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맨발의 성자

운영자 2014.06.12 15:29:22
조회 952 추천 0 댓글 0

지하철 3호선 교대역과 고속버스터미널에 이상한 영감이 돌아다녔다. 성경구절을 쓴 종이를 모자위에 붙이고 가슴에 흉패같이 걸고 다녔다. 목발을 짚고 다니는 그는 맨발이었다. 움푹 패인 볼에 쑥 들어간 작은 눈이었다. 미치광이 같기도 하고 노숙자 같기도 했다.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 그가 맨발의 천사로 알려진 최춘선 목사였다.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그를 예수에 미치게 했는지 그 후 그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었다. 어느 날 사무실로 내가 잘 알고 지내는 백목사가 놀러왔다. 그는 장애인들과 함께 평생을 지내온 목회자였다. 수화를 배워 그들의 통역이 되어주고 그들의 심부름꾼이 되어주었다. 일자리가 없는 장애인들은 더러 범죄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는 수가 많았다. 이십년 전부터 더러 그들의 변호를 부탁하러 와서 알게 됐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

“얼마 전 치매노인을 맡아 보살핀 적이 있어요. 목발에 맨발로 지하철역을 돌아다닌다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나가지 못하시게 방문 밖에서 아예 자물쇠까지 걸어놨어요.”

“왜 맨발로 다닌다고 그래요?”

내가 호기심으로 물었다.

“성경의 이사야서를 보면 하나님이 이사야에게 3년간 맨몸과 맨발로 다니면서 말씀을 전하라고 한 게 있어요. 그걸 실천한다는 거죠. 그런데 하루는 그 노인이 나를 보고 ‘너도 목사고 나도 목사다. 그렇지만 사명은 각자가 다른데 이렇게 막느냐?’고 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그 간절한 눈빛을 보니까 이건 치매노인이 아닌 거예요. 너무나 형형한 눈이었어요. 그래서 문을 열어드렸죠. 그랬더니 그 자리에서 나가셨어요. 저도 몰랐는데 그 분이 최춘선 목사님이었어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저도 인터넷에서 잠시 ‘맨발의 천사’에 대한 걸 본 적이 있는데 그 분은 어떤 분이었어요?”

내가 물었다.

“최춘선 목사는 대지주의 아들이었대요. 그 아버지가 김포공항에서 부평까지의 땅의 상당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일제시대 동경유학시절 그 분은 함석헌 선생등과 함께 예수를 믿게 됐대요. 그리고 상해로 건너가서 김구주석을 모시며 독립운동을 했대요. 해방 후 돌아와서도 그 분은 북한에서 피난 내려온 사람들을 자기 땅에서 살게 했죠. 원미동등 부천의 네 개의 동네가 다 그가 소유하던 땅이었대요. 그 분은 고아원을 세웠는데 자식들도 아예 거기서 키웠대요. 그리고 나서 그는 나중에 맨발로 다니면서 전도를 했다는 거예요.” 

우리나라에도 그런 기인 같은 성자들이 더러 있다. 전라남도 농촌에서 머슴을 살던 이세종씨는 젊은 시절 성경을 읽고 독실한 신자가 되어 일생을 성경속의 예수같이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 지리산 산자락을 하루 오십리 백리를 걸어 다니며 한명의 신자에게 전도를 한 목사도 있었다. 그들 중에는 거지가 되어야 하나님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었다. 백목사가 말을 계속했다.

“노인을 그렇게 내보냈는데 얼마 있다가 경찰에서 변사자를 찾아가라고 저에게 연락이 왔어요. 사고로 돌아가신 게 아니라 지하철역의 의자에서 잠자듯 조용히 천국으로 가신 거예요.”

성자가 이 세상에 와서 자기의 소명을 다하고 돌아간 것이다.

“그 분의 유품은 어떤 게 남았어요?”

내가 물었다.

“방에 가 보니까 기도하고 말씀을 받은 걸 달력을 찢어 써 놓은 게 가득하더라구요. 그리고 낡은 찬송가와 성경이었죠.” 

