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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도둑

운영자 2011.04.22 14:59:37
조회 299 추천 0 댓글 0

김만중씨는 이상한 도둑이었다. 술만 마시면 남의 집에 들어가 여자들이 벗고 자는 걸 보는 악취미를 가졌다. 그렇다고 특별히 이상한 행동이나 심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도 들어가자 마자 단번에 주인 아주머니에게 걸려 멱살을 잡히고 따귀를 맞았다. 옆에 있던 아저씨에게도 몇 대 맞았다. 한 번 반항도 못하고 파출소로 끌려가 졸지에 강도로 변했다. 그의 뒷 주머니에 있던 만원짜리 한 장을 경찰은 강취 한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는 분명 여자누드를 보기 위해 들어갔는데 잡히면 남들은 항상 도둑놈이라고 했다. 형사들은 한 술 더 떠서 그를 강도로 만들어 버리기도 했다. 벌써 나이가 오십이 됐지만 그는 결혼하기도 싫었다. 그는 대부분 반항한번 하지 않고 붙잡혔다. 꼭 술이 취해 비틀거릴 때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의 집에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집주인들은 형사 앞에서 과장까지 썩어가면서 영웅담을 늘어놓았다. 도둑놈이 들어와 살피는 것을 격투를 해서 잡았다고 떠들곤 했다. 그러자면 김만중씨가 주인에게 적당히 덤비는 장면도 섞어야 했다. 형사들은 집주인의 진술을 액면그대로 믿고 그를 강도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벌써 그렇게 징역을 산 것만도 합치면 10년 세월이 넘었다.


“나를 잡았던 여자를 법정에 불러주세요. 그러면 당장 알아요”  

그의 말이었다. 그는 코믹한 인상이었다. 한자로 여덟팔자의 눈썹에 눈은 단추 구멍만 했다. 앞뒤로 삼천리짱구에 대머리였다.


법정에 그를 잡았던 오십대 여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상하게도 그를 잡은 건 여자인데도 잘 모르는 남편이 경찰에 가서 영웅담을 진술조서라고 작성했던 것이다.


“저 사람이 도둑질을 하러 들어왔었지요?”

검사가 물었다.


“뭘 하러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저 사람 참 얼띠기예요. 바로 방바닥에 내 백이 있었고 그 안에 카드랑 돈이 있는데 들춰보지도 않았어요. 내가 자지 않고 누워있는데 찬바람이 쏴아 하고 들어오는 거예요. 보니까 저 사람이 두리번거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허리를 꽉 잡고 소리쳤어요. 밖에 있던 영감이 소리를 듣고 와서 같이 저 사람을 잡아서 경찰에 넘긴 거죠.”

재판장이 이때 끼어들어 이렇게 물었다.


“도망하려고 오히려 덤비지 않던가요?”

“멍청한 도둑인지 얌전하던데요.”


“물건을 잃어버린 건 없어요?”

재판장이 물었다.


“그런 건 없는데----”

“그런데 왜 도둑이죠?”

“그러네. 우리 영감이나 저나 그냥 도둑이라고 부른 거죠.”

증인인 그녀가 잠시 생각하는 눈치더니 재판장에게 말했다.


“우리 영감한테 지금 핸드폰으로 전화 한 통 해볼까요?”


“해보세요”

재판장이 허락했다. 그녀의 남편은 전화기를 꺼놓고 받지 않았다.


법원은 여러 번의 재판날짜를 잡아 그동안 진술했던 사람들이 허풍인지 아닌지 하나하나 확인하기로 결정했다.


“옛날에는 증인도 부르지 않고 수사기록만 보고 몇분 만에 재판을 끝내고 징역 몇 년이 구형됐는데 세상 많이 변했네요.”

재판을 구경한 김만중씨 형님이 신기한 표정으로 내뱉었다. 재판이 변하고 있었다. 사건기록중심에서 인간중심으로 하기로 법관들이 결의했다고 한다. 이제 변호사인 나도 그 인간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변론기록을 만들어 보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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