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법을 뭉개면 투사가 되는 사회

운영자 2014.10.28 10:52:55
조회 782 추천 0 댓글 0

  다음카카오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영장을 거부한다고 했다. 용기는 있지만 한 면에만 치우친 미숙한 발언 같다. 사이버의 바다에는 오염물질 같은 범죄들이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에서 피해유가족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고 했다. 광화문과 세종로일대는 데모의 메카가 됐다. 법에 대한 불신을 넘어 공개적인 저항은 ‘핍박받는 투사’가 되기도 한다. 왜 이런 상황이 됐을까. 법 자체가 나빠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다른 원인이 존재할까. 우선 법의 제조과정에 불량품도 많았다. 입법안에 서명을 하는 국회의원이 과연 얼마나 고뇌할까 의심한다. 다른 사람을 시켜 만든 법안에 서명 값까지 받고 하는 날치기 통과도 있었다. 집행과정은 어떨까. 법의 밥을 먹어온 필자는 추상적 당위보다 경험한 구체적 현실을 말하고 싶다. 

 

​  한기업인이 이런 호소를 한 적이 있다. 자백하지 않으면 수십 개의 협력업체를 압수수색하겠다는 협박이 왔다고. 그러면 사업은 망하게 되어 있었다. 영장은 그렇게 악용되기도 했다. 정부기관이 기업의 탈세액을 정보로 축적해 둔다. 그러다가 그 정보를 무기로 대상자를 굴복시키거나 파멸시킨다. 대상기업이 언론사일 경우는 진실을 침묵시킬 수도 있다. 법대로 하는 것 같지만 그건 폭력이다. 반면에 국민들은 법을 사용하기가 어렵다. 형사사건의 재판장을 오래했던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이렇게 한탄했다. 자신이 유죄를 확신하고 다섯 건을 고소하면 그중 한건정도만 기소가 된다는 것이다. 형사나 검사가 그보다 실력이 꼭 좋을 리는 없다. 그는 수사기관의 정의구현 확률은 20%라고 자조했다. 얼마 전 만난 한 단체의 대표는 담당수사검사의 직전 상관이었다가 개업한 변호사를 거액을 주고 고소대리인으로 선임했다고 했다. 그 단체에는 변호사도 여러 명 있었다. 그런데도 그렇게 해야 제대로 수사가 되고 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민들의 고소현실은 어떨까? 일선의 형사들 중에는 자신이 최종판결을 내버리는 경우가 많다. 검사도 마찬가지다. 법의 껍데기만 보고 피해자의 내면이나 진실에는 바위보다 둔감한 경우가 많다. 이런 오염된 환경에서 보통사람들의 법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변호사사무실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대부분이 돈을 내고 사려는 상품은 불법이나 탈법이었다. 목사도 교수도 인기연예인들도 변호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거짓말과 탈법이 대부분이었다. 법정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더미 같은 거짓말의 악취에 취한 법관들은 더러 튀어나오는 진실조차 분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게 내가 본 법세계의 음지쪽 광경이다. 법이란 정말 필요한 것일까. ​

