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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김종오사건 기적 4편

운영자 2017.02.16 12:12:24
조회 220 추천 1 댓글 1
                                                                                                        7

  

                                                                                                      변 론 

  

“이걸로 증거조사절차를 모두 끝내겠습니다. 검사 구형하시죠”

재판장이 검사측을 보면서 말했다.




“징역 3년에 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검사는 구형의 이유도 말하지 않고 간단히 형량만을 내뱉었다.


“변론 하시죠”


재판장이 명령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한살 때 이민을 간 피고인은 사실상 미국판 노숙자 우리로 말하면 거의 거지가 된 상태의 부모 밑에서 자랐습니다. 할렘가에서 잡초같이 자라난 겁니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은 경찰이 특히 무서운 나라입니다. 그래야만 질서가 잡히기 때문입니다. 미국사회에서 자라난 피고인에게 경찰은 공포심까지 일으키는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그런 피고인이 왜 경찰관에게 헤드락을 걸고 폭행했을까 본 변호인은 강한 의문을 가집니다. 호프집 주인이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자 도망가지도 못하고 양같이 순해져서 테이블에 얼어붙듯 앉아 있었던 게 피고인의 모습이었습니다. 담당경찰관을 양같이 따라 나갔습니다. 피해자라는 경찰관은 증인으로 나와 피고인이 아무런 이유 없이 욕을 하고 경찰관인 그에게 폭행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정말 아무 이유가 없었을까요? 재판장님도 그렇게 보십니까?


본 변호인은 복종을 했는데도 팔을 비틀어 꺽은 경찰관에 대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대가 찢어지고 뼈가 부러질 위험이 있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피고인은 경찰관이 왔을 당시 소란현장의 현행범이 아니었습니다. 경찰관이 형사소송법상 범인을 체포하는 순간도 아니고 경찰관직무집행법상의 위험한 행위를 하는 사람을 보호조치 하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경찰관의 어떤 공무집행을 방해했는지 따지고 싶습니다.”


방청석 뒷자리에서 증인으로 나왔던 경찰관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말을 계속했다. 


“피고인은 미국사회에서 천대받는 이방인이었습니다. 그가 마흔 살에 추방되어 온 한국사회에서도 그는 낯선 외국인이었습니다. 그를 맞이한 곳은 인생의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진 노숙자나 전과자들이 가는 무료급식소였습니다. 거기서 그는 노동자로 다시 일어서려고 몸부림쳤습니다. 그러나 그가 돌아온 고국은 얼음같이 차가웠습니다. 영어밖에 모르는 그는 여기저기서 무시와 놀림을 당하는 외톨이였습니다. 욕을 먹어도 그는 왜 그래야 하는지 아니면 아니라고 항의할 능력조차 없었습니다.


 고국의 비정함에 목구멍까지 분노가 차올랐습니다. 그런 분노의 표현이 이번 같은 사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재판장께서는 그의 입장을 한번쯤은 따뜻한 동정의 눈길로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그가 왜 그렇게 망가졌는지 한번 쯤 그의 내면을 봐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그의 엄마가 미국에서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늙고 병이 든 불쌍한 여인입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법정에 선 아들을 볼 지켜볼 여유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재판장께서는 한번 어머니의 입장으로 피고인을 봐 주실 수는 없는 것인지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8

  

                                                                                               아들과의 대화

  

재판이 끝나고 이제 판결 선고만 남았다. 그가 잘 될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다. 변호를 할 때 마다 어떤 느낌이 있다. 마음을 비우고 판사를 보면 그가 어떤 결론을 낼지 알 수 있다. 재판도 판사의 순간의 감성이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결정되면 이성으로 논리를 세우는 지도 모른다. 삶의 제일 밑바닥까지 간 그가 한 행위는 질도 나쁘고 반성의 여지도 없었다. 그러나 그를 도와주는 보이지 않는 기운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아버지 이상한 일이 있어”


어느 날 아침 아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일인데?”


내가 되물었다.


“내가 그 친구가 살던 원룸의 집주인보고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했잖아? 그때 집 주인이 안 된다고 했어. 그런데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는지 보증금을 돌려줄 테니까 그렇게 알라는 거야. 인색한 영감 이었는데 마음이 확 달라진 거야. 그런데 석달치 월세는 빼고 돈을 온라인으로 보낸다는 거였어. 그것만 해도 고마운 거지. 원룸의 주인영감이 내 통장으로 돈을 보냈어. 그런데 그 집주인한테서 나한테 다시 전화가 왔는데 자기가 깜빡하고 세 달치 월세를 공제하지 않았다는 거야. 그러니까 세 달치 돈을 다시 보내달라는 거야. 이거 사람들 마음에 뭔가 씌워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거 아니야?”


“맞아 나도 법정에서도 그 친구가 음식에 코푸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어. 이건 어떤 힘이 작동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그런 게 있을 수 있어?”


“상식이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어. 그렇지만 이런 작은 기적들을 더러 보곤 해. 전에도 교회 땅과 건물을 담보로 잡혀 은행에서 돈을 빼간 목사와 장로가 있었어. 그 교회의 후임목사와 신도들이 내게 찾아와 은행을 상대로 그 대출이 무효라고 소송을 걸어달라고 했어. 나는 말도 안된다면서 소송을 말렸지. 돈을 빌려준 은행에 무슨 잘못이 있겠어? 후임목사와 신도들은 자기네들이 기도하니까 하나님이 응답을 하셨다는 거야. 그러니 소송만 걸어 달라고 했어. 나는 속으로 픽 웃었지. 그런데 해보니까 은행의 대출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온 거야. 이겼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그 판결을 납득할 수 없어.


 변호사로 30년이 넘는데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나곤 해. 나는 법정도 뭔가 재판을 지배하는 영이 있다고 봐. 예를 들면 로비와 위증으로 움직여지는 법정은 악마가 귀신수를 쓰는 재판정이지. 그런데 아무런 힘이 없는 착한 사람이 예상을 뒤엎고 자유를 찾는 경우가 있어. 그런 경우는 성령이 판사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라고 생각해. 판사가 자기마음대로 판결하는 것 같지만 그들의 내면을 조정하는 또 다른 존재가 있는 것 같아”


“에이 무슨 미신 같은 말씀을? 내가 보기에는 아빠의 변론요지서가 판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 같은데”


“아니야 변론도 돈 벌려는 욕심이면 공허한 관념의 나열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그런 것들은 전혀 판사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해. 그 속에 혼을 담아야 법정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러면 이번 법정에서 일어난 작은 기적은 왜 일어난 거야? 본인이 성격도 포악하고 잘 한 게 하나도 없잖아? 경찰관을 두들겨 패고 말이야. 미국 같으면 이거 죽는 지름길로 간 거야.”


“그 엄마의 간절한 염원이 하늘에 닿았는지도 모르지. 하늘이 감응하면 처리방법은 간단하지. 하나님이 리모트 컨트롤 조정해 영파를 판사에게 보내는 건 너무 쉽지 않을까. 우리 인간은 기적이라고 하지만 하늘에서는 너무 쉬운 간단한 조작일지도 모르니까.” 


“그렇구나”


아들은 웃으면서도 수긍하는 얼굴이었다. 우리의 마음속에 들어와 인간을 조정하는 어떤 존재는 분명 있었다.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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