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3일부터 시작한 Sci-Fi 채널의 새로운 시리즈 <페인킬러 제인 (PKJ)>은 뉴욕타임즈가 리뷰에서 지적한 것처럼 상당히 매력적인 제목을 가졌다. 제목에서 암시하는 것처럼 이 시리즈의 주인공 제인 배스코 (<터미네이터 3>과 <L워드>의 크리스타나 로켄)는 과거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 <위치블레이드> 등의 TV 시리즈 주인공처럼 터프한 여성 캐릭터다.

<PKJ>는 동명 만화책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지미 팔미오티와 조 퀘새다가 95년 이벤트 코믹스를 통해 발간한 5권짜리 미니시리즈였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이 후 인기 만화시리즈 <퍼니셔>나 <뱀피렐라>, <헬보이> 등에 출연하면서 더욱 인기를 얻게 됐다고. 최근에는 다이나마이트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새로 발간된 후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Sci-Fi 채널은 <PKJ>를 엠마뉴엘 버거 주연으로 지난 2005년 12월 TV 영화로 제작했다. 이 영화는 원작 만화책과 크게 다른 스토리라인을 가져 만화팬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좋은 시청률을 얻어 TV 시리즈로 만들어지게 된 것. 시리즈는 영화에 비해 만화책에 좀 더 가깝게 이야기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결투 중인 안드레와 제인

연방마약단속국(DEA) 에이전트 제인 배스코는 폭력조직과 연관된 마약수사를 벌이던 중 총격전을 벌이며 혐의자들을 추격한다. 그러나 코너에 몰린 3명의 혐의자들은 모두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중 한 명은 자신을 “연방정부 수사원”이라고 밝히고, 제인에게 혐의자 중 하나가 자신의 얼굴과 다른 사람이 모두 같게 보이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자신의 말을 믿어달라고 호소한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던 제인은 자신이 보는 이미지와 다르게 그림자가 움직이는 혐의자를 사살한다.

제인에게 호소했던 남자는 극비 수사를 담당하는 연방 수사원 안드레 맥브라이드였다. 제인의 수사와 대처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은 안드레는 제인을 자신의 부서로 스카우트하려 하지만, 부서에 오기 전에는 무슨 일을 하는지, 이름은 있는 부서인지 조차 말해주지 않는 안드레를 따라가긴 무리다. 대신 제인은 상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안드레와 그의 극비 부서에 대한 리서치를 한다. 당연히 안드레는 물론 상부로부터 눈 밖에 난 제인은 반강제적으로 스카우트가 된다.

울버린에 버금가는 재생능력의 소유자, 제인

그녀가 처음 맡은 임무는 블렉마켓에 규격 미달의 약품을 판매한다는 혐의가 있는 대규모 제약회사 ‘보노텍’에 잠입하는 것. 제인은 이 불법행위를 제약회사의 고위층 중 신경학적 일탈현상을 보이는 (쉽게 말하면 초능력자) ‘뉴로’ (Neuro)가 조정한다는 프리핑을 받는다. 하지만 제인은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뉴로가 도대체 뭐야?”라며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그러나 제인은 곧 뉴로의 능력을 실제 경험하게 된다. 뉴로들은 보통 사람들의 외모를 가졌지만 각각 다양한 초능력을 소지한 것. 보노텍의 뉴로는 모든 사람들을 원하기만 하면 초능력으로 원격 조정할 수 있다. 신원이 드러나면서 뉴로가 조정한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던 제인은 40층 건물에서 떨어져 죽는다. (아니 주인공이 첫회도 아닌 파일럿에서 죽으면 어쩌자는 건가?) 다행히 제인 역시 초자연적인 능력의 소유자다. 특별한 정신적인 힘은 아니지만, 제인은 아무리 심하게 다쳐도 단 몇 초나 몇 분 안에 재생할 수 있다. 이로써 확실히 새 직장에 신고식을 치른 제인은 ‘뉴로’들을 생포해 이들의 능력을 중화시키고, 감시장치를 부착시키는 익명의 연방부서에서, 말하자면 ‘행동대원’으로 일하게 된다.

역시 제목에서 알 수 있겠지만, 아무리 신체가 완벽하게 재생된다고 해도 제인은 다치는 당시에는 보통사람처럼 똑 같은 고통을 겪는다. 그래서 다치리라 예상되는 일에는 나서기 싫다. 하지만 자신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 이를 악물고 앞에 나선다. 모두들 한번쯤은 다쳐봐서 알겠지만 작은 상처도 참 아프고 신경 쓰이는 일인데 이를 수십, 수백배로 증폭시키면 제인의 고통을 약간은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PKJ>는 지난 몇 주간 다양한 능력을 소유한 뉴로들을 소개했다. 어떤 이는 죽은 사람들을 좀비로 소생시키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지식을 빼앗거나, 복구, 또는 다른 이에게 옮겨 놓을 수도 있다. 이들은 자의건 타의건 간에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면서 보통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혀 수사의 대상이 된다. 제인과 부서원들은 맡은 일을 충실히 하지만, 뉴로들은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지닌 제인이 “왜 우리가 아닌 적을 위해 싸우는가”를 의아해 한다. 이는 제인 역시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로 남는다.

사격연습만 하지 말고 연기연습도 해주길.

<PKJ>는 이름만큼이나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시리즈다. <엑스맨>이나 <히어로즈>와 비슷한 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궁 무진한 ‘뉴로’들의 능력이나 제인의 활약상을 생각해 본다면 멋진 액션 시리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방영 중인 <PKJ>는 아이디어에 미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요소로 큰 빛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첫째는 <배틀스타 갈락티카>나 <유레카>를 제외한 기타 Sci-Fi 채널 프로그램들이 비난을 받는 것처럼, <PKJ> 역시 시리즈 자체의 프로덕션 수준이 무척 낮은 편이다. <배틀스타 갈락티카> 처럼 핸드헬드 카메라를 사용하기도 하고, 할리우드 영화 처럼 플래시한 점프 컷들을 많이 사용했지만, 어지럽기만 할뿐 엉성한 세트나 화면구성 등 전체적으로 낮은 프로덕션 수준을 커버해 주지는 못한다.

둘째는 연기다. 독자 중 크리스타나 로켄의 팬들이 있다면 정말 죄송하지만, 솔직히 로켄은 그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아니다. <PKJ>에서도 역시 빈틈이 많이 보이는 연기를 한다. 그렇다고 조연 배우들이 괜찮아서 주인공을 받쳐주지도 못하고, 대본 역시 도움이 안된다.

내가 여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여자 전사는 물론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들은 늘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혹시 모르겠다. <PKJ>도 좀 더 시간이 지나고, 캐릭터에 정이 붙으면서 나아지는 시리즈가 될지도. 하지만 현재로는 좋은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남기게 하는 \'미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