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CBS TV의 <빅뱅 이론></H2>

전통적으로 미국 영화나 TV 시리즈에서는 머리는 좋지만 사회성에는 젬병인 캐릭터를 ‘Geek’ (긱)이나 ‘Nerd’(너드)라고 한다. 이들은 주인공을 보조하지만 별반 도움이 안 되는 조연 캐릭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캐릭터들은 영웅이 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 캐릭터와 맺어지기도 거의 힘들었다.

그러나 요즘 이런 추세가 바뀌고 있다. 몇 해전 데뷔했던 CBS TV의 수사 시리즈 <넘버스>에 이어서, 07-08 시즌에는 CBS TV의 시트콤 <빅뱅 이론>과 NBC TV의 스파이 시리즈 <척> 등이 고정관념을 깨고 공부벌레 캐릭터를 주인공 내세웠다. 차이라면 <척>이 공부벌레지만 키도 크고, 어떻게 보면 잘생긴 듯한 배우를 주인공으로 쓴 반면, <빅뱅 이론>은 전통적인 공부벌레 외형의 배우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전형적인 너드인 셸든과 레너드(왼쪽), 그들의 새로운 이웃 페니.

<빅뱅 이론>은 과학자이자 룸메이트인 셸든 (짐 파슨스)과 레너드 (조니 캘레키)가 앞집으로 이사온 금발머리 미녀 페니 (캘리 쿠오코)와 친해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셸든과 레너드는 명석한 두뇌덕분에 어린 나이에 이미 박사학위를 가지고, 대학에서 연구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천재들이다. 반면 페니는 배우 지망생으로 공부와는 별반 친하지 않은 처자다.

삐쩍 마른 큰 키의 셸든은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고집을 부리고, 자신이 똑똑하다는 점을 늘 강조함은 물론 상대방이 멍청하다는 것까지 꼬집어 말하며, 이상하리만큼 여자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다. 평균 이하의 단신에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고, 코듀로이 양복을 자랑스러워 하는 레너드는 여자에게 관심은 많지만 도대체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 몰라 공부에만 전념하게 된 서글픈 경우라 할 수 있겠다. 이들 공부벌레들의 특징이 있다면, 공상과학 영화나 SF TV 시리즈의 팬이란 것. 레너드가 갓 이사 온 페니를 점심식사에 초대하자고 하자, 셸든은 “<배틀스타 갤럭티카> DVD를 보기로 하지 않았냐”고 화를 낼 정도다. 이에 레너드가 “이미 본 것 아니냐”고 하자, 셸든은 “아직 코멘터리를 틀고 보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셸든은 천재소년 데니스 김으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로 친구들에게 화풀이를 한다.

최근 에피소드 중에는 <예루살렘 이원성>(The Jerusalem Duality)과 <배트맨 과자단지 추측>(The Bat Jar Conjecture) 등이 눈길을 끈다. <예루살렘 이원성>에는 북한에서 구사일생으로 탈출했다는 천재소년 데니스 김이 셸든 보다 어린 나이에 대학에 스카우트되는 바람에 다른 프로젝트를 찾으러 다닐 수 밖에 없게 된 셸든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셸든은 그 스트레스로 인해 레너드는 물론 하워드와 라즈네시 등 친구들에게 히스테리를 부려 핀잔을 받는다.

<배트맨 과자단지 추측>에서는 과학 퀴즈쇼에 참가하려는 레너드와 친구들이 다른 멤버들에게는 기회를 주지도 않고 혼자서 모든 문제를 맞추려는 셸든을 팀에서 제명시키게 되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그려진다.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는 하워드는 시범문제를 맞추던 중 자기 전공 분야의 문제조차 셸든이 답변해 버리자 불평한다. 그러자, 셸든은 “그럼 내가 포유동물이니까, 인류학 문제는 내가 다 맞춰야 하겠네”라고 말해 왕따의 대상이 되고만다.

이번 시즌에서 ABC의 <사만다 후?>와 함께 좋은 시청률을 기록한 <빅뱅 이론>은 작가파업이 시작하기 전인 지난해 10월에 이미 시즌 전체가 방송 확정되었고, 지난 2월에는 시즌 2까지 모두 계약완료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