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오면서 하나님이 보내주는 친구들이 더러 있다. 그런 친구들은 나이나 사회적 환경에 상관없이 서로 영이 통하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런 사람들은 친구이자 믿음을 인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 중 한 사람이 가구점을 하는 L장로다. 그는 아버지가 답십리에 개척한 작은 교회에서 대를 이어 장로였다. 독실한 교인인 그의 아버지는 죽기 전날까지도 항상 성경책을 펴들고 있었다고 한다. 성경을 보다가 무릎을 치면서 “바로 이 말씀이 이 뜻이었구나”하고 기뻐하더라는 것이다. 가구점을 하는 그는 중풍에 걸려 지금도 몸이 자유롭지 못하다. 이따금씩 연락을 할 뿐이다.
지나간 일기장을 들추다가 2006년12월15일 점심시간 중국음식점에서 그와 얘기를 나누던 기록을 발견했다. 벌써 8년 전의 일이다. 이렇게 일기는 과거를 현재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온몸이 마비됐다가 어느 정도 풀려 거동이 가능할 때 내가 찾아갔던 것 같다. 그가 나를 데리고 가구점 뒤의 중국음식점에 가서 점심을 먹으면서 내게 말한 이런 내용이 써 있었다.
“어느 날 기도를 하는데 성령이 내게 알려주는 게 있어요. 틈틈이 교회에 가서 청소를 하라는 계시가 마음에 와 닿는 거예요. 그래서 토요일 날 예배당에 가서 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았죠. 당장 여러 가지 반응이 나타났어요. 칭찬하는 사람도 있지만 장로가 뭘 청소까지 하느냐고 수근대더라구요. 일요일 설교준비를 하는 젊은 목사님은 내가 껄끄러워서 그런지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불편해 하시더라구요.”
그는 사실상 그 작은 교회에서 가장 어른인 셈이었다. 나이도 그렇고 경제적으로 기여하는 것도 가장 큰 셈이다. 그가 계속했다.
“그러다 말이죠 이번에 중풍에 걸려 온몸이 마비됐다가 일어나니까 다시 성령이 내게 명령을 하시는 거예요. 교회에 가서 청소를 하라고. 그래서 대걸레를 들고 예배당을 밀고 다녔죠. 청소를 하는데 깊은 감동이 오더라구요. 지난번 하고는 전혀 달라요. 그리고 그 감동이 다른 사람들한테도 전달되는 것 같아요. 시큰둥하던 신도들 반응도 달라졌어요.”
그가 전신이 마비되어 철 침대 위에 누워있는 걸 병문안을 가서 봤었다. 아마도 그의 가장 큰 소원은 주님이 몸을 회복시켜 주시면 예배당에 가서 청소하는 게 아니었을까. 그는 진정으로 감사하면서 걸레질을 했을 것 같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성경을 보면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잖아요? 진정한 믿음은 그런 섬김에 있는 것 같아요. 장로라고 해서 대접받으려고 하면 안 되죠.”
그는 진정한 신앙인이었다. 그리고 나의 믿음의 안내자이기도 했다. 그의 말과 행동이 내게 전염된 것 같았다. 한번은 다니는 동네 작은 교회에서 청소하는 날이라고 오라고 했다. 화장실 변기 앞에 무릎을 꿇고 손으로 닦아보겠다고 생각을 했다. 막상 교회에 가니까 화장실은 빛이 날 정도로 깨끗이 닦여 있었다.
“여기 화장실 누가 청소했죠?”
내가 한 집사에게 물어보았다.
“화장실요? 그거야 장로님들 몫이죠. 장로쯤 되야 화장실을 청소하는 특권을 가질 수 있지 다른 성도들은 못해요. 식당 탁자들이나 정리하세요.”
장로들이 가장 험한 일을 했다. 세상도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세월호 침몰사건이 터지자 담당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피해자들의 아픔을 한번 느껴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나라가 어떤 것 때문에 신음을 하는지 무엇을 아파하는지 대한민국이 갈구하는 게 뭔지 한번 대통령과 고민해 보라고 전했다. 어려서부터 친한 친구라 무슨 말이든지 할 수 있는 사이다. 나는 요즈음 예배당청소에 능숙하다. 넓은 대걸레를 밀고 부지런히 다니면서 먼지를 한 곳으로 모은다. 그리고 진공청소기로 흡입하는 게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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