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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과 거짓말이 싸우면 누가 이겨요?

운영자 2017.01.30 10:53:13
조회 197 추천 0 댓글 0
잔인하게 청부살인한 조폭 두 명이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자기가 안 죽였다고 발뺌을 하다가 그중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




“저희 두 명중 한명은 분명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두 명중 한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재판장은 현명하니까 진짜 범인을 알아맞히라고요.”


그 말을 들은 재판장이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판사는 기록을 보고 논리로 추론합니다. 하나님같이 절대적인 진실을 파악하는 게 아닙니다.”


범죄는 논리나 상식을 벗어난 예외적 현상이었다. 기록역시 ‘너는 범인이어야 해’라는 편견을 가진 수사관의 창작물일 수 있다. 판사가 찍은 살인범은 진범이 아니었다. 석방된 진범은 내게 찾아와 “사실은 내가 죽였는데”하면서 악마의 웃음을 흘렸다. 변호사를 하면서 직접 체험한 일이다.


 한 서민 아파트 단지에서의 일이다. 수리업체 등에서 뒷돈을 받고 부실공사를 하는 걸 보고 입주민 노인이 분노했다. 노인은 주민들에게 호소하며 다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다. 담당수사관은 그에게 “증거 대봐요?”라고 다구 쳤다. 당연히 국가가 불법을 수사할 줄 알았던 노인은 당황했다. 게으른 수사관은 노인의 진실을 허위로 몰아버렸다. 법원에서도 기계적으로 유죄판결이 나왔다. 후일 노인의 외침이 맞다는 진상이 밝혀졌다. 게으른 판검사에 의해 진실이 거짓이 됐다. 


 미국산 소고기만 먹으면 90%이상이 광우병에 걸린다는 거짓방송이 보도되자 백만 명의 군중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왔다. 거짓에 대해 검찰은 압수수색도 소환도 하지 못했다. 법정에서도 거짓말을 한 사람들을 추궁하지 못했다. 거짓이 무죄판결을 선고받고 이겼다. 그 이후 미국산 소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려 죽은 사람은 없었다. 거짓말도 대중의 힘만 얻으면 이겼다. 그럴듯한 거짓말이 이기는 사회다. 국정 조사장에서 한때 세상을 흔들던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다.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거짓과 부조리가 뼈 속까지 배어 있다.


 변호사 생활을 30년 해오면서 끊임없이 거짓말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법정은 거짓말이 넘쳐흐르는 시궁창이었다. 시궁창 속에서 법조인들은 세월이 갈수록 그 냄새에 익숙해졌다. 법원장을 지낸 한 법관은 “법정은 거짓말 경연장이지. 선악의 다툼이 아니라 악과 악의 대결이야 그런 속에서 오랫동안 재판을 하다 보니까 인간은 거짓말을 할 권리가 있는 것 같이 느껴져”라고 자조적인 결론을 내렸다. 


​공기중에 꽉 차있는 거짓 속에서 진실은 피를 흘리며 희생되고 있다. 진실불감증과 불신병에 걸린 판사들이 어눌해 보이는 정직한 사람 속에서 과연 진실을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의문일 때가 많았다. 거짓말을 해도 위증죄로 처벌 되지 않았다. 결백이 판정된 뇌물사건에서 거짓 진술한 사람이 위증죄로 처벌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국회에서의 위증죄 경고도 그냥 엄포로 보인다. 


​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선생님한테 “정말과 거짓말이 싸우면 누가 이겨요?”라고 물었다. 아이는 또 “정말이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했다. 선생님은 대답하기가 난감했다. 그런 선생님을 보면서 아이는 “정말이 샘물같이 자꾸자꾸 솟아나서 많아지면 더러운 거짓말을 이겨요. 그렇죠? ”라고 했다. 


​교사를 지낸 도종환 시인이 내게 해 준 얘기였다. 정직이 넘쳐흐르는 건강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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