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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허깨비들의 완장

운영자 2014.12.30 10:14:13
조회 888 추천 2 댓글 0


항공사재벌 3세의 오만이 ‘완장’이나 ‘갑질’로 일반화 되어 사람들의 내면에 불을 붙이고 있다. 내남없이 그동안 억눌려있던 감정들이 분출한다. ‘완장’이란 소설이 있다. 저수지 감시원으로 우쭐대는 주인공에게 저자는 다른 등장인물을 통해 질책한다. 핫바리 권력을 가진 놈들이나 완장을 차지 진짜 힘이 있는 사람들은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고.


그런데 이 사회는 그럴 듯 해 보이는 고위층에 핫바리가 많은 것 같다. ‘내가 누군지 알아?’하는 국회의원 앞에서 대리기사가 폭행을 당했다. 전직 검찰총장이 골프장 여직원 숙소에 들어가 성추행을 했다. 전 국회의장이 캐디를 성희롱했다. 겉은 고위층으로 보여도 행동이 비열하면 그들은 핫바리다. 내남없이 그런 경험은 흔하다.


모 재벌그룹 회장이 나를 변호사로 선임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이상했다. 그 재벌그룹에는 수백 명의 변호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담당재판장과 내가 가장 친하다는 것이었다. 그건 사실이었다. 회장실로 오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나는 잠시 생각했었다. 그것은 삶의 철학관에 관련된 것이었다. 작은 개인법률사무소를 차린 목적은 자유인이 되고 싶어서였다. 굶지만 않으면 디오게네스처럼 당당하고 싶었다. 상대방에게 열등감을 가지는 것은 그와 똑같은 잣대로 자신을 재기 때문이다. 부자 앞에서 비열해 지는 건 그 부자에게 신세를 져 볼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건 그의 힘을 업어 출세해 보겠다는 마음 때문이다.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맞선다면 그들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돈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카알라일의 말처럼 속인의 속박을 면할 정도만 되면 될 것 같았다. 교사나 목사 그리고 변호사 같은 전문직은 약간의 자존심이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룹회장에게 변호사가 필요하시다면 오시라고 했다. 회장의 심기가 상한 것 같았다. 그 그룹의 해외지사에 근무하는 친척 형에게 본사 소환명령이 떨어졌다. 명문대를 나오고 이사까지 된 친척 형은 애처러울 정도로 나에게 사정했다. 내가졌다. 회장은 한 시간이상 친척 형과 나를 대기시켰다. 그러다 들어간 회장실 풍경을 보고 나는 더 씁쓸했다. 고교동기인 그룹의 임원들이 모여 있었다. 얼굴표정에는 한결같이 모멸감이 서려 있었다. 회장과 단 둘이 되었을 때 그에게 속삭였다. 그런 유치한 연출을 하시니까 기분이 좋으시냐고. 며칠 후 밤늦게 회장이 몰래 사무실을 찾아왔다. 나는 회장을 근처의 허름한 음식점으로 안내해서 국수 한 그릇을 샀다. 작은 돈이지만 내가 국수값을 지불하니까 마음이 가벼웠다. 회장은 내면이 공허한 사람 같았다. 재벌그룹의 이런저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 역시 나약한 고용된 허수아비 회장이었다. 사람들은 꼭 냄새를 풍기려고 한다. 돈 있으면 돈 냄새를 풍기고 권력이 있으면 권력냄새를 풍긴다. 근육질의 조폭들도 원색의 힘의 냄새를 자랑한다. 그런 냄새들을 풍기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가야금 명인이 된 황병기씨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는 ‘소년이여 야망을 가지라’는 소리가 가장 싫었다고 했다. 50년이 넘게 기타 하나에 목숨 건 락뮤직의 대부 신중현 씨가 칠십대의 뮤지션으로 아들과 함께 연주하는 모습도 좋았다. 진짜한테서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껍데기가 아닌 속이 꽉 찬 사람이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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