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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대는 정치지망생의 출판기념회

운영자 2012.03.05 15:08:49
조회 272 추천 0 댓글 0

  말기 암으로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문인(文人) 강태기씨를 만났다. 암자의 뒷방같이 적막한 임대아파트에 혼자 누워 있었다. 그는 열여덟살 때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면서 밤에는 책을 읽고 글을 써서 한국일보와 대한일보의 신춘문예를 동시에 통과한 인재였다. 그는 문학을 신앙으로 삼아 평생을 수도사 같이 살아온 것 같았다. 삶이 험난했다. 잡지사에서 나오는 작은 월급도 단번에 나오지 않았다. 찔끔찔끔 몇 번에 나누어 받기도 했다. 그걸로 아이들을 키우고 가족이 연명했다.

 

  살다보니 글 수리공 역할도 많이 했다. 다른 사람의 글들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하기도 했다. 얼굴 없는 가수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가난해도 그는 자유인이었다. 남들이 세상의 재물과 권력을 추구할 때 그는 내면에 있는 영혼의 산을 올랐다. 이십대 시절은 전국의 산사를 안개같이 흐르고 중년에는 인도를 구름같이 떠돌았다. 막상 삶에 필요한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인도에서도 동전 한 닢이면 국수를 한 그릇 사먹을 수 있었다.

 

  그는 그동안 쌓아온 내공으로 나이 육십부터 본격적인 자신의 글을 쓰기로 작심했다. 절 같은 그의 작은 임대아파트는 집필실로는 적격이었다. 한 달에 가스비가 삼천원 전기료가 만이천원이다.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극빈자 생활지원비 40여만원으로 글 쓸 환경은 충분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손님이 갑자기 찾아왔다. 기침을 하는데 핏덩어리가 튀어나왔다. 검사를 해보니 폐암말기라고 했다. 의사는 그에게 죽음을 준비하라고 했다.

 

  죽음과 맞닥친 그는 내게 나머지 삶의 교과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은 없어도 그는 평생 책을 모았다고 했다. 죽음직전까지 읽어야 할 책이 무엇인가 했더니 결국 성경과 논어만 남더라고 내게 말해 주었다. 그는 호박꽃에 맺히는 아침이슬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누가 호박꽃을 못났다고 비웃었을까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에게는 세상 자체가 아름다움이었다. 그는 저녁이 지나면 밤이 오듯 죽음도 그렇게 오는 거라 후회는 없지만 정작 자기 글을 쓸 기운이 없는 게 아쉽다고 했다. 글에 대한 강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자기의 정체성은 문인이라며 강한 자존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늘이 보내는 진정한 예술은 쉽게 세상에 나오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 갑자기 여기저기서 출판기념회를 한다는 초청장이 쇄도한다. 내년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들이 보내는 것이다. 추천사를 써달라는 사람도 있고 그 안에 글을 보태 달라는 부탁도 있었다. 상당부분은 대필 작가에 의해 출판사에서 급조한 책들이다. 전하는 메시지도 없고 외형만 화려하다. 출판기념회를 개최한 그들은 각고의 노력 끝에 문인이라도 된 양 거드름을 피우면서 찾아온 사람들에게 헛웃음을 날린다.

 

  그들의 화려한 모습 뒤쪽 그늘에는 가난한 문인들의 수줍어하는 품팔이가 존재한다. 자기가 쓰지도 않은 글을 가지고 잔치판을 벌이는 사람들은 가짜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국회를 구성한다. 국회는 법이라는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그곳에서 나오는 법을 보면 역시 남의 힘을 빌리거나 외국법을 그대로 베낀 경우가 많다. 화려한 입법취지에 비교해서 알맹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속이 꽉 찬 사람들이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다. 거짓 출판기념회나 거창한 정책을 자랑하지 말았으면 한다. 세상에 향기를 뿜어내는 작은 법조문 하나만이라도 만들어 놓고 나가겠다고 하는 국회의원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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