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한번 밖에 없는 인생

운영자 2022.11.14 10:03:08
조회 125 추천 2 댓글 0

중학 시절부터 대학까지 음악을 같이 하던 친구가 있다. 그는 노래하는 데 타고난 재능을 가진 것 같았다. 국민가수로 알려진 삼촌의 노래는 오십년이 넘게 불려지고 있었다. 그는 화가인 아버지와 패션디자이너로 성공한 엄마 사이의 외아들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예술을 하는 데 반대였다. 노래하고 싶었던 그는 어머니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내게 수백개의 뼈의 이름을 외워야 하는 의학 공부가 싫다고 했다. 노래 부르고 기타를 연주하는 게 그냥 좋았다. 그는 의대를 그만두었다. 그는 미국에 유학을 가서 경영학을 공부하게 됐다. 이번에도 그는 하고 싶은 음악을 못하는 것 같았다. 착하고 순한 아들이었던 그는 나이가 칠십이 된 지금까지 도 아쉬움이 남아 있는 얼굴이다. 자기의 사무실 구석에 이십대 치던 기타들을 놓고 회한이 서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요즈음은 그의 아들이 작곡한 랩송들을 카톡으로 내게 보내주면서 한번 평가해 달라고 부탁한다. 아버지의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은 아들의 노래가 수준급이다. 얼마 전 만난 그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대학 축제에 가서 노래하고 연주할 때 말이야 그곳에 초청받아 왔던 ‘사월과 오월’의 가수 백순진씨가 나보고 참 잘한다고 했는데 말이야. 그리고 그때 오아시스 레코드에서 나보고 음반을 취입 하지 않겠느냐고 했었는데 어머니 눈치 보느라고 못했지. 어머니는 딴따라 남편과 시동생 뒷바라지가 힘들었다고 하셨거든.”

한번 뿐인 인생에서 부모가 희망하던 인생 궤도를 따라온 그는 행복했을까. 어머니의 회사의 사장을 하고 많은 재산이 있어도 그는 그렇게만 보이지는 않았다. 얼마 전 상큼한 내용의 컬럼 하나를 읽었다. 판사가 늦깍이로 영화과 대학원에 입학해 영화를 공부했다. 그는 판사직을 그만두고 일류 로펌에 들어가 변호사를 하면서 영화 공부를 계속했다. 그는 그동안 해 왔던 법률업무가 진실로 좋아하는 일이었는지 회의가 일었다고 했다. 그는 마침내 변호사 일도 그만두고 영화제작에 전념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한 번 밖에 없는 인생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에게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내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그는 깨달은 것 같았다.

그 와는 또 다른 경우도 있었다. 영화 일을 하던 사람이 어느날 작은 음식점을 차렸다. 그 배경은 이랬다. 영화일을 하던 그는 캠핑에 맛을 들였다. 자기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보면서 요리에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가 만든 파스타, 두루치기, 생선 조림등을 캠핑 간 사람은 물론이고 옆 텐트의 사람들도 너무나 맛있게 먹으면서 좋아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사람들이 그가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는 걸 보면서 황홀하고 행복한 감정을 느꼈다. 그는 영화일을 접고 조그만 음식점을 차렸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그 일의 종류와 상관없이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기업인에 대한 코칭을 전문적으로 해 주는 대학동기인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젊은이가 부러워하는 초일류기업인 삼성전자에 입사한 사람들의 삼십 퍼센트가 의외로 일 년 안에 회사를 나와. 알아보니까 그들은 거대한 조직의 구석에서 부품으로 지낼 인생이 싫다는 거야. 반면에 중소기업에 취직한 젊은이들도 회사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아. 월급보다도 도대체 오너에게서 보고 배울 게 없다는 거야.”

사람마다 자기에게 맞는 일이 따로 있는 것 같다. 그걸 빨리 찾아서 하는 게 보람있는 인생을 보내는 게 아닐까. 반드시 큰 일을 할 필요가 없다. 작은 일로도 족하다. 큰 일이란 어쩌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허상일지도 모른다.

가수 나훈아씨가 한창 인기가 있을 때 정치권에서 그에게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을 해 보는 게 어떠냐고 유혹했다.

