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나를 싫어한다

그래서 나도 여자를 싫어한다
하지만 나를 싫어하는 여자는

나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다


기억 나는게 있다면 기껏해야

자리 바꿔달라고 한거 거절하니까 뒷담 까거나

머리 자른 다음날 옆에 지나가니까 씨발이라고 중얼거린 정도

그뿐이다

여자들은 나를 투명인간처럼 대했지만 난 오히려 그게 편했다

적어도 나한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다

그런데 남자는

적어도 내 기억속 남자는 그렇지 않았다

성장기 남자들의 본능인지 몰라도

그 시절의 남자 애들은

남들보다 강해 보이고 잘나 보이려고 뭐든지 하는 것 같다

무시는 기본이고

사람들 앞에서 조리돌림 하고

괴롭히고

꼽주고

은근슬쩍 따돌리고

때리고

물건 던지고

침뱉고

욕하고

악수하자고 하면서 손 비틀고

학원 숙제 보여 달라고 때리고

그중에서 특히 여자애들 앞에서 잘 보이려고


나 같이 만만한 놈들 괴롭히고 놀리는건 정말 참기 힘들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척 쿨한척 웃으면서 넘겼지만

솔직히 기분은 참 비참했다

그렇게 6년을 보내니

웃상이었던 인상은 점점 굳어가고

사회성도 떨어지고 (전학 오기 전의 나는 제법 친구가 많았다)

성적도 내려가고

아무튼

내 인생을 망쳤다고 할 수 있는 성별은 언제나 남자였다

애초에 여자는 아예 관계조차 없었고

그때 소원이 있었는데

딱 한번만이라도 동등한 관계의 친구를 사귀고 싶다

이거였다

어느쪽도 위도 아래도 아닌

말 그대로 동등한 관계

친구

쓰다보니 말이 딴대로 새네

아무튼 난 그래서 남자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