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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끝일까?

운영자 2022.10.17 10:07:02
조회 143 추천 5 댓글 0

“형님 산다는 게 정말 어렵네요”​

살인죄로 십오년 징역을 살다 나온 사람이 내게 말했다.​

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범죄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성격마저 뒤틀려 육십 평생을 세상의 어두운 그늘과 감옥을 맴돌았다. 그는 스스로 처절한 고독을 초래했다. 가족과 형제 그리고 그의 친구들마저 그를 살아있는 흉기같이 무서워했다. ​

“너만 힘든 게 아니라 들여다보면 누구나 힘들지. 마음을 잡고 새로 태어나면 사람들이 너를 찾아갈 거야. 한번 인간답게 살아봐야 하지 않겠어?”​

“까짓거 살기 힘들면 죽어버리면 되죠 뭐”​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나는 더 할 말 없고.”​

자기 목숨마저 가볍게 생각하는 것인지 나에게 간접적인 협박인지 의아했다. 십 오년 동안 면회 오는 사람 없는 그에게 더러 적은 금액의 영치금을 보내는 내가 그와 소통하는 유일한 존재였다. 살인범이라는 딱지 때문에 일자리마다 거절당하자 그는 집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화장터에서 그의 시신을 태웠다. 그가 남긴 건 감옥에 있을 때 내가 해 준 틀니 하나였다. 그것도 땅에 묻어버렸다. 금년 봄의 일이었다. 변호사를 하면서 그런 죽음을 더러 보았다. 내가 변호를 했던 한 범죄인은 창녀의 사생아라고 출생부터 저주했다. 그는 자신이 범죄의 천재라며 그가 고안한 범죄기법을 내게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메마른 방에서 목을 매고 죽었다. 사랑한 번 받지 못하고 남에게 사랑 한 줌 주지 못하고 그는 세상을 떠났다. 나는 그가 이 세상에 존재했던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어둠에서 태어나 비관 속에 살던 사람만 자살하는 게 아니었다. 부자이고 아버지가 장관을 했던 엘리트 출신 친구가 자살을 하는 걸 봤다. 그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소송을 제기당했다. 그때까지 그의 인생에 실패가 없었다. 어떤 경우에도 질 수가 없다는 게 그의 신념이었다. 그러나 소송에서 그의 패색이 짙어지자 그는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그가 자살을 시도했다. 한강에서 떨어진 그를 구조했다는 소식을 경찰로부터 받았다. 그가 호텔방에서 칼로 배를 가르는 두 번째 자살 시도를 했다는 말을 들었다.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그를 호텔종업원이 발견하고 병원 응급실로 옮겼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병원 옥상에 올라가 사층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몸을 던졌다. 그래도 그는 두개골의 일부만 함몰됐을 뿐 죽지 않았다. 중환자실 침대에 누워있는 그를 만나러 갔다. 의료 기계의 규칙적인 소리만 들릴뿐 주변은 적막했다. 세 번이나 집요하게 자살을 시도한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내가 그에게 확인했다. ​

“이제는 살고 싶지? 그러면 눈꺼풀을 세 번 감았다 떠 봐”​

그는 입에 삽관을 하고 있어서 말을 할 수 없었다. 그가 천정으로 시선을 돌리고 무심히 있었지만 내 말을 분명히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그가 눈을 한번 감았다가 떴다. 다시 그렇게 했다. 그렇게 세 번을 감았다가 떴다. 그는 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가 수술실로 들어갔다. ​

이번에는 하나님이 그를 살려줄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인간의 몸은 하나님이 만든 귀한 그릇이다. 그걸 자기 마음대로 깨뜨려 버리려고 한 것이다. 하나님의 눈으로 볼 때 그 그릇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른 그릇이 더 지혜롭고 강하고 뛰어나다고 해도 그 그릇 자체로 다 존재 이유가 있고 가치가 있다. 그는 그걸 무시하고 스스로 멸망을 택한 것이다. 하나님의 용서의 한계를 넘었을 것 같았다. 몇 시간 후 그는 수술대에서 생명이 없는 시신으로 변해 나왔다. 다음날 오전 그의 영정사진 앞에는 나 혼자 앉아 있었다. 그의 영혼은 향불에서 피어오르는 가느다란 연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았다. 영정사진의 표정이 허탈해 보였다. 그의 얼굴에서 심한 후회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가 죽으러 가는 순간 가장 살고 싶어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른다. 사형수한테 들은 얘기도 있다. 세상이 아무리 험하고 괴롭더라도 존재한다는 그 자체가 행복이라고.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생명은 만들어 낼 수 없다. 이제는 주변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을 흔하게 본다. 자살이란 인생 싸움터에서의 패배다. 혼자만 패배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란 군인들같이 조직되어 공동으로 세상과 싸운다. 자살하는 것은 ​

적이 두려워 자기가 지키고 있는 방어진지에서 이탈해 도망하는 것과 흡사하다. 그것은 자기뿐 아니라 자기의 군대 전체를 위험에 빠지게 하는 행위다. 하나님의 군법회의에서 그는 탈영범으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처벌내용은 어떤 것일까? 죽음 이후를 연구하는 최준식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 ​

“자살하면 모든 게 끝인 줄 알았더니 죽는 순간 그게 끝이 아니더라 이겁니다. 바람 부는 어둡고 거친 광야에 혼자 외롭게 서 있더라는 거예요. 그렇게 지내야 하는 게 잠시가 아니고 영원이라는 거죠.”​

인생의 시간은 하나님의 선물이 아닐까. 그걸 갈고 닦아서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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