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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변호사의 비굴한 모습을 봤어요

운영자 2017.05.04 12: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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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변호사의 비굴한 모습을 봤어요

  

사무실 직원이 변호를 의뢰한다는 전화가 여러 번 온 사람이 있다고 했다. 전혀 기억에 없는 이름이었다. 그런 경우는 엉터리가 많았다. 사건을 선임할 것도 아니면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물건을 감정하듯 속칭 변호사를 저울질을 하는 사람들이다. 직원은 네 번 이상을 거절했는데도 계속 전화가 온다고 했다. 나는 그럴만한 가치를 가진 변호사가 아니었다. 법원이나 검찰에 있다가 바로 나와 직장 인맥으로 사건을 청탁할 수 있는 인연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것도 아니었다. 이제는 업계에서 오히려 뒷방 늙은이의 위치 쪽으로 가고 있었다.

“변호사님 계속 거절해도 단념하지를 않는데요?”

여직원이 내게 말했다. 신기했다.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게 거짓말이라고 해도 한번 만나볼 필요가 있었다. 상담시간을 정해 그를 오라고 했다. 눈이 부리부리하고 한 주먹 쓸 타입의 남자가 사무실을 찾아왔다.

“제가 여주에 있는 교도소에 있을 때 변호사님이 강연을 하러 찾아오셨어요. 그때 제가 수첩에 변호사님 이름을 적어 두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기억이 떠올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교도소장의 초청으로 사 백명 가량의 재소자들이 모여있는 강당 앞에 서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교도소 안은 어려서부터의 환경 탓인지 마음이 비틀어진 사람들이 많았다. 또 더러는 진짜 질이 좋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강단에서 내려다보니까 앞줄 접이식 철 의자에 앉은 몇 명은 팔짱을 끼고 삐딱한 자세로 앉아 ‘넌 어떤 입에 발린 소리를 할거니?’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들에게 정면으로 물었다. 

“여러분은 지금 이 자리에 왜 앉아 있습니까?”

그들은 대답이 없었다. 여기저기서 눈으로 쏘는 레이저 광선이 바늘같이 나에게 날아와 박히는 것 같았다.

“강사인 저는 말을 마치면 저기 담에 있는 철문을 지나 집으로 가서 가족과 따뜻한 음식을 먹고 마시며 즐거운 저녁을 보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이 강연이 끝나면 다시 어둠침침한 감방으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누구의 탓일까요?”

나는 정면으로 그들에게 바른 말을 해 주었다. 말을 듣는 대중에게 영합하고 싶지 않았다. 세상 탓 사회 탓으로 돌리면서 억지로 그들을 위로해 주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을 객관적로 볼 수 있을 때에야 참된 회개가 나타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얘기를 들었던 재소자 중의 한 사람이 내게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그를 믿을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처음 보는 그를 피하고 싶었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아무리 잘해줘도 나중에 시비를 거는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술집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싸워서 입건이 된 것 같았다. 흔한 폭행사건이었다. 이미 여러번의 폭력전과가 있는 것 같았다. 변호를 맡아도 별 효과가 없을 사건이었다.

“제가 돈을 많이 드릴 능력은 있습니다.”

그가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과시하는 듯한 말을 했다. 나는 긴말을 하기 싫었다. 

“성경 속 시편 23편을 천 번 써 오실 수 있어요? 

그가 이행할 수 없는 조건을 달아 거절할 심산이었다. 웃기는 놈이라고 하면서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며칠 후에 그가 공책에 빼곡하게 시편을 써 왔다.

“지금 재판에 회부된 사건에서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습니까?”

“예 두 명의 변호사를 거쳐 세 번째 변호사가 이 사건을 맡고 있습니다. 첫 번째 변호사는 제 누범전과를 해결해 주겠다고 큰소리쳐서 천만원을 그 자리에서 줬더니 얼마후 재판을 끄는 데 자신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두 번째 찾아간 로펌은 변호사의 능력으로 특수상해를 공소장을 변경시켜 주겠다고 장담하더니 그 후 표정을 보니까 우물쭈물 하는 눈치구요. 세 번째 변호사는 그냥 한번 해 보자고 합니다.”

“저도 어떻게 해 줄 아무런 능력이 없습니다. 요즈음은 특히 양형조건을 객관화해서 기계적으로 형이 선고되고 있는 추세니까요.”

“그래도 변호사님이 맡아주세요.”

속으로 다시 거절할 방법을 궁리하고 있었다. 변호사업계에서 남이 하는 사건을 가로채는 건 파렴치한 짓이기 때문이었다.

“일단 현재 사건을 맡고 있는 담당변호사에게 찾아가서 상의를 하세요. 그 변호사님이 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건을 맡아달라고 사정하지 않으면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속이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할 변호사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돌아간 지 한시간 쯤 후에 전화가 걸려왔다. 그 사건을 맡고 있는 변호사였다.

“사건을 맡아주시죠”

그 변호사가 부탁했다. 떨떠름한 목소리였다.

“아니 왜요? 그냥 의뢰인을 설득해서 계속 하세요. 저는 하지 않을 겁니다.”

“저도 사건을 계속 하고 싶지만 의뢰인이 저를 싫다고 하는데 어떻게 합니까? 이 분이 제 사무실에 와서 전화까지 해달라고 이렇게 사정을 해서 자존심이 상하지만 저도 견디기 힘들어서 이렇게 전화를 드리는 겁니다.”

“제가 사건을 맡아도 괜찮겠습니까?”

“괜찮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떠밀려 사건을 맡게 됐다.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한참 흘렀다. 어느 날 재판이 끝난 후 법원 앞 제과점에서 차를 마시면서 그의 이런 얘기를 들었다. 

“변호사 사무실을 여러 군데 다녔습니다. 일단 돈을 받아먹기 위해 별별 사탕발림을 다 하는 게 법률사무소의 행태였어요. 판검사로 있다가 바로 나왔다. 자기네는 뭘 해줄 수 있다 등등으로 말이죠. 제가 감옥을 몇 번 드나들었는데 대충 알 거는 다 아는 입장 아니겠습니까? 가서 변호계약을 해약하겠다면서 돈을 돌려달라고 하면 얼굴색이 달라져요. 제가 한주먹 하고 험해 보이니까 돌려주기는 하더라구요. 돈을 받고 나오다 몸을 돌려서 그래도 시간은 뺏었으니까 내가 선임료의 반은 드리지 하고 돈을 반 쯤 주면 또 얼굴에 화색이 도는 거예요. 어떤 변호사는 이왕 주실거면 세금 몇십 만원을 더 달라고 사정을 하기도 해요. 저도 여유가 없는 형편이지만 줘 버렸습니다. 돈을 돌려받으면서 여러 변호사의 모습을 봤습니다. 저는 당당한 자존심을 가진 변호사님이 좋습니다. 우리같이 배우지 못하고 험하게 살아온 놈들도 당당한데 변호사들 중에 왜 그렇게 비겁한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당당한 사람이 변호도 잘 할 것 같아요.” 

세상 바닥을 뒹굴던 사람들이 변호사들 보다 몇 수 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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