  한 일본수필 속에서 살아있는 법을 깨달았다. 요양원에서 수족을 못 쓰고 휠체어에 앉아있는 노인이 있었다. 기저귀를 제시간에 갈아 채우지 못해 분뇨에 절어있을 때가 많았다. 좋은 간병인을 만나면 깨끗하고 게으른 사람을 만나면 힘이 드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사람의 온정에 기대지 말고 하루에 몇 회 기저귀를 교환하라는 규정을 만들었다. 그 규정은 게으른 간병인이 와도 최소한의 쾌적한 삶을 보장했다. 바로 그거였다. 국회의원들은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외칠 필요가 없다. 의원한사람이 4년간 분투해서 화장실법 하나를 깔끔하게 만들어 놨다. 그랬더니 전국의 화장실이 세계수준이 됐다. 길을 가다가 용변이 급해질 때 가까운 빌딩에 들어가 볼 일을 볼 수 있게 됐다. 자전거법 하나가 전국을 돌 수 있는 쾌적한 자전거도로를 보장한다. 유대인들의 율법은 형법뿐 아니라 가축보호규정이 있고 세탁하는 법, 똥누는 법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율법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며 수천 년을 살아왔다. 자식들에게도 어려서부터 암송하게 하면서 종교적으로 승화시켰다. 다민족사회인 로마에서는 법이 절대였다. 여러 민족과 개인을 하나로 묶을 다발은 법이었다. 그들에게 법은 위반하지만 않으면 생명과 자유를 보장받는 보루였다. 법은 우리 모두 함께 잘 살자는 사회적 합의다. 국회의원들이 맑은 마음으로 좋은 법을 만들고 그 법이 넓은 논 곳곳에 물이 스며들 듯 공정하게 집행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람들이 법을 지키면 행복해 지는 사회라는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이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3365 국민 앞에 사과하셔야죠 운영자 24.05.27 6 0
3364 절망감이 들었다 운영자 24.05.27 6 0
3363 능숙한 연기와 거짓말 운영자 24.05.27 6 0
3362 방송이 만든 가면들 운영자 24.05.27 6 0
3361 나는 세상을 속인 사기범 운영자 24.05.27 6 0
3360 귀신을 본다는 빨간 치마의 여자 운영자 24.05.27 6 0
3359 얼떨결에 성자가 된 도둑 운영자 24.05.27 9 0
3358 종교 장사꾼 운영자 24.05.20 58 2
3357 주병진 방송을 망친 나는 나쁜 놈 운영자 24.05.20 52 0
3356 대도를 오염시키는 언론 운영자 24.05.20 35 1
3355 세상이 감옥보다 날 게 없네 운영자 24.05.20 41 1
3354 악인은 변하지 않는 것인가 운영자 24.05.20 32 1
3353 서민의 분노와 권력의 분노 운영자 24.05.20 32 0
3352 쥐 같은 인생 운영자 24.05.20 35 1
3351 좋은 사람의 기준을 깨달았다 [1] 운영자 24.05.13 106 2
3350 너도 도둑이지만 윗놈들이 더 도둑이야 운영자 24.05.13 61 0
3349 국무총리와 도둑 누가 거짓말을 했을까. 운영자 24.05.13 86 0
3348 도둑계의 전설 운영자 24.05.13 49 1
3347 바꿔 먹읍시다 운영자 24.05.13 47 0
3346 반갑지 않은 소명 운영자 24.05.13 47 0
3345 대도 사건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 운영자 24.05.13 45 0
3344 재판을 흥미성 보도자료로 만듭니다. 운영자 24.05.06 75 1
3343 부자들의 비밀금고 운영자 24.05.06 81 2
3342 죄 값 이상을 강요할 권리가 있나? 운영자 24.05.06 64 0
3341 입을 틀어막히는 분노 운영자 24.05.06 66 0
3340 변호사로 정상이라고 생각합니까 운영자 24.05.06 69 1
3339 도둑 일기 운영자 24.05.06 84 1
3338 숯불 나르는 청년의 외침 운영자 24.05.06 74 1
3337 당신은 꽂히면 바로 내 지르는 사람이야 운영자 24.04.29 100 1
3336 아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세요 운영자 24.04.29 78 1
3335 도대체 저의가 뭡니까? 운영자 24.04.29 85 1
3334 기억 사진첩 속 어떤 재판광경 운영자 24.04.29 72 1
3333 내가 체험한 언론의 색깔 운영자 24.04.29 77 1
3332 변호사란 직업의 숨은 고뇌 운영자 24.04.29 84 1
3331 저세상으로 가는 법 운영자 24.04.29 91 1
3330 인권변호사의 첫걸음 운영자 24.04.22 106 1
3329 깨어있는 시민의 의무 운영자 24.04.22 95 1
3328 죄수가 전하는 사회정의 운영자 24.04.22 106 1
3327 이민자의 슬픔 운영자 24.04.22 106 1
3326 강도에게 성질을 냈었다. 운영자 24.04.22 102 1
3325 외국의 감옥 운영자 24.04.22 99 1
3324 벗꽃 잎 같이 진 친구 운영자 24.04.15 135 1
3323 조용한 기적 운영자 24.04.15 138 2
3322 감옥은 좋은 독서실 운영자 24.04.15 113 1
3321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 운영자 24.04.15 115 1
3320 미녀 탈랜트의 숨겨진 사랑 운영자 24.04.15 133 1
3319 두 건달의 독백 운영자 24.04.15 119 1
3318 명품이 갑옷인가 운영자 24.04.15 108 1
3317 나는 될 것이라는 믿음 운영자 24.04.15 115 1
3316 오랜 꿈 운영자 24.04.08 125 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