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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경찰과 영사

운영자 2010.10.13 15:14:32
조회 288 추천 0 댓글 1

    이태리의 오지모시에서 공부하는 김미란씨에게 경찰서에서 한통의 통지서가 날라 왔다. 빨간 도장이 위협적으로 찍혀 있는 그 서류는 출국하라는 통보였다. 이태리에 체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화가 발끈 났다. 피아노를 공부하기 위해 이태리 당국의 허가를 받았는데 뜬금없는 소리였다. 그녀는 자료를 가득 들고서 경찰서장을 찾아갔다. 한국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가면 비용과 시간이 엄청나게 낭비되기 때문이었다. 서장은 사십대 중반의 사나이였다. 그녀는 자료를 제시하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혈질인 이태리인 경찰서장의 얼굴에서 짜증이 일었다. 그녀는 꾹 참고 계속 말해나갔다. 이윽고 서장이 화를 냈다.


   
“당신 말하고 싶으면 저 복도에 나가서 창문 밖으로 마음껏 말해!”

    서장은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키며 빈정댔다. 그녀는 심한 굴욕감을 느꼈다.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나오는 길로 로마의 한 변호사사무실로 찾아갔다. 마호가니로 만든 오래된 책상과 실내장식에서 부의 냄새가 풍겼다. 한달 학비도 쪼들리는 그녀로서는 은근히 주눅이 들었다.


   
“안될 것 같지만 한번 해봅시다.”

    오십대의 변호사는 정부를 상대로 하는 소송에 대해 자신 없는 태도였다.


   
그렇지만 모처럼 들어온 사건을 놓칠 수는 없다는 장사꾼 같은 능글능글한 표정이었다.


   
“돈이 얼마나 듭니까?”

    그녀가 걱정하는 얼굴로 물었다.


   
“350만리라”

    그 액수면 그녀의 두 달 생활비를 초과했다. 도저히 돈을 낼 능력이 안됐다. 법률사무소를 나온 그녀는 인권변호사사무실을 찾았다. 낡은 로마의 골목길 안쪽의 변호사 사무실은 초라했다.


   
“도저히 승산이 없습니다.”

    인권변호사가 동정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왜요?”

    “정부의 처분이 경솔할지는 몰라도 위법은 없어요.”


   
“아무튼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80만리라 정도면 하겠는데 그것도 쓰지 마세요.”


   
젊은 인권변호사의 솔직한 답변이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한국대사관을 찾아갔다. 의외로 영사의 태도도 냉랭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잖아요?”

    영사가 거절하면서 하는 말이었다. 교민들이 웬만한 어려운 일이 있어도 한국대사관은 찾지 말라던 말이 떠올랐다. 8살 먹은 아들하고 둘이서 셋집에 사는 그녀로서는 단 한 푼의 비용도 한 시간도 아까웠다. 그녀는 로마에 사는 한국교민들에게 사정을 호소했다. 그들 모두 그런 경험을 한 두 번씩은 한 과거가 있었다. 누구보다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뻔히 안될 건데 연판장에 도장을 찍어도 소용없어요.”

    절망에 찌들은 교민들의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녀는 지친 상태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이태리 대사관을 찾았다. 영사보다 그를 보조하는 한국인 직원이 얼음같이 더 차가웠다. 음악을 공부하는 유학생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얼굴에 가득했다. 그는 다시 이태리로 가는 길을 오히려 막는 태도였다. 우연히 광경을 목격한 이태리 영사에 의해 다시 공부할 수 있는 허가가 떨어졌다. 결국 권위주의와 행정편의주의 이태리경찰서장의 힘의 승리였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이런 일이 많다. 권리를 위한 투쟁에 서로서로 작은 힘을 합치지 않을 때 그 불의의 파도는 누구라도 쉽게 삼켜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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