나는 유튜브를 뒤져 지하철역에 있는 그를 찍은 동영상을 꺼냈다. 그의 맨발이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 시키고 있었다. 거지성자는 인터넷의 바다에서 아직도 하늘의 말을 이렇게 전한다.

‘성령이 스승이 되어 참 도(道)를 가르치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3365 국민 앞에 사과하셔야죠 운영자 24.05.27 5 0
3364 절망감이 들었다 운영자 24.05.27 5 0
3363 능숙한 연기와 거짓말 운영자 24.05.27 5 0
3362 방송이 만든 가면들 운영자 24.05.27 5 0
3361 나는 세상을 속인 사기범 운영자 24.05.27 5 0
3360 귀신을 본다는 빨간 치마의 여자 운영자 24.05.27 5 0
3359 얼떨결에 성자가 된 도둑 운영자 24.05.27 7 0
3358 종교 장사꾼 운영자 24.05.20 58 2
3357 주병진 방송을 망친 나는 나쁜 놈 운영자 24.05.20 52 0
3356 대도를 오염시키는 언론 운영자 24.05.20 35 1
3355 세상이 감옥보다 날 게 없네 운영자 24.05.20 41 1
3354 악인은 변하지 않는 것인가 운영자 24.05.20 32 1
3353 서민의 분노와 권력의 분노 운영자 24.05.20 32 0
3352 쥐 같은 인생 운영자 24.05.20 35 1
3351 좋은 사람의 기준을 깨달았다 [1] 운영자 24.05.13 106 2
3350 너도 도둑이지만 윗놈들이 더 도둑이야 운영자 24.05.13 61 0
3349 국무총리와 도둑 누가 거짓말을 했을까. 운영자 24.05.13 85 0
3348 도둑계의 전설 운영자 24.05.13 49 1
3347 바꿔 먹읍시다 운영자 24.05.13 46 0
3346 반갑지 않은 소명 운영자 24.05.13 47 0
3345 대도 사건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 운영자 24.05.13 45 0
3344 재판을 흥미성 보도자료로 만듭니다. 운영자 24.05.06 75 1
3343 부자들의 비밀금고 운영자 24.05.06 81 2
3342 죄 값 이상을 강요할 권리가 있나? 운영자 24.05.06 64 0
3341 입을 틀어막히는 분노 운영자 24.05.06 66 0
3340 변호사로 정상이라고 생각합니까 운영자 24.05.06 69 1
3339 도둑 일기 운영자 24.05.06 84 1
3338 숯불 나르는 청년의 외침 운영자 24.05.06 74 1
3337 당신은 꽂히면 바로 내 지르는 사람이야 운영자 24.04.29 100 1
3336 아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세요 운영자 24.04.29 78 1
3335 도대체 저의가 뭡니까? 운영자 24.04.29 85 1
3334 기억 사진첩 속 어떤 재판광경 운영자 24.04.29 72 1
3333 내가 체험한 언론의 색깔 운영자 24.04.29 77 1
3332 변호사란 직업의 숨은 고뇌 운영자 24.04.29 84 1
3331 저세상으로 가는 법 운영자 24.04.29 91 1
3330 인권변호사의 첫걸음 운영자 24.04.22 106 1
3329 깨어있는 시민의 의무 운영자 24.04.22 95 1
3328 죄수가 전하는 사회정의 운영자 24.04.22 106 1
3327 이민자의 슬픔 운영자 24.04.22 106 1
3326 강도에게 성질을 냈었다. 운영자 24.04.22 100 1
3325 외국의 감옥 운영자 24.04.22 99 1
3324 벗꽃 잎 같이 진 친구 운영자 24.04.15 135 1
3323 조용한 기적 운영자 24.04.15 138 2
3322 감옥은 좋은 독서실 운영자 24.04.15 113 1
3321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 운영자 24.04.15 115 1
3320 미녀 탈랜트의 숨겨진 사랑 운영자 24.04.15 133 1
3319 두 건달의 독백 운영자 24.04.15 119 1
3318 명품이 갑옷인가 운영자 24.04.15 108 1
3317 나는 될 것이라는 믿음 운영자 24.04.15 115 1
3316 오랜 꿈 운영자 24.04.08 125 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