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뉴욕의 러시안 티 룸에서 먹은 비프 스트로가노프

Nitr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8.20 06:39:48
조회 2868 추천 34 댓글 9
														


viewimage.php?id=2bb2df22&no=24b0d769e1d32ca73fed87fa11d02831d60f24b7b88547ae241c932217c4f736d182f125886147076e8bfab5fa1b36fc21c00273a31aa05ed2a8a7


어떤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 온 레스토랑이라면 그 세월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도시 뉴욕에서 90년 넘게 영업을 하고 있으면서 여러 유명인사들의 단골 가게였던 러시안 티 룸도 그 예라고 할 수 있지요.


브로드웨이에 가깝게 위치한 덕에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언론계의 거물들이나 정치가들이 모이는 장소로도 명망높은 곳입니다.


뉴욕 타임즈에서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다 보면 유명인을 구경할 수 있는 장소"로 모티머스, 일레인스와 함께 이 러시안 티 룸을 꼽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고층 빌딩 사이에 끼어 있는 낡은 건물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밝게 빛나는 춤추는 곰의 조각이 눈에 띕니다.


viewimage.php?id=2bb2df22&no=24b0d769e1d32ca73fed87fa11d02831d60f24b7b88547ae241c932217c4f736d182f125886147076e8bfab5fa1b36a1cf16b3a68a86afaa033bdb


레스토랑 내부의 모습은 굉장히 고급스러우면서도 화려합니다. 


붉은 가죽과 금색의 조합이 만들어 내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마치 제정 러시아 시대에서 가져온 건가 싶기도 할 정도네요.


여기에 더해 벽에 걸려있는 그림들과 사모바르(러시아식 찻주전자)가 한층 더 운치를 더합니다.


게다가 금색 천장은 실제로 24k 골드를 발라서 만들었다고 하지요.


viewimage.php?id=2bb2df22&no=24b0d769e1d32ca73fed87fa11d02831d60f24b7b88547ae241c932217c4f736d182f125886147076e8bfab5fa1b36afee612800929af6795b1d3f


기본 셋팅. 식전빵과 버터는 뭐 그냥 평범합니다.


이 정도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레스토랑이면 식기도 그에 맞춰 러시안 티 룸 로고가 박힌 전용 접시를 사용할법 한데,


의외로 평범한 접시라서 좀 실망이 되기도 했네요.


viewimage.php?id=2bb2df22&no=24b0d769e1d32ca73fed87fa11d02831d60f24b7b88547ae241c932217c4f736d182f125886147076e8bfab5fa1b36a06a81862a847be0684e3437


첫 번째 코스는 러시안 티 룸의 시그니처 메뉴 중의 하나인 보르시(Borscht). 


고기 육수에 각종 채소를 넣어 만드는 러시아식 수프와 찌개 중간 쯤 되는 음식입니다.


붉은 색은 비트 피클을 주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나오는 색깔. 


그래서 토마토 수프 생각하고 먹다 보면 훨씬 더 부드럽고 산뜻한 맛에 놀라게 됩니다.


워낙 러시아 대표 음식 중 하나로 취급될 만큼 유명한데다 집집마다 레시피도 달라서 맛이 천차만별인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굉장히 맛있는 보르시였네요. 


하지만 맛있다고 느낀 건 여기까지.


viewimage.php?id=2bb2df22&no=24b0d769e1d32ca73fed87fa11d02831d60f24b7b88547ae241c932217c4f736d182f125886147076e8bfab5fa1b36fb9d9455f26222d904a84ebd


비프 스트로가노프.


러시아 귀족 스트로가노프 백작의 요리사가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지요.


샌드위치도 그렇고 스트로가노프도 그렇고 왜 요리사 이름이 아니라 고용주 이름이 붙는지는 의문이네요.


듣기에는 그럴 듯 해 보이는데 알고 보면 크림 소스에 소고기와 양파를 요리한 거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선 트러플 크림 소스를 사용하고 파스타를 곁들여 냈습니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보르시에 비교하면 그냥저냥 무난한 수준의 비프 스트로가노프입니다.


어지간한 러시아 레스토랑 가도 다 이 정도는 하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네요. 


viewimage.php?id=2bb2df22&no=24b0d769e1d32ca73fed87fa11d02831d60f24b7b88547ae241c932217c4f736d182f125886147076e8bfab5fa1b36a8ebc4214b1f18ab84c157e6


또 다른 시그니처 메뉴, 차르의 골드 파르페 (Czar's gold parfait).


레스토랑 위크 메뉴에는 포함이 안 된 요리라서 일부러 추가금 내 가면서 주문했는데!


완전 대 실망.


식용 금가루는 여기저기서 워낙 많이들 사용하는 까닭에 80년대라면 모를까 지금은 그닥 화려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아몬드와 초콜렛 소스의 맛도 평범하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용서가 안 되는건 누가(Nougat) 크림. 맛이 있다 없다를 떠나서 무슨 극저온 실험실 냉동고에 넣어놓기라도 한 것인지 돌덩이처럼 딱딱합니다. 스푼으로 떠 먹기는 커녕 포크와 나이프로 썰어 먹지도 못 할 정도.


몇 번 시도하다가 식기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이러다 접시 깨먹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지간히 녹을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렸네요.


예전에 오레올(https://blog.naver.com/40075km/221577339206)에서는 녹은 아이스크림 때문에 분노했는데


여기서는 정 반대로 너무 꽝꽝 언 아이스크림 때문에 어이가 없어집니다. 


