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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을 정리하지 못하면 시작하기도 전에 진다.

나는 뼛소리를 내며 주먹을 한 번 가다듬고 순번을 정했다.

선봉은 신캐릭터 전훈으로,

나도 모르지만 상대도 잘 모를 것 같으니 탐색전으로는 전훈이 제일 적합할 거다.

그리고 기술 정도는 알고 있는 카스미를 중견으로.

전작의 주캐이자 니가와의 황제인 켄수는 대장으로 삼는다.

그리고 해보지도 못한 캐릭터 '바오'는 스트라이커로 돌리자.

킹오파 99에는 소소한 변경점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상대방의 캐릭터가 어떤 순서로 나오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일부러 보여줄 수 있지만, 그럴 필요도 없고 그 당시엔 그것도 몰랐다.

<맥시마의 기술, 베이퍼 캐논>

상대방의 선봉은 '맥시마'였는데 이 캐릭터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덩치도 크고 뭔가 갑옷을 입고 있으니 장거한 같은 파워캐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훈으로 만월참을 지르려는 순간 상대방 캐릭터의 우악스러운 펀치(베이퍼 캐논)이 전훈의 배때지에 깊숙히 박혔다.

약한 1/8 정도의 데미지와 함께 전훈은 구석 쪽으로 널부러졌다.

베이퍼 캐논에는 전작에서 테리나 쿄 등의 대공기에나 붙어 있던 가드포인트가 달려 있었다.

가드 포인트란 상대방의 기본기나 필살기 등을 1타에 한해 자동으로 가드하며 때리는 기술의 속성인데

99의 맥시마는 베이퍼 캐논 말고도 기본기, 날리기, 심지어 초필살기 등에도 이 가포가 달려 있어 

상대방은 빵빵한 가포를 믿고 공격을 마구 지르는 것이었다.

전훈은 발 한 번 제대로 뻗어보지 못하고 쓰러졌다.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장풍(겹쳐치기)와 공중 장풍, 멀리서 초겹쳐치기 초필을 통해 상대방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겹쳐치기는 코앞에만 판정이 나오는 기술이라 사실상 장풍이라기보다는

베니마루의 라이징겐(뇌인권)에 가까운 기술이었다.

상대방이 베이퍼 캐논으로 겹쳐치기를 씹어보려 했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빨리 장풍을 깔고 백점프 날리기 등으로 니가와 아닌 니가와를 시작했다.

베이퍼 캐논의 발동 자체가 어렵게 되자 맥시마는 갑자기 큰 몸을 이끌고 날아올랐다.

점프 후 공격 러쉬로 주도권을 빼앗아 보려는 듯 했다.

하지만 카스미는 본디 장풍 니가와 캐릭이 아니라 반격기 캐릭터.

나는 맥시마가 뛰어오르는 족족 반격기로 상대방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거기다 카스미의 반격기는 데미지가 베이퍼 캐논과 맞먹었다.

체력이 떨어진 상대는 초필살기 지르기를 시도했다.

'벙커 버스터', 맥시마가 몸을 공처럼 말고 수직으로 점프해

올라갈때 한 번 내려갈 때 한 번 판정이 나오는 초필이었다.

<장거한의 뚜띠(철구대압살)>

물론 당시에는 처음 보는 초필이었기에 나는 장거한의 '뚜띠'마냥

막으면 장땡이라 생각했고, 조용히 가드를 굳힌 채 반격의 타이밍을 기다렸다.

그런데, 맥시마는 내 카스미 뒤에 떨어졌고 역가드 판정이 남과 동시에 무지막지한 데미지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젠장할. 보자마자 앞으로 굴러야 하는건가?

상대에게는 아직도 2개나 되는 기 게이지가 남아 있었고 나는 하나뿐이었다.

둘다 빨피가 점멸되어 'MAX 초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

벙커 버스터가 한 번 더 나왔고 나는 앞으로 굴러 상대방이 떨어진 것을 확인 후 겹쳐치기를 사용했다.

장풍이 막혔다?

그렇다. 벙커버스터는 떨어진 다음에도 꽤 오랜시간 동안 '가드포인트''를 갖고 있었다.

한 마디로 떨어진 후에 반격하긴 힘들다는 이야기로군. '뚜띠'와는 완전히 격이 달랐다.

기 게이지를 가진 맥시마는 한 마디로 완전체인 건가?

