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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승 김상협 - 김교수의 저항

운영자 2016.10.28 16:23:26
조회 276 추천 0 댓글 0
김교수의 저항 

  

1963년12월17일 박정희 정권이 출범했다. 1964년3월24일 서울시내에서는 한일회담을 반대하는 4.19이후 가장 큰 학생시위가 벌어졌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와 대광고교 학생들 수천명이 한일회담 반대시위를 벌이는 동안 일부 시민들도 가세했고 야당과 재야세력이 이를 응원했다. 시위는 25일엔 서울에서 11개 대학과 4개 고교, 그리고 지방의 6개대학이 참여하는 전국시위로 확대되었다. 언론도 시위에 호의적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시위가 번지는 도중인 4월21일 이런 훈령을 내렸다. 




‘정부는 앞으로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들에 대하여 냉엄히 그 책임을 추궁하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며, 이는 정부에 부하된 임무임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학원의 자유가 무제한 방종의 개념으로 착각하고, 또 학생이 스스로 헌법과 정부 위에 위치하는 양, 정부의 명령이나 학교당국의 지시도 듣지 않는, 오늘의 학생기풍은 확실히 국가 장래를 위해 극히 염려스러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학교가 학생을 선도하지 못하면 학교의 존재가치는 무의미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으며 학원의 질서를 바로 잡고 학풍의 쇄신을 기하기 위하여 문교정책에 전반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학교 책임자는 그 학생들의 불법 데모등 범법을 막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며 또 범법학생은 퇴학 처분등 응분의 조치를 취하는 엄한 교칙으로 다스려야 할 것입니다.이러한 학생들에 대한 조치를 게을리 할 때에는 그 학교 책임자에게 책임을 추궁하는등 학교에 대한 정부 감독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의 우리 문교정책이 너무나 현실을 도외시한 이상론에 기초를 두었음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64년 5월23일경 사상계 발행인 장준하는 조선일보 기고문을 통해 이렇게 맞받아 쳤다. 

‘대통령 박정희씨! 당신이 그렇게 거짓말과 실정을 거듭하면서도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 당신들 집권자들의 부정과 부패가 그렇게 창일하였으면서도 계속 집권할 수 있는 것, 민생이 이렇게까지 파탄에 빠졌는데도 아직 당신들이 큰 소리 칠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이 한국 언론들이 당신을 길러 준 덕이 아닌가요. 당신들과 정사(情死)를 할 것 같던 한국 언론은 소용돌이 치는 국민의 원성과 압력에 못 이겨 이제 깊은 악몽에서 깨어난 것입니다. 여보시오, 접대부의 치맛자락 같은 붓글을 휘둘러가며 당신을 도와, 당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 한국의 언론 아니겠소. 고마운 줄이나 아시오! 그 청렴하다고 소문이 높던, 그 강직하다고 정평이 있던 그 육군 소장 박정희씨라면 오늘의 이 사태를 정시하며 무엇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요. 슬픕니다. 오늘에 그때 당신 같은 용기를 가진 그런 사나이가 없음이’

1965년1월1일자 김상협 교수는 시론을 통해 이렇게 현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 

‘우리 정치는 자유와 질서 사이의 균형을 한 번도 올바르게 잡지 못하고 무정부상태와 독재사이의 양극만을 무수히 오갔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집권세력은 조국의 근대화보다 부정부패의 근대화에 더욱 공헌, 이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관권과 결탁하여 약탈이득만을 노리는 특혜세력, 인플레의 횡재만을 쫓는 투기세력, 외국자본의 앞잡이 노릇만 하는 매판 세력등 반민족적 반사회적 기생세력을 제외한 모든 건설적 산업세력의 대동단결과 각성 참여를 통해 이 정치적 악순환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서울 일원에 위수령이 발동되고 대학에 휴업령이 내려졌다. 고대에서는 김상협과 제일 친한 친구인 김성식교수등 몇몇이 정치교수로 지목되어 학교에서 쫒겨났다. 김상협교수의 걱정과 예견대로 1966년에는 재벌의 밀수사건이 폭로되어 경제개발의 뒷전에서 갖가지 특혜를 누리며 성장해 온 재벌의 치부가 드러났다. 

