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된지 2년째로 넘어가는 나는
문득 곧 다가올 새학기 전에 남는 기억을 만들고 싶었다.
무엇을 할까, 무엇이 하고 싶은가를 고민하다가 떠올렸다.
추억을 새로금 쌓기에는 많이 늦어버린 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새겨 보고 싶다.
그 때의 재미와 행복을 재현해보고 싶다.
그 시절에 한 낚시는 기억에 아직도 선명할 만큼 즐거웠다.
최소한의 지식만 유튜브, 디시로 알아보고
낚시용품점에서 눈탱이 맞을 위기들을 넘겨가며 총 세 곳의 낚시용품점에서 저렴한 민장대와 채비, 미끼를 구비했다.
저수지까지는 용품을 사느라 걸은 거리까지 포함해서 도합 7~8km 정도를 걸었다.
어릴 적에 아버지와 손잡고 이 저수지에 가서 낚시대를 띄우기만 하면 금새 블루길이 올라오던 추억.
그 추억들을 되새김을 통해 발에 생기기 시작한 통증을 무시하고 가빠진 숨을 내쉬며 걸음을 옮겼다.
오르며 기대했던 기억 속의 푸른 나무들과 넓은 저수지.
그 기대감이 무색하게도 걸음 끝에 언덕을 올라서 본 풍경은 메말랐을 뿐이었다.
그래, 내가 자세한 조사도 없이 온게 멍청했지.
낄낄 웃으며 벤치에 앉아서 물이 빠진 황량한 저수지(였던 것)을 허망히 바라보고 있자니
등산중이던 한 할아버지가 다가와선 손에 든 바게쓰와 낚시대를 보고 "상심이 많았겠네~ 허허.." 말을 거셨다.
뒤에서는 같이 산을 오르던 아주머니들이 "요기 물 빠진지 좀 됐는데~" 하며 추임새를 넣었다.
물이 다 빠진지 오래인 저수지에 보란 듯 낚시대와 통을 들고 온 나는 조금 부끄럽다고 느끼며 "네..뭐.." 하고 힘없이 화답했다.
조금 마음이 동하신걸까, 잠시 산을 오르던 걸음을 멈춰서고 고민하시다가 내게 한 저수지를 알려주셨다.
2km쯤 걸으면 보이는 캠핑장 근처의 저수지.
낚시하는 사람은 가끔가다 보았지만 누군가 고기를 낚은 것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곳을.
듣고선 생각했다.
한번 부딪혀 보자고 마음도 다잡고 나오지 않았나?
이렇게 된거 못낚아도 던져는 봐야겠다.
또 혹여 모르잖는가? 숨겨진 명당일수도.
그 말을 듣고선 인사를 드리고 가파른 언덕을
2km가량 더 올랐다.
운동이랑은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발바닥에 통증이 점점 생생히 느껴지지만 도착했다.
설 만한 자리를 찾고, 우여곡절 끝에 엉성하게 조립낚시키트를 초릿대에 묶고.
맞지 않는 길이도 괴상한 방식으로 어찌어찌 낚시대랑 길이를 맞춰서 물에 던질 수 있었다.
물이 깔끔해서 2m 앞도 보였다.
물고기가 보이는 걸 차치하고, 저수지에서 뭔가 튀어오르는 모션조차 보이지 않는다.
현재 생황에 대해 생각해본다.
낚는 난이도가 허접한 물고기인 블루길을 잡으려고 산
허접한 만원 민장대+허접한 이천원 조립낚시 키트
블루길이 있을리 만무한 아주 아담하고.. 맑은..저수지
직감적으로 물고기 담으려고 산 바게쓰는 의자 이상의 가치를 지니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
'...'
예측은 정확했고
지렁이는 조금도 손상이 되지 않았다.
두 시간 쯤 후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예상과 기대에서 크게 벗어난 하루였지만
낚시를 간다는 기대, 던지고 기다리는 설렘
그런 것들은 어느정도 그 시절의 감정과 맡닿아 있었고
어딘가 목마르던 마음은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바뀌어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
하지만 애석하게도 발바닥은 편하지 않았던 듯 하다. 15km쯤 빠른 걸음으로 걷고 나니 물집이 터졌다.
욱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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