국회의원이 되라는 것이다. 그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면 자기는 국회의원이 되는 것 보다 노래 연습 한 번이라도 더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면서 사양했다. 작가 이문열씨도 정치권에서 그를 끌어내려고 하자 단호히 사양한 것으로 들었다. 한번 밖에 없는 인생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면 그게 위대한 삶이 아닐까.

추천 비추천

2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3358 종교 장사꾼 운영자 24.05.20 25 0
3357 주병진 방송을 망친 나는 나쁜 놈 운영자 24.05.20 32 0
3356 대도를 오염시키는 언론 운영자 24.05.20 18 0
3355 세상이 감옥보다 날 게 없네 운영자 24.05.20 23 0
3354 악인은 변하지 않는 것인가 운영자 24.05.20 22 0
3353 서민의 분노와 권력의 분노 운영자 24.05.20 20 0
3352 쥐 같은 인생 운영자 24.05.20 21 0
3351 좋은 사람의 기준을 깨달았다 [1] 운영자 24.05.13 83 2
3350 너도 도둑이지만 윗놈들이 더 도둑이야 운영자 24.05.13 49 0
3349 국무총리와 도둑 누가 거짓말을 했을까. 운영자 24.05.13 48 0
3348 도둑계의 전설 운영자 24.05.13 37 1
3347 바꿔 먹읍시다 운영자 24.05.13 35 0
3346 반갑지 않은 소명 운영자 24.05.13 39 0
3345 대도 사건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 운영자 24.05.13 33 0
3344 재판을 흥미성 보도자료로 만듭니다. 운영자 24.05.06 65 1
3343 부자들의 비밀금고 운영자 24.05.06 72 2
3342 죄 값 이상을 강요할 권리가 있나? 운영자 24.05.06 54 0
3341 입을 틀어막히는 분노 운영자 24.05.06 56 0
3340 변호사로 정상이라고 생각합니까 운영자 24.05.06 60 1
3339 도둑 일기 운영자 24.05.06 62 1
3338 숯불 나르는 청년의 외침 운영자 24.05.06 57 1
3337 당신은 꽂히면 바로 내 지르는 사람이야 운영자 24.04.29 89 1
3336 아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세요 운영자 24.04.29 70 1
3335 도대체 저의가 뭡니까? 운영자 24.04.29 76 1
3334 기억 사진첩 속 어떤 재판광경 운영자 24.04.29 66 1
3333 내가 체험한 언론의 색깔 운영자 24.04.29 70 1
3332 변호사란 직업의 숨은 고뇌 운영자 24.04.29 74 1
3331 저세상으로 가는 법 운영자 24.04.29 79 1
3330 인권변호사의 첫걸음 운영자 24.04.22 99 1
3329 깨어있는 시민의 의무 운영자 24.04.22 87 1
3328 죄수가 전하는 사회정의 운영자 24.04.22 97 1
3327 이민자의 슬픔 운영자 24.04.22 100 1
3326 강도에게 성질을 냈었다. 운영자 24.04.22 91 1
3325 외국의 감옥 운영자 24.04.22 91 1
3324 벗꽃 잎 같이 진 친구 운영자 24.04.15 124 1
3323 조용한 기적 운영자 24.04.15 131 2
3322 감옥은 좋은 독서실 운영자 24.04.15 107 1
3321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 운영자 24.04.15 105 1
3320 미녀 탈랜트의 숨겨진 사랑 운영자 24.04.15 124 1
3319 두 건달의 독백 운영자 24.04.15 110 1
3318 명품이 갑옷인가 운영자 24.04.15 100 1
3317 나는 될 것이라는 믿음 운영자 24.04.15 108 1
3316 오랜 꿈 운영자 24.04.08 117 2
3315 그들은 각자 소설이 됐다. 운영자 24.04.08 136 1
3314 나이 값 [1] 운영자 24.04.08 196 1
3313 검은 은혜 [1] 운영자 24.04.08 189 3
3312 실버타운은 반은 천국 반은 지옥 [1] 운영자 24.04.08 201 2
3311 늙어서 만난 친구 운영자 24.04.08 110 1
3310 그들을 이어주는 끈 [1] 운영자 24.04.01 325 2
3309 그가 노숙자가 됐다 [1] 운영자 24.04.01 211 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