싶소!”

……!” 그 말이 어지간히 놀라웠는지, 아주 잠깐 동안 사피론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 반동이 나타나기 전엔. 으으윽, 젠자아아아아아아앙…….! 내게 그런 헛된 희망을 안겨주지 마라, 인간! 이후 저지를 내 죄악이 더욱 괴로워질 뿐이다……!”

난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아!” 마치 고룡의 괴로운 포효에 도전하는 듯한 아크다르의 고함. “이둔도, 아렌델도, 당신도, 아무 것도! 그 각오를 인정해 주시오, 사피론!”

크으윽…….”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던 사피론의 움직임이 일순간 멈췄다. 너무 늦었다, 인간! 이번에야말로 도망쳐라아아아아아!”

절망에 감싸인 포효와 함께, 사피론의 아가리가 벌어지며 엄청난 얼음의 파도가 아크다르를 덮친다

역시 죽어서도 용이라고, 그 속도는 어마어마하다. 온 다리의 힘을 동원해 옆으로 뛰는 아크다르지만, 그걸 또 놓치지 않고 사피론의 거체가 발톱을 세우고 달려든다-!

……. 계획대로.

파비, 지금이오!”

아크다르의 외침과 함께, 갑자기 사피론의 발밑에서 얼음을 깨트리며 거대한 바위의 손들이 마구 튀어나온다-!

우오오오오오오오, 이건 뭐냐-?!” 설마 함정에 빠질 거라고는 예상 못했는지, 당황한 외침과 함께 수십 개의 바위손에 제압당해 짓눌리는 사피론. 이건…… 바위 트롤의 주술?”

잡았습니다, 국왕 폐하! 이 틈에 입구로!” 땅 속에 숨어있다 이제서야 모습을 드러낸 파비가 외친다. 딱 봐도 젖 먹던 힘까지 전부 쓰고 있지만 그래도 정령왕의 부관을 붙잡는 데에는 역부족인 모양이다.

소용없어! 이런 걸론 날 10초도 채 못 잡는다!” 지체없이 얼음 옥좌의 입구로 달려드는 아크다르 뒤에서 사피론이 외친다 뒤돌아본 아크다르의 미소를 보기 전까진.

그럼 10초 뒤면 날 쫓아 이 안으로 난입하시겠다는 소리로군?”

한순간, 사피론의 뼈만 남은 얼굴에 경악이 스쳐간다 그것이 경탄으로 바뀌기 전에는.

그래…… 그런 거였나,” 다시 입을 여는 고룡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웃음이 섞여있었다. 보기보단 잔머리가 돌아가는구나, 인간; 이 나를, 앞지를 수 있겠나?”

죽을 힘을 다해 달려보겠소,”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는 아크다르. “너무 무너트리진 말아주시오? 안에 사람들이 다치면 내가 곤란하니까.”

약속은 못한다, 애송이; 네가 알아서 지켜라!” 사피론의 호쾌한 웃음과 함께 파비의 바위손들이 콰직 하고 부서진다-! , 추격전을 시작할까, 인간! 오랜만에 마음껏 날뛰어주마!”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그대로 얼음으로 이루어진 복도 안으로 박차고 들어가는 아크다르. 그리고 계획한 대로, 박력 넘치는 포효와 함께 사피론이 그 비좁은 요새 안으로 몸을 내던진다-!

 

***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방금 무슨 소리였죠……?” 갑자기 얼음 옥좌 전체에 울려퍼진 굉음에, 당황하며 외치는 이둔. 옆에 같이 수갑이 채워진 얀센을 보니 그녀는 웃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렌델의 새 국왕 폐하께선 꾀주머니인 듯 하군요,” 바람이 전하는 소식을 들으며 기뻐하는 폭풍의 신관. “방금 아크다르 님께서 난입했습니다; 사피론이 자신을 공격하도록 걸린 잭의 주박을 역이용했군요.”

“?” 이해하지 못한 이둔이 다시 물으려는 순간

쿠우우우우우우우우웅

더 뛰어라, 인간! 그래가지고서야 잡혀 버릴거다!” 저 멀리서 울리는 목소리는…… 사피론? 하지만 이전의 그 비통한 울부짖음이 아니야…… 오히려 즐거워하는 것 같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으아앗!” 느닷없이 충격음과 함께 온 성채가 지진이라도 난 양 흔들린다-! 그 바람에 천장의 일부가 조금 무너져 내려 이둔의 시야에서 얀센을 가려버린다. “얀센! 괜찮아요?”