초필을 여러번 가드한데다 내 체력이 상대방보다 낮았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상대는 시간 안에 쐐기를 박고 싶었는지 다시 한 번 벙커버스터를 발동했다.

맥시마가 공중으로 올라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오만 가지 생각을 했다.

초필살기 '초겹쳐치기'를 쓸까? 아니, 초겹쳐치기는 앞으로만 나가는 장풍이다. 뒤통수를 털릴 게야.

반격기? 반격기가 과연 저 무지막지한 판정의 초필을 이길 수 있을까? 어려워 보였다. 

방법은 정녕 없는 건가? 이제 맥시마가 떨어질 때가 되고 말았다.

어차피 이 판은 진 거나 다름없었다.

모 아니면 도로 간다.

반격기가 불안하니 반격 초필을 쓴다!

맥시마는 공중에서 허망하게 잡혀 지상으로 끌려내려온 후, 땅바닥에 처박히고 수도를 맞았다.

반격 판정이 성층권을 뚫는 모양이군. 어쨌든 성공했다.

상대방의 K역시 신캐릭터였지만

그도 뭔가 K에는 익숙하지 않은지 발기술 같은 걸 지르다가 쉽사리 리타이어하고 말았다.

이제 베니마루가 나올 차례로군...

3번에 베니마루를 냅둔 건 다 이유가 있을 거였다.

과연 상대는 베니마루에 상당한 내공이 있어보였다.

K2 오락실의 베니마루들과는 달리 기본기 견제를 통해 상대방을 빡치게 하는 스타일인데다가

카스미의 반격기도 너무 질러댔는지 읽혀만 가고 있었다.

심지어 그는 내가 반격초필을 쓰는 동안 가만히 기다렸다가 다가와서는

앉아 약발 세번에 이은 거합차기 연속기를 집어넣어 카스미를 쓰러뜨렸다.

결국 켄수까지 꺼내게 되는가...

그럼, 시작하자마자 니가와를 시작해볼까.

하단강킥 - 장풍이다!

하단강킥은 잘 나갔는데

??

괴상한 앞지르기가 나갔고 막히자마자 상대 베니마루에게 짤짤 거합차기 연속기를 맞았다.

아니, 장풍의 커맨드가 바뀌었나?

뭐냐. 장풍을 어떻게 쓰는거냐?

난전중인 것도 잊고 레버 위에 붙여진 기술표 중 켄수의 기술을 보았다.

새로운 커맨드는 하나도 없었다.

장풍만 있으면 되는데 장풍을 쓸 수가 없다니!

약속 약발이나 쫍쫍거리다 라이코겐(뇌광권)까지 맞은 나는 손쓸새도 없이 털려 버리고 말았다.

일 년 전 오락실에서 처맞고 질질 짰던 트라우마는 생각도 나지 않았다.

장풍, 시발 장풍을 내놔라!

2연패, 3연패...

오만 커맨드를 실험하며 손지랄 발지랄을 해 보았지만

나는 끝내 켄수의 장풍 커맨드를 발견할 수 없었다.

익숙치 않은 스트라이커는 불러낼 생각도 못했고

호주머니의 돈은 하염없이 줄어갔다.

냉정해져야 했다.

장풍 쓰는 법을 모르는 켄수를 하느니 여기서 속절없이 게임을 접는 게 나았다.

철권 태그... 아쉽지만 오늘은 널 할 수 없다.

지금 현재 내게 부족한 것은 정보. 

남은 돈으론 피씨방 30분을 하자.

바람의 나라고 레인보우 식스고 다 필요없다.

무조건 킹오파 사이트에 접속해서 켄수의 장풍에 대한 정보를 모은다!

설마 여기는 나와 있겠지.

켄수의 장풍 좆크다이야(초구탄)을 쓰는 방법이...

검색어는 '켄수 장풍'

'켄수 장풍 없어졌나요?'

'켄수 장풍 어디갔죠?'

등등의 글이 많았다. 전국의 켄수 유저들이 한번쯤 궁금해했을 사안이니 당연하겠지.

좋아, 맨 윗글을 클릭해본다.

댓글 : 켄수는 바오한테 용의 힘을 먹혀서 장풍이 안나가고 전질보가 나가게 바뀌었습니다.

이게 뭔 개소리야?

장풍이 아예 없어?

계속

와 오늘 짬내기 진짜 힘들었다

분량 적어서 미안

새벽에 다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