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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잔머리만 굴리는 놈이야! 1

운영자 2010.03.05 12:08:13
조회 374 추천 2 댓글 0

   김민구(가명)는 징역 이십년을 선고받은 흉악범이었다. 1995년 2월부터 시작해서 강도와 강간을 한달동안에만 수십 회를 저지른 범인이었다. 그를 찾아간 목사의 부탁으로 나는 그와 만났다. 영등포교도소 안마당 한쪽 구석에 창고같이 생긴 단층 콘크리트 건물로 작게 지어진 접견실은 삭막했다.


  슬레트를 가지고 삼각형 형태로 만든 엉성한 지붕에 얇게 바른 파란 페인트가 거의 퇴색되어 가고 있었다. 그 한쪽을 칸막이 한 곳이 접견실이었다. 접견실 뒤는 죄수들의 통로와 바로 연결되어 있다. 교도소나 구치소를 보면 죄수들의 통로 자체가 아예 만들어져 그 곳에서 모든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되어 있다. 통로에서 접견실로 통하는 비닐로 막은 문을 통해 김민구가 나왔다. 벌써 16살 때는 1991년경에도 강도로 징역 3년을 살았다. 그런데 나와서 1년 만에 또 수십 회의 강도와 강간을 하다가 잡힌 것이다. 죄명과는 달리 그의 인상은 아주 섬세한 미소년이었다. 계란형의 동그란 얼굴에 굵고 짙은 일자형의 눈썹을 가지고 있었다. 쌍꺼풀진 커다란 눈에 검은 눈동자가 언뜻 보면 순진하게 보였다. 여러 번 경험으로 느끼는 거지만 흉악범의 경우 의외로 여자 같은 남자가 많다. 김민구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변호사님, 여자 강간 한 명 부분하고 강도한 것 몇 개는 법정에서 부인하려고 하는데 안 될까요?”

  그는 마치 게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전략을 짜듯이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면 그 부분은 안 했다는 소립니까?”

  “그런 게 아니라 제가 법정에서 부인하면 증거가 없을 것 같아요.”


  “....”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속으로 ‘정말 흉악범답군’ 하고 생각했다. 동시에 은근히 반성하지 못하는 범인에 대한 분노가 끌어 올라왔다.


  “당신은 변호할 가치도 없는 형편없는 놈이군 그래.”

  나는 갑자기 반말을 스며 그에게 경멸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가 갑자기 얼어붙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당신은 불쌍한 인간이야. 강도짓하고 반성하지도 않지, 그렇다고 죄를 저지른 동기가 딱한 것도 아니지, 그렇다고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 줄 변호사를 찾을 만큼 돈이 있는 집안도 아니지, 그저 잔머리만 굴릴 생각하는데, 그래서 되겠어?”


  나는 잔인할 정도로 그를 몰아세웠다. 고개를 수그리고 있던 그의 눈에서 분노의 빛이 어렸다. 나는 그를 변호할 생각이 딱 떨어져 버렸다. 참회하고 있는 인간, 죄는 졌지만 투명한 영혼끼리 교류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마음에 없는 형식적인 변호사 되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그저 형식적으로 ‘관대한 처분을 바랍니다’하는 이면에 애정이나 관심이 결여되었다면 그건 허공에 대고 하는 소음일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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