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영화이면서 그 흔한 명대사 하나 없이 실전에서의 그것과 가장 비슷하게 그려진 햄버거힐2.
짤방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얘넨 사이가 참 살벌함. 윈터스 같은 영웅도 없고, 사병은 장교에 대한 존경심도 없으며,
정찰임무 때 얼빵하게 소리 높이는 놈은 바로 싸닥션 맞고, 전우를 위험하게 하는 놈은 부하라도 바로 총 쏴서 죽인다.
혼자 살면 장땡이라는 주인공. 부하까지 죽이는 걸 서슴치 않자 동료들은 쓰레기 같은 놈이라 욕하고,
의무병은 그런 그에게 \'네가 다쳐도 내가 위험한 상황이면 안 도와 준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분대원들이 전멸했을 때 혼자서 살아 돌아 왔다는 것만으로 전역을 거절 당한 채
사병에서 중사로, 중사에서 중위로 속전속결 진급되서 다음 임무에 보내지는 상황 또한 극중 대사처럼 참 엿 같다.

요즘 BOB의 여파로 2차대전 당시를 그린 작품들을 하나 하나 찾아 보고 있는데,
그 중 햄버거힐2가 전우애와 드라마성이라곤 티끌만큼도 없는 메마른 실전 자체를 잘 표현해내고 있는 것 같다.
포탄에 맞아 고깃덩이처럼 찢긴 병사들의 시신을 보고 공포에 질린 장교가 숨어서 울부짖는 거라던가,
(데드우드의 주인공 보안관이 이 장교 역을 맡음) 하물며 고개 들고 총 쏘는 것조차 그들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200명이었던 분대원이 50명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독일군의 거센 저항을 맞닥뜨리는 건
그야말로 죽으러 가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영화 엔딩 부분에서 이런 글귀가 나온다.
[허트겐 포레스트 전투에서 2만4천명이 넘는 병사가 죽거나 부상 당했다.
오늘 날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무모한 전략에 의한 희생이었다고 말한다.]
미군만세나 영웅주의가 아닌 전쟁의 잔혹함과 무모함을 그려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