물론 시대가 바뀌면서 어떤 요리는 요즘 사람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프랑스 궁정 요리를 그대로 재현해서 만들면 요즘 사람들 입맛에는 향신료를 퍼부은, 너무 강한 맛의 요리 투성이가 될 거라고도 하지요.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손님이 손도 대지 못할 정도로 딱딱하게 굳은 디저트를 내놓는다는 것은 고금을 막론하고 요리사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부터가 안 되었다는 뜻입니다.


중간에 가게 주인이 바뀌면서 평가가 거의 수직으로 추락했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소문을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었네요.


이제는 식당이 아니라 관광 명소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게 분위기는 좋으니 가끔 애프터눈 티나 마시면 괜찮을 것 같네요.

추천 비추천

34

고정닉 6

3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공지 기타음식 갤러리 이용 안내 [1697/1] 운영자 06.02.24 340383 167
3250798 ㅇㅇ(118.235) 19:48 6 0
3250797 닭갈비 볶음밥 [2] 디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47 15 2
3250796 김민경 남친 ㅇㅇ(39.7) 19:45 12 0
3250795 양평해장국 남은거 [2] ㅇㅇ(211.244) 19:42 18 0
3250794 망고스틴 [2] 기갤러(106.102) 19:33 31 0
3250790 디씨가 엠생인 EU 기갤러(106.102) 19:19 57 3
3250789 렌틸 요리했어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6 50 2
3250787 베르디 기갤러(106.102) 19:14 26 0
3250786 어제 야식 경진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12 46 1
3250785 욕붕이 친오빠 ㅇㅇ(39.7) 19:11 53 3
3250783 도미노 뭐 먹지? [7] 경진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9 59 0
3250782 일산 만날 여갤러 있어? [5] 방순일(106.102) 19:01 52 0
3250781 도미노 50퍼 할인하네 [2] 경진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1 59 2
3250780 상디가 만든 요리 ㅇㅇ(118.235) 18:57 38 1
3250778 피자 스파게티 이렇게 먹으면 괴식인가요? [2] ㅇㅇ(211.195) 18:56 54 1
3250777 내장탕 vs 막창국밥 정식 [2] 경진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55 39 0
3250776 돼지 너무 싸발적 ㅇㅇ(211.246) 18:55 17 3
3250775 피자 위에 파스타 뿌려 토핑 비스무리하게 해서 먹으면 괴식임? [1] ㅇㅇ(211.195) 18:53 15 0
3250774 닭갈비 멍는다~ [12] 디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51 78 2
3250770 돈까스 찍어 묵는거 ㅇㅇ(124.195) 18:40 18 0
3250769 스넥면 마시써땅 ㅇㅈㄹ 기갤러(42.82) 18:38 30 5
3250767 뒷고기 머꼬옴 [1] 햄모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1 64 3
3250764 술안주 추천받는다 [4] ㅇㅇ(221.148) 18:19 38 0
3250760 저녁은 라면먹음 스낵면 [5] 욕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1 103 6
3250758 너의 비밀 [4] 기갤러(106.102) 18:05 94 0
3250757 저녁먹는다 [1] ㅇㅇ(118.235) 18:02 86 2
3250756 저녁.jpg [1] 서울고통공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0 44 0
3250747 한결같은 [4] 늘처음처럼(106.102) 17:27 115 3
3250746 냠냠쩝쩝 닭봉 [4] 타원형플라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6 105 6
3250745 노보리베츠 - 타키노야 [12] 은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2 156 6
3250744 오늘의 커피 [5] ㅇㅇ(36.38) 17:12 111 2
3250743 냉면먹었긔 [10] 키와누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8 175 6
3250742 열무비빔면 단종 [11] 기갤러(106.102) 17:04 176 3
3250741 강남 - 쿄코코 [3] 음식킹(58.29) 17:03 94 1
3250740 기싸움좀 걸지마라 [8] 브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1 143 0
3250739 야채만 너무 먹지마라 [7] ㅇㅇ(117.111) 16:59 153 0
3250738 족발 왜케 비싸냐? [12] ㅇㅇ(175.206) 16:58 109 3
3250736 아이스홍시 7개정도 우유200ml정도 아후라마즈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3 24 0
3250735 악플 때문에 자살 했다는 이태원 압사 사고 생존자 ㅋㅋㅋㅋ ㅇㅇ(211.36) 16:52 115 2
3250734 우리동네 와플대학 창렬됐네 ㅋㅋㅋㅋ [1] 기갤러(106.102) 16:50 68 0
3250733 젊은애들이랑 일하는게 더 힘든거 같음 [2] ㅇㅇ(118.235) 16:50 102 0
3250732 매운 족발 앞다리로 하는 배달 프차없음? [2] 기갤러(112.155) 16:48 39 0
3250731 맛살 진짜 넘 맛있다ㅠㅠ ㅇㅇ(218.152) 16:46 23 0
3250730 어제 구운 삼겹살, 오늘 구운 두부, 엄마의 시금치된장국 [4] 버들가지(121.168) 16:46 95 3
3250729 야가다기붕이 무한으로 즐기는중 [6] 야관문MKl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43 119 7
3250728 메가커피 시발 하는거 좆같이 담아서 뭐라함 [3] 기갤러(106.102) 16:37 97 5
3250727 브런치 [3] 첨성대전문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34 117 5
3250726 저녁 뭐먹지 [1] 양날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31 31 0
3250724 교촌 허니콤보 [27] 정신나간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28 480 1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