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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승 김상협 - 남만방적 경리주임

운영자 2016.07.18 18:18:14
조회 233 추천 0 댓글 0
 
일 년 반쯤 구례하방적의 공원생활을 한 후 김상협은 아버지가 세운 만주 방적공장의 경리주임이 됐다. 그는 경리일을 보면서 주판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회계장부도 깔끔하게 만들었다. 결산처리도 단시간에 해치웠다. 기계부품 하나를 바꾸려 해도 그 크기 계산을 일일이 주판으로 하던 시절이었다. 방적회사의 실무를 맡긴 아버지의 확고한 경영방침중의 하나는 조선인만을 고용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만주에 있는 상당수의 조선인은 공원으로 적합지 않았다. 당시 만주에는 여러 종류의 조선인이 복잡하게 얽혀 살고 있었다. 이주농민도 있고 아편상, 매춘업자등 별별 종류가 많았다. 일확천금을 꿈꾸고 유랑하던 자들도 흔했다. 그들은 공원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여공은 구하기 더 힘들었다. 면사의 생산은 섬세한 작업의 성격상 여공을 구해야 했다. 그러나 조선농민들은 딸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낯선 만주 땅에 와서 굶주리고 고생하는 것도 서러운데 딸을 객지에 내놓기 싫은 부모의 마음이었다. 중국인을 쓰면 낮은 임금으로 얼마든지 쓸 수 있었다. 그러나 김연수회장은 조선인만을 채용하고 조선인으로 하여금 기술을 익히게 해서 공장을 운영하라고 했다. 고급기술자는 경성방직에서 데려왔다. 김연수회장이 신축한 회사의 사택이 만주최고의 회사였던 만주철도의 일본인 사택보다도 더 좋았다. 사원구락부도 호화판으로 갖추었다. 사택 중 좋은 이층 사택에는 전무 최두선일가, 상무 오계선 일가 공장장 황영모일가가 살고 그중 한 채의 이층을 김상협이 썼다. 과장, 계장, 사원들은 단층사택에서 살게 했다. 주위에서는 공장의 부대시설들이 너무 화려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어느 날 방적공장에 온 김연수회장이 술 취한 김에 한마디 내뱉었다. 

“조선인 회사의 사택이 왜놈들 것보다 나빠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나? 그리고 말이지 조선인이 왜놈보다 한 계급 아래 의 가난하고 무식한 인간으로 왜 그렇게 차별을 받아야 하느냐는 거야?”

평소 말이 없던 김연수 회장의 속마음이었다. 

  

김상협은 공장 간부들과 함께 동포가 사는 지역이라면 멀리 북간도까지 가서 여공을 모집했다. 그러나 성과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경성방직의 여공을 파견해 달라고 해서 만주공장을 돌리고 조선 내에서 직공을 모집해 왔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때 김상협이 직원들과 함께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여공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일제시대 내내 국민들의 가장 소망은 평등한 교육의 기회였다. 배워야 좋은 직장을 얻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은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조선인들은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었다. 일하면서도 공부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면 여공모집이 가능할 것 같았다. 그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딸을 공부시켜준다면 공장으로 보내겠다는 집들이 생겼다. 김상협은 남만주의 산 속 깊이 산성진을 위시해서 매하구, 교하일대, 특히 독립군 기지로 알려진 멀리 흥경까지 직접 동포들을 찾아다니며 호소했다. 그렇게 해서 모은 공원이 2천명이었다. 초등부와 중등부로 구성된 공장학교가 만들어지고 공부가 시작됐다. 공원들은 일하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는 셈이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던 그 시절 그건 대단한 파격이었다. 당시 노동환경을 보면 일본인 공장 직공들도 잠자는 시간을 빼놓고 하루 12시간씩 일했다. 정규학교역시 군사훈련과 근로동원으로 거의 수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남만방적의 공장전체가 학교 같은 분위기였다. 관리사원과 공원과의 관계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되었다. 공장학교의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자 만주 ​각지에서 여공이 되고 싶다는 지원자가 몰렸다. 푸른색의 유니폼을 입고 수천명의 직원들이 운동장으로 나와 체조를 하고 노래를 했다. 당시 그들과 함께 했던 김상협은 일기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푸른색 작업복을 입고 울밑에선 봉선화야를 합창하며 망국의 설움을 달래기도 했는데 거기 가서 세상을 알았죠’

남만방적은 전원이 조선인이었다. 당국은 기숙사 사감만이라도 꼭 일본인을 쓰라고 요구했다. 그때마다 김연수회장은 차일피일 미루고 일본인을 채용하지 않았다. 한번은 일본인관리가 찾아와 이렇게 강권했다. 

“기숙사 사감만이라도 내지인을 쓰시죠”

“일본인에게는 월급을 많이 줘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조선인 공원들을 모두에게 월급을 올려줘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공장이 도산상태에 이르게 되죠.”

김연수회장은 그렇게 변명하면서 우회적으로 거절했다. 만주 공장의 시설이나 급식, 월급등의 근무조건은 경성방직보다 좋았다. 복리시설은 모든 면에서 당시 만주에서 위세를 떨치던 일본인회사 만주철도보다 훨씬 호화롭게 했다. 더러 불성실한 조선인 직원도 있었다. 만주에서 학병을 하다 빠져나온 사람들이 경성방직의 만주공장에 현지에서 취직을 하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김상협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렇게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저는 경성방직이 조선인 소유의 기업으로서 다른 기업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적극적으로 회사가 민족의 독립을 추구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회사는 제가 기대했던 만큼 민족주의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불만을 말씀드립니다.”

“잘 아시겠지만 기업의 목적과 관심은 일단 무엇이어야 할까요? 이윤추구가 아니겠습니까? 만일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우고 싶다면 아마도 사업을 하는 이 회사는 맞는 곳이 아닐 겁니다. 경성방직은 기업으로서 앞으로도 이윤을 더욱 추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회사는 높은 수익을 거두어들일 때 조선경제를 위한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것입니다. 김연수회장님은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겁니다.” 

김상협의 대답이었다. 정치는 정치의 논리가 있고 경제는 경제의 세계가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와 경제를 혼돈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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