1968년1월1일 김상협은 조선일보 신년호 제1면을 통해서 공화당에 대해 이렇게 규탄했다. 

‘공화당은 점차 당내 귀족이 생겨나면서 달라져 가고 있다. 너도 한몫 나도 한몫 나눠먹기식으로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백년이 가도 이 나라는 우리 것이라는 기분이 도는 것 같다. 그러니 공신들에게 훈록도 내려주고 봉토도 하고 왕권정치 비슷하게 되어가고 있다.’

3선 개헌에 의한 박정권의 영구집권 기도가 표면화되기 직전이었다. 1969년에 들어서자 3선개헌 문제가 대두됐다. 박정희 대통령은 헌법을 개정하여 세 번 연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1971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여는 작업에 착수한다. 3선개헌안은 1969년9월14일 국회 제3별관에서 변칙적으로 통과되었다. 6월 하순부터 개헌반대시위가 끊임없이 계속됐다. 김상협은 1969년10월26일자 주간조선의 논설을 통해 이렇게 역설했다. 

‘지난 25년 동안 전개된 한국정치는 성격이 다른 두 개의 드라마였다. 제1드라마는 궁중정치와 왕당파적 1인정치의 주역 이승만에 대항한 공화파 야당과 대중이 조역이 되어 고전적 민주주의원칙과 명분론을 주제로 하여 대결을 펼치는 줄거리로 4.19 민주혁명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그 피날레에 감격한 관중들의 열광과 갈채의 소란이 극도의 혼란으로 치닫자 극장붕괴의 위험을 경고하고 나선 과격한 일부 관객이 새로운 무대를 차리고 제2드라마의 막을 올리면서 또 하나의 혼돈이 시작된다. 5.16군사집단 주연의 이 제2드라마의 주제는 공업화 근대화다. 그들은 독립운동같은 명분 대신에 실리적 물량적 공세를 펴면서 이전 드라마 출연진들의 산만한 주장과 즉흥적 행동을 치밀한 조직과 계획으로 대치시키고 배경음악과 조명과 무대장치를 바꾸어 전혀 무대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박진감 넘치는 새로운 스토리를 전개한다. 결국 군부 독주하에 중심부만 형성되고 견제와 균형으로써 조화를 이루어나가야 할 주변부는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존재하지만 정치역학적으로 1당 압도체제로 굳어져 고속질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조직화된 인텔리를 비롯한 봉급생활자, 산업노동자층이 대두될 것이다. 70년대는 그들과 어떻게 결합하여 성숙된 민주체제를 만들어낼 것인가가 최대과업이 될 것이다. 만약 그게 실패할 경우 또다시 시간만 낭비하고 민주주의의 발아를 훨씬 뒤로 늦추는 역사의 퇴행과 불행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상협 교수의 무서울 정도로 정확한 예언이었다. 그는 월남전 종결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미국의 정치적 배경에 대해 1968년6월3일 월간중앙을 통해 이렇게 적시하고 있었다. 

‘존슨 집권후 만명 정도에 지나지 않던 월남전 참전병력이 어느틈에 무려 50만명까지 급증해서 미국민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전쟁이 되어 버렸다. 월남전에 승리해 봤자 세계대세를 결정짓는 것도 아니니 미국민은 죤슨정부를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전쟁으로 인해 달러위기가 오고 사상자도 많이 냈다. 이런 무의미한 전쟁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를 근본적으로 회의하는 여론의 압력에 존슨이 굴복할 것이다.’

김상협은 틈나는 대로 해직된 교수들과 함께 낚시도 하고 술자리도 만들어 그들을 위로했다. 친구 김성식교수에게는 소리 없이 생활비를 대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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