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뇽. 내년에 엿국으로 유학가게 된 뉴비야.


  난 그냥 공부가 재미있어서 계속하려고 하거든.
  나이먹고 부모님께 부담 드리기 싫어서 취업하려다가 연초에 좋은 장학제도가 있는 걸 알았어.
  그래서 시험 몇번 치르고 박사과정까지 생활비와 학비를 어느정도 보장 받아, 운이 좋게 공부를 계속하게 됐어.
  그런데 석사로 유학 간다니까 친인척들이 계속 열심히 해 교수되라며 압박을 주네.


  나라고 공부하면서 주변사람들 돈 빼쓰며 신선놀음 하려는 건 아니야. 
  그냥 좋은 논문 꾸준히 쓰고 여기저기 출강해서 생활비 충당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거지.
  먹고 쓰는데 크게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몇 억을 쥐어준대도 공부 말고는 달리 하고 싶은 게 없어.
  뭐 그렇다고 식음전폐해 가면서 공부하는 성실한 종자는 아니지만, 일단 책 보면서 궁리하고 있을 때가 가장 즐겁다는 거야.


   그래서 그냥 조용히 공부하면서 살자는 건데 왜 다들 교수교수 하는건지 돌아버리겠어.ㅠ
   매일 책보고 좋아하는 일 하다가 인생 마감하자고 진학하는건데 왜 그런 험난한 목표를 들이대서 괴롭히는거지?  
   학부 졸업까지 주변의 보이지 않는 기대에 치여서 스트레스 받고 살았는데,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더니 또 시작인가봐 ㅠ; 


   솔까 주변에 피똥-_- 싸면서 공부하는 사람들 많지만, 박사 마친다고 교수하는 거 아니던데 말이야.
   국내외 최고학부 나오고, 그냥 말만 나눠봐도 비상함이 느껴지고, 논문 읽으면 감탄사가 나오는 사람들도 자리가 안나면 사십 가까이 정교수 못 되는 케이스가 수두룩한데...
   교수하라는 사람들한테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교수 안 될거면서 공부하는 건 헛짓이라는 소리를 하시더라고. 
   어떤 \'여자친척\'분은 여자가 나이먹어서 구질구질하게 그러고 지내느니 공부 적당히 하다 시집이나 가는게 낫대=_=
   대학 등록하러 가는날, 여자가 시집도 못가게-_- 서울대를 왜 가냐며 이대가 최고라고 하시던 그분...
   물론 난 그 말 듣자마자 제대로 물어뜯어 드렸지만, 그래도 상처는 남았어;;
   그리고 경험상 보건데, 저분이 하시는 말이 평범한 주위 사람들 생각을 잘 반영하더라고. 그걸 아니까 점점 저분 말이 무시가 안되네. 
   무시하려고 해도, 엔간한 주변 사람들이 내 얼굴만 보면 그 소리를 하니  은근 소심한 내가 또 그런 기대에 끌려다니게 될까봐 걱정이 돼.


   사실은 벌써부터 마음이 흔들려. 
   꼭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있어서 학부전공이랑 딱 맞지 않는 연구과를 선택했는데 이게 실수였나 하면서 안절부절 하게되고. 
   장학금 면접때 연구계획서 보고 줄창 까던 교수님 말씀이, 그때는 무시했던 말씀이 계속 머릿속에서 메아리 치고.
   내가 진짜 철이 없는건가, 지금이라도 맘 돌려서 현실적으로 돈이 되는 진로를 잡아야 하나 하고 고민되고.


  월요일이면 유학 전에 비상금 좀 마련하려고 지원한 아르바이트 2차 시험도 보러가야 하는데, 갑자기 모든 걸 때려치워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막 사람들이 밉다가도 또 내가 철이 없는건가 싶기도 하고... 힘들다 정말.


  여기 이렇게 글 길게 쓰면 아무도 안읽는다는 건 아는데, 그냥 벽 보고라도 주절거리고 싶어서 글 썼어.
 

  PS: 끝까지 다 읽은 횽 있으면 하나만 물어볼게. 
        이상론을 다 접고 보면, 내가 정말 바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