챙그랑

괜찮은 정도가 아니랍니다,” 진동이 잦아들자, 그곳에 서있는 건 무너지던 얼음 파편을 이용해 족쇄를 깨트린 얀센이 있었다. “, 어서 당신의 족쇄도-“

아뇨; 당신은 이대로 아크다르를 찾아주세요,” 갑자기 든 생각에 그녀를 만류하는 이둔. “지금, 잭이 없는 틈이 기회에요. 가서 아크다르에게 제 위치를 알려주세요.”

괜찮겠습니까?” 걱정스레 물어보는 얀센.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제 마법으로 이 수갑을 풀 수 있을 텐데-“

그럴 시간 없다는 것쯤, 당신이 제일 잘 알겠죠?” 애써 강한 척 웃어보이는 이둔. “, 어서. 이대로면 탈출하기 전에 이곳이 먼저 무너져요.”

“…… 알겠습니다.” 그 말 한마디와 함께, 발에 날개라도 달린 듯한 기세로 얀센은 방에서 이탈한다 마침 방이 무너지면서 문도 부서진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사피론이 난동부리는 소리에 곁들여 맹렬한 폭풍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얀센, 무사했군!”

활기찰 정도로 깽판을 치는 사피론을 피해다니던 아크다르가 얀센을 만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글거리는 얼음 정령들을 망치와 보검으로 박살내고 갇혀있던 다른 여자들(도대체 얼마나 잡아 가둔거야, 잭 녀석……!)을 풀어주던 도중, 여기저기 강풍을 일으키며 혼란에 일조하고 있던 바람의 신관과 마주친 것이다.

제가 온 길을 따라가십시오; 이둔 님은 거기에 있습니다!” 소리치며 바람 같은 발걸음으로 뒤쫓는 정령들을 따돌리는 얀센. “남은 여자들은 제게 맡기십시오. 당신은 서둘러 이둔 님 곁으로!”

고맙소!” 무슨 말이 필요하랴, 저 멀리서 (몸이 벽이 끼는 바람에) 아직도 날뛰는 사피론과 날아다니는 얀센을 뒤로 하고, 발에 불이라도 붙은 기세로 진격하는 아크다르. 조금만 기다리시오, 이둔. 내가 곧……!

얀센이 탈출한 방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한바탕 폭풍이 몰아친 듯이 반파된 방이 하나, 그리고 그 안에는 얼음 수갑으로 벽에 묶여있는 이둔의 모습이 있었다.

이둔……!” 그토록 강한 마음을 지닌 그녀가 이리 힘없이 있는 걸 보고 가슴이 아려오는 아크다르였지만,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미소가 번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미안하오. 내가 약한 탓에 이런 꼴을……”

아뇨; 당신이 강한 탓에 이렇게 구원받았는걸요,” 멀쩡한 척 하면서도 젖은 눈가를 가리지 못하는 이둔. “, 이제 절 풀어주세요; 얼마나 잭에게 큰 엿을 주었는지, 제 눈으로 한 번 보고 싶네요.”

, 그건 나도 내 귀로 한 번 듣고 싶은 걸.”

그 순간, 두 사람만 있어야 할 방에…… 들려선 안 되는 목소리가 들렸다.

……” 신음하듯 중얼거리며 아크다르가 뒤를 돌아보자 그곳엔, 어지간히 당황했던 건지 머리까지 산발이 되어있는 동장군이 서있었다.

어디 들어볼까……. 내 집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인지.”

*********************************************************************************************************************************************************

방심이 버릇인 사람의 문제가 뭔지 알아? 한번 빅엿 먹은 거로는 정신을 못차린다는 거지. 그리고 방금 잭은 엿을 겁나 큰 걸로 하나 처먹었고.

자,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잭과의 대치 - 이번 리매치는 과연 어떻게 될지, 다음화를 기대하세요.

계속 말하지만, 정령살해자는 20화로 연재 종료 예정입니다. 이후 좀 쉬고 바로 속편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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