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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으로 살아남는 법

운영자 2017.03.24 09:39:56
조회 188 추천 0 댓글 1
아버지는 회사원이었다. 특별한 재주도 상사에게 충성하며 인간관계를 만드는 능력도 없었다. 회사에서도 한직의 기술직만 30년간 맴돌다 나왔다. 법대를 가려고 대학입시원서를 쓰려고 할 때 아버지는 아들인 내게 이런 얘기를 해 주었다.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 되도록 해. 높이 올라갈 필요가 없어. 작은 집에서 화초를 가꾸고 주말이면 낚시를 하거나 책을 읽으면 행복한 생활이 아닐까? 아마 우리 회사 사장은 나보다 훨씬 고민이 많고 행복하지만은 않을 거야.”


아버지의 철학을 십대 말의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무능한 아버지의 변명정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리고 4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주변에는 재벌그룹의 사장이 된 여러 명의 친구가 있었다. ​

사장이 될 때는 몇 천 명의 직원위에 군림하게 되고 사무실과 비서 고급승용차를 기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순간인 것 같았다. 기업에서 성공한 친구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무원하고 달라서 회사원 생활은 칼날을 밟고 살아가는 것 같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장례식장에서 만난 재벌그룹의 사장을 하는 고교동기를 만났다. 그는 사장자리를 육십대 중반을 넘어서도 유지하고 있었다. 


“어떻게 지금까지도 사장자리를 유지할 수 있어?”


나이를 먹고 일정한 역할이 끝나면 떠나게 되어 있었다.


“재벌의 오너는 세 가지 마음을 가지고 계시지. 목이 잘리지 않고 오래 붙어 있으려면 오너가 가지고 계시는 마음을 항상 헤아리고 받들어야 해.”


그가 도가 틴 것 같은 표정으로 싱긋 웃으면서 농담같이 한마디 던졌다. 


“어떤 마음인데?”


내가 되 물었다.




“첫째가 의심이야. 오너 입장에서 당연히 의심을 하시는 거겠지 하고 인내해야 해. 둘째는 변심이야. 어떤 약속을 하시고도 수시로 변해 그런 때도 오너시니까 그럴 수 있겠지 하고 이해를 해야 하지. 셋째는 욕심이야. 옆에서 보면 욕심이 끝이 없어. 그럴 때도 오너시니까 당연히 그러시겠지 하고 침묵해야 하는 거야. 그런 마음들을 잘 헤아려야 사장자리를 유지할 수 있어. 


​단 하나 내가 지키는 원칙이 있어. 나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 있어. 그건 아무리 오너시라도 절대로 알려주지 않아. 그걸 밝히는 순간 나는 일회용 컵처럼 쓰레기 통 속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게 지금까지 사장을 하고 있는 비결이야.”


인생을 달관한 듯한 그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또 다른 사장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회사에서 사장을 한 자신의 입장을 이렇게 말했다. 


“나는 특별한 사업아이디어를 내거나 회사에 큰 돈을 벌어주지는 못했어. 그렇지만 항상 인간관계에 신경을 쓰고 조심하면서 살아왔지. 어떤 사람이건 뒤에서 나를 비난하지는 않도록 노력했어.


 회사 내에도 지배욕이 있는 임원은 자기 파벌에 넣으려고 손을 뻗치기도 했지. 자기 밑으로 들어오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하면서 충성을 요구하는 거야. 그런 경우 우선 손해를 보더라도 사양을 했었지.  그런데 지나보면 그 사람이 파벌싸움에서 밀려나 회사를 그만 두니까 그 수하에 있던 사람들이 줄줄이 잘려나가는 거야. 조직생활에서는 우선 올라가겠다고 함부로 줄을 설 게 아니야.”


“사장이 되어 오너들을 모셔보면 어땠어?”


내가 물었다.


“오너들을 보면 내가 몇 천명 몇 만명 일자리를 주고 먹여살린다고 입버릇 같이 말해. 얼핏 들으면 마치 큰 기부를 한 것 같지 그렇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받는 월급의 수십배를 오너에게 벌어주는 거였지. 사원들은 자기 일을 하고 품삯을 받는 거지 오너한테 거저 얻어먹는 게 아니야. 월급만큼 일하지 못하면 당장 잘려 버리는 게 기업이야. 


​또 오너들은 월급을 주고 나서 끝없는 충성을 요구하는 거야. 사실 월급만큼만 일하면 되는 거지만 기업에서 사원은 그럴 수가 없어. 까라면 까야 하는 거야. 그래야 다음 보직이나 승진을 바랄 수 있는 거니까. 오너가 시켜서 한 일을 돌아보면 등골이 서늘할 때가 있어. 법에 걸리는데도 무리하게 추진한 적도 있고 또 오너가 시켜도 거절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한 경우도 있거든. 


​오너는 ‘너 월급 받고 그것도 못해? 못하겠으면 회사를 나가면 되잖아?’라고 생각하지. 그렇게 사원을 머슴 취급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


그들은 회사 내나 다른 자리에서는 절대로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속을 열어놓는 친구니까 내게 그 말을 했을 것이다. 그게 진실이다. 나를 버리고 조직의 노예가 되어 얻은 사장자리란 무엇일까. 그 직위가 정말 인생과 바꿀 정도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내남없이 사람들은 삶을 참아내고 짐처럼 힘들게 끌고 다닌다. 삶이라는 배에서 내리게 되는 순간을 기다리면서 초조해 한다. 사장자리에 앉은 친구들도 하나하나 다 물러난다. 나이가 들어가니까 세상에서 성취한 것들을 빼앗겼다. 


​작은 행복에 만족하라는 소년시절 들었던 아버지의 얘기가 떠오른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버지의 말을 가슴에 새겨두고 되새김해 왔다. 혼자 작은 법률사무소를 차려놓고 조촐한 음식에 만족하며 평범한 것들을 즐기려고 노력했다. 


​삶을 하나님이 내게 즐기라고 준 선물로 인식하려고 애썼다. 삶은 노력에 의해 얻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은총이기 때문이다. 기쁨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기다 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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