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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고난

운영자 2014.06.30 14:30:20
조회 869 추천 0 댓글 0

한강 가에 있는 재개발이 될 낡은 아파트 사이에 오래된 상가가 있다. 계단이 닳고 군데군데 벽에 금이 간 낡은 건물이다. 그 건물 3층 구석의 방에 몇몇 고교동창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만난다. 그곳에서 우리들은 각자 삶의 아픔들을 얘기하면서 서로 위로하고 기도하기도 한다. 남도 고통이 있구나 하는 걸 알 때 나의 고통은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곤 했다. 그날도 몇몇 친구들이 저녁 무렵 모였다. 

“저녁을 먼저 먹어야지? 아래층 식당에 주문을 할 께 뭘 먹을래?”

모임을 주도하는 J가 말했다. 그는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오랫동안 연구소에 있다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친구였다. 우리는 상가식당에서 값 싼 비빔밥과 국수를 시켜 대충 빈 속을 채웠다. 모임에 목사를 하는 친구가 한 두 명씩 참석하곤 했다. 좀 더 솔직하게 신앙과 믿음에 대해 토론 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 자리에는 평생 신학을 연구하는 친구목사가 와 있었다. 온순해 보이던 고교시절 그의 모습이 나이 먹은 그의 얼굴에 겹쳐진다. 그가 신학적 문제를 꺼냈다. 



“하나님이 우주법칙을 만드시고 그 법칙에 따라 우주가 돌아가시도록 만들어 놓았다는 게 이신론이야. 태엽시계 같은 거지. 거기서는 원죄를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 아담의 죄를 왜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나의 문제가 제기되는 거지. 또 내 죄는 내가 그 값을 치러야지 왜 그리스도가 처벌을 받고 내가 그 혜택을 누려야 하느냐의 문제가 생겨. 그러다보면 이신론은 기독교를 단순한 윤리적인 종교로 만드는 결과가 되는 거야. 희랍철학자들은 인간을 죄인으로 보지 않고 합리적 존재로 봤어. 그런 희랍철학이 기독교 내부로 들어와 많은 영향을 미쳤지.” 

  

나는 성령이 내 안에 들어와 나를 지배하는 게 믿음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개미가 컴퓨터프로그램을 이해하기 불가능하듯 논리와 추론으로 하나님의 본체를 깨닫기는 힘들다는 생각이다. 신학자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점점 모호해 지는 느낌이다. 

이번에는 동창인 L이 밥을 먹으면서 말했다.

“미국 LA에 갔다 왔는데 고교동기가 목사가 되어 열댓명의 신도들에게 말씀을 전하더라구. 가서 봤는데 목사가 자기 스스로 노동을 해서 작은 교회를 꾸려 가더라구. 신도라고 해야 텟사스에서 살다가 사업이 망해 노숙자노릇을 하는 교포를 데려다 생활하고 있어. 이민 교회 목사노릇이 참 바쁘더라구. 이민와서 고생하는 사람들 영어문서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말이야. 또 직업을 잃은 사람은 호텔 주방에서 일하도록 취직을 시켜주기도 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성화(聖化)되어 가는 친구들을 종종 본다.

“이민사회에서 그렇게 하려면 자기를 다 내놓아야 하는데 정말 좋은 친구네”

내가 말했다.

“그런데 본인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거야. 결함이 많고 자격이 없다고 고백을 하더라구. 이민 와서 본처와 헤어졌고 다시 결혼했다가 또 실패했대. 사업에도 성공을 못했다는 거야. 단한가지 성공한 게 있다면 혼자 방황하다가 우연히 첫사랑에게 연락을 했더니 혼자 살더래. 그래서 합쳤다는 거지.”

그렇게 살아들 가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는 L도 모든 국민이 알정도로 언론에 보도됐던 인물이다. 경기고 서울대의 학력에 행정고시 수석으로 승승장구했다. 그 누구도 그가 장관감임을 인정했었다. 외환위기가 닥쳐오고 그는 재경부 담당국장으로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후일 책임문제가 거론되고 그는 갑자기 구속이 되어 일 년 가까이 징역을 살다가 무죄가 확정됐었다. 그의 인생행로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그는 감옥 안에서 하나님을 만났다고 했다. 신학이론보다 억울한 일들이 하나님 만나기엔 